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d Line-마지막 선(11)

건삼군 2019-02-12 2

화려한 파티장을 지나 기나긴 복도를 걷고 가로막던 문을  블레이드로 날려버리자  늙은 남자가 조금 크다고 느껴지는 어두운 사무실 안에서 창밖을 바라보며 나를 맞이하였다.

 

조금 오래 걸렸군, 이세하 요원.”

 

 이제 요원이 아니야.”

 

나를 요원이라 부르며 맞이하는 그의 말에 반박한 나는 들고있던  블레이드를 총장의 머리에 겨눈 채로 나지막하게 말했다.

 

이걸로, 끝이야.”

 

과연 그럴까? 이세하 요원, 아니지.  이상은 요원이 아니라고 했던가? 아무튼간에, ‘이라는 단어는 지금  상황에 별로 맞는 단어가 아니라네.”

 

그럼 확인해볼까?”

 

좋을대로. 왜냐하면 ‘이라는 단어는 자네가 가지게 될테니 말이야.”

 

... 이상은  개소리를 듣고싶지도 않다.

 

총장의 말을 무시하기로  나는 그대로  블레이드의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자 푸른 화염 덩어리가 연약한 인간인 총장의 숨통을 끊기 위해 무서운 속도로 날아갔고 이내...

 

...공중에서 멈추었다.

 

이세하군, 유니온의 과학기술은 나날히 발전하고 있지. 차원전쟁 이후로, 우리는 모든 분야에서 획기적인 도약을 이루어 냈다네. 그중에서 가장 많이 발달한 것이 바로... 의학이지.”

 

아니야. 그럴리가 없어.

 

, 지금까지 소개하고 싶어서 참을 수가 없었는데 이제서야 소개하게 되었군. 오랬만에 만나는 동료... 아니, 연인이라고 해야하나? 아무튼, 소감은 어떤가?”

 

-한때 인간들은 차원종 조차 시도하지 않은 것들을 시도했지. 하나는 인간들에게서 위상력을 강제로 뽑아내  생명체에 접목시키는 거였고,  하나는...

 

91층의 연구실에서 더스트가 말했던 말이 불현듯 떠올랐다.

 

-...죽어버린 생명을 되살리는 거였지.

 

목표확인. 적을 섬멸합니다.”

 

분홍색 장발, 푸른빛의 눈동자,  기억보다도  사무적인, 하지만 익숙한 말투. 현실적으로  자리에 있을 수가 없는 그녀가 내가 날린 공파탄을 염동력으로 소멸시키며 모습을 드러내었다.

 

혹시 내가 미쳐버린  아닐까?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게 사실 일리가 없다.

 

총장에게 겨누고 있던  블레이드를 힘없이 거두고 그녀를 향해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자 기다렸다는 듯이 단검이  뺨을 스쳐 지나가 벽에 박혔다.

 

불현듯 느껴진 아픔이 나를 현실로 되돌렸고, 이내 믿고싶지 않던 광경을 억지로 받아들이게 했다.

 

***!!!!!!!”

 

욕설을 내뱉고는 막무가내로 돌진한 나는 이슬비를 제치고 뒤에서 웃으며 지켜보고 있던 총장에게  블레이드를 겨눴다.

 

그렇게  블레이드를 겨누고 격발시키려고 하였지만, 이내 거대한 힘이 돌진하던  몸을 땅에 처박으며 강하게 짓눌렀다.

 

중력장 전개. 목표를 섬멸합니다.”

 

강하게 짓누르는 힘에 억지로 저항하며 일어나자 슬비가 다수의 비트를 소환해 내게 겨누고 있었고 이내 나를 향하여 발사하였다. 그러자 나는 신속하게 위상력을 방출하여 중력장에서 벗어났고 서둘러  블레이드를 휘둘러 날아오는 비트들을 쳐내었지만 압도적인 수의 비트를 전부 막아내지는 못해 적은 수의 비트가  몸에 박히는 것을 허용하며 뒤로 물러났다.

 

그렇게 뒤로 물러난 나는  블레이드의 도신을 붙잡고 위상력을 응축시키기 시작했고 그러자 푸른 불꽃들이  주변의 공기에 맞닿아 튀기 시작하며 연속적인 폭발을 일으키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이슬비는  폭발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염동력으로 막아내었고 이내 다시한번 대규모의 비트를 소환해 내게 발사하였다.

 

오로직 날아오는 비트들을 향해 정신을 집중한 나는 겨우 따라주는 반사속도에 몸을 맡겨 날아오는 비트들을  블레이드로 쳐내기 시작하였고 이내 비트의 발사가 멈추자 재빠르게 다시한번  블레이드를 이슬비의 뒤에 서있던 총장에게 겨누었다.

 

하지만 그보다 빠르게, 이슬비의 주변에서 비트들이 소환되어 다시한번 내게 발사되었다.

 

총장에게 겨누던  블레이드를 재빨리 거두고 날아오는 비트를 베어내기 위해 동작을 취한 나는 막아내기만 해서는 끝이 없다고 판단해 재빠르게 이슬비를 향해 돌진해  블레이드를 휘둘렀다. 아니, 정확히는 휘두르려 하였다.

 

 그러나 이세하 ? 어째서 휘두르지 않는건가?”

 

슬비의 목덜미를 노리고 휘두르려던  블레이드를 닿기 직전에 멈추자 총장이  소리로 비웃으며 나를 조롱하였다.

 

휘두를  없다.


-어째서 여기까지 온거니?

 

어떻게 생각하든, 어떻게 받아들이든, 자꾸만 눈앞의 슬비의 모습을  무언가와 슬비의 마지막 모습이 겹치며  마음을 찢어발긴다. 분명히  기억속의 슬비는 저런 공허한 표정을 지은 적이 없는데도, 자꾸만 그녀의 모습이 나를 괴롭힌다.

 

그렇게 슬비의 목덜미에  블레이드의 날을 겨눈 채로 아무것도 하지 못하자 슬비는 아무렇지도 않게 염동력으로 나를 멀리 날려버렸고 이내 비트를 소환해 내게 겨누고 발사하였다.

 

탄환 발사.”

 

나를 향해 날아드는 비트를  블레이드로 베어내기 위해  신경을 집중했지만...

 

비트는  눈에 보이지 않았다.

 

대체 어찌된 걸까 생각한  순간, 귀를 찢는 듯한 격발음보다 빠르게 날아든 음속의 탄환이  옆구리를 궤뚫고 지나가며 나를 나뭇잎처럼 뒤로 날려버렸다.

 

!!”

 

단마디 비명을 내지르고 붉은 선혈을 흩뿌리며 날려진 나는 이내 벽에 균열을 일으키며 부딪혔고 힘없이 바닥에 쓰러졌다.

 

벌써 오늘로 몇번째일지 모를 고통을 느끼며 몸을 겨우 일으키려 하자 강력한 중력장이 그대로  몸을 바닥으로 짓눌렀다.

 

~ 이거, 한편의 액션 영화보다 대단하군. 이왕이면 이대로 특등석에서 지켜보고 싶지만 아무래도 그건 리스크가 조금   같군.”

 

그렇게 바닥에 짓눌린 채로 꼼짝도 못하는 상태가 되자 총장은 박수를 치며 나지막히 말하기 시작했다.

 

미안하지만 아무래도 나는 이만 가봐야   같다네. 안타깝게도  건물의 기폭장치를 미리 작동시켜놔서 말이지. , 하지만 걱정 말게나. 건물이 기폭하기 전에 이슬비 양이 자네의 숨을 끊어줄테니 말이지. 아무런 고통도 느껴지지 않게 말이야.”

 

거기... ...”

 

잘난듯이 설명하며 멀어지는 총장을 향해  죽어가는 목소리로 제지해보는 나지만 그렇다고 해서 총장이 멈춰설 리는 없다.

 

, 그럼 작별이라네. 이세하 . 먼저 실례하도록 하지.”

 

그렇게 정중한 목소리로 인사를  총장은 곧바로 탈출구를 향해 유유적적 걸어가기 시작했고 그대로 멀어져갔다. 그러자 나를 중력장으로 짓누르고 있던 슬비는 이내 손에 픽시드 나이프를 소환하고는 쓰러져있던 내게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하였다.

 

움직여라. 움직여라. 몸이 부숴져도 좋으니 움직여라. 이대로 가다가는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수많은 목숨들을 내다버린  밖에는 되지 않는다.

 

간절히 마음속으로 외치며 중력장에 저항하자 조금씩, 짓눌리던 몸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렇게 반쯤 일어섰을 즘에, 나는  몸에 쌓여있던 위상력들을 단숨에 강제로 방출했다. 그러자  여파로 인하여 중력장이 깨지며 슬비를 밀어내었고, 나는 재빠르게  블레이드를 고쳐잡고 그대로 슬비에게 돌진하였다.

 

-이세하,  게임기 꺼라!

 

내가 중력장에서 풀려나 돌진하자 거기에 반응한 슬비는 음속의 속도로 수십개의 비트들을 차례차례 발사하기 시작하였고 나는 그런 비트들을 반쯤은 감으로 쳐내고, 반쯤은 막아내지 못하고 맞아가며 **듯이 달려들었다.

 

-이세하.  괜찮아?

 

비트들이 나를 저지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은 슬비는 좀더 거대한 비트들을 소환해 일제히 발사하였다.

 

충전 완료, 캐논 발사.”

 

 음속으로 발사되는 거대한 비트들이  몸을 스쳐지나가며  피를 사방에 흩뿌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멈추지 않고 비트들을 쳐내며 계속해서 돌진했다.

 

-난 네가 살기를 바랬는데.

 

레일 캐논마저 나를 가로막지 못하자 슬비는 이내 거대한 지하철을 소환시켜 내게 고속으로 떨어뜨렸다. 하지만 나는 재빨리  블레이드에 위상 집속검을 둘러 지하철을 베어내며 돌진을 멈추지 않았다.

 

-...세하야... 행복해져야 ...

 

으아아아아아아아!!!!”

 

슬비가 마지막으로 남겼던 말을 떨쳐내기 위해 처절하게 절규하며, 굉음을 내며 두동강  채로 추락하는 지하철을 뒤로하고 **듯이 돌진해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샌가 슬비의 앞에 있었고   블레이드는 그녀의 복부를 관통해 있었다.

 

 것인지, 그녀의 것인지 모를 붉은 액체가  블레이드를 타고 바닥에 떨어지며 주변을 피로 물들였고 떨리는 손으로  블레이드를 그녀의 몸에서 거두어내자 그녀가 얼굴을 내게 기댄 채로 조용히 속삭였다. 

 

“...고마워. 그리고...”

 

미안해.

 

그렇게 조용히  귀에 속삭인 그녀는 이내 고요하게 눈을 감고 내 품으로 쓰러졌고, 붉은 피로 물들은  블레이드가 바닥에 떨어짐과 동시에 절망인지 슬픔인지 모를 울음소리가  입술 사이로 세어나왔다.

 

“...우윽... ... ......”

 

어디서 부터가 잘못  것일까.

 

만약 내가 복수를 선택하지 않았다면, 만약 내가 그때 모두와 함께 끝을 같이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지 않았을까.

 

후회하고,  후회하고, 절망하고,  절망하며, 무엇이 시작이였는지, 무엇이 원인이였는지 잊어버릴정도로 **듯이 달려온 뒤에야, 내가 선택했던 길이 생각했던  이상으로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Hainsman님의 작품을 허락을 맡고 대신 업로드한 것입니다 

2024-10-24 23:22:26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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