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끄적끄적-민우은이] 무슨 짓을 한거야
혜우비 2015-02-17 5
무슨 짓을 한거야
[채민우-송은이]
-낑깡
장갑차. 특경대나 클로저들이 임무를 나갈때 주로 쓰는 차.
그 안은 생각보다 꽤 넓고 괜찮아서 가끔 특경대나 클로저들이 쉬기도 한다. 장갑차가 총 3대가 있는데 그중 하나는 단 한명 만이 쓰는 차.
'나는 여자니까 특별대우를 해야지! 너네는 저기 장갑차 2대 남아있으니까 알아서 해!'
라고 외치며 반 강제적으로 차지한 장갑차. 그 안에는 지금 엄청난 피 비린내가 진동하고 있다. 눈을 뜨고 있지만 감은 것 처럼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초점없는 눈동자. 평소에 생기넘치고 발랄하던 그녀는 온데간데 없고 뭔가에 홀린사람처럼, 정신병자처럼 자신의 손목을 계속해서 그어대는 한 여자만 있었다. 특경대의 대장이자 경정이지만 여자라 그런지 가녀린 팔목을 커터 칼로 쉴새없이 긋고 또 그어 마치 누가 빨간 페인트를 한바가지 부어다 놓은 듯 바닥에는 이미 피 웅덩이가 만들어졌다.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계속 그어대다가 갑자기 시끄럽게 울리는 알람소리에 눈을 두어번 깜박이더니
"...6시..."
마치 삶의 의욕을 전부 잃어버린 사람처럼 맥없는 목소리를 시간을 중얼거리는 그녀의 모습은 정말 곧 죽을것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특경대의 임무가 끝난 건 새벽 4시. 끝나자 마자 다른 대원들은 기절하듯이 잠들었고 그녀의 오른팔이자 부하인 채민우는 잘 떠지지 않는 눈과 사투를 벌이며 서류를 작성하고 바로 쓰러졌다. 다들 깊이 잠든 가운데 오직 그녀만 아무도 모르게 장갑차 안에서 숨죽여 칼날을 몇번이고 자신의 손목에 갖다대며 자해행위를 계속했다. 2시간이나 피가 흘러내렸으니 보통 빈혈이라던가 바로 쓰러졌을테지만 아무렇지않게 익숙하다는 듯이 피가 흘러내린 자신의 손목과 커터칼을 물수건으로 닦고 바닥에 떨어진 피는 주위에 수건을 하나 집어서 그 위에 던지고는 손목을 대충 붕대로 감는다. 하얀 수건이 피를 흡수해 빨갛게 물들어버리고 느릿느릿 붕대로 손목을 감는데 느껴지는 인기척. 그냥 지나가는 누구겠거니 하며 아무렇지 않게 계속 붕대를 감는데
쾅쾅쾅---
"송은이 경정님! 일어나셨습니까!"
장갑차안을 두드리며 울리는 목소리. 이건 채민우다. 많이 당황했는지 붕대를 한 두어번 감다 말고 급히 마무리를 한다.
"이, 일어났어! 일어났으니까 그만 두드려!!"
"일어나셨으면 어서 나오십시오. 기다리겠습니다."
이런, 낭패다. 아직 피비린내가 많이 나는데. 들키고 싶지 않은건지 변명거리를 생각해내던 그녀는 일단 대충 얼버무리기로 했다.
"아니야~ 됐어 됐어. 나 혼자 갈테니까 먼저 가-"
"...알겠습니다. 또 졸지 마십시오."
아까 중얼거리던 목소리와는 정반대의 목소리. 이런 자신을 숨기기 위해 만들어낸 거짓된 목소리. 주섬주섬 좀 빠른 속도로 옷을 챙겨 입고 5분정도 뜸들이다가 갔겠지- 생각하고 장갑차 문을 열자 보이는건 놀랍게도 채민우. 적잖게 당황한 그녀가 식은땀을 흘리며 억지 웃음을 짓는다.
"어?"
"송은이경정님."
평소랑 똑같은 말이지만 왠지 모르게 더 진지한 말투. 그녀의 눈이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얼른가자- 빨리, 나 배고프니까"
"경정님."
"아, 배고파. 오늘은 뭐 먹지?"
"..."
어떻게든 관심을 돌리려는 그녀의 노력이 안타깝게도 그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서둘러 자리를 피하려는 그녀를 눈치 챘는지 눈을 한번 깜빡이고 입술을 꼭 깨물더니 한번도 듣지 못한 목소리로 낮게 읆조린다.
"송은이"
역시 처음듣는 소리에 당황한건지 순간적으로 멈춰선 그녀. 그 틈을 타 손목을 낚아채 자신에게 끌어당긴 후 양 어깨를 붙잡으며 그녀를 응시하는 그. 평소에 쓰던 존댓말과 경정님이라는 말조차 안하고 자신의 이름을 불러준 채민우 때문에 머리 속이 많이 복잡한 것도 잠시 들려오는 차가운 목소리에 움찔하며 반응한다.
"무슨 짓을 한거야"
오싹할 정도로 차가운 목소리. 한번도 듣지 못한 그의 목소리에 살짝씩 몸이 떨리기 시작하는 그녀. 무의식적으로 푹 숙여진 고개는 들 생각조차 없어보인다. 아무 대답도 변명도 없이 그저 고개만 숙이고 있는게 울컥했는지 급기야 소리까지 지르고 만다.
"도대체 무슨 짓을 했으면 피 비린내가 이렇게 진동하냐고 묻잖아!!!!!"
아직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고 서로의 숨소리까지 들릴정도로 조용했기에 소리는 메아리치듯이 울려퍼졌다. 지금까지 한번도 못보던 모습을 봐서 그런지 식은땀이 흐르고, 겁을 먹은건지 아까보다 좀 더 떨리는 몸을 어떻게든 진정시키려고 별 생각다 떠오르지만 오히려 더 긴장만 될 뿐 한번도 누군가 앞에서 이런 적이 없었는데 심지어 차원종 앞에서도 떨지 않았는데 지금은 왜이러는지, 처음 느껴보는 감정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많이 혼란스러운 그녀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어깨를 잡은 손에는 점점 더 힘이 들어간다.
"고개들어"
꽈악- 움켜잡은 어깨. 평소에는 남자처럼 쿨하고 차원종을 처리할때는 왠만한 요원들보다는 뛰어난 실력을 보이며 뛰어다녔던 그녀의 어깨가 이렇게 가녀린 줄 몰랐다. 항상 낮잠이나 드라마를 보며 빈둥빈둥 게으름을 피워도 특경대의 대장이라는 직책과 무게를 이 사람은 지금껏 어떻게 견뎌온걸까. 실질적인 업무는 내가 다 해도 이 사람이 짊어진 책임의 무게는, 이 무게를 내가 덜어줄 수는 없을까.
"윽..."
들릴 듯 말 듯 아주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목소리에 퍼뜩 정신이 돌아온 그는 자신이 너무 힘을 주고있다는 것을 깨닫고 서서히 힘을 풀었다. 시간은 계속 흘러 6시 30분을 가르키고 있었다. 이제 30분뒤면 다른 특경대 대원들도 하나 둘 씩 깨어날 것이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촉박한 마음을 뒤로 한 채 지금까지 자신이 너무 막나간건 아닌지 마음을 추스르고 어깨에서 천천히 손을 떼며 입을 연다.
"무슨 일이 있었던겁니까"
평소의 말투로 돌아온 목소리에 긴장이 풀렸는지 비틀거리는 그녀의 몸을 향해 황급히 손을 뻗어 손목과 허리를 잡았다. 그러다 문득 시선을 잡은 손목으로 돌리자 하얀 옷에 붉게 묻어나오는 피. 순간적으로 놀라 손목을 잡고 있던 손을 떼어 소매를 걷었다. 급하게 감느라 어설프게 감긴 붕대사이로 피가 베어나오고 있었다. 이젠 다 포기한 듯 아까처럼 영혼없이 조용히 땅만 뚫어져라 응시하고있는 그녀의 모습에 지금까지 눌러왔던 감정들이 폭발함과 동시에 마음 속 어디에선가 울컥하는 마음도 샘솟았다.
"도대체 당신은 힘들면 말을 하면 될거 아닙니까!!! 이렇게 혼자 힘들어하고 자해하다가...!!"
손목에 흉지면 어쩌려고, 그러다 과다출혈로 위험해지면 어쩌려고, 왜 이렇게 자신을 막다루는건데. 뒷말은 더 이상 목구멍에서 나오지 않았고 속에서만 맴돌았다. 그래도 여전히 미동도 없는 그녀의 모습에 지금까지 억눌러왔던 자신의 감정을 해방이라도 시키는 듯 굳은 눈빛으로 그녀를 지긋이 바라보더니
"...좋아합니다."
한 마디 툭 던지듯이 내뱉는 말. 여태까지 가만히 있다가 이번엔 움찔거리며 반응을 보인다. 아까부터 심란한 마음에 계속 기름붓고 부채질하는 채민우 때문에 그냥 기절해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데 마음을 정리하면 할수록 더욱 더 복잡해지는 마음때문에 다 포기한답시고 멍하니 있었는데 이게 무슨 소리야. 무슨 뜻이지 나를 여자로써 좋아한다는건가? 아니면 상관으로써? 가면 갈 수록 답답해져서 무어라 말을 하려고 했지만 곧 그의 행동에 지금까지 머리 속에 하얗게 변했다.
"..."
쪽- 하고 자신의 입술에 말캉한 느낌이 아주 잠시 느껴졌었다. 고개를 들어 얼굴을 보니 홍조를 띄운 채 시선을 돌리는 그. 순식간에 지나간지라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다는 표정을 한 채 그를 바라본다. 무어라 말을 하려 했지만 다시 한번 말이 막혀버렸다. 한번 더 닿아오는 그의 입술때문에. 이번엔 살짝 쪽- 하고 떨어지지 않았다. 계속 맞닿아 있었다. 그만하라고 입을 열자마자 뭔가가 입 안으로 들어왔다. 허리를 감싸고 뒷목을 잡아당겨 좀 더 깊숙히 진하게 키스해온다. 이런 일은 정말 처음인지라 어쩔 줄 몰라하던 그녀는 점점 풀려오는 다리에 그의 팔뚝을 꼭 잡고 버티고 있다. 잠시 후 입술이 떼지고 햇빛을 받아 투명하게 빛나는 무언가가 길게 늘어졌다. 몽롱한 표정으로 거칠게 숨만 내쉬는데 다시한번 쪽- 하는 소리에 제대로 정신이 돌아왔는지 주먹으로 그의 복부를 강하게 강타하는 빠른 주먹.
"뭐,뭐,무슨!!!!!"
"쿨럭.. 부,붕대 갈고 오십시오. 먼저 가..가있겠습..니다"
마찬가지로 많이 당황했는지 말을 더듬으며 도망치듯 황급히 빠져나오는 그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 털썩- 주저앉아버린다. 심장이 쿵쾅쿵쾅 요동치고 얼굴은 잘 익은 토마토처럼 변했다. 저 멀리서 웅성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고 소리가 가까워지는데도 일어날 생각조차 하지 않는 그녀.
"경정님!!!!!"
몇명이 외치는지 그냥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목소리들에 그들을 바라보다 방금 전 일이 머리속에 스쳐지나가면서 얼굴이 곧바로 터져버릴것 같이 빨개진다. 아무것도 모르는 이들은 각자 한마디씩 말한다.
"경정님!!! 어디 아프십니까!!!"
"어디가 안좋으십니까!!!"
"피, 피냄새가 진동합니다!!!"
"무슨 일이 있으셨습니까!!!"
"경정님 손목에서 피가 흘러내립니다!!!"
진짜 아침이라 다행이고 여기가 통제구역이라 다행이지 지나가던 사람이 있었으면 '아오 시끄러워 아침부터 무슨 행사하나' 하면서 하나 둘 씩 이쪽을 쳐다봤을거다. 계속 옆에서 울리는 목소리들에 괜히 울컥하는 마음에
"이놈들!!! 아침부터 시끄럽게 하지말고 어서 가서 차원종들 소탕해!!! 늦게 오는 놈은 특급훈련이다!!!"
엄한데에다가 화풀이다.
"차원종들의 머리통을 날려버리겠습니다!!!!!"
단체로 그렇게 외치고는 아주 빠른속도로 사라졌다. 그들이 가든 말든 그녀의 얼굴은 식을 줄 몰랐고 그건 그도 마찬가지이다.
"하아..."
"후우..."
"경정님 얼굴을 어떻게 뵈야하지..."
"채민우 얼굴을 어떻게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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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뭐했죠? 원래 리스트컷증후군으로 쓰려고했는데... 모르겠네요. 그냥 우리 은이경정님이 많이 밝은 분위기니까 뭐랄까 내면의 암흑? 이런거 쓰고싶었어요. 근데 이거 은이님 성격이랑 참 많이 안닮았네요. 저는 그냥 은이님이 막 자해하는데 어느순간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챈 민우님이 그걸 알아채고 말리는거... 쓰고싶었는데 훨씬 빗나간 느낌이에요. 나는 그냥 민우은이를 쓰고싶었을 뿐인데!!! ...내용이 어떻게되는지도 모르겠고... 그냥 전 자러갑니다. 쿨-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