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Necrorize-Chapter 6
바스케즈 2019-02-19 0
남진철 상병이 떨어진 엘리베이터 통로 지하 비트에는 좀비들로 우글거렸고, 좀비들은 지하 비트로 떨어진 남진철 상병을 처참하게 뜯어먹었다.
"알리사.... 역시, 순순히 보내줄 생각이 없었던 모양이군요! 아니, 처음부터 없었던 모양이군요!"
하피와 남진철 상병이 타고 가려고 했던 엘리베이터는 이미 엘리베이터 지하 비트에 매복중이던 좀비들에 의해서 로프가 끊어져 바닥으로 추락한 상황이었다.
지상으로 바로 통하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었던 메인 엘리베이터를 잃어버려 남은 탈출 수단은 이제 비상 탈출용 열차 밖에 남지 않은 상황.
하지만 비상 탈출용 열차를 타기 위해서는 메인 엘리베이터가 있는 로비의 정반대편으로 가야했었는데, 이는 자살 행위에 가까웠다. 정반대편이라 함은 부화장으로 바뀌어버린 판옵티콘 격리 수용 시설을 무조건 거쳐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하피 앞으로 위험이 다가오고 있었다.
남진철 상병이 엘리베이터 통로 지하 비트로 추락하는 소리를 들은 괴물들이 메인 로비로 뛰어오는 것이었다.
"하아... 진퇴양난이네요."
그 때, 하피의 낮익은 물건이 하피의 눈에 들어왔다.
"저건.... 이상혁 중사님이 남기고 간 크레모아 아닌가요? Front Toward Enemy.... 지금 딱 좋은 위치에 설치가 되어있네요. 이것만 있으면 괴물들의 숫자를 순식간에 절반 이상으로 줄일 수 있겠네요."
하피는 Front Toward Enemy라고 표시된 부분을 정확하게 앞에 달려오는 좀비를 향해 세팅 되어있는지 다시 한번 확인하고 바짝 엎드린 상태에서 격발 장치를 집어들었다.
"조금만.... 조금만 더...."
구웨에엑!
좀비 열다섯 마리들이 떼를 지어서 크레모아의 사정거리 안에 다가오자, 하피는 지체하지 않고, 크레모아 격발 장치를 눌렀다.
파바바바바바박!
크레모아 안에 가득 차있던 쇠구슬이 화약의 힘으로 강하게 사방으로 퍼져나가면서 좀비들의 머리, 가슴, 배, 팔, 다리가 순식간에 잘려나갔다.
아홉 마리는 그 자리에서 즉사했고, 네 마리는 두 다리를 잘려서 바닥을 기게 되었으며, 두 마리는 흉부와 복부의 구멍난 자리를 메꾸기 위해 잠깐 동안의 회복 시간을 갖게 되면서 약간의 틈이 생겼다.
"지금이 절호의 찬스로군요! 제 발톱에 찢기세요!"
하피는 하피 스트라이크로 불꽃을 동반한 강하게 소용돌이를 일으켜 남아있는 여섯 마리를 순식간에 해치워버렸다.
"휴.... 어떻게든 진로를 확보했군요. 자, 그럼 이제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요?"
하피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메인 엘리베이터는 이미 고장이 난 상황이고, 남아있는 탈출 수단인 비상 탈출용 열차는 혼자서 가기엔 부담이 컸다.
"뭔가... 이 책에 힌트가 될만한 것이 어디 없을까요?"
하피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보안 통제실에서 습득했던 책의 페이지을 급하게 넘기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책 속에서 웬 메모지 하나가 떨어졌다.
하피는 그 메모지를 집어들었다.
[시설 관리 인공지능 코드 네임: 알리사 폭주 상황 대처 프로토콜 ]
이 비밀 페이지를 보게 된다는 의미는 곧, 시설 관리 인공지능인 알리사가 폭주하는 매우 심각한 경우임을 의미한다.
시설 관리 인공지능 알리사는 원래 진짜 사람의 인격을 그대로 전자 두뇌에 이식시켜서 평생 이 지하 기밀 연구 시설을 떠나지 못하고 일만 하도록 복종 코드를 주입당한 참 안타까운 존재였으니까.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그녀의 분노는 더욱 커져만 갈 것이고, 그녀의 분노가 이 시설에서 근무하는 모든 직원들의 목숨을 위협할 것임은 시간 문제이다.
만일 그녀가 폭주하기 시작한다면 이 페이지에 적힌 내용대로 실행에 옮겨서 끝까지 반드시 살아남아라.
그녀가 군대를 만들어 피의 복수를 시작하기 전에!
하나. 알리사가 시스템 장악을 시도하기 전에 감시 타워 근무자들은 시설 전체에 대피 경보를 울리고, 경비대 1소대 대원들은 직원들의 대피가 전부 이루어질 때까지 보호해야 한다.
둘. 감시 타워 근무자들은 즉시 보안 통제실에 연락하여 상황을 알리고, 보안 통제실은 즉시 지상에 위험을 알려서 지원이 제 시간에 당도할 수 있도록 하고, 메인 로비로 통하는 통로는 탈출로 단 한 곳만 제외하고 방폭 셔터로 봉쇄해야만 한다.
셋. 감시 타워 근무자들은 알리사가 수감자 동면 관리 시스템에 접근하여 판옵티콘에 수감중인 네크로라이즈들을 탈출시키기 전에 감시 타워 상층부의 수감자 관리용 메인 컴퓨터를 통해 탄탈로스 시큐리티 시스템 메니지먼트에 접속하여 독극물을 주입시켜 네크로라이즈들을 전부 제거해야만 한다.
넷. 미처 제거하지 못한 생체 병기가 판옵티콘의 시험관을 탈출하는 경우, 감시 타워 근무자들은 터렛을 가동시키고, 살상용 무장을 챙겨서 경비대 2소대에 배속되어 생체 병기들을 섬멸해**다.
다섯. 직원들의 대피가 전부 완료되는대로 1소대 대원들은 즉시 판옵티콘으로 출동하여 2소대의 생체 병기 섬멸을 지원해야 한다.
여섯. 생체 병기 섬멸에 실패한다면 보안 통제실 인원들은 즉시 가스 경보를 울리고, 수면 가스를 살포하도록 한다. 경비대 1소대와 2소대는 9초 안에 가스 마스크를 착용하고 생체 병기 섬멸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일곱. 지원이 메인 엘리베이터를 타고 도착하게 되면 경비대 2소대 대원들은 2소대장의 지시 하에 차례대로 메인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탈한다. 경비대 2소대와 교대한 지원 부대는 미하엘 폰 키스크 총장이 신임하는 정예 클로저들로 구성되어 더 신속한 생체 병기의 섬멸이 이루어지도록 서로 협조한다.
여덟. 상황이 어느정도 정리가 되었다면 반역을 주도한 알리사를 확실히 제거하기 위해서 경비 1소대 내의 부상자들은 1소대 부소대장의 인솔로 신속하게 현장을 이탈하고, 보안 통제실 인원은 메인 로비로 통하는 마지막 남은 통로의 방폭 셔터를 내리도록 한다. 상태에 이상이 없는 1소대 대원들은 1소대장의 명령대로 지원 부대와 같이 감시탑 중층부로 이동하여 알리사의 전자 두뇌를 파괴한다.
아홉. 알리사의 전자 두뇌를 파괴하게 되면 연구 시설 전체는 자동적으로 자폭 시퀀스에 돌입하게 된다. 자폭 시퀀스에 돌입하게 되면 잠겨있던 모든 문과 방폭 셔터가 열리게 되고, 북쪽 구역에 위치한 승강장에서 비상 탈출용 열차를 이용할 수 있게된다. 1소대와 지원 부대는 신속히 북쪽 구역의 승강장으로 이동하여 열차를 타고 지상으로 탈출한다. 보안 통제실 인원은 메인 엘리베이터를 타고 탈출한다.
*혹시 만약에 위에 적힌 대처 프로토콜 중에 하나라도 제대로 시행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이 페이지를 읽고있는 당신만이라도 몰래 탈출해라. 이 책이 꽂혀있던 책장을 옆으로 밀면 하나의 금고가 나올 것이다. 그 금고에 걸려있는 비밀번호는 1213. 그녀가 사람이었을 때의 생일이다. 그 금고를 열면 내가 비상용으로 마련해 두었던 ID 손목 패드가 하나 들어있을 것이다. 그것은 내가 이 곳의 경비대장으로 취임했을 때 이곳의 직원이 비상용으로 하나 더 만들어 준 것이다. 그 ID 손목 패드의 칩에는 마스터 레벨의 시스템 접근 권한이 부여되어있어서 비상 상황이 아니더라도 북쪽 승강장에서 비상 탈출용 열차를 이용할 수 있다. 꼭 살아남기를 바라며... -사랑스런 알리사의 남동생 빈센트.
"빈센트... 정말 고마워요. 당신의 누나는 제가 반드시 막겠어요."
알리사의 남동생 빈센트가 남긴 귀중한 정보를 입수한 하피는 힙팩에서 마지막 남은 회복 캡슐을 꺼내 삼켰다.
체력과 위상력을 회복한 하피는 알리사를 파괴하고, 일행들을 구출하여 같이 빠져나가기 위해 길을 서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