영웅의 아들 1화

검은코트의사내 2019-05-30 2

 엄마는 어제 술을 마셔서 그런지 늦잠을 자고 있었다. 처음에는 뭐라고 잔소리했지만 지금은 지쳐서 안하고 있다. 학교를 먼저 가는 게 우선이었으니까. 오늘도 똑같은 하루를 보낼 거라고 생각한다. 교복을 단정하게 입고, 아침 식사를 차린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김치와, 시금치, 마늘쫑, 깍두기, 계란 후라이, 쇠고기 미역국으로 푸짐하게 식탁위에 차렸다. 그러자 그 음식 냄새로 서서히 다가오는 그림자가 있었다.


"흐음, 맛있는 냄새다."

 내가 못살아. 왼손으로 저절로 이마에 손을 얹을 정도였다. 왜 이렇게 어른이 철이 없을까? 군침을 흘리면서 초롱초롱한 황갈색 눈동자로 강아지처럼 헥헥거리면서 달려드는 게 너무 꼴불견이다. 아무리 엄마라지만 이건 너무하잖아.


"엄마, 그 모습 안 보일 수 없어요? 엄마 나이가 몇이에요?"
"나이가 무슨 상관이니? 그래도 밥은 맛있게 먹어야 되잖니."
"그러고는 혼자 계실 때 또  TV보시면서 풀 죽어 계시려고요?"
"어쩔 수 없잖니."


 금방 또 시무룩한 모습을 보이는 우리 엄마, 어쩌면 저러는 게 당연할 지도 모른다. 역대 클로저 중에서 가장 강한 편에 속한 사람이었는데 이렇게 보니까 애교나 부리는 아들 바보 엄마였다. 하지만 정작 중요할 때는 나를 도와주시지 못했다. 그 이유는 나도 알기 때문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나중에 저와 단 둘이서 공원 산책이라도 가실래요?"
"그거 좋은 생각이다!"


 두 손으로 짝! 소리 나게 박수를 한 번 치면서 답하셨다. 그러고 보니 엄마는 매일 외로움에 시달리고 계시구나. 엄마가 강한 힘을 가졌고, 세상을 구해내기는 했지만 그 이후에 사람들은 냉담한 시선으로 우리를 볼 뿐이었으니까. 우리 나라는 예전부터 이래왔다. 국가 유공자들에 대한 대우가 모자라는 편이라는 것을. 그 사실은 나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유니온이나 정부가 이런 상황이니 당장이라도 부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사람들이 우리를 더 두려워할 거라고 생각해 자제를 하고 있다. 그 이후에 그들은 감시만 할 뿐, 차원종이 나타나면 유니온에서 파견된 클로저들이 알아서 처리하고 있으니까. 그리고 억지로 우리에게 싸워달라고 요청하지도 않으니 그걸로 충분하다.


"우리 아들, 누구를 닮아서 이렇게 잘생겼을까?"
"엄마, 그 얘기 몇 번째 하시는 거에요?"
"에이, 뭐 어때서."

 어휴, 못말린다. 엄마는 왜 이렇게 아침부터 애교를 떠는 것을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밥그릇을 한 손으로 들고, 젓가락질을 빠르게 하면서 입 안에 밥덩이들을 넣는다. 그런 다음에 쇠고기 미역국도 물을 마시듯이 한 번에 들이키고 난 뒤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설거지는 맡길게요. 엄마 혼자서 할 수 있죠? 다녀올게요."

"응! 잘 다녀오렴, 우리 아들! 가기 전에 뽀뽀라도 해주면 좋겠다."

"그만 좀 해요!"


 도망치듯이 집 밖으로 나왔다. 이런 엄마지만 그래도 내게 있어서 하나 밖에 없는 가족이다. 그런데 갑자기 엄마가 기운을 차리신 거 같아서 조금 아이러니했다. 앞으로 힘내고자 하는 생각에 저러시는 거 뿐이겠지. 우리 집은 그래도 돈은 잘 받고 있으니 못 사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  *  *



 학교로 등교한다. 여전히 기자들이 학교 앞에 모여서 내 사진을 찍는다. 그러거나 말거나 별로 신경도 안쓴다. 정부가 저렇게 놔두는 데 어쩌겠는가? 아마 기자들 중에는 정부 요원들이 섞여 있을 지도 모른다. 학생들이 피해가는 것도 똑같고, 그게 선도부라고 해도 마찬가지였다.


 교실로 들어와서 자리에서 게임을 한다. 랭킹 2위는 나보다 나이가 많은 20대였다고 한다. 시험 준비하느라 바쁘다고 하는 거 같았다. 사람이 원래 게임만 하면서 살 수는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지. 그리고 운영자에게서 선물이 도착했다. 랭킹 1위에게 주는 레전드 아이템 박스다. 별로 필요도 없는 건데 쓸데없는 짓을 하고 있다.


"선생님 오신다!"

"여기까지인가?"


 누군가의 외침에 나는 게임기를 종료하고 가방 안에 넣었다. 담임 선생님이 들어오셔서 출석부를 교탁 위에 내려놓고, 헛기침을 한 번 한 뒤에 말한다.


"어흠, 오늘 전학생을 소개한다. 유니온에서 현역으로 뛰고 있는 클로저 요원이다. 요원의 희망으로 이 학교에 다니게 되었으니 앞으로 잘 대해주어라. 들어와라."


 유니온 클로저가 여기로 온다고? 조금 의외였다. 어차피 유니온에서 일을 할 운명인데 학교에 갑자기 다니려는 게 조금 뭔가 이상했다. 그것도 요원의 희망이라고? 왜 그럴 필요가 있는 거지?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 다른 학생들은 기대에 찬 눈빛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았지만, 나 혼자만 한 손으로 턱을 받친 채 의욕없는 썩은 동태눈으로 하면서 불량스럽게 쳐다보았다.


"우와!"

"예쁘다."


 남학생들의 목소리다. 예쁘다? 어, 확실히 그래보인다. 긴 생머리 스타일에 푸른색 사파이어같은 쳐진 눈동자, 날씬한 몸매, 가늘고 튼튼해 보이는 팔과 다리, 그리고 밝은 미소를 지으면서 자연스럽게 걸어오는 모습, 저 녀석들은 완전히 빠져든 거 같았다. 어떤 녀석들은 가슴을 보고 침을 흘리기도 했다. 솔직히 말해서 나도 넋을 잃을 뻔 했다. 다른 남학생들처럼 나도 빠져야 정상인데 그러지 않는 이유가 있다. 왜냐하면 우리 집에서 예쁜 아가씨를 어렸을 때부터 보아왔기 때문이다.


 우리 엄마는 미인이다. 나이를 드셔도 전혀 주름도 보이지 않는 자연 미인이셨으니까. 위상력 능력자라서 그런건지 아니면 평소에 몸 관리를 해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우리 엄마 기준으로 볼 때, 60% 정도 아름다움이다.


"다들 조용! 자, 자기소개를 해야지."

"안녕하세요. 서유리라고 합니다. 오늘부터 여기 신강고에 다니게 되었습니다. 제가 학교라는 곳을 처음 다녀봐서 잘 모르는 게 많지만 앞으로 잘 부탁드릴게요."

"와아아아아!!"

 아이고, 귀청이야. 두 손으로 귀를 막으면서 얼굴을 찡그렸다. 남학생들이 그녀의 목소리에 빠져버린 것이다. 하루 종일 행복으로 가득할 것 같은 밝은 목소리, 어떤 사람이 좌절하면서 자살을 생각하고 있을 때, 희망에 가득찬 노래를 들으면서 기운이 나서 살아가고자 하는 의지를 다시 되찾게 하려는 정도였다. 그러니 흥분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조용! 조용! 으흠, 자, 그럼 자리는 어디로 할까? 아, 그렇지. 저기 이세하의 옆자리가 비었는데 저기로 가서 앉겠니?"

"네! 선생님."

 내 옆자리라, 비어있을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여기 반 학생들이 나를 피하는 편이었으니까. 하지만 서유리라는 여학생은 유니온 클로저라서 그런지 별로 신경도 안 쓰는 모양이었다. 그들의 시선이 그녀에게 향하는 게 느껴진다. 여학생들은 질투의 시선으로 보고 있다.


 유리는 내 옆자리에 자연스럽게 앉았다. 좋은 냄새가 난다. 향수를 뿌렸나? 다리가 새 하얗게 빛나 보인다. 평소에 바르는 화장품이라도 있는 모양이다. 그래봐야 엄마보다는 못하지만.


"안녕. 나는 서유리라고 해. 잘 부탁해."


 가늘고 부드러워보이는 손을 내밀면서 악수를 청한다. 다른 학생들의 눈치를 본다. 남학생들이 색안경을 쓰면서 나를 노려본다. 어제까지만 해도 나를 피해가더니, 이게 바로 그건가? 사랑 앞에서는 어떠한 강적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거?


"저기?"
"아, 미안해. 이세하라고 해. 잘 부탁해."

 유리를 너무 기다리게 했다. 부드러운 미소를 보이면서 인사를 청했는데 거절하는 건 예의가 아니지. 나도 좋은 말투로 사과를 한 뒤에 악수를 받으면서 인사를 했다.


"응. 우리 잘 지내보자."

 활짝 웃는 미소가 한 번 더 보였다. 방금 전에 남학생들의 심장을 앗아가던 그 미소, 어떤 사람은 천사라고 말할 것임에 분명했다. 적어도 내 기준에는 작은 꼬마천사라고 봐야겠지만. 그리고 목소리를 들으니 나도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게 느껴졌다. 나도 남자니까 이 두근 거림은 어쩔 수 없지만 시간이 지나면 금방 적응 되어서 원래대로 돌아오니 별로 신경쓰일 일은 아니었다.


To Be Continued......


흐음, 공홈도, 오랜만이네요. 그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던 모양이군요. 안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2024-10-24 23:23:19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