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Necrorize-Chapter 9

바스케즈 2019-02-20 0

같은 시각, 송은이 일행은 하피와 만나기로했던 약속 장소인 비상 탈출용 열차 승강장으로 정신없이 달리고 있었다.


네크로라이즈들은 코드: 컨플릭트가 발동됨에 따라서 피아식별 기능이 정지된 상태라 동족끼리 처절하게게 싸우고 있는 상황이다. 눈만 마주치지 않는다면 교전할 필요없이 계속 나아갈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하피 덕분에 저 끔찍한 괴물들을 일일이 처치하지 않을 수 있어서 다행이군. 그나저나 이제 약속 장소까지 앞으로 50m 정도 남았던가?"


"네, 맞아요. 그런데 하피 씨는 잘 따라오고 있는 거 맞겠죠?"


"사실, 나도 그 점이 마음에 걸려. 은이 씨, 아무래도 하피한테 가봐야겠어. 먼저 가라고."


"네?! 그게 무슨 소리에요? 제이 씨 혼자 어딜 가겠다는 거에요?!"


"열차 출발하기 전까지는 꼭 돌아올게!"


"제이 씨!"


하피가 아무래도 마음에 걸렸던 제이는 일행들과 떨어져 급히 보안 통제실로 향했다. 


"하피.... 태식이 형의 여자.... 형수...."


제이는 정신없이 보안 통제실로 달렸다.


최대한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서 남아있는 위상력을 쥐어짜서 25분 거리에 있는 보안 통제실을 단 10분만에 주파했다.


하지만....


"안돼... 하피!"


보안 통제실 내부 바닥에는 피가 흥건하게 남아있었고, 하피는 온데간데 없었다.


"하피! 하피!"


보안 통제실의 문을 열려고 했으나 열리지 않는다.


그러다가 제이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보안 통제실 안내 창구 유리벽에 나있는 손톱 자국이었다.


그 손톱 자국은 조금 전에 네크로라이즈들이 낸 자국이었다.


깊게 자국이 나있어서 힘을 주면 깨질 것처럼 보였다.


제이는 음이온 펀치로 보안 통제실 안내 창구 유리벽을 강하게 때렸다.


그러자, 보안 통제실 안내 창구 유리벽에 심하게 균열이 생기더니 이내 깨졌다.


제이는 깨진 창문을 뛰어넘어 하피가 조금 전까지 있었던 자리로 냅다 달리기 시작했다.


"하피! 하피! 어디있어!?"


하피를 불러보아도 하피는 대답도 없었다.


납치라도 당한 것일까... 


제이는 급히 보안 통제실 CCTV 모니터를 돌려보았다.


그러다가 제이는 화들짝 놀라고 만다.


"하피!"


하피는 탄탈로스 동부에 위치한 의료 시설의 수술대에 눕혀져 있었다. 결박당한 채로.


그리고 하피 옆에는 웬 로봇이 서있었다.


그 로봇은 천천히 고개를 카메라 쪽으로 돌리더니 이내 씨익 웃는 것이었다.


"설마.... 알리사!"


그렇다. 알리사였다.


알리사는 전자 두뇌에 들어있던 자신의 인격을 호프만 몰래 복제하여 안드로이드에 심어놓았고, 그 존재를 숨기고 있었는데, 자신의 생명이 위태로워지자 마지막 카드로 기존의 원본 인격은 포기하고 자신의 인격이 복제된 안드로이드에 올-인 한 것이다.


안드로이드는 살아생전 알리사의 모습을 똑 닮았다.


빛나는 금빛 포니테일에, 아리따운 슬라브 여성 외모에, 학식 있어보이는 실험용 가운까지.....


알리사의 복제된 인격체는 곧바로 자신의 머리 뒤통수에 손을 갖다대더니 천천히 열었다.


알리사의 복제된 인격체 머리 뒤통수가 열리자 기다란 케이블이 나왔다.


알리사의 복제된 인격은 그걸 하피 머리에 연결했다.


알리사의 신경 다발이라고 할 수 있는 그 케이블이 하피의 머리에 꽂히자 제이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알리사... 하피 흉내를 낼 생각인가?!"


정말 위험한 순간이다.


알리사가 하피의 인격을 지우고, 그 빈 자리에 자신의 인격을 심어넣은 뒤에 하피 흉내를 내서 탄탈로스를 빠져나간다면 상상도 못할 재앙이 펼쳐질 것이다.


어떻게해서든 알리사를 막아야만 했다.


"좋은 수가 어디 없을까?"


제이가 고민에 빠진 사이에, 하피의 인격을 알리사의 인격으로 대체하는 작업은 착착 진행 중에 있었다.


"하피를 구할 방법이 없을까? 정말 없을까? 아니야... 아니야... 분명히 있을거야. 아, 그렇지!"


제이는 한 가지 계책을 떠올리게 된다.


그게 무엇인가 하면, 보안 통제실 컴퓨터를 조작해서 의료 시설 내부에 위치한 수술실의 문을 열어버려 그 안으로 네크로라이즈들을 끌어들이는 것이었다.


지금 네크로라이즈들은 코드: 컨플릭트로 인해서 피아 식별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적이든 아군이든 가리지 않고 덤벼들 것이다.


제이는 보안 통제실 컴퓨터를 조작해서 수술실 입구를 열어버렸다.


"알림! 의료 시설 봉쇄 조치가 해제됩니다! 봉쇄 조치가 해제되어 의료 시설 내부의 모든 문의 잠금이 해제됩니다!"


제이가 보안 통제실 컴퓨터를 조작해서 의료 시설의 봉쇄 조치를 해제하자, 알리사는 열받은 나머지 화상 통화로 제이에게 분노가 서린 메시지를 보냈다.


"지금 이게 뭐하는 짓인가요?! 당신의 동료까지 죽일 생각인가요?!"


"나는 내 동료를 구하기 위해서라면 가능한 수단을 뭐든 동원할 거야. 그리고 너는 여기서 못 빠져나가. 단 한 발자국도."


"안돼! 당장 문 잠가! 문 잠그라니까?! 안돼! 안돼!"


수술실 문의 잠금이 해제되기 무섭게 네크로라이즈가 셋이서 일렬횡대로 수술실 내부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어어어어~


크르르르르~


우어어어어~


"꺄아악! 저리 가! 저리 가라고! 나에게서 떨어지란 말이야!"


알리사의 복제 인격은 수술실에 비치되어있던 메스를 집어들고 의미없는 저항을 시도했다.


하지만 그런 우스꽝스런 저항은 오히려 자신의 연약함만 드러낸 꼴이었다.


알리사를 만만하게 본 덩치가 큰 네크로라이즈 하나가 알리사에게 달려들었다.


알리사는 그 거구의 힘에 제대로 저항도 못해보고 그대로 쓰러졌다.


알리사가 네크로라이즈에게 깔리자, 그 충격으로 하피 머리에 꽂혀있던 신경 다발의 연결이 끊겼다.


하피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렸다.


"으으으... 여기는... 어디지?"


하피가 깨어난 것을 확인한 제이는 급히 페이저로 하피에게 대피하라고 말했다.


"하피, 당장 그 수술실에서 빠져나와!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고! 곧 열차가 출발할거야! 다들 너를 기다리고 있어."


'제이 씨... 알겠어요.'


하피는 수술대에서 조용히 내려와 수술대 뒷편에 쳐저있던 블라인드 뒤로 숨어서 잠시 상황을 지켜보기로한다.


"제발.... 눈치채지 마라..."


어두컴컴한 수술실.


빛이 닿지만 않는다면 눈에 띄일리는 없다.


지금 네크로라이즈들은 알리사의 인격이 심어져있던 안드로이드를 분해하는데 정신이 팔려있는 상황.


하피는 지금이 기회라고 판단하고, 조용히 포복 자세로 탈출을 시도한다.


하지만 어둠 속에서는 소리가 잘 들린다.


하피가 블라인드를 헤쳐나가며 조용히 탈출을 하려는데, 블라인드가 흔들리는 소리를 들은 네크로라이즈 하나가 하피 쪽으로 접근해온다.


크르르르르르~


"이런.... 큰일이군요?!"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


잘못하다가는 하피까지 뜯어먹힐 것이다.


하피는 뒷걸음쳤다.


그러다가 손에 어떤 물체가 잡혔다.



"이건..."


어두컴컴한 수술실 내부.


하피가 뒷걸음치다가 집은 물체는 바로 사람의 팔이었다.


"꺄아아아아악!"


네크로라이즈에게 뜯어먹힌 것으로 추정되는 과학자의 팔을 보고 놀라서 그만 비명을 지른 하피.


그 소리를 듣고서 수술실 내부로 네크로라이즈 6체가 더 들어오기 시작했고, 하피는 그대로 얼어붙고만다.


"살려줘... 살려줘... 무서워... 누구 없어요? 누구 없냐고요? 제발... 살려주세요..."


2024-10-24 23:22:34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