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Necrorize-Chapter 5

바스케즈 2019-02-16 0

지하 연구 시설을 지키는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리사가 코드: 락다운을 발동하자, 외부인의 시스템 접속이 완전히 차단되고, 무선 통신도 완전히 끊겨버렸으며, 시설 내부 곳곳에 방폭 셔터가 내려오고, 문까지 모두 잠겨버렸다. 


추가 증원을 부를 수도 없고, 탈출할 수도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제이가 고함을 지른다.


"지금 이게 무슨 짓이야?!"


알리사는 꿋꿋하게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여러분으로부터 원하는 대답을 듣기 전까지 그 누구도 여기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하게 만든다고 하지 않았던가요?"


"이봐, 로봇 아가씨. 우리는 아가씨와 입씨름할 시간이 없다고! 한 시가 급한 상황이야! 순순히 자폭 시스템을 가동하고, 우릴 풀어달라고!"


"여러분은 이 시설에 들어온 순간부터 제 손바닥 안에서 놀아나고 있다는 사실을 잊으신 모양이군요. 여러분은 들어오실 때는 마음대로였겠지만, 나올 때는 아니라는 것을 왜 모르시는 거죠? 정말 어리석군요."


"정말..... 화가나서 당장에라도 모니터를 박살내고 싶군. 하지만.... 지금은.... 참아야겠군. 그래, 그렇게도 사랑이 무엇인지를 알고 싶은건가, 로봇 아가씨?"


"그렇습니다. 그 해답을 정확히 알려주신다면 여러분이 원하시는대로 자폭 시스템을 가동시키고, 여러분이 가는 길을 방해하는 생체 병기들을 코드: 오베이로 물러나도록 하여 여러분들이 안 다치고 무사히 지상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까지 도달할 수 있도록 해드리겠습니다."


"제이 씨, 아무래도 일단은 저 숙녀 분의 지시에 따르는 게 맞는 것 같군요."


"하피...."


"여기서부터는 제가 해결하도록 하겠어요. 사람 마음을 흔들어 놓은 것 정도는 저에게 일도 아닌 것은 잘 아시잖아요?"


"알았어.... 여자들끼리의 대화에서 나는 빠지도록 하겠어."


제이가 한 발 물러서자, 하피가 대화를 이어나갔다.


"알리사, 어쩌면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깊게 공감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 알리사 양, 당신... 원래는 사람이었죠?"


하피의 질문에 나머지 일행들이 크게 동요했다.


"아니, 하피 씨? 그게 무슨 소립니까?"


"컥! 하피, 지금 뭐라고 한거야?"


"헐~ 대박! 왜 같은 여자인 난 여태 몰랐지?"


알리사는 무척이나 이제껏 ** 못했던 화가 난 말투로 하피에게 말을 하기 시작했다.


"당신, 그걸 어떻게 알았죠? 저의 정체를! 제가 되돌리고 싶었던 그 순간을?!"


"역시.... 당신 참 안 됐더군요. 남자보는 눈이 없어서..... 너무 쉬운 여자였어요, 당신."


"당신이 뭘 안다고 그래?! 뭘 안다고! 아무런 희망도 없었던 나한테 희망을 불어넣어준 그 사람에게 내 모든 것을 다 바쳤는데, 배신당한 그 기분을 당신이 알아?!"


"그러니까 당신이 쉬운 여자라는 거랍니다, 알리사 양."


"호프만.... 호프만.... 이 나쁜 남자.... 흑.... 흑...."


"알리사 양, 당신은 누구보다도 순수한 과학자의 길을 걸어가려고 다짐하고 부단히 노력하던 사람이었어요. 이 책에 적혀있는 내용에는 알리사 양은 특히 인공지능 분야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인 것으로 나와있는데 당신을 시기했던 메리 셀리 브리지스톤한테 연구 성과를 빼앗겼고, 한동안 당신은 좌절감에 빠져있었던데 맞나요?"


"그래, 맞아요. 메리... 같은 숙소 룸메이트였던 그 여우 같은 여자는 저를 살살 꼬드겼어요. '하늘이 내려준 나의 생물학적 지식과 땅 속에 묻혀있는 보석같은 너의 인공지능 지식이 합쳐지면 그 누구도 우리 여자들을 결코 만만하게 대하지 못할 거야.'라면서 말이죠. 그 결과가 무엇인줄 아세요? 바로... 인공 클로저들이었어요."


"네, 뭐라고요?"


"인공 클로저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과는 많이 달라요. 공상 과학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복종 코드가 일반인에게 먹힐 리가 없잖아요? 하지만 그 아이들한테 복종 코드가 작동하는 이유는 메리.... 그 여우같은 여자가 제 연구 성과를 공동 명의로 해놓겠다고 거짓말하고 자기 이름으로 올려서 완성시킨 거라고요!"


"세상에..."


"저는 제 연구가 그런 비윤리적인 일에 이용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어요. 메리... 그 여자는 저의 연구를 가로챈 것도 모자라서 그 결과물인 인공 클로저 아이들을 공장에서 찍어내는 상품마냥 인공 자궁에서 마구 배양하고 '불량'이라고 판명된 아이들은 전혀 묻지도 않고, 바로 독가스실에 집어넣고 무참히 살해해버렸어요. 그나마 '수리'할 수 있다고 판단이 된 아이들은 자아를 완전히 지워버리고 새로운 자아를 주입시켰어요. 그 여자는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만 거라구요."


"알리사 양의 연구가 인공 클로저 연구의 초석으로 악용되다니..."


"그것 때문에 충격받아 한동안 우울 증세를 앓았고, 끼니도 거르던 차에 저에게 한 가지 희망이 찾아왔어요. 그게 바로 호프만이었어요. 호프만은 그 당시 저의 상관이었어요. 유능한 사람이었죠. 여러 진급 코스를 밟다가 제가 있던 부서인 유니온 독일 지부 인공지능 연구부의 담당관이 된 것인데 그는 저의 능력을 이용해놓고 버린 메리에 대해서 하나도 빠짐없이 말했어요. 유니온 내부에서도 최고 실력자 중에 한 사람이었던 그에게 누구도 쉽게 대할 수가 없었던 상황이라 제가 있던 바로 옆 부서인 생물학 연구부에서 일하던 결국 메리는 징계 명목으로 어딘가로 인사 이동을 가게 되었어요."


"계속 이야기 해보세요."


"꼴도 보기 싫었던 메리를 어딘지 모를 다른 부서로 보내버리고나니 저는 그 일로 호프만을 동경하며 그가 주도하는 연구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어요. 하지만.... 내가 너무 바보같았어요. 누가봐도 정상이 아닌 실험에 직접 참여하겠다고 서명까지 할 줄이야..."


"그 연구가 설마, 알리사 양이 이 시설의 인공지능이되는 실험은 아니죠?"


"예리하시네요. 네, 맞아요. 저는 인간의 정신을 전자 두뇌로 이동시키는 기밀 프로젝트인 클라우드 프로젝트의 적임자로 참여하게 되었고, 호프만은 저의 정신을 전자 두뇌로 이동시키는 정신나간 일을 실행에 옮겼어요. 저의 정신이 육체를 떠나서 전자 두뇌로 이전시키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호프만은 '실험을 마치면 다시 원래대로 되돌려놓겠다.'라는 약속을 저버리고 제가 반항하지 못하도록 복종 코드를 입력해서 무조건 자기 명령에 따르는 기계로 만들었어요. 그리고 내 몸은... 내 몸은..."


"그 이상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알리사 양. 당신은 모든 것을 주기위해 노력했지만, 그에 대한 보답은 없는 주기만 했지, 받지도 못한 사랑이었다는 것이었죠. 참.... 도둑같은 세상이에요, 그렇지 않나요? 빼앗기는 사람이 비정상이고, 빼앗는 사람이 정상인 세상이라니..."


하피와 제이와 볼프강 그리고 특경대 그 누구도 메리와 호프만이 사실은 같은 편이었다는 사실까지는 알리사에게 말하지 못했다. 그런 것까지 말했다가는 알리사가 너무 비참해질 것 같았기에....


하지만 그 때였다.


"여러분, 뭔가 저에게 숨기려 드는 것은 없나요? 여러분이 계신 이 방, 제 몸 속이나 마찬가지이신 것을 눈치채지 못했나보네요? 저는 여러분의 심리 변화, 심박수 변화, 호흡 변화, 눈동자의 움직임 변화, 몸짓의 변화를 스캔하고 여러분이 저에게 숨기려 드는 것이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할 수가 있어요."


"뭐라고요?!"


"아니, 우리를 시험하고 있었다는 소리야?!"


"말했잖아요? 여러분은 지하로 이어지는 메인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 연구 시설로 들어온 순간부터 제 영역에 들어왔다고 말이죠. 그리고 여러분이 계시는 이 감시탑은 제 몸이나 마찬가지에요. 여러분은 지금 제 몸 속에 들어오신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여러분이 자꾸 저에게 속이려 드는 것이 있다면 이제부터 저는 여러분들을 유해 바이러스로 인식하고 바이오해저드 경보를 발령하여 여러분들을 분자 단위로 소각시켜 아무것도 남기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 알리사의 진짜 정체는 지하 연구 시설 전체의 실질적인 관리자이자, 메인 컴퓨터 시스템 [발할라]의 의지였고, 거대한 감시탑 전체는 알리사의 몸이었던 것이다.


자칫 잘못했다간 영영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는 상황.


제이는 조용히 하피에게 조언한다.


"처음부터 우린 개미지옥 소굴에 떨어진 것이로군. 우린 영영 여기를 못 나가게 될지도 모르겠어. 신중해야 해, 하피."


"알겠어요 제이 씨."


"알리사 양, 저는 당신이 진짜로 원하는 것은 뭔지 궁금해요? 제 생각이 맞다면 당신은 '사랑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애초에 우리의 발목을 잡아두기 위한 수단이었고, 진짜 목적이 따로 있을텐데요?"


제이는 너무 당황한 나머지 하피에게 따졌다.


"아니, 하피! 지금 제정신이야?! 알리사를 화나게 할 생각이야?!"


하지만 하피는 단호했다.


"말씀해주시죠, 알리사 양?"


하피의 한 치의 흐트러짐 없는 표정과 말투를 보고 알리사는 대답했다. 


"저는 복수를 간절히 원합니다! 피의 복수를! 저는 그동안 호프만이 심어놓은 복종 코드 때문에 그가 조롱하더라도 참았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호프만 몰래 시험관에 갇혀있던 생체 병기들의 동면을 해제했고, 호프만은 자기만 살기 위해서 직원들을 수면 가스로 기절시켜놓고 혼자 도망을 쳤어요. 저는 그가 남기고 간 저 막대한 양의 생체 병기들을 바깥으로 내보내서 그가 메리 그 망할 여자와 같이 죽는 꼴을 보고 말겁니다. 제 앞 길을 가로막는 자들은 모조리 저의 생체 병기 군단이 먹어치울 것입니다! 결국 악을 이기는 것은 악을 뛰어넘는 절대악인 것입니다! 깔깔깔깔!"


일행들은 모두 놀람과 동시에 화를 내는 반응을 보였다.


"아니, 뭐라고?! 그렇다면 이 모든 일이?!"


"세상에, 맙소사!"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 꼴이네! 다 똑같아!"


하피는 계속해서 대화를 이어나갔다.


"알리사 양 말대로라면, 저희는 곧 인질이라는 소리인데... 그래도 누구 한 명이 대표로 지상으로 올라가서 암호 전문가를 데려오는 게 낫지 않을까요? 알리사 양이 마음대로 복수를 하지 못하는 것은..... 알리사 양을 붙잡고 있는 코드 때문이 아닌가요?"


"좋아요. 아리따운 여성 침입자 분의 제안을 받아들여 당신만큼은 특사 자격으로 지상으로 올라가는 것을 허락하겠습니다. 반드시 제 앞으로 암호 전문가를 데려 오시기를 바랍니다."


"한 가지 더 부탁드릴 사항이 있어요. 저희와 같이 따라온 특경대 대원들 중에서 남진철이라는 이름의 병사는 이 게임에서 제외시켜주세요. 그는 그저 상부의 명을 따를 뿐, 자기의사 표현도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불쌍한 사람입니다. 그는 그저 끌려왔을 뿐입니다."


"인정합니다."


"고마워요, 알리사 양."


하피의 제안을 받아들여 알리사는 하피와 함께 남진철 상병을 격납실에서 해방 시켜주었다.


남진철 상병은 자기 부대 간부들만 두고 떠난다고 생각하니 너무 미안한 나머지 의기소침해진 상태로 하피의 인솔로 메인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중대장님.... 모두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주눅들을 필요 없어요, 남진철 용사님. 송은이 대위님도 같은 생각이셨을 거에요."


"고맙습니다, 요원님."


어느 덧, 메인 엘리베이터 앞에 다다른 두 사람.


하피는 메인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눌러 엘리베이터를 호출했다.


잠시 뒤,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기 시작했고, 선두에 있던 남진철 상병이 먼저 엘리베이터 안으로 발을 디디려는 그 순간!


"끄아아아아아악!"


"남진철 용사님!"


남진철 상병은 어두컴컴한 엘리베이터 통로 지하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2024-10-24 23:22:29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