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d Line-마지막 선(5)
건삼군 2019-01-17 0
왠지 모르게 몸이 뜨겁다.
마치 열풍에 삼켜진듯이, 갑갑하고 숨을 쉴 수가 없다.
“콜록! 하아...”
그런 갑갑함에 억지로 눈을 뜨고 몸을 일으키자 새하얗게 타고 남은듯한 머리카락을 지닌 소녀가 부숴진 안드로이드의 잔해 위에 앉은 채로 나를 바라다보고 있었다. 안드로이로이드 위에 걸터 앉은 소녀는 부숴진 안드로이드의 팔을 이리저리 만지작 거리며 날 보고는 입을 열었다.
“일어났어?”
“...내가 얼마동안 기절해 있었지?”
“고작 몇분정도야.”
생각보다 짧은 시간만이 흘렀다는 것을 깨달은 나는 여기저기 쑤셔오는 몸을 억지로 일으켜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불가사의 하게도, 기절하기 전 까지만 해도 여기저기 엉망진창으로 나있던 상처들은 이미 없어져 있었고, 나는 어리둥절하며 상처들을 살펴보았지만 더스트가 그런 나를 보며 말했다.
“상처라면 내가 치료해 놨어. 고마워 하라고.”
“...”
아까 기절했을떄 느꼈던 뜨겁고 답답한 기분은 그것 때문이였나.
더스트가 날 치료해줬다는 의외로운 사실에 살짝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다시,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다음 층으로, 그리고 그 다음 층으로 계속해서 향하기 위해.
그렇게 아직 다 아물지 않은 몸을 이끌고 걷기 시작하자, 안드로이드 위에 걸터 앉아있던 더스트는 가볍게 내려와 나를 따라오기 시작했고, 이내 내게 말했다.
"지금이라도 내 힘을 받아 들이는 게 어때? 아까만 했어도 너, 죽을 뻔했잖아.”
“필요없어.”
다시한번 날 회유하려는 더스트의 말을 단답으로 거절하자 더스트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짜증난다는 표정을 지으며 날이 서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너, 그러다가 진짜로 죽을거야.”
“상관없어.”
그저 순수하게 나 자신을 걱정하는 건지, 아니면 마음에 든 장난감이 망가지는게 싫어서 걱정하는 건지 모를 더스트의 말을 듣자 역시, 후자라고 생각한 나는 이번에도 단답으로 대답하였다. 그러자 이내 더스트는 날카롭게 외치며 말했다.
“아 진짜! 너 완전 **집인거 알아?! 내가 일부로 걱정해주고 있는데 정말!”
“소중한 장난감이 부숴지는게 아까울 뿐이잖아.”
“...됐어. 질렸어. 마음대로 해. 난 이제 신경 안쓸거야.”
그렇게 결국 화를 낸 더스트는 삐진 아이처럼 성을 내며 모습을 감췄고, 나는 그런 더스트를 무시하며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아직 무거운 몸을 이끌고 한발짝, 그리고 또 한발짝 계단을 올라가기를 여러번 반복하자 나는 어느새 90층에 도달해 있었다.
계단으로 갈 수 있는 가장 높은 층인 90층에 도달한 나는 비상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고 동시에 최대한 주변을 경계하며 건 블레이드를 놓치는 일이 없도록 단단히 잡았다.
90층의 테라스는 왠만한 체육관 보다 넓고 큰 공간이였고 VIP나 관계자만 올라올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듯 화려한 인테리어가 그 모습을 뽐내고 있었다. 딱 봐도 비싸다는게 느껴지는 그림들, 온같 화려한 모습을 지닌 열대어들이 헤엄치고 있는 거대한 수조관, 그리고 그 옆에 놓여져 있는 방문자를 위한 화려한 소파와 그 위에 앉아서 여기저기 실밥이 튀어나온 인형으로 혼자서 인형놀이를 하고있는 소녀가 있었다.
인형놀이를 하던 소녀는 이내 인혀을 내려놓고 웃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고, 두자루의 톤파를 든 채로 소파에서 뛰어내려 가볍게 착지하였다.
“읏챠~ 처음뵙네요, 알파퀸의 자제분! 전 소마라고 해요!”
상황이 맞지 않게 밝은 표정과 목소리로 인사를 건내는 소녀에게서 무언가 결어된 듯한 느낌을 받으며 건 블레이드를 소녀에게 겨누자 소녀는 당황하는 표정을 지으며 횡설수설거리기 시작하였다.
“자자잠깐! 무기좀 내려놓으시죠?! 전 사람하고 싸우고 싶진 않다구요! 일단 대화로 해결합시다!”
“비켜.”
“그게... 그건 좀 곤란한데요...”
“대화 끝. 덤벼. “
“네? 아니, 좀 기다려 보라니까요! 꺄악!?”
한없이 해맑은 표정으로 당황한 표정을 짓고 어쩔 줄 몰라하며 우왕자왕하는 소녀에게 다짜고짜 덤벼들자 소녀는 짧막한 비명을 지르며 톤파로 내 건 블레이드를 받아냈다.
소녀의 톤파에 내 건 블레이드가 격돌한 그 순간, 나는 건 블레이드를 격발시켜 폭발을 일으켰다. 푸른 불꽃을 띄는 폭발은 소녀의 톤파를 멀리 밀어냈... 어야 했지만 어째서인지 소녀의 톤파는 밀려나지 않은 채로 내 건 블레이드의 폭발을 견뎌내었다.
“이쪽도 그냥 톤파가 아닌 버스트 톤파거든요!”
당당하게 자랑스러운듯 소리친 소녀는 이내 내 건 블레이드를 밀어내고 톤파의 몸체에서 격발된 탄피를 배출하였다.
버스트 톤파든, 건 블레이드든 사용하는 건 쓰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적으로는 발화, 혹은 화염과 관련된 능력이 있어야 쉽게 사용할 수 있다. 딱히 발화능력이 없어도 사용할 수는 있지만 그러는 경우에는 효율같은거는 기대하지 않는편이 좋다.
소녀의 능력은 아마 나와 같은 ‘발화’. 내 발화능력과는 달리 일반적인 붉은 빛을 띄고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위력이 나보다 현저히 뒤떨어진다거나 그런건 아니다. 아무리 내가 열에 내성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정면으로 휘말리면 결코 무사하지 못할 졍도의 위력이다.
하지만 그건 다르게 말하자면 정면으로 휘말리지만 않으면 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조금이라고는 하지만 화염의 위력 그 자체는 내가 한 수 위다. 정면으로 부딫친다면 밀려나는건 내쪽이 아닌 소녀쪽이다.
그렇게 판단한 나는 건 블레이드를 휘둘러 위상력을 극도로 한점에 압축시켜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고도의 위상력이 방출되며 일으킨 압축 폭발은 가로막는 모든 것을 찢어버릴 기세로 소녀를 덮쳤고 소녀는 순간적인 기지를 발휘해 정확한 타이밍에 버스트 톤파를 격발시켜 충격을 상쇄했다. 그 덕분에 소녀는 밀려나지 않고 버틸 수 있었고 소녀는 자랑스러운 듯 외치기 시작했다.
“앗싸! 버텼다!”
웃으며 환호성을 지르는 소녀. 하지만...
폭발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한계 이상으로 응축된 압축폭발에는 2가지 이점이 있다. 하나는 위상력을 극도로 한 점에 압축했기에 그 위력이 막강하다는 점이고 또 하나는 압축폭발로 발생하는 충격파에 의해 공간을 일그러뜨리며 밀려난 주변의 입자들이 다시 원위치로 돌아오며 발생하는 2차폭발이다.
그렇기에 아무리 1차 폭발을 막아낸다 하더라도 이어지는 2차폭발을 막아내지 못한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꺄악!!”
이어지는 2차폭발을 예상하지 못한 소녀는 미처 피하지 못하고 폭발에 휘말려 충격에 의해 뒤로 날아가 바닥에 쓰러졌다. 쓰러진 소녀의 몸 이곳저곳에는 방금 전 공격으로 인해 생긴 화상과 자상들이 나있었고 상식적으로 생각한다면 목숨에는 지장이 없더라도 당장은 움직이지 못할 정도의 부상이였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소녀의 상처들은 순식간에 치유되기 시작했다. 화상을 입었던 피부에는 금새 새 살이 돋아나 언제 그랬냐듯이 혈기를 띄기 시작했고 이내 완벽하게 본모습을 되찾았다. 아마 치유 계열의 능력을 지니고 있으리랴.
“아야야... 아파라...”
비틀거리며 일어난 소녀는 그렇게 말했고 나는 내 눈으로 보고도 잘 믿겨지지가 않는 광경에 한숨을 내쉬며 건 블레이드를 다시금 들어올렸다. 그러자 소녀는 재빠르게 주변에 붉은 화염폭풍을 일으켜 내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했다.
하지만 접근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원거리에서 공격하면 그만이다.
건 블레이드의 포신을 겨눠 위상력을 흘려보낸다. 그러자 열기가 건 블레이드를 뒤덮으며 공파탄을 언제든지 발사할 준비를 하였다. 준비가 되자 나는 건 블레이드의 방아쇠를 당기려고 하였지만 그보다 빠르게, 소녀가 일으킨 화염폭풍에 의해 작동한 스프링클러가 물을 흩뿌리며 열기로 가득했던 이 공간을 식히기 시작하였다.
갑작스럽게 일어난 이변에 소녀의 얼굴을 바라보자 소녀는 노렸다는 듯한 얼굴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아마, 내 발화능력을 억제하려고 일부러 스프링클러를 작동시킨거겠지. 하지만 그녀는 아무래도 스프링클러가 작동하면 자신의 발화능력 또한 억제된다는 것 까지는 생각하지 못한 모양이다.
소녀의 오산을 깨달은 나는 순수한 위상력 만으로 육체를 강화시켜 돌진하려고 하였다. 하지만, 그런 나를 본 소녀는 이내 섬뜩한 미소를 지으며 외쳤다.
“찌릿할거에요~”
순간 소녀가 한 말의 뜻을 이해하지 못한 나는 불길한 기운과 함께 뒤로 물러나려고 하였지만 그것보다 한 발 빠르게, 소녀의 손에서 뻗어나온 스파크가 바닥에 고여있는 물을 타고 날 덮쳤다.
전신에 무시하지 못할정도의 전기에 감전된 나는 손 하나 까딱하기 힘든 상황에 쳐해졌고 전기충격에 의한 고통에 얼굴을 찡그리며 어떻게든 몸을 움직이려고 했다. 하지만 움직이려고 하면 더욱 고통이 커질 뿐 이였다. 설마 발화하고 치유 능력 외에도 다른 능력이 있었을 줄이야...
“한가지만 물어볼게요. 밑층에 있던 제 또래의 방패를 든 여자애는 어떻게 하셨죠?”
감전으로 인해 움직이지 못하는 나에게 소녀는 웃음이 사라진 차가운 얼굴로 물었고 나는 그런 소녀의 질문에 대답하지 못한 채 어떻게든 전격에서 벗어나려고 온몸에 힘을 집중했다. 그러자 건 블레이드를 들고있던 손이 간신히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고 나는 그대로 건 블레이드를 바닥에 꽂아넣어 위상력을 흘려보냈다.
Hainsman님의 작품을 허락을 맡고 대신 업로드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