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의 이야기 (이슬비 편#3)
T에리아T 2019-02-07 2
그 이후. 그 실험에서 정신을 잃은 나는 또 다시 병원에서 정신을 차렸고. 실험에 대한 내용을 유정 언니에게 들었다.
위상력으로 주변을 빛으로 삼키고 난 뒤. 지고의 원반의 모습이 사라졌다고 하였다.
그리고 얼마 뒤. 위상력 테스트를 하게 되었으며, 실험 이후 위상력의 출력이 측정이 안 될 정도로 발휘가 되었다.
그 후. 약 한 달간 급격히 늘어난 위상력을 조절하기 위한 훈련을 하고 난 뒤.
드디어 작전의 날이 밝았다.
[작전 2분 전입니다. 요원님. 출격시 충격에 대비 해주세요.]
칼바크가 만든 인공지능. 램스키퍼의 중추 프로그램인 쇼그가 시간을 알려주었다.
“쇼그.”
[네. 요원 님.]
“그동안 고마웠어.”
어쩌면 마지막. 임무 중에 쇼그의 도움을 많이 받았던 것들이 떠올랐다.
나는 그녀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하였다.
[요원님. 드라마 전개상 그건 배드 엔딩으로 이어지는 흐름입니다.]
“아하하하하!”
농담 같이 말하는 쇼그의 말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러네. 주인공이 그런 말을 하면 꼭 죽던가 하는 전개로 이어지지 참.”
절대 변하지 않는 법칙이라 정해져 있을 정도로 너무나 잘 들어맞는 전개.
그 순간. 세하와 마지막에 나누었던 대화가 떠올랐다.
그 때도 이런 이야기를 했지. 서로 농담 삼아 한 이야기.
드라마에서나 있을 법한 전개가 우리에게 일어 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차라리 그 때 그런 말들을 하지 않았다면 모두들 살아 돌아 왔을 수도 있을 까?
어쩌면 이라는 후회가 들기 시작했다.
[출격 1분 전입니다.]
곧 출격이 된다. 나는 안전 벨트등을 다시 점검하고. 비상 발생시를 대비한 매뉴얼 들을 다시 펼쳐 보며 숙지하였다.
[요원님.]
“응?”
쇼그가 내게 말을 걸어오자 들고 있던 책자를 내려놓고는 모니터를 보았다.
[무사 귀환을 기원합니다.]
항상 해주었던 말. 임무를 나갈 때 마다 무사 귀한을 바란다는 말이. 오늘 따라 알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쇼그. 그것도 배드 엔딩으로 흐르는 전개야.”
피식 웃으며 대답하자, 어딘지 모르게 한결 마음이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가요?]
“하지만 딱히 할 말은 없네.”
살아 돌아 와라. 죽지 마라.
이런 상황에서 그런 말 밖에 할 말이 뭐가 있을까 생각한 나는 이내 아무 말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무슨 말을 해도 드라마 전개상 배드엔딩.
현실은 드라마 같다는 말도 있는데. 과연 내 이야기에 해피 엔딩이라는 전개가 있을까 싶다.
“그래도. 고마워.”
스윽.
쇼그의 얼굴이 출력되어 있는 모니터. 그것을 손으로 부드럽게 쓰다듬듯이 만졌다.
[무사히 귀환하길. 돌아오시면 선물을 드리겠습니다.]
“뭔지 궁금하네? 이야기 해줄 수 있어?”
[그건 돌아오면 알려 드리겠습니다.]
“그럼 꼭 살아 돌아와야 갰네.”
희미하게 웃으며 쇼그의 말에 대답하자 쇼그 또한 웃었다.
기계 몸이 아닌 프로그램 이미지가 출력 된 것이기에 표현 되는 감정 표현.
인공지능이 아닌 이제는 완벽한 인간이나 다름없었다.
[엔진 점화 시작합니다. 10.....6.....4....3]
쇼그가 카운트를 세기 시작했다. 그에 맞춰 게이트가 열리기 시작했다.
게이트 너머로 보이는 밖.
멀리서 보는데도 차원종들이 우글거려 있었다.
‘미안. 쇼그.’
쇼그에게 꼭 살아 돌아오겠다고 대답했지만. 처음부터 그건 무리였다.
지고의 원반을 흡수하게 되면서. 지고의 원반과 많은 대화를 나누었고. 많은 기억을 볼 수 있었다.
누가 만들었는지. 어떤 목적을 가지고 만들었는지. 원반으로 인해 벌어진 역사들.
모든 것이 분란이 되는 이야기였기에. 이 사실을 아는 것은 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지고의 원반과 심연의 원반이 부서지면 어떠한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하여 알게 되었다.
모든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나는 모두에게 거짓말을 하였다.
[2, 1. 점화 개시.]
콰아아아아아앙!
점화가 시작 되는 소리가 귀에 들려왔다.
그와 동시에 쏘아지는 함포들.
바로 뒤에 있는 엔진 소리가 큼에도 불구하고 함포가 발사 되는 소리는 천둥이 치는 소리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였다.
함포가 발사 되면서 전투기가 출격하였다.
“윽!”
어마한 가속도가 몸에 전해져 왔고. 그 속도에 몸이 짓눌리는 느낌이었다.
무수하게 많았던 차원종들이 함선의 공격에 의해 순식간에 전멸했고. 전투기는 어두운 통로를 향해 빠른 속도로 하강하였다.
하강하고 난지 얼마나 되었을 까.
주변이 모두 까맣기만 하여 어디가 어딘지 잘 모르겠다.
처음 이 곳에 왔을 때. 두 번 다시 올 일이 없길 바라였는데. 또 다시 이 곳에 오게 되다니 꽤나 기분이 별로였다.
작전명 라스트의 임무는 간단했다.
처음 계획 했던 것처럼 지고의 원반의 힘을 이용하여 심연의 원반을 파괴. 그리고 언노운의 토벌.
그러나 이 작전은 지난번과는 다르게 단독 수행이었다.
제 1차 작전. 게이볼그 작전에서 많은 클로저들이 사망하였다.
작전 당시에 검은 양 팀이 언노운을 상대.
다른 팀은 주변에 개입되는 차원종들을 상대하기 위해 투입되었던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인력 부족으로 함선 주변 호위에 집중하기로 결정 되었다.
그 대신. 이전과 다른 내용은. 외부에서 나를 구출하기 위해서 함선은 계속해서 돌입하기로 결정 되었다.
나를 구출하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지고의 원반을 회수하기 위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함선의 구출 또한 생각 하지 않았다.
하염없는 심층. 전투기의 엔진은 계속해서 가속할 뿐이었다.
“왔다.”
그리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을 때 쯤.
느껴지는 무언가의 기운.
나는 이전에 이 알 수 없는 기운을 딱 한번 느껴본 적이 있었다.
“드디어....”
심층의 끝. 어두컴컴한 그 장소의 끝에 빛이 보였다.
*
[이슬비 요원의 신호가 끊겼습니다.]
램스키퍼의 함교에 자리하고 있다가 쇼그의 말에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김유정 국장은 화면에 출력된 지도에 슬비가 사라진 지점을 보았다.
“슬비야....”
“너무 걱정 마시오. 내가 본 이슬비 요원은 분명 살아 돌아 올 거요.”
“살아 돌아올까요?”
김유정 국장은 슬비와 지내면서 어렴풋이 어떤 마음을 품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처음부터 이 작전은 성공할 확률이 희박했다.
슬비가 무사히 원반 앞에 도착하여 원반을 부신다고 하여도. 함대가 그 끝에 도착하기란 힘들었다.
지금도 밖에는 무수한 차원종들이 자리하고 있었으며, 계속해서 함포를 발사 하면서 나아가고 있긴 하지만. 이런 상태로 전투가 지속 되면 좌표 도달 지점까지 약 한 시간 정도의 예상 시간이 나왔다.
한 시간. 세계의 운명이 걸린 싸움에 너무나도 짧은 시간이었다.
“그건. 지난 번. 극비 자료요?”
김유정 국장의 손에는 파일 하나가 들려 있었다.
그것을 가리키며 트레이너가 묻자. 들고 있던 파일 철의 제목을 보았다.
“예. 아직 제 승인이 떨어지지 않아서 영구 봉인을 시키지 않았어요.”
파일 철의 제목에는 '퀸.‘ 직역 하면 여왕이라는 뜻을 가진 영어가 쓰여 있다.
“그걸 보여 줄 생각이오?”
“모르겠어요. 이걸 보여주면 슬비를 멈출 수 있을 것 같아서 가지고 있긴 했지만....”
“그건 탁월한 생각은 아닌 것 같소.”
“알아요. 하지만....”
“모르는 게 때론 좋은 것도 있소. 그 아이는. 아니 모든 아이들이 그동안 고생했소. 그러니.”
“알겠어요.”
김유정 국장은 트레이너에게 파일을 건넸다.
“태워 주세요.”
김유정 국장의 말에 트레이너는 파일을 받아 들더니 잠시 뜸을 들이는 모습을 보였다가 이내 위상력을 발휘하여 파일을 태워 버렸다.
“영원히 숨기기로 한 것이오?”
“가능하다면요. 단지. 슬비가 그 사실을 알게 되길 바라지 않아요.”
원래는 밑에 있는 2편에 올릴 내용이었는데. 어째서인지 칸을 띄우기만 하면 홈페이지 오류가 걸려 버려서 부득이하게 나누게 되었습니다.(설마 텍스트 용량 뭐 그런게 있는 건가?)
아무튼 막간을 이용해 이야기 하자면, 그냥 즉흥적으로 아무 계획 안잡고 쓰다 보니 그 자리에서 아이디어를내고 설정을 만들어내어 쓰다 보니 어딘가 모르게 이상한 느낌이 조금 드는 글이네요.
오늘은 그럼 이만 물러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