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의 아들 프롤로그

검은코트의사내 2019-05-30 2

#본 소설은 공식설정만 가져온 또 다른 스토리입니다.


아이들은 부모를 사랑함으로써 출발하고
나이가 들면서 부모를 평가하며
때때로 부모를 용서하기도 한다.

-오스카 와일드-


 오늘도 평화로웠다. 두 발로 앞으로 향할 때마다 카메라 플래시들이 내 몸을 비춘다. 한 발자국이 움직이면 수십 번의 플래시가 내 몸에 퍼지고 있을 정도다. 마치 내가 스타라도 된 기분이었다. 다른 사람들이라면 좋아할 지도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아니었다.


 내 이름은 이세하, 과거에 세상을 멸망시킬 뻔했던 고위급 차원종을 쓰러뜨리고 세계 평화를 가져온 알파퀸 서지수의 아들이다. 물론 엄마가 활약한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차원문이 열리지 않게 위상 억제기를 개발한 우리 아버지의 활약도 컸었다. 한마디로 나는 위대한 인물들의 아들로 태어났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정부에서는 위험하다는 판단하에 우리를 감시하에 두게 되었다. 솔직히 말해서 불만이었지만 엄마는 거기에 개의치 않았던 모양이었다.


 참고로 우리 아버지는 3년 전에 돌아가셨다. 무슨 실험을 하시다가 돌아가셨던 기억밖에 없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에 엄마는 집에서 방구석에 쳐박혀 있는 편이었다. 밖에는 항상 유니온 감시 요원들이 따라다니니 다른 사람들도 두려워해서 우리 엄마를 피해가는 경우가 많았다. 할 수 있는 건 집에서 TV나 보면서 게으른 생활을 하는 것 말고는 없을 정도다.


 교문 앞으로 들어서자 기자들이 그 앞에서 기다린다. 한 말씀만 해달라고 말해도 나는 무시한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학교 안으로 들어간다. 다른 학생들이 나를 피해간다. 당연한 일이지. 기자들이 저렇게 집중적으로 감시하는 거나 다름없는데 누가 함부로 접근하겠는가?



*  *  *



 교실 안으로 들어온다. 2학년 B반, 그게 우리 반이다. 맨 뒤에 있는 창가쪽 자리에 앉아서 책상 위로 게임기를 꺼낸다.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즐거움이다. 다른 친구들이 내게 접근도 하지 않는데,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런 하루를 보낸 지도 꽤나 오래 되었다. 이번이 10년 째인가? 게임을 처음 시작했을 때였으니까 종합 랭킹 1위가 될 정도로 폐인처럼 게임했다.


 종합 점수 40억, 그게 내 점수다. 2위는 종합 점수가 19억 정도 된다. 그것을 볼 때마다 미소를 지어본다. 내 캐릭터가 이렇게 압도적으로 강한 것은 좋은 거니까. 만렙에다가 레전드 최대 강화장비세트, 그리고 컨트롤 능력까지 완벽하니까 그런 거다. 많은 플레이어들은 내게 친구 요청을 해왔다. 내 정체가 뭔지 모르기때문에 그런 거지만. 나는 그들과 소통을 하면서 유일하게 낙을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내 게임기를 몰래 엿** 못하게 단단히 경계까지 했다.


"자리에 다 앉어라. 조례를 시작한다."


 담임 선생님이다. 나는 볼일을 다 보고 난 뒤에 게임기를 책상 안 쪽으로 넣었다. 출석을 부르는 선생님, 내 이름을 부를 때마다 긴장되는 듯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씀하시는 게 보였다. 나를 두려워하는 건 학생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매일 기자들이나 유니온 요원들에게 감시나 당하는 입장인데 자칫 잘못 건드렸다가는 자신의 인생이 망가질 수 있어서 그런 거다.


"이세하, 왔지?"

"네. 왔습니다."


 이해한다. 분명히 선생님은 내가 전학을 가기를 원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지금도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 채 저러고 계신다. 내가 성적이 안 좋아도 뭐라고 말을 하지 못하실 정도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교사의 능력 문제로 윗사람에게 혼날 수도 있기 때문에 나름대로 노력한 것도 있다.


 내가 노력한 것은 바로 공부, 학교 성적 전부 만점을 맞는 것이다. 아버지께서 가르쳐주신 대로 공부법을 그대로 한 결과 이렇게 되었다. 머리가 좋은 공부의 신인 그분의 아들이라서 다행이었다. 성적이 우수하게 된다면 선생님 입장에서도 부담스럽지 않기 때문에 곤란한 입장에 처할 이유도 없다. 어렸을 때는 미워하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내 쪽에서 양보를 해주게 되었다. 하지만 그들이 내게 시비를 거는 일도 없었기에 그냥 아무 일도 없이 조용히 지낼 뿐이었지만.



*  *  *



 수업이 끝나고 홀로 복도를 걸어가면서 게임기를 두드린다. 그러던 중에 도서실을 지나치게 되었는데 그곳에 여학생이 무거운 책더미를 든 채로 발로 문을 열려고 하고 있었다. 내려놓았다가 다시 들면 힘들어서 저러는 건가? 천천히 다가가서 문을 살짝 열어주고 그대로 지나간다. 여학생이 발걸음을 빠르게 하면서 재빨리 안으로 들어가는 게 보였다. 고맙다는 인사도 하지 않은 채 말이지. 어차피 그런 건 처음부터 기대도 안했으니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러니까 말이야. 이 근처에 새로운 음식점 하나가 있다니까. 거기 아빠랑 갔는데 맛있더라고."

"우와, 그래? 나도 한 번 가볼까?"


 이야기하는 소리를 들으면서 지나간다. 복도를 내가 걸어가면 다른 학생들은 양 옆으로 내 길을 터준다. 심지어 선배들과 선생님들도 이런다. 누가 보면 꼭 우리 학교 일진 넘버 원이라던가, 아니면 국회의원 아들이라서 함부로 다루지 못하는 거물급 인사로 보일 수준이다.


 게임기에만 집중하면서 걸어간다. 지금 그들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다 아니까. 어떠한 사람은 경멸한 눈으로 보겠지만, 두려움에 가득한 표정으로 내가 지나가면 곧바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그렇게까지 두려워할 필요는 없었는데, 아마 그 일 때문에 그런 모양이었다.


 저번에 내게 싸움을 걸었던 학생이 있었는데, 그것을 누군가가 동영상으로 촬영해서 SNS에 올려 그 학생의 신상이 털려서 정신적인 고통끝에 자살해버린 사건이 있었다. 그 이후로 우리 학교에서 나는 공포 대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래도 혼자라서 좋은 점이 있다. 혼자 날 수 있는 새가 가장 강력한 날개를 가지고 있듯이, 나는 강해질 수 있었다. 위상력, 유니온에서는 내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강력한 반응수치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런 건 내가 알 바 아니었으니까.


 위상력 능력자들은 성인이 되면 모두 유니온으로 들어간다. 하지만 나는 엄마 아빠의 빽으로 그런 법률에서 면제를 받게 되었다. 한 마디로 내가 어떤 일을 하면서 살아가든, 그것은 자유라는 얘기였다. 자유롭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지. 나중에 나는 게임 프로그래머를 할 생각이다. 게임을 만드는 회사를 차려서 나처럼 외로움을 타는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 생각이니까.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계속 시도하다보면 공부처럼 잘 하게 되어있으니까.



*  *  *



 방과 후, 곧바로 집으로 왔다. 집으로 들어오니 엄마가 TV를 보면서 과자를 씹고 계셨다. 항상 보아왔기에 이제는 별로 놀라지도 않는다.


"학교 다녀왔어요."

"응. 어서 와."


 건성으로 대답하시는 엄마,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는 밝고 상냥했었는데, 그 이후로 삐뚫어진 것 같았다.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거겠지. 삶의 의욕이 없는 사람처럼 굴었다. 엄마의 심정은 이해한다. 나는 그래도 게임이라도 있지, 엄마는 TV를 보시면서 아무런 의미없는 채널 돌리기를 하고 있다. 그래도 할 일이 없기 때문에 그런 재미없는 일이라도 하는 것이었다.


"하아, 오늘 저녁은 뭐야?"

"조금만 기다려요. 옷 갈아입고 나올게요."


 집안 일도 하지 않는다. 이런 엄마가 미워서 큰 소리로 항의하려고 생각한 적이 있었는데,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했던 말 한마디가 생각나서 차마 말을 하지 못했다.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엄마를 잘 부탁한다는 말이었다.


 실내복으로 갈아입은 뒤에 부엌으로 와서 냉장고에 있는 반찬을 꺼내고 후라이팬을 꺼내 가스레인지에 올린다. 오늘은 간단하게 내가 만들 수 있는 계란 볶음밥을 만들예정이다. 식사준비가 다 되면 엄마를 부르고 무거운 분위기를 한 식사를 하게 되겠지. 그게 바로 우리 가족의 식사분위기니까.


 잠시 후에 계란 볶음밥이 완성 되었다. 정성스럽게 엄마의 밥그릇에 담아주고, 내 밥그릇에도 담아주었다. 엄마는 힘없이 다가와서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조용히 수저를 들어서 밥을 드신다. 입에 맞으신 모양인지 계속 움직여서 입 안에 넣는다. 그제야 나도 식사를 시작하면서 무거운 분위기를 이어갔다.



*   *   *



 설거지를 다 한 뒤에 방으로 돌아온다. 이곳에 들어온 나는 곧바로 예습과 복습을 시작한다. 학교 선생님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하기 위해서 미리미리 공부를 다 해놓는 것이다. 아버지의 공부 방식대로 하니까 그대로 머리에 쏙쏙 다 들어온다. 이러면 된 거지. 여기까지가 오늘 나의 하루 일과다. 이런 반복적인 하루도 나쁘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은 더 행복한 하루를 보내겠지만, 별로 부럽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남들이 어떻게 지내든 별로 상관없었으니까.


"과제도 없으니 여기까지하고 게임이나 할까?"


 종합 랭킹도 뺏기지 않기 위해서 접속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이 따라잡을 생각조차 못하게 할 생각이니까. 적어도 게임 속에서 친구가 되어주는 유저들이 있어서 외롭지 않는 게 다행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오늘도 같이 게임해요.]

[파티 맺어주세요.]


 이러한 게임 채팅이 들어올 때마다 내 입가에는 미소가 번진다. 이게 바로 게임을 즐기는 거지. 친구도 한 3천 명이 넘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랭킹 1위이면서 다른 플레이어들을 도와주는 일을 많이 했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내 아군이 되어주는 사람들이 많아서 나를 적대하려는 세력들이 거의 없었다고 보면 된다.


 밤 10시, 셧 다운제 때문에 그만 두어야 된다는 사실이 분하다. 하지만 그래도 상관없었다. 내일도 있으니, 이만 침대에 누워서 잠들었다. 여기까지가 하루 일과의 끝이다. 하지만 다음 날 부터, 똑같았던 하루 일과를 바꾸게 되는 날이 올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To Be Continued......

2024-10-24 23:23:19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