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차원의 일례에 대해서

비랄 2019-03-17 1


아무도 그 시작을 모르는 이 혼돈한 세상에는 예로부터 그 막강한 권능으로 인해 모든 이들에게 숭배받는 지고한 존재들의 숫자만큼의 '법'이 행해지는 '세상'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서, 그 장막 너머를 들춰 보는 자의 세상에서 적용되는 '법'은 그야말로 어느 가벼운 충동만으로도 즉시 그것이 행해질 수 있게 가치를 발하게 되는, 산발적인 '유념유상'의 세상이다. 이는 지극히 권태를 싫어하나 반대로 나태함조차 결코 무가치하게 여기지 않는 사고를 가진 그 존재의 성향이 잘 나타나는 '법'이다.

하지만 이런 무차별적이면서도 산발적인 것을 좋아하는 장막 너머의 존재와는 달리 저 고명한 극권의 군주는 그가 심연을 지배했던 때부터 지금까지도 그가 존재하면서 재정하는 법이라고는 실로 단순하기 그지 없는 것 뿐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상징이란 '녹지 않는 얼음'. 언제나 일관되면서도 영원하며, 어찌 보면 하품이 나올 정도로 불멸불변을 고수하는 그의 모습은 같은 동격의 존재들이 보기에는 일단 그에 대한 이해 관계는 재쳐둔다고 해도 그야말로 퇴보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런 극과 극의 존재들이 이렇게 서로에 대해서 어떠한 모습으로던 간에 그 이해 관계를 성립해서 이 세상에 군림하고 있기에 비로소 이 세상은 균형을 이루고 있다 할 수 있었다.  

애당초 세상 하나가 비로소 정립하여 그곳이 번성하려면 필시 안정이 필요한 법. 그리고 그를 위해서라면 어느 이는 힘의 정점에 달해 압제하고, 어느 이는 예지의 극에 달해 선지하며, 또 어느 이는 성좌의 끝에 달해 다른 것을 품어야 마땅하다. 물론 그에 대한 방향도, 과정도, 결과도 당시에는 그 누구도 논할 수 없다. 그걸 평가하는 것은 이후 그렇게 안정된 세상을 살아가게될 주민들의 몫인 것이다.

…뭐, 감히 이름을 밝힐 수 없는 자는 그가 자신의 세계를 안정시키기 위한 법안을 전부터 이미 자기 휘하의 존재들에게 그러한 일들에 필요한 것들 대부분을 자유 분할하긴 했지만... 아마 이는 어디까지나 그 존재의 성향이 지극히 기묘한 경우일 거다. 일단 자기 휘하의 백성들에게도 '이름 없는 군단'이라는 집단명을 붙일 정도로 존재감과 그 권위와는 별개로 어딘가 적극적이진 않다고 보이는 자이니 말이다. 물론 감히 위대한 존재인 그의 권위에 도전하는 자나 드물게나마 그가 직접 적극성을 보일 정도의 일에 한해서라면 예외지만.

예를 들자면 언젠가 위대한 존재에게 반기를 들었던 악몽의 여왕과 배교의 신이 결국 봉인당한 경우라던가, 또 제법 최근에 그 존경받는 늙은 용과 그의 일족들에게 위대한 존재가 직접 예언을 내렸을 때라던가가 있을 거 같다. …사실 그래봐야 과거 황충의 왕이 파리왕에게 실각되었을 때처럼 별 상관 안하는 경우가 더 많지만.

다만 이러한 극과 극을 달리는 사례들을 보고 혹여 위대한 존재의 백성들이 그에 대해 뭔가 오해를 하는 자가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말하는 건데, 그는 어디까지나 자신의 필요 여하에 따라 그대들을 판단하여 행동할 뿐이다. 이는 그가 대부분의 경우에는 스스로가 움직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할 정도로 그대들을 신뢰함을 의미하며, 최종적으로는 그대들의 존재를 경시하지 않음을 증명하는 행보이기도 하다. 그 파리왕이 결국에는 그에게 충성을 다하고 있는 것이 좋은 증거이리라.

…아, 이거 이야기가 길어지다 보니 슬슬 다가오는 그 시간을 잊고 있었다. 이런. 나의 주군께서 오랜만에 이 미천한 녀석에게 일을 맡기실 거 같은 데 말이다. 도대체가 그분은 위대한 존재나 장막 너머의 존재 이상으로 기묘하신 분이지만서도 나는 그분 외의 다른 이를 섬길 생각이라고는 할 수 없단 말이지. 뭐랄까.. 귀찮지만 즐겁달까? 그런 만큼 대체 이번에는 무슨 일로 나를 부르시는지 궁금해진다.

어... 그러고 보니 그분께서 미리 이번 일에 대해서 뭐라고 말씀하셨는데.... 그러니까 뭐더라..... 

…'인간'이 어쩌고 하셨지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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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미천한 종이 저의 주인을 이리 뵙니이다."

-"되었다. 너에 대해선 내 그간 소홀했으니 말이다."

-"황공하옵니다."

-"다름이 아니라 이번에 내가 너를 이리 부른 것은 오랜만에 너에게만 맡길 수 있을 일이 생긴 거 같아서다."

-"일단 얼핏 듣기로는... '인간'이라 하셨던 것으로 소신 기억하옵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혹 그것이 제가 알고 있는 그것들이 맞는 것인지.."

-"그래 맞다. 최근 그 이름 부르기 귀찮은 친구가 흔치 않게 성을 내고 있고, 또 예나 지금이나 저 시선이 띠꺼운 친구가 관심을 보이고 있던 그 특이한 것들 말이다. …그러고 보니 묘하게 그것들 이야기를 하니 저기 얼음장처럼 차갑던 친구가 간혹 웃기도 했었지 아마?"

-"그건..... 의외로군요. 다른 분들이라면 원체 그러셨으니 모르겠지만, 설마 그 극권의 군주께서도 그것들에게 관심을 보이시고 계셨을 줄은...."

-"큭. 그놈의 군주는 얼어.. 아니, 녹아죽을. …아무튼 뭐, 그렇게 그놈들 일도 있었지만, 사실 내가 더 알아보니 최근에는 그것들이 아주 재미있는 일들을 많이 저지른 거 같아서 말이다."

-"재미... 있는 일이라 하심은?"

-"검은 용이 그들에게 당했다... 더구나."

-"..! 검은 용이?!"

-"큭큭큭... 그래. 재미있지 않느냐? 파리왕은 늙은 용이 겨우 배신으로 흔들릴 자가 아니라 생각하던 모양이다만... 내 생각은 달랐지. 아무리 애송이라지만 너도 알다시피 그건 엄연히 용이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풍문으로만 듣던 용살해의 위업이 실제함을 이제 나라도 믿을 수밖에 없을 거 같구나."     

-"…주군의 뜻이 그렇게 되셨다면 곧바로 제 문고에 있는 기록들을 다시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되었다. 난 자존심은 그리 세지 않다만 그렇다고 내 부끄러움을 몰래 숨길 정도로 작은 그릇을 가지고 싶지 않구나."

-"네! 송구하옵니다! 부디 제 실언을 용서하시오소서..."

-"후훗... 어쨌든, 내 너를 부른 것은 다름이 아닌 이러한 일로서다. 내 심복들 중 가장 지혜롭고 현명한 너라면 내게 이 의외의 상황을 앞으로도 가장 소신히 알려줄 수 있는 인재라고 생각했으니까 말이다."

-"…그 말씀은..."

-"가거라. 가서 그 인간이란 것들을 보고, 내게 알려다오. 그리고 그들에게 이 나를 알려다오. 솔직히 난 다른 자들처럼 쓸데 없이 간만 보고 싶지는 않다. 오히려 기왕 눈에 띄인 거 한번 제대로 맛을 봐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지. 뭐, 이 나도 이렇게 또 다른 별종이 되어가는 건가도 싶지만.... 이번에는 그게 싫지만은 않은 거 같구나."

-"………신 미천한 묵시룩의 주민이 숭고스런 분의 명을 받들겠나이다! 나의 주인이시어, 부디 이 여명과 황혼을 즐기시옵소서!"

-"그래. 기대하마. 큭큭큭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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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클로저스 세상의 인간들이 노력하면 노력할 수록 좋든 나쁘든 일은 더 커지게 되는 운명이라 생각하고 써봤습니다.

클로저스 인류 야캐요. 무지 야캐요. 아무리 준비된 군단장이라지만 그래도 결국 여러 군단장들 중 하나일 뿐일텐데 그 하나에게 인류가 작살나는 수준이라니... 

더 무서운 건 백작 님이나 군주, 위대한 존재같은 최종 보스급들은 인류와 싸울 때 전혀 나서지도 않았다는 거... 그야말로 가공할 코즈믹 호러다... 비바 차원 압력!! 비바 아스타로트!!! 

당-연-히 오리지널 설정이지만 솔직히 이리 써대다보니 결국 이건 또 있을 법한 일인 거 같네요 ㅎㅎ... 다행히 저 오리지널들은 최소한 전쟁은 하러 오는게 아닌 걸로..

자, 그럼.... 쓴 시간이 시간이니 저도 슬슬 자러 가야겠네요. ㅅㄱㅇ!


2024-10-24 23:22:48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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