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d Line-마지막 선(7)
건삼군 2019-01-20 0
불타는 공중전함, 계속해서 울려퍼지는 진동, 그리고 그 속에서 간신히 살아있는 팀원들. 간신히 그 형태를 유지하며 점점 고도를 잃고있는 가운데, 나는 소리쳤다.
“***!”
나와 슬비를 제외하고 모두 심각한 부상을 입은 상황에서, 살아날 가망은 도저히 보이지 않았다. 그저, 이 철의 요새가 추락하기를 기다릴 뿐. 그렇게 살아날 가능성도, 방법도 없는 상황에서 팀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연장자인 제이 아저씨는 램스키퍼의 격벽을 수동으로 열고 말했다.
“대장, 그리고 동생. 어서 뛰어내려. 그게 너희 둘이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야.”
“헛소리 하지 마요! 그럴거면 같이 뛰어내려요!”
“내 몸 상태를 봐바. 뛰어내리든 여기있든 곧 있으면 죽을 몸이라고. 그건 유리나 테인이도 마찬가지고.”
나와 슬비를 보고 뛰어내리라고 하는 제이 아저씨의 말에 고집을 부리며 버티자 제이 아저씨는 그렇게 대답했고 이내 쓴웃음을 지으시며 나와 슬비의 목덜미를 붙잡았다.
“너희들 모두가 살았으면 했지만... 이것 밖에는 방법이 없군.”
“뭐하는 짓이에요!”
목덜미를 붙잡힌 채 바둥거리며 최대한 아저씨의 손을 뿌리치려고 하였지만 부상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저씨의 팔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발버둥치며 아저씨의 표정을 바라보자 비춰진 노란색 선글라스 에는 슬픈 눈빛이 서려있었고 이내 한마디와 함께 나와 슬비를 붙잡고 엤었던 손을 놓았다.
“살아라.”
부유감이 온몸을 감싸며 나와 슬비는 지상으로 떨어졌고 동시에 한때 그 위엄을 뽐내던 궁중전함이 화염에 휩쌓인 채로 추락하는 나와 슬비로부터 멀어져갔다. 마치 사냥꾼의 총에 맞고 추락하는 독수리처럼.
멀어져가는 램스키퍼를 향해 손을 뻗어본 나지만 손이 닿는 일은 없었다. 그저, 부유감과 함께 점점 멀어져갈 뿐. 아무것도 할 수 있는게 없는 채, 아무것도 지키지 못한 채 그렇게 나는 중력에 이끌려 하늘에서 떨어졌다. 추락하며 바라본 하늘에서는 램스키퍼의 일부였던 잔해가 나와 슬비를 향해 운석처럼 돌진하고 있었고, 나는 그 와중에서 어떻게든 슬비만이라도 감싸기 위해 슬비에게 손을 뻗어 그녀의 손을 붙잡았지만 그녀는 내 손을 뿌리치며 날 공중에서 염동력으로 밀어내었다.
어째서, 라고 생각하며 멀리튕겨져 날아간 내 눈에 보인 것은, 램스키퍼에서 떨어져나온 잔해가 슬비를 무자비하게 덮치는 모습이였다.
“이슬비!!!”
그녀의 이름을 **듯이 외치며 절규한 그 순간, 어마어마한 충격이 날 덮쳤고 난 그대로 사방에 부딫히며 간신히 움직이는 몸을 이끌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다행인지, 혹은 운명의 변덕인지, 내가 추락한 곳은 숲이였고 나뭇가지에 걸려 부딫히며 추락한 덕분에 몸은 어떻게든 움직일 수 있었다. 간신히, 지만.
마치 온 몸의 뼈가 가루가 되어버린 것 처럼 삐걱거렸고 떨어지며 생긴 상처때문에 피가 눈앞을 가려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억지로 몸을 움직이며 이 주변 어딘가에 떨어져있을 슬비를 찾아 헤맸다.
그렇게 얼마동안을 찾아 헤맸을까, 나는 겨우 널부려진 잔해 근처에서 쓰러져있는 그녀를 찾았고 이내 절망했다.
잔해에서 떨어져나온 철근이, 마치 송곳처럼 그녀의 옆구리를 관통해 있었다.
철근에 의해 관통당한 그녀의 가냘픈 옆구리에서는 무섭도록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고 주변의 풀들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흘러나오는 피를 막기위해 나는 어떻게든 지혈을 하려고 하였지만, 소용없는 일이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계속해서 지혈을 시도했다. 눈앞의 현실을 인정하기가 싫어서, 아니. 인정할 수가 없어서, 나는 **듯이 그녀를 부르기 시작했다.
“이슬비! 야! 정신차려! 너 아직 살아있잖아! 대답해봐!”
그렇게 **듯이 그녀를 깨워보자 그녀는 조용히 눈을 떳고 이내 점점 생기를 잃어가는 눈으로 무언가 말하려는 듯 입술을 천천히 움직였다.
“...세하야...”
간신히 들려온 그녀의 목소리에는 이미 예전의 시끄러웠던 잔소리는 찾아볼 수 없었고 나는 그런 그녀의 차가운 손을 붙잡았다. 그러자 그녀는, 슬픈 미소를 짓고 이미 차가워질 대로 차가워진 손으로 뺨을 어루어만지며 말했다.
“...세하야... 행복해져야 돼...”
그 한마디를 마지막으로, 그녀의 손은 힘없이 바닥에 떨어졌고 이내 그녀는 눈을 감았다.
행복해지라니, 그게 대체 무슨 말도 안되는 바람이란 말인가. 모든걸 잃고서, 소중했던 사람들을 잃고서 대체 어떻게 행복해지라는 말인가.
“으아.... 큭.... 아...”
엉망진창인 비명인지, 절규인지, 울음인지 모를 목소리가 목구멍에서 간신히 나왔다.
어쩌다 이렇게 된 것일까. 어째서 이렇게 된 것일까.
그저, 원망하고 또 원망했다. 운명을, 세상을, 그리고 이 짓을 벌인 인간들을.
나는 그날 다짐했다.
유니온을 부숴버리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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톤파를 무기로 사용하는 소녀를 쓰러뜨리고 앞으로 나아가 엘레베이터를 타고 다음층인 91층으로 올라가자 나를 맞이한 것은 사방이 새하얀 색을 띄고 있는 연구소 같은 곳 이였다.
분명 90층 위로부터는 VIP만이 올라올 수 있는 곳 일텐데 어째서 아까 90층의 테라스와는 달리 병원 같은 분위기를 띄고 있는 연구소가 존재하는 걸까 의문을 품은 나는 복도를 따라 나아가 이내 앞을 가로막고 있던 철문을 건 블레이드의 포격으로 날려버리고는 안으로 들어섰다.
“...이게 뭐야.”
딱 인간이 들어갈 수 있을만한 크기의 실험관이 끝없이 놓여져 있다. 대체 뭐가 들어가 있을까 확인하기 위해 자세히 들여다보자 실험관 안에는 아니나 다를까 여러명의 인간들이 비참한 몰골로 잠들어있었다.
“한때 인간들은 차원종 조차 시도하지 않은 것들을 시도했지.”
끔찍한 모습을 지닌 한때는 인간이였던 것들을 보며 경악하자 더스트가 내 옆을 걸어나가며 말하기 시작했다.
“하나는 인간들에게서 위상력을 강제로 뽑아내 한 생명체에 접목시키는 거였고, 또 하나는... 죽어버린 생명을 되살리는 거였지.”
“...”
“물론 그다지 성공적이지는 않았어. 살아난 인간에게는 지성이 없었고 수많은 위상력을 접목시킨 생명체는 도저히 제어할 수가 없었거든.”
그래서, 실패작으로 분류되어서 이렇게 실험관속이 갇힌 채 방치되고 있는건가.
더스트의 말에 알게된 유니온의 또 다른 추악한 만행에 이제는 놀랍지도 않다고 생각하며 나는 건 블레이드를 바닥에 꽂아넣고는 그대로 광범위하게 폭발을 일으켜 실험관 안에 갇혀있던 이들의 삶이 아닌 삶을 끝내버렸다. 저런건, 사는게 아니니까.
“그러지 않는게 좋을텐데?”
“무슨 소리야.”
“말했잖아. 생명을 되살리는 것 이외에 도저히 제어할 수가 없는 괴물이 탄생했다고 말이야.”
[크워어어어어!!]
더스트의 말에 불현듯 불길한 기분을 느낀 그 순간, 괴성이 주변에 울려 퍼지며 거대한 진동을 일으켰다.
흉측하게 변해버린 피부, 비정상적으로 튀어나온 뼈들, 그리고 이성을 잃은 눈동자. 그래, 한마디로 말하자면 괴물, 그 자체가 포효를 지르며 금이 간 실험관을 깨려고 날뛰고 있었다. 그저 괴물같이만 생겼다면 그저 놀라는 것으로 끝났을지 모르지만, 아직까지도 생명체의 모습에 남아있는 인간의 형태가 더욱 거부감을 불러왔다.
날뛰며 이내 실험관을 부숴버리고 바깥으로 나온 괴물은 포효를 지르며 내게 돌진하기 시작했고 나는 그와 동시에 건 블레이드를 고쳐 잡으며 회피 자세를 취했다. 아니나 다를까, 나는 괴물의 단순 무식한 돌진을 가뿐히 피할 수 있었다.
그렇게 가볍게 괴물의 돌진을 피하자 이내 괴물은 성난 표정으로 내쪽으로 고개를 돌렸고, 이내 엄청난 괴성을 내지르며 날뛰기 시작했다. 그러자 더스트는 이내 어떻게 할 거냐고 묻는 듯한 말투로 내게 말했다.
“아무래도 네가 재를 자극한 것 같은데?”
“상관 없어.”
죽여버리면 그만이니까.
그렇게 더스트의 말에 대답한 나는 건 블레이드를 지면에 내리쳐 거대한 충격파를 발생시켜 날뛰던 괴물을 내쪽으로 끌어 당겼다. 그러자 괴물은 괴성을 지르며 내쪽으로 끌려왔고 나는 그런 괴물의 사타구니 사이를 미끄러져 빠져나오고는 그대로 괴물의 몸에 건 블레이드를 꽂아넣어 방아쇠를 당겼다.
Hainsman님의 작품을 허락을 맡고 대신 업로드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