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의 이야기 (이세하 편#1)
T에리아T 2019-02-10 1
“윽....”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익숙한 천장.
직감적으로 램스키퍼의 내부에 있는 의료실의 천장이라는 것을 알았다.
“동생. 살아 있어?”
이 말투. 고개만을 돌려 옆을 보니 제이 형이 누워 있었다.
상처로 인한 붕대를 여기저기 감은 모습.
그 상처들을 보며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떠올랐다.
*
“이게 끝이다!”
건 블레이드에 몸 안에 남아 있는 위상력을 쥐어짜며 소리쳤다.
[크아아아아아아앙!]
사자의 얼굴. 거대한 몸체를 지닌 차원종.
뉴욕 지부를 한 순간에 소멸시켜 버린 상위 차원종 언노운.
총 전력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싸움이 곧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었다.
앞에서 언노운을 견제 하며 싸우고 있는 제이 형과 유리.
그리고 원거리에서 이 쪽에 시선이 몰리지 않게 슬비와 미스틸은 내게 날아오는 공격들을 모두 막아주고 있었다.
건블레이드에 내가 가진 위상력이 한계까지 끌어 모아져. 여태 사용했던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위상력이 뿜어져 나왔다.
[크르르륵?]
거대한 위상력을 느꼈는지. 언노운의 매서운 눈동자와 내 눈동자가 마주쳤다.
[크아아아아앙!]
언노운이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내며, 입 안 가득 위상력을 모았다.
“어딜!”
파앙!
제이 형이 달려들어서는 언노운의 안면을 가격하자. 고개가 틀어지면서 위상력 덩어리가 엉뚱한 곳으로 날아갔다.
언노운은 그 공격을 받고는 제이 형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마자. 언노운은 제이 형을 향해 어마한 속도로 팔을 후려 쳤다.
콰앙!
우주 같은 무중력 공간.
언노운의 공격에 제이 형은 빠르게 나가 떨어졌다.
[크아아앙!]
언노운이 다시 이쪽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는 사납게 포효 하며, 마치 대지를 달리는 맹수처럼 달려왔다.
스윽.
그 순간. 돌진하던 언노운의 앞에 유리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빠르게 달려오는 언노운. 그와는 달리 유리는 천천히 검을 뽑아 들었다.
촤악!
그리고는 이내 완전히 검을 뽑아 들더니. 언제 이동한 건지. 유리는 언노운의 뒤에 서 있었고. 언노운의 상체에 커다란 검상이 나타나면서 피를 뿜어내었다.
한 순간에 일어난 일.
언노운은 갑자기 나타난 유리의 공격에 당해서는 균형을 잃고 굴렀다.
“지금 이야! 세하야!”
유리의 외침에 반사적으로 몸을 움직였다.
“이야아아아아아압!”
크게 외치며, 몸 안의 위상력을 폭발 시키고는 빠른 속도로 낙하 하듯이 돌진했다.
모두들 지친 상황. 저 위에서 우리를 백업 해주던 다른 팀 또한 점점 궁지에 몰리고 있었다.
이 일격으로 끝내야만 하는 상황.
제발. 이 혼신의 일격이 성공하기를 기도하며. 나는 언노운에게 건 블레이드를 내려쳤다.
*
거기 까지나 마지막 기억.
이 이후로는 생각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램스키퍼에 돌아왔다는 것은 작전이 성공했다고 생각했다.
드디어. 이 지긋한 전쟁이 끝난 것일 까?
하지만. 이내 그것은 환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차라리 꿈이었으면. 아니. 그냥 죽어 버리는 게 좋지 않았을 까?
“이게. 뭐에요?”
램스키퍼의 함교에 나를 포함한 검은 양 팀 몇 명과 함께 다른 팀 또한 전원이 아닌 일부가 모여서 함교에 있는 윈도우를 보았다.
유정 누나는 우리의 시선을 외면하듯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트레이너만이 그 자리에 당당히 서 있었을 뿐.
“이 시간 이후로. 제 2언노운에 대하여 정식적인 명칭은 더 퀸. 여왕으로 부르기로 했다.”
“그걸 묻는 게 아니잖아요!”
검은 갑옷 이었지만. 드레스라고 하는 것이 더 가까운 옷에 은색 머리카락.
기분 나쁠 정도로 섬뜩함이 전해져 오는 붉은 눈동자를 지닌 소녀가 윈도우에 출력이 되고 있었다.
우리가 언노운을 쓰러트리는 데에는 성공했다.
하지만. 그 뒤를 이어 새로운 언노운이 나타났다는 말과 함께. 유정 누나와 트레이너는 현재 움직일 수 있는 모든 팀원들을 불러 모아 브리핑을 하였다.
“저건. 슬비 잖아요!”
머리색. 눈동자. 심지어 입고 있는 옷 까지 달랐지만.
그녀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다들 내 외침에 부정하지 않았다. 동요도 하지 않았다.
묘한 느낌에 유정 누나한테 물었다.
“슬비는요? 슬비 어디에 있어요?”
분명 다쳐서 나와 다른 병실에 누워 있는 것일 뿐이다.
그럴 거다. 분명하다. 단지 저 차원종이 슬비의 모습을 베낀 것일 뿐이었다.
그렇게 스스로 아닐 거라는 확신을 하였다.
“이슬비 요원이 맞다.”
트레이너는 현실을 직시하라는 듯. 너무나 매정하게 대답했다.
털썩.
무언가 다리에 힘이 풀려 버리면서 주저 앉아 버렸다.
사고가 정지 된 듯. 아무 생각도.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오직 시선만이 차원종으로 변한 슬비만을 바라 볼 뿐.
“일어나라. 이세하 요원.”
“형. 이거 어떻게 된 거야? 유정씨도 설명을 좀 해 봐.”
제이 형은 두 사람에게 상황의 설명을 요구 했다.
“그게....”
“내가 하지.”
유정 누나가 말끝을 흐리며 대답을 꺼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자 곁에 있던 티나씨가 윈도우 앞에 걸어가서는 우리들을 보았다.
무감정한 눈빛. 많은 시간이 지나 여러 감정이 생겨 이제는 완전히 인간이라고 봐도 되었지만. 여전히 안드로이드 특유의 무감각 표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우리 팀도. 밀려오는 차원종을 어느 정도 처리하고. 너희들을 구하러 돌입 하였지만. 이세하 요원이 위상력을 모아 언노운을 향해 돌격한 뒤. 그 녀석에게 커다란 상처를 입혔다.”
그 공격을 한 것 까지는 기억하지만. 그 이후에는 위상력이 다하여 기절을 한 건지. 아니면 그 충격에 기절을 한 건지는 모르나. 어찌 되었든 그 일격으로 쓰러트리지 못 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 과정에서. 언노운의 몸에서 지고의 원반과 비슷한 형태의 무언가가 드러났다. 거기서 정신을 잃은 이세하 요원과 제이 요원을 제외한 세 사람이 원반을 향해 돌격. 원반에 대한 공격이 성공했는지. 언노운의 몸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 후. 이슬비 요원이 저렇게 변해 있었고. 전투하기에는 정보가부족하다 판단. 재정비를 위해 너희들의 구출을 우선시 하였다.”
“슬비가 저렇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정확하게는 못 봤다는 소리야?”
“그렇다. 하지만. 추측 해봤을 때.”
“아마도 원반이 이슬비 요원의 몸을 장악하여 새로운 몸을 얻었다는 게 지금 모두의 추측이다.”
티나의 말을 가로 채고 트레이너가 말을 끝맺었다.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더는 말을 하지 못 했다.
슬비가 갑자기 차원종이 되었다는 사실이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현장 책임들끼리 상의한 결과. 현 전력으로 다시 한 번 언노운 토벌에 나선다.”
“잠깐. 그게 지금 가능하다고 생각 하는 거야?”
제이 형이 따지고 들었다.
“현재. 언노운은 아직 미각성 상태다. 현재 다른 팀과 함대로 인해 주변 차원종은 토벌 된 상태다. 현재 전력으로 탈출이 겨우 되는 전력이다. 그러니. 차라리 그 전력으로 침묵죽인 언노온을 토벌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다 판단했다.”
다시 돌아가서 재정비 하느니. 차라리 지금 여기서 총력전을 벌이겠다는 작전.
어찌 보면 훗날을 기약하는 것 보다는 더 좋은 생각일 수도 있었다.
다만. 거기에는 생존에 대한 확률이 거의 한 없이 0에 가까웠다.
“....슬비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건가요?”
모든 이야기를 들은 후 물었다.
“현재로서는 뚜렷한 방법은 없다.”
원인 모를 침식. 그것에 대해 유정 누나와 트레이너는 맨 처음 슬비를 살릴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 했을 것이다.
허나 이런 경우는 처음인데다가. 만약 정신체 차원종이라 한다면. 거기에 맞는 특수 능력을 가진 클로저가 현재 없는 상태다.
현재로서 지금 침묵하고 있을 때 전력을 다하는 것이 최선.
슬비 한명을 구하기 위하여 다시 돌아가 특수 능력을 가진 클로저를 데려와 재돌입하는 것은 수치상으로 더 피해를 입는 다는 것을 머릿속으로 알고 있지만. 그것을 쉽게 인정할 수가 없었다.
“작전 시간은 한 시간 후. 그 시간 까지 정신을 차리지 못 한 클로저는 배제한다.”
아직 까지 정신을 차리지 못 한 사람은 배제 한다는 이야기는. 그만큼 시간을 촉박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뜻.
어차피 이 작전은 맨 처음 전멸을 각오하더라도 언노운을 토벌 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이미 모두들 죽음을 각오한 상태였기에. 다들 너무하다는 의견을 제시하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