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하의 집에 2분대 아이들이 온다면 - 1

루시터 2019-01-24 6

이른 점심을 간단히 라면으로 때우자고 생각하던 찰나였다. 소파에 누워 게임을 하고 있던 세하는 갑작스레 울리는 벨 소리에 하던 게임을 멈추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는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생각건대 달가운 상황을 알리는 벨 소리는 아니었다.

 

- , - ···

 

벨 소리는 규칙적으로 울려 퍼진다. 한 번만 눌러도 충분한데 상대방은 이를 모르는 듯했다. 세하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몸을 일으켜 세웠다. 게임기를 테이블에 두고 힘없는 발걸음으로 거실을 걸어 나와 현관문으로 향하는 와중에도 벨소리는 계속 울려 대고 있었다.

 

지금 나가요, 그러니까 그만 눌러요.”

 

세하는 귀찮음이 가득 목소리로 외쳤다. 이윽고 밖에 있는 사람이 자신이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길 바라며 현관문을 열어 보았지만, 역시나 저번 주와 마찬가지로 익숙한 얼굴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

 

상대방을 보고 무어라 말을 하려고 했지만 이내 포기하고 또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저번처럼 현관에서 실랑이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지금 여기, 자신을 못마땅하게 쳐다보는 루나 아이기스와 말이다.

 

, 뭐에요! 어째서 한숨을 쉬는 거죠? 애써 찾아와준 상대에게 너무 무례하잖아요!”

 

루나는 세하의 못마땅해 보이는 반응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높은 톤의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세하가 자신의 말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집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곧바로 다급한 목소리로 재차 말을 이었다.

 

, 잠깐만요! 그대로 들어가 버리면 어떡해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루나는 무의식적으로 발을 뻗어 현관문이 닫히는 걸 막아냈다. 이런 식으로 나오면 세하 또한 마냥 무시할 수는 없었다. 오늘도 돌려보내기 틀렸다는 걸 직감한 세하는 체념한 듯이 루나를 바라보았다.

 

끈질겨, 오늘은 또 왜 온 거야.”

누누이 말씀드렸잖아요. 당연히 우리가 같은 리벨리온 팀이기 때문이죠. 완전무결한 클로저인 제가 있는 팀이라면, 팀 또한 완전무결해야 한다고요.”

“···루나 네가 이 팀을 완전무결한 팀으로 만들고 싶은 건 알겠는데, 그게 주말마다 우리 집으로 쳐들어오는 거랑 무슨 상관이야?”

 

세하의 물음에 루나는 매우 당연하다는 듯한 얼굴로 답했다.

 

당연히 같이 훈련을 하기 위함이잖아요? 애초에 팀이 완전무결해 질려면 저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안 돼요. 제가 아닌 우리가 노력해야 하죠.”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이 여자, 역시나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다. 고작 그런 이유로 자신의 주말을 방해한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세하는 거실의 테이블에 있는 게임기를 떠올리며 고개를 저어댔다.

 

그런 말은 나타한테도 했으면 좋겠는데.”

, 그 사람이 제 말을 들을 리가 없잖아요! 분명 또 싸우자고 달려들게 뻔해요!”

“···결국 나는 이래저래 말려들 뿐이네. 하지만 나도 주말만큼은 쉬고 싶다고. 아직 못다 한 게임이 얼마나 많은 줄 알아?”

게임은 평소 임무를 수행할 때도 하시잖아요.”

안 해, 요즘은 안 한다고. 잔소리하는 사람이 한 명 더 늘어서 못하고 있는 중이야.”

, 잔소리하는 사람이 늘었다는 게, 설마 저를 말하는 건가요?”

다행히 인지는 하고 있었네. 그런 의미에서 하는 말이지만, 나는 이슬비의 잔소리만으로도 벅차다고.”

“···불쾌하네요. 좋은 뜻으로 한 말을 단순히 잔소리로 생각하고 있다니···.”

 

어째서일까, 세하의 대답을 들은 루나의 목소리는 크게 다운된 듯 했다. 루나는 시선을 내리깔고는 잠깐 생각을 하는가 싶더니 조용히 뻗었던 발을 걷었다.

 

알겠어요, 저도 매번 강요하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하니까요. ···오늘은, 다시 돌아가도록 하죠.”

 

순순히 물러나는 루나의 모습에 세하는 적잖이 당황해했다. 저번처럼 막무가내로 들어올 줄만 알았던지라 의기소침해하며 물러나는 상황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이렇게 되면 마음이 불편해지는 건 오히려 세하 쪽이었다.

 

잠깐!”

 

몸을 돌려 걸어왔던 길을 되돌아가려는 루나에게 세하가 외쳤다. 루나가 고개를 돌려 자신을 바라보자 세하는 또다시 거실의 게임기를 떠올렸다. 오늘 게임을 하지 못한다면 이벤트 아이템을 놓치게 될 것이 뻔했다. 그리고 이는 앞서 이루어 놓은 2주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된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하아, 어쩔 수 없지. 안으로 들어와. 아무리 그래도 애써 와준 사람을 돌려보내는 건 나도 달갑지 않으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하는 게임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앞에 서있는 상대가 겉모습과는 다르게 쉽게 상처 받는 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 정말요?”

 

처음 세하가 그랬던 것처럼, 예상하지 못한 반응에 당황해하는 건 루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사실 주말마다 반복되는 자신의 방문을 세하가 귀찮아한다는 것은 루나 또한 알고 있었다. 그래서 오늘은 저번처럼 막무가내로 강요를 하고 싶지 않았다. 물론 솔직히 말하면 자신의 개인적인 이유 때문에 상대방에게 미움을 받고 싶지 않았을 뿐이지만 말이다.

 

“···그래도 저번처럼 훈련은 안 할 거야. , 일단은 들어와서 이야기하자고.”

 

세하는 현관문을 활짝 열며 말했다. 루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었고, 조금은 기쁜 얼굴로 세하의 집 안으로 들어왔다. 둘은 아무 말 없이 거실로 향했고, 익숙하다는 듯이 서로의 자리를 찾아 앉기 시작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세하가 누워있던 소파에 루나가 앉았고, 세하는 루나의 반대편에 있는 일인용 소파에 자리를 잡았다.

 

“···역시, 게임을 하고 있었나요?”

 

루나가 테이블에 있던 게임기를 바라보며 물었다. 세하는 어느새 꺼내든 핸드폰에 시선을 고정한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바쁘게 움직이는 손가락을 보건대,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내고 있는 듯 했다.

 

그럼 이제 훈련에 관해···.”

좋아, 됐어.”

 

루나의 말을 끊기라도 하듯, 세하는 조금 큰 목소리로 말했다.

 

, 뭐가 됐다는 거죠?”

, 레비아와의 약속을 오늘로 바꿨거든. 다행히 레비아도 문제없는 모양이야.”

 

세하의 말에 루나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어째서 지금 상황에서 그녀의 이름과 약속이라는 단어가 나오는지 이해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이를 눈치챈 세하는 다시금 말을 이었다.

 

사실 다음 주에 레비아랑 약속이 있어서 말이지.”

그건··· 무슨 약속인가요?”

전에 레비아한테 요리를 알려주기로 했거든. 언젠가, 같이 임무를 맡을 때 그런 약속을 해버렸지.”

“···그 약속을 오늘로 바꿨다는 건가요?”

맞아. 오늘 하지 못한 게임의 노가다는 다음 주에 제대로 벌충해야 하니까. 레비아에게는 조금 미안하긴 하지만 어쩔 수 없지.”

 

루나의 입장은 조금도 생각하지 않는다는 듯이 말하는 세하의 모습에 루나는 깊은 분노를 느꼈다. 사실 분노라는 표현이 조금 과장된 느낌이지만, 그래도 화가 난 건 사실이었다.

 

, 언제나 하는 생각이지만 정말로 답이 없군요, 이세하 요원. 아무리 게임이 좋다지만···.”

 

뭐라고 말해야 할까. 루나는 자신의 감정이 어떤 형태인지 알 수 없었다. 어떤 점에서 화가 났는지 논리적으로 말할 수도 없었다. 다만 답답하게 쌓인 감정을 표출하고 싶을 뿐이었다.

 

집으로 들어오라고 했을 때는 이제야 정신을 차린 걸까 하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역시 글러 먹은 사람이네요. 이슬비 요원의 심정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어요.”

나를 너무 한심하다는 듯이 보는 건 하지 말아줄래? 그래서 말했잖아. 오늘은 저번처럼 훈련은 안 한다고.  애초에 주말은 쉬라고 있는 거라고. ···물론, 지금부터 나는 바빠지겠지만 말이야.”

“그렇게 말해봤자, 어차피 레비아 대원과 함께 음식을 만들고 먹을 뿐이잖아요. 저와의 훈련은 내팽개치고 말이죠. 고작 게임을 포기할 수 없다는 이유 때문에요.”

 

한껏 토라진 얼굴로 답한 루나는 이내 체념했는지 그대로 소파에 쓰러지듯 누워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상황이 이렇게 되면 저도 불편해진다고요. 왠지 제가 레비아 대원한테 민폐를 끼친 거 같잖아요.”

나한테 민폐를 끼친 건 맞잖아···.’

 

차마 꺼낼 수 없는 말을 마음속으로 외치며 세하는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귀찮고 번거롭지만, 나중을 위해서라도 루나의 기분을 풀어줄 필요는 있었다.

 

너무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마. 그리고 매번 훈련하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라고. 때로는 편하게 놀고먹고 쉬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해. 그래, 이건 컨디션 유지를 위한 일이지.”

또 그럴듯한 말로 포장을···.”

, 어찌 됐든 너무 삐지진 말아줘. 훈련이라면 나중에 같이 해줄 테니까.”

누가 삐졌다고 그래요!”

 

스스로 찔렸는지 루나는 곧바로 소파에서 일어나며 외쳤다. 본인은 애써 부정하고 있지만, 지금의 상황에 불만을 가진 것은 사실이었다. 왠지 모르게 자신이 떼를 부리는 어린아이가 되는 듯한 모양새에 결코 달갑지가 않았다.

 

저번부터 느낀 거지만 저를 너무 애 취급하지 말아줬으면 좋겠어요! 저는 이세하 요원과 마찬가지로 어엿한 클로저 요원이라고요.”

누가 애 취급을 했다고 그래.”

, 지금 저를 바라보는 눈빛은 누가 봐도···.”

 

상황이 복잡해지기 바로 직전, 난데없이 울리는 벨 소리에 루나는 끝까지 말을 잇지 못했다. 둘의 시선이 동시에 현관문 쪽으로 향했고, 이후 다시 서로를 바라보았다.

 

“···벌써 오다니, 너무 빠른 거 아니에요?”

 

루나의 말에 세하는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 없잖아, 레비아는 한 시간 뒤에나 온다고 했어. 분명 다른 사람이겠지. ···하지만 루나 네가 아니면 딱히 올 사람은 없는데.”

 

- ,

 

또다시 벨 소리가 울렸다. 그리고 곧바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전혀 예상치 못한 인물의 목소리였다.

 

누구 없는 거냐? 빨리 이 문을 열어줘라. 세트는 루나가 여기 있다는 걸 알고 온 거다. 그러니까 빨리 이 문을 열어라. 크아아앙! 이 손잡이, 엄청 튼튼하다!”

 

세트!?”

 

모를 수가 없는 독보적인 말투와 목소리와 행동에, 루나는 경악스러운 목소리로 외쳤다. 세하는 현관문에서 들려오는 불안한 소리에 곧바로 뛰쳐나가기 시작했고, 이윽고 정신을 차린 루나 또한 세하를 따라 현관문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 잠깐! 우리 집 문을 망가트리지 말라고!”

세트! 또 아무거나 입에 물면 안 돼!”

 

세하와 루나의 다급한 목소리와 함께, 평범할 것만 같았던 세하의 주말은 시끌벅적하게 변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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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어째서 접속 제한인거냐... 세트 만렙 찍어야 하는데...

할 수 있는 거라곤 팬픽을 쓰는 것 뿐이라니 .......... 

2024-10-24 23:22:05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