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190214

SummerDia 2019-02-18 8

 “손님이리로 좀 와주시겠어요?”

 

 도윤이 부르는 소리에 파이는 잠시 지나가던 길이었으나 도윤에게 다가갔다.

 

 “무슨 일이시죠김도윤 대협?”

 “손님께 이번에 벌쳐스에서 새로 나온 상품을 추천해드리고 싶어서요.”

 

 도윤의 손에 들린 것은 한 입에 충분히 들어가는 초콜릿이었다초콜릿이라는 물건을 전혀 모르는 건 아니었기에 파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건 초콜릿 아닙니까그런데 왜 김도윤 대협께서 왜 이걸 저한테...”

 “후훗손님오늘이 무슨 날인지 아시나요?”

 

 도윤의 대답에 파이는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요무슨 특별한 날이라도 됩니까?”

 “발렌타인데이를 모르시다니이거이거 아주 중요한 날이라고요!”

 

 도윤은 그로부터 약 10분간 파이에게 발렌타인데이에 대한 설명을 장황하게 해대었다설명을 열심히 경청한 파이는 간단하게 결론을 내렸다.

 

 “소중한 마음을 초콜릿을 통해 전달을 하는 날이라는 겁니까?”

 “그렇죠손님저도 미숙이에게 초콜릿을 받아보았으면...큼큼왠지 모르게 본심이 나온 거 같지만손님도 한 번 소중한 사람들에게 오늘 하루는 초콜릿을 선물해 보는 게 어떠신가요?”

 

 파이는 도윤의 말에 잠시 슈에가 떠올랐다그러고 보니 슈에는 단 것을 좋아했었다부엌에서 할머니 몰래 꿀을 먹기도 했던 아이라가장 먼저 슈에가 떠오르게 된 건 어찌 보면 당연했다하지만 초콜릿을 소포로 붙인다 한들슈에가 그 초콜릿을 받는다는 건 현재 시점에서는 전혀 상상할 수도 없는 것이기에 파이는 단념했다.

 

 “좋은 제안 감사합니다만...그러고 보니 김도윤 대협에게 언제나 감사한 마음이 있었지요그럼 지금 그 들고 계신 초콜릿을 대협께서 드시는 건 어떤가요?”

 

 파이의 제안에 도윤은 살짝 감동을 먹었다상품 홍보를 목적으로 파이를 부른 것이긴 하나파이의 순수한 마음에 감동을 안 받을 수가 없었다도윤은 되물었다.

 

 “정말이신가요손님?!”

 “정말입니다드십시오!”

 

 도윤은 (파이가 값을 지불한초콜릿을 크게 한 입 베어 먹었다달달한 맛이 입안에 잔뜩 감돌자 도윤이 말했다.

 

 “다크 초콜릿이네요정말 고맙습니다손님.”

 “다행이네요이렇게라도 보답을 할 수 있으니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

 “사실 전 손님이 물건은 안 사시고 가시는 줄 알았어요판매원 앞으로 판매할 할당량의 초콜릿이 산더미처럼 와서 수습 불가였거든요어휴그래도 저를 위해서 사주신다고 하시니 정말 다행이네요!”

 “김도윤 대협?”

 

 파이는 갑자기 도윤에게서 느껴지는 위화감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도윤의 마음의 소리는 계속 이어졌다.

 

 “사실은 미숙이에게 받았으면 더 좋았을 것을...미숙아...진짜 너무 보고 싶거든사실 지금 계속 전화를 하고 싶은 걸 간신히 참는 중...”

 ‘김도윤 대협이 이상해!’

 

 파이는 도윤의 갑작스러운 돌발 행동에 잠시 생각했다도윤이 갑자기 이상해진 이유도윤이 먹은 건 자신의 회사 새 상품이라는 초콜릿을 하나 먹은 것밖에 없었다.

 

 “김도윤 대협!”

 “?”

 “실례지만 그 초콜릿에 대해서 제대로 된 조사를 하는 게 어떻습니까?”

 “초콜릿 또 사실 생각이신가요?”

 “그게 아니라지금 김도윤 대협이 너무 이상하니까요!”

 “손님한테 그런 말 들으니 너무 상처인데요미숙이도 그렇게 생각했기에 절...”

 

 아니그것이 아니라...파이는 한껏 우울해지는 도윤을 달래는 데 한참의 시간을 보냈다.

 

 

 

* * *

 

 

 

 “손님의 말씀이 맞았네요.”

 

 겨우 수상한(?) 초콜릿의 약효가 떨어진 도윤이 침착하게 말했다.

 

 “왜 그렇게 되었는지 모르지만 저한테 온 초콜릿 중 일부분에 자백제가 들어있는 초콜릿이 섞여있었네요.”

 “진짜 도대체 왜 그런 실수를 하신 겁니까...”

 “신서울 사태 때 그 약품이 큰 역할을 했다고 유니온의 어느 높으신 분이 개인 주문했던 상품이라나 봐요.”

 “그런데 왜 하필 초콜릿에 들어갔던 거죠...”

 

 그 주문하신 분의 개인 취향이라고 생각하죠...도윤과 파이는 그렇게 결론을 지었다아무튼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도윤의 복불복 자백제 초콜릿이 파이가 사가기 전에도 몇 번이나 팔렸다는 것이다.

 

 “정말 큰일이네요벌써 몇 분이나 사갔다고요그걸 그분들이 드시기 위해서 사간 거라면 회수가 쉬울 텐데오늘이 하필이면 그 날이라 손님이 저에게 선물을 해드린 것처럼 다른 분들에게 갔을지도 모르니까요.”

 “이거 큰일이군요제가 도울 일은 없습니까다른 이의 곤란함을 못 본 척 지나갈 수 없습니다.”

 “정말...오늘 손님께 크나큰 빚을 졌네요나중에 꼭 보상을 해드릴 테니여기...”

 

 도윤은 파이에게 종이 한 장을 내주었다다행히 도윤에게서 초콜릿을 사간 이들은 네다섯 명 정도였다도윤은 두 사람이 반으로 나누어서 회수하러 가자고 제안했다.

 

 “손님은 여기 서류 윗부분에 계신 2분을 부탁드릴게요.”

 

 서류에 있는 이름 중에는 파이에게도 낯익은 이름이 보였다본인의 일도 아닌데 흔쾌히 도와주는 파이에게 너무 미안했는지 도윤은 약간은 무서운 포스로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사실 이건 저나 손님의 잘못이 아니라 본사의 잘못이죠확 그냥 마...”

 “김도윤 대협?”

 

 아직도 자백제 효력이 다 떨어지지 않은 것인가...이런 도윤의 모습이 파이는 영 낯설었다.

 

 

 

* * *

 

 

 

 도윤의 첫 번째 손님은 의외의 인물이었다파이도 처음 보았을 때 의아했다설마 이 분이라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그래도 사갔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은 사실이었기에 파이는 첫 번째 손님을 향해 갔다마침 사간 사람은 멀지 않은 곳에 머무르고 있었다.

 

 “바이올렛 양?”

 “파이 씨군요무슨 일이시죠?”

 

 바이올렛은 한창 오붓한 티타임 중이었다그리고 그 테이블 위에는 너무 눈에 익은 초콜릿이 접시 위에 가지런히 올려져있었다목표물이 눈에 보이자 파이는 마음이 급해졌다.

 

 “바이올렛 양사실은...”

 “마침 티타임 시간이었는데 파이 씨도 한 잔 같이 하시겠어요?”

 “아니 전...”

 “하이드파이 씨께도 홍차를.”

 “알겠습니다아가씨.”

 

 하이드가 나타나 바이올렛의 맞은편에 파이의 자리를 만들어주었다파이는 하릴 없이 안내해주는 자리에 앉았다바이올렛은 테이블 한 가운데에 있는 초콜릿을 가리키며 파이에게 권유했다.

 

 “파이 씨도 괜찮으시다면 초콜릿을 드실래요우리 벌쳐스의 신상품인데...”

 “그럼 바이올렛 양이 초콜릿을 사신 건가요?”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아뇨김도윤 대협께서 보여주신 서류에는 하이드 씨의 이름이 써 있으시길래...”

 “제가 하이드에게 부탁해서 사온 거예요.”

 

 왜 하이드의 이름이 쓰여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점이 이렇게 풀렸다파이의 초콜릿 중에 불량품이 생겼다라는 설명을 듣자마자 바이올렛은 테이블을 주먹으로 내리쳤다바이올렛의 얼굴에는 약간의 분노가 서려 있었다.

 

 “이런 부끄러운 실수를 하다니...당장 그 책임자를 불러다가 책임을 물어야겠어요.”

 “바이올렛 양?”

 “우리 벌쳐스의 이름에 금이 가는 행동을 하면 어떻게 되는지 똑똑히 보여주겠어요이런 어이없는 일을 벌인 유니온의 어느 높으신 사람에게도 같이 묻고 싶군요.”

 ‘착각이진 모르겠지만 평소의 바이올렛 양보다 더 호전적이 되신 거 같은데...?’

 

 검을 잡으면 바이올렛이 평소랑 달라진다는 건 파이도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그러나 이렇게 오붓한 티타임을 할 때에는 그랬던 적이 없었던 거 같은데혹시 초콜릿을 먹었는데 그 안에 자백제가 있었던 걸까아니그렇다고 하기에는 도윤처럼 쓸데없는 자기소개 같은 걸 내뱉지 않았다그럼 간단한 거다바이올렛은 정말로 화가 난 것이다그건 자신도 곧바로 시인했다.

 

 “죄송해요파이 씨이런 모습을 보이다니...그만큼 화가 나는 일이에요어처구니가 없는 일이지요그런 고로 벌쳐스를 대표해 제가 사과하겠습니다죄송합니다파이 씨.”

 “아뇨저보다는 김도윤 대협이 더 고생하신걸요!”

 “그렇다면 그 김도윤이란 사원 분께 이런 말씀을 전해주시지 않겠어요조만간 좋은 일이 생길 거라고.”

 

 바이올렛은 홍차를 한 모금 홀짝 마셨다언성을 갑자기 높인 탓에 목이 타는 것이다파이는 바이올렛이 하는 걸 멍하니 보다 따라 마셨다하이드가 탄 홍차는 언제나 마셔도 맛이 일품이었다.

 

 바이올렛은 한숨을 쉬었다.

 

 “저나 하이드는 아직 초콜릿을 먹지 않았기에 다행이라고 생각하지만...이거 난감하게 되었군요그리고 이건 제가 해야 하는 일인데 파이 씨께서...”

 “아니요이건 제가 좋아서 하는 일입니다제가 이런 일은 그냥 지나치지 못하기에.”

 “파이 씨...당신은 정말...”

 

 바이올렛의 눈이 예쁘게 반짝였다아주 좋은 사람을 만났을 때에 스카우트를 하고 싶은 욕구가 생겼을 때의 눈빛이었다이 눈빛을 같이 작전을 수행하면서 적지 않게 본 터라파이는 아주 익숙하게 회피했다아직까지는 파이는 유니온에 남아있어야 했다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이를 위해서라도.

 

 바이올렛은 잠시 생각하더니 곧장 난처해진 표정이 되었다.

 

 “그런데 저나 하이드는 먹지 않았지만늑대개 팀원들 중에 먹은 사람이 있네요.”

 “?! 그거 큰일이잖아요당장 가서 확인해봐야겠습니다누구시죠?”

 “그건 저희가 할게요파이 씨는 이 초콜릿을 가지고 다음 분께 가시는 것이...”

 “그렇군요...”

 

 하긴 여기는 바이올렛에게 맡기는 편이 더 괜찮을지도 몰랐다파이는 일단 자백제인지 아닌지 모를 초콜릿을 품속에 넣어꾸벅 인사를 했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바이올렛 양다음에는 느긋하게 차를 마시도록 하지요괜찮으시다면 하이드 씨도 같이...!”

 “그거 아주 좋은 제안이군요그럼 다음에 뵙지요.”

 

 멀리 점이 되어 사라지는 파이를 보며 바이올렛은 살짝 휘청거렸다진이 다 빠진 탓이었다사실 파이의 얼굴을 똑바로 보며 대화를 하는 것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이건 명백한 벌쳐스의 잘못이었기에부끄러워서 얼굴을 감히 들 수 없었을 뻔 했으나바이올렛은 그걸 해내었다하지만 바이올렛은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 있었다그 초콜릿 담당자에게 책임을 물어보는 것이랑...

 

 ‘큰일이네나타 씨가 만약 그 초콜릿을 먹었다면...!’

 

 바이올렛의 관심은 파이와 짧지 않은 대화를 나누는 도중에도 온통 다른 곳에 쏠려 있었다.

 

 사실 바이올렛이 초콜릿을 산 이유는 자사 회사의 제품에 대한 시식 때문만도 아니었다도윤이 파이에게 설명했던 감사에 대한 마음’ 이상애정을 표현하는 마음 미만의 감정으로 나타에게 초콜릿을 준 것이었다나타는 바이올렛의 깜짝 선물(?)에도 툴툴거리는 터였지만그래도 안 먹었다는 가정을 안 둘 수가 없었다그리고 바이올렛의 직감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나타는 분명히 초콜릿을 먹었어라고.

 

 바이올렛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이드어서 나타 씨께 가봐야겠어요그리고 남은 초콜릿이 있다면 회수해오도록 하죠.”

 “아가씨.”

 

 바이올렛은 서둘렀다나타에게 가면서 제발 평범한 초콜릿이기를 바라면서.

 

 

 

* * *

 

 

 

 바이올렛(+하이드다음으로 초콜릿을 산 인물도 파이와 친분이 있는 인물이었다신서울 지부 소속 클로저 서유리. <검은양과 <사냥터지기가 같은 작전을 수행하는 중이었기에 파이는 유리 또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유리 양!”

 “파이 언니?”

 

 유리는 저를 부르는 파이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이상하게 유리의 얼굴은 매우 붉은 상태였다무언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한 파이는파이에게 매달리는 유리를 겨우 붙잡았다.

 

 “무슨 일인데요유리 양?”

 “세하가...세하가 이상해요!”

 “이세하 요원이요?”

 

 세하는 유리와 같은 팀에 속해 있는 클로저였다동갑이라고도 들었고 둘이 늘상 잘 붙어 다니는 분위기였는데...

 

 혹시...설마...파이는 설마하며 물었다.

 

 “유리 양혹시 김도윤 대협께 초콜릿을 사서그 초콜릿을 이세하 요원에게 드렸나요?”

 “언니점쟁이에요?! 어떻게 그렇게 다 알아요?!”

 ‘역시 그랬구나...’

 

 아마도 유리가 샀던 초콜릿은 자백제가 들어간 초콜릿이었던 모양이다파이의 설명을 들은 유리는 깜짝 놀랐다.

 

 “그게 자백제가 들어간 초콜릿이었다고요?! 전 그것도 모르고...!”

 “저도 김도윤 대협도 1시간 전에야 알았으니 유리 양에게는 당연한 일이지요그래서 이세하 요원이 이상해졌다고 한 게...”

 “...”

 

 조금은 차분해졌던 유리의 얼굴이 갑자기 활화산이라도 폭발한 듯이 펑하고 터져버렸다유리는 갑자기 연설(?) 하나를 하기 시작했다.

 

 “세하가요원래는 좀 과묵한 아이거든요?”

 “?”

 “말수도 적고감정 표현도 잘 안 하려고 하지만그래도 애가 사실은 감정 하나하나는 풍부한데 그걸 겉으로 드러내는 게 서툰 아이인데요하지만 옆에서 지내다보니 대략적인 건 알게 되더라고요.”

 “저 유리 양지금 하시는 말씀이 무슨 의미인지 저는 잘 모르겠...”

 “그랬던 아이가!”

 

 적절한 목소리 조절유리는 파이의 주의를 단숨에 끌어당기는 데에 성공했다.

 

 “저한테...좋아한다고...계속...끝없이...”

 “...말하던가요?”

 “!”

 

 그래서 그렇게 계속 부끄러워하셨구나...유리는 아직도 그 때의 일을 생각하면 볼이 화끈거린다고까지 했다파이는 오히려 이상하다고 생각하여 유리에게 되물었다.

 

 “그럼 좋은 일 아닌가요유리 양은 이세하 요원의 마음을 잘 알게 된 것이니.”

 “이게 좋은 일이긴 한데막상 귀로 들어보니 너무 부끄럽고...싫다는 건 아니에요저도 세하 좋아해요그런데 그렇게 말이 없는 세하가내색을 잘 안 하던 세하가 갑자기 자기 마음을 솔직히 말해오니까...!”

 

 유리의 말을 들어보면 이때까지는 잘 표현하지 않았던 모양이다세하가계속 표현하는 것이 좋은 것인데...파이는 유리 몰래 한숨을 쉬었다.

 

 “그럼 유리 양남은 초콜릿은 없나요?”

 “세하가 그 자리에서 다 먹어서 없어요...그런데 언니 그 자백제 효과 어느 정도 간대요?”

 “김도윤 대협께서는 한 개를 먹고 1시간 정도 있다가 괜찮아지시기 시작...”

 “그럼 세하는 24시간 내내 그럴 거란 이야기에요!?”

 

 아초콜릿이 한 상자에 24개가 들어있었던 모양이다유리의 절규에 파이는 손사래를 치며 변명했다.

 

 “글쎄요그건 저도 잘 모르겠네요....”

 “...그런 세하는 낯설어요...”

 “하지만 이런 생각이 저만 드는지는 모르겠으나지금의 유리 양은 매우 기뻐 보이십니다.”

 

 정곡을 찌른 파이의 말에 유리는 잠시 아무 말이 없었다하지만 유리는 곧장 솔직하게 대답했다원래 솔직한 것은 세하보다는 유리가 훨씬 전문적이었기에.

 

 유리는 배시시 웃었다.

 

 “사실은 너무 기분이 좋아요.”

 “그거 정말 다행입니다.”

 

 초콜릿을 먹은 건 막지 못했지만그래도 훈훈하게 끝나긴 했기에.

 

 

 

* * *

 

 

 

 파이는 숙소로 돌아가는 중이었다도윤은 파이에게 몇 번이나 감사하다는 말을 했다그리고 자신이 아까 보인 무례(자백제로 인한 언행들)에 대한 사과도 빼먹지 않았다괜찮다는 파이의 손에 도윤은 기어이 초콜릿 상자를 쥐어주었다.

 

 -이건 자백제가 들어가 있지도 않고정상적인 제품입니다지금 당장 제가 드릴 수 있는 게 이런 것밖에 없어서 정말 죄송하네요.

 -아닙니다감사히 먹겠습니다.

 -저 그런데 손님...그건 원래 선물용으로 만들어진 제품이긴 한데...

 

 선물용이라그 말을 왜 꼭 붙였어야만 했을까마치 꼭 누군가에게 선물을 주라고 준 보답인 거 같지 않은가.

 

 하긴오늘은 발렌타인데이라니까파이는 아직도 잘 가늠은 안 가지만 말이다.

 

 그리고 숙소 앞에서 파이는 우연히’ 볼프강과 만났다볼프강은 생각보다 늦게 돌아오는 파이에게 물었다.

 

 “뭐야어디 갔다 온 거야?”

 “잠시 일이 있어서...”

 

 정말 대화는 그뿐이었다볼프강은 호출을 받고 숙소에서 나가던 중인지 바삐 걸어갔다늦은 시간에도 고되게 일하는 선배에게 무슨 감정이 들었는지 정확히 몰랐지만 파이는 큰 소리로 가던 볼프강을 불러 세웠다갑작스러운 파이의 행동에 볼프강은 당연하게 대꾸했다.

 

 “?”

 

라고그러자 파이는 자신의 손에 들려있는 초콜릿 상자를 볼프강에게 내주었다기껏 주는데도 볼프강은 불평뿐이었다.

 

 “나 단 거 안 좋아하는데...”

 “그래도 모처럼 주는 거니 받으십시오오늘은 발렌타인데이라고 하니.”

 “발렌타인데이...너 그거 잘 알고 있기는 한 거냐?”

 “물론이지요소중한 마음을 초콜릿을 통해 전달하는 날이 아닙니까?”

 

 자신만만하게 대답하는 파이에게 볼프강은 그런 날 아니야.’ 라고 말할 수 없었다파이는 그럼 조심히 다녀오십시오.’ 라는 말을 남기고 제가 갈 길을 갔다.

 

 파이가 사라지는 걸 확인한 볼프강은 그대로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도무지 다리에 힘이 들어가질 않았다.

 

 ‘발렌타인데이...’

 

 볼프강은 자신의 손에 꼭 들어오는 상자를 잠시 내려다보았다아주 잘 아는 듯이당당하게 말은 했지만 사실은 그거 아니라고파트너...파이가 볼프강에게 준 건 분명 우정 초콜릿의 의미가 더 클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기쁜 건 어쩔 수가 없네.’

 

 볼프강은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쓸어내렸다볼프강의 뺨은 살짝 붉어져 있었다.






[작가의 말]


https://closerswriters.tistory.com/84


나타가 먹은 초콜릿은 자백제였는지 아닌지,

(자백제 효과로 용기를 얻은)세하가 유리에게 해준 말들이 무엇이었는지는


독자분의 상상에 맡기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모로 늦은 0214 소설이네요.

2024-10-24 23:22:30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