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RS] NPC Project - Chapter 1 Fox (1)
ID방랑 2015-02-18 1
[CLOSERS] NPC Project
ㄴ Chapter 1 Fox (1)
화창한 햇볕이 내리쬐던 어느 날 복작이는 포장마차를 보며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천천히들 드세요. 체하시면 어쩌시려구요?"
점퍼 후드에 달린 귀여운 여우 귀와 눈물점이 매력적인 여자, 소영.
오늘도 이동식의 조그만 포장마차는 만석이다 못 해. 주위의 계단마저 점령했다. 특경대 대원들의 교대 시간은 이곳에서부터 시작된다. 방범활동으로 나가기전 이곳에서 간단한 분식거리를 사가서 먹는다. 그리고 교대가 끝나자마자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하여 이곳에 왁**껄 모인다. 개중에서는 또 교대를 위해 포장해간다. 이러니 어디 만석이 안되겠는가. 자신이 만든 음식을 맛깔나게 먹어주는 모습을 보면 보는 것만으로도 배가 부른다는 소리가 실감이 간다.
"이 분들이 너무 애처로워서 계속 있게 된다니까.."
이전의 편안했던 검은양팀이 떠나고 깐깐한 새로운 요원들이 온다는 소식을 들었다. 안그래도 불법좌판인 포장마차인지라 이번 요원들은 절대 안 봐줄 것이다. 어차피 학업도 정진해야되고 돈도 어느정도 벌었고 슬슬 접으려고 했지만, 포장마차 마지막날, 특경대 요원들이 그 소식을 먼저 들은 것인지 아예 포장마차 앞에서 농성을 벌였었다.
"안됩니다! 이 포장마차가 없어지면 저희는 죽습니다!"
차원종로 인하여 이 근방의 가게는 열지도 않고 유일한 음식점은 여우네 포장마차뿐이니 말이다. 물론 그 외의 목적을 위한 이들도 있지만 말이다. 그들의 맨 뒤에서 떨어져 이마에 손을 얹고 한숨을 쉬는 채민우 경감님이 보였다.
'저분도 상황이 곤란하시구나.'
소영은 결국 남아있기로 결정했다. 대신에 깐깐한 요원들이 온 후에는 최대한 설득해볼테니 그 오기 전까지는 부디 남아달라고. 그래서 그 전까지는 영업하려는거다. 한차례 특경대원들이 휩쓸고 지나가자 포장마차의 요리들이 깔끔하게 사라졌다.
"참 먹성도 좋으시다니까..'"
소영은 좌판 아래에 쪼그려앉아 철제 서랍 안에 놓여있는 특제 떡볶이 양념장과 잘 불려둔 떡을 품안에 안고 일어섰다.
"응?"
좀 전에 없었던 사람이 서있었다. 꽉 다문 입매와 날 선 안경, 매서운 눈매는 그가 여간 깐깐한 사람이 아니란걸 암시하는듯 했다. 게다가 목에 맨 유니온에서 발급되는 증. 그의 뒤로 보이는 특경대의 모습이 오늘따라 더 빳빳해보인다.
"여긴 민간인 통제 구역입니다."
'윽, 목소리마저 깐깐하잖아'
온 세상의 깐깐함을 섞으면 이런 사람이 되려나 싶다. 아마 이번에 온다던 유니온 요원들인듯 했다. 하지만 온다던 날짜는 며칠 후인데.. 당혹스러운 얼굴로 요원을 바라봤다.
"미안해요. 오늘까지만 하고서 장사 접을게요."
"안됩니다. 당장 나가주십시요."
단칼에 거절당했다. 소름 끼칠 정도로 딱딱한 표정을 한 채로 수첩에 무언가를 적어내리더니 얼굴 앞으로 내밀었다. 고개를 가까이 가져가 한자한자 읽어내렸다.
"벌금 200만원..?!"
이게 무슨 소리야, 200만원이라니. 뉘집 개 이름인가?
그만큼이나 벌금을 물면 대학교 한학기를 또 다시 미뤄야되는 금액이다.
"전 절대 못 내요. 일개의 상인이 분식 좀 팔았다고 100만원이 벌금이라는건가요?"
"그렇습니다. 허가받지 않고 음식을 팔았으며, 대원들은 그 음식때문에 근무태만을 일으키고, 이전에는 차원종의 뼈를 우렸던가요? 그런 곳에서 음식을 만들었으니 이정도의 벌금도 모자랍니다. 고맙게 여기세요."
반박 할 수가 없다.
죄다 맞는 말이기에 소영은 그저 아랫입술을 깨문 채로 노려보기만 했다. 억양과 거만한 말투에 안경 올리는 행동 하나하나가 얄밉다. 목표를 돌려 특경대 대원들을 노려봤다. 이야기 잘 해준다며요! 그 와중에 눈이 마주친 대원 중 하나는 애써 시선을 피했다.
"맞는 말이긴..하지만 이정도의 돈을 내면 대학 못 간다구요."
"범법자에게 자비를 베풀라는 말은 듣지도 **도 못했습니다. 애초에 이런 곳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일하시지 그러셨습니까."
"저도 일해보려 했다구요. 하다하다 안되서 여기까지 온거에요."
"해보려 노력만 하셨겠죠."
"뭐라구요!"
이를 갈며 앞치마를 벗어 던졌다. 내 노력을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비웃음을 당한 것은 참을 수 없었다. 당장이라도 멱살을 잡으려던 찰나 시야가 베이지색으로 바뀌었다.
"하하, 요원님 제 말 좀 들어보시죠"
텐션 높은 걸걸한 목소리, 익숙한 레게 머리 스타일의 벌쳐스의 인물. 한기남이었다. 갑작스런 제 3의 인물의 등장에 정적이 흘렀다.
"아직 이 아가씨 이런 돈을 내기에는 어리지 않습니까?"
"하지만 이 곳은 민간인 출입구역이며.."
"하하, 좀 봐주십시요. 대신 말입니다. 저희 벌처스 물건을 좀 싼 값으로 보여드리겠습니다."
유니온 요원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의심스런 얼굴로 한기남을 바라봤다. 한기남은 이내 품안에서 수첩을 꺼내어 볼펜으로 휘갈겨 썼다. 몇번을 유니온 요원과 말을 몇번 나누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가게는 철거하지 않겠습니다."
"좋은 선택 하셨습니다."
유니온 요원과 소영의 눈이 마주쳤다. 마치 비웃는듯한 눈길로 바라보곤 이내 사라졌다.
"하! 저 아저씨가 정말!.."
"거참 아가씨 진정해봐. 여기서 더 나서면 제가 커버를 못 칩니다."
당장이라도 뛰쳐나갈 소영의 어깨를 붙잡았다. 한기남은 특유의 능글맞은 표정을 지으며 소영을 내려다봤다. 공중에서 두어번 헛손질을 하다가 한기남의 말에 한숨을 쉬며 뛰쳐나가려는 것을 그만뒀다. 허리에 손을 얹고 한기남을 올려다봤다.
"도와주신건 고마워요.. 그런데 왜 도와주신거죠?"
"저도 그럴 생각은 없었는데 말입니다... 최근에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한기남은 흘러내리는 선글라스를 손끝으로 올리며 특유의 미소를 지었다. 소영은 그 웃음에 부르르 떨며 팔을 손으로 문질렀다.
"요-전의 검은양 요원님들의 슬롯을 손봤다고 하셔서 말입니다."
싱글벙글 웃으면서 말하는 한기남에 반해 소영은 얼굴이 차게 식어갔다. 벌처스의 기술을 도용, 사용한다면 문제가 생긴다. 법적으로 소송을 걸려는 것일까. 늑대를 피하려다 호랑이를 만난 격이다. 그래도 가동은 안 됬는데. 불안감에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그건 잘못했어요. 그냥 검은양 요원님들께 은혜를 많이 입어서.."
"아닙니다. 하하, 저는 그저 대단하다고 말하고 싶었을뿐입니다. 가동만 안 됬을 뿐이지 기술력은 대단했습니다. 그래서 말입니다. 한가지 제안을 하려합니다."
한기남은 지갑을 꺼내더니 명함 한 장을 내밀었다. 흰 종이 위에는 벌쳐스라는 세글자가 단단히 박혀있었다.
"당신을 스카웃하려고 합니다."
"저를 말이에요?"
"네, 그렇습니다. 윗선에 보고했더니 소영씨를 흥미롭게 생각하시더군요. 하하"
벌처스, 다양한 무기를 제작, 판매하는 회사. 그곳에서 많은 돈을 지불해야 열어줄 수 있을 정도로 상당한 기술력과 센스를 요하는 것인데. 이 앞의 여성은 그것을 해냈다. 거의 완성되다 싶이 가져왔으니까. 벌처스쪽에서는 아직 누구도 꺼내지 않은 귀중한 보석의 원석을 손에 넣는 격이다. 소영의 입장에선 스카웃 된다면 무척이나 좋다. 돈도 벌고 기술도 배울 수 있긴한데 소영에겐 걸리는 점이 있다. 갑작스런 스카웃에 머뭇거리던 소영이 말을 꺼냈다.
"저야 좋긴한데.. 전 아직 대학생이에요. 공부도 끝마치지도 못하고 아직 미숙해요."
"그거에 대해선 문제 없습니다. 이미 학교측에 벌처스로 일하게 되어 그것으로 수업시간을 대체한다고 이야기 해두었습니다. 게다가 월급도 산재보험도 모조리 YES입니다."
품안에서 서류 한웅큼을 꺼내어 보여줬다. 가지각색의 서류들을 받아든 소영은 그것을 하나하나 읽어내렸다. 작은 글씨까지 뚫어져라 읽다가 결국 자신에게 해 되는 것이 없다고 판명됬다. 게다가 미리 처리했다는건 이미 스카웃 의지가 반강제로도 데려간다는 뜻이 아닌가. 등 뒤로 식은땀이 흘러내리는듯 했다. 하지만 이걸 한다면 나는 더욱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고, 돈도 벌 수 있다. 한참을 고민하다 결심한 얼굴을 하며 말했다.
"뭐, 저야 좋네요. 그럼 벌처스에 들어갈게요,"
"하핫, 그럼 계약하신겁니다."
한기남이 내민 손을 소영은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