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하 : 장래희망은 정의의 아군이 되는 겁니다!!
두개의미스틸 2015-02-17 1
무너져가는 하늘.
그리고 그곳에서 쏟아지는 끝없는 어둠.
동시에 까맣게 타올라 재만이 남아버린 도시와 하늘을 울리는 비명 소리.
원형이 무엇인지 조차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망가져버린 도시의 잔해에서, 통곡과 비명이 난무한다.
그리고 그곳을 걷고 있는 나.
이미 상처를 입어, 온 몸에서 피를 흘리며, 걷는 도중에 지쳐 쓰러져도, 힘이 빠져도, 다시 걸으며 걷고, 쓰러져도 다시 일어서며 또 걸었다.
왜 그렇게까지 했는지…. 지금도 잘 생각나지 않는다.
단지…살아아겠다. 그 생각만을 하며 걸었을 것이라고 지례짐작할 뿐.
마침내, 아무리 힘을 짜내도 걸을 힘이 없을 때, 나는 쓰러졌다.
"…아."
부스러진 건물과 다 타버린 잿더미가 옷가지에 묻었다. 그리고 나는 그 감촉을 피부를 통해 느끼며 다시 몸에 힘을 주려 하지만,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어찌해야할까.
"살……려…."
살려면 어찌해야할까.
"살려……줘…."
그 물음의 대답을 내놓기도 전에, 이미 내 몸은 살기 위한 방법을 마련하고, 그 방법을 실천했다.
"살려…줘어어!"
동시에 콰앙, 하고 주변에 있던 가스관이 폭발하는 소리에, 그 방법조차 무산이 되었고, 깊은 절망감에 얼굴을 그늘에 물들여 결국 마지막까지 버티고 있던 무릎을 굽히며, 차디찬 대지에 등을 맞대며 쓰러졌다.
목소리가 들려온다. 깊은 절망감과 함께 온 몸에 덮쳐오는 수마가, 이제는 포기해도 되지 않냐고, 할만큼 하지 않았냐고 물으며, 나를 유혹한다. 하지만 잠들어선 안 돼.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 만큼이나 깊은 절망감에 눈을 흐리며, 아무도 없는, 아무것도 없는 새까만 밤 하늘에 저도 모르게 손을 뻗었다.
왜까.
왜일까.
왜 자신은 손을 뻗었는가.
이내 그 생각마저 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 나는 들어올린 팔에서 힘을 빼내고. 쓰러지기로 마음 먹었다. 하지만 도중, 낯선 손길에 붙잡힌 나의 손은 그대로 허공에 메달린 것 처럼 흐늘거렸다.
누구지.
누구의 손이지?
힘이 들어가지 않는 고개를 겨우 들어 올리며, 덮쳐오는 깊은 수마를 가까스로 이겨내 뜬 한 쌍의 눈동자는 한 여성을 비치고 있었다.
"살아있어…!"
눈에 눈물을 글썽거리며――살아있는 인간을 찾아냈다, 라며 진심으로 기뻐하고 있는 여자의 모습을.
"살아있어, 살아있어!"
그것이 너무나도 기뻐 보였기에 마치 구원받은 것은 내가 아니라 여자 쪽이 아닐까 하고 생각할 정도로.
그리고.
죽음의 직전에 있는 자신이 부럽게 생각될 정도로 여자는 무언가에 감사하듯이――
――'고맙다' 라고 했다.
찾아낼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한 사람만이라도 구해낼 수 있었기에…'구원' 받았다고.
"정말로…고마워."
그 모습이 너무나도 간절하고, 애타고, 기쁘고, 슬퍼 보여서, 나는 말 없이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살아줘서, 진심으로 고맙워."
-
깨어났을 때.
나는 내 과거를 기억하지 못했고, 여자는 자신의 양자가 되는게 어떠냐고 물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것도 원하지 않았던 나는 흔쾌히 그녀의 양자가 되었고.
그 날 이후로 내 이름은―
―'이세하' 가 되었다.
-
나는 뭘 쓴 걸까. 하고 생각한다. 그리고 도망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