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 아낌없이 주는 용

브로유리 2015-02-16 7

옛날에 위대한 검은 용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용에게는 사랑하는 클로저가 하나 있었습니다.

매일같이 그 클로저는 용에게로 와서


검은 용의 구슬을 한 알 두 알 주워 모았습니다.


그리고는 그 구슬들로 데사를 만들어 쓰고 G타워의 깡패 노릇을 했습니다.



클로저는 용의 궁전으로 쳐들어와서는 한바탕 깽판을 쳐서 푼돈을 벌고

가끔씩은 레벨도 올리곤 했습니다.



용과 클로저는 때로는 접전을 벌이기도 했지요.


그러다가 용이 클로저를 이기면

클로저는 부활 캡슐을 쓴 뒤,

구슬을 따가기도 했습니다.



클로저는 구슬을 무척 사랑했고...


용은 행복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은 흘러갔습니다.


그리고 클로저도 만렙이 되어 접속이 뜸해졌습니다.


그래서 용은 홀로 있을 때가 많아졌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클로저가 궁전을 찾아왔을 때 용이 말했습니다.


"인간이여, 짐의 부하들을 쓰러뜨리고 올라와서 장판을 피해서 점프도 하고 강캔도 써보고 긴급 회피로 구르면서 즐겁게 지내자꾸나."


"난 이제 너희들과 놀기에는 다 커 버렸는걸.

이번에 신지역이 생겼고 그 곳에서 놀고 싶단 말야.

그런데 레벨이 1 더 필요하고. 지금 당장 레벨 1을 올려줄 수 없겠어?"


하고 클로저가 대꾸했습니다.


"유감이지만, 짐도 그건 할 수가 없다."


용이 말했습니다.


"짐에겐 약간의 경험치과 구슬 밖에 없다.

인간이여, 짐의 구슬을 따다가 블랙 마켓에서 팔지 그러느냐.

그러면 돈이 생기겠고, 언젠간 그대의 레벨도 올라가겠고."


그리하여 클로저는 용을 폭행하고

구슬을 따서는 가지고 가 버렸습니다.


그래서 용은 행복했습니다.




그러나 레벨이 오른 클로저는 오랜 세월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았고...


그래서 용은 슬펐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클로저가 돌아왔습니다.


용은 기쁨에 넘쳐 몸을 흔들며 말했습니다.


"인간이여, 짐의 부하들을 쓰러뜨리고 올라와서 장판을 피해서 점프도 하고 즐겁게 지내자꾸나."


"난 G타워에 계속 머무를 만큼 한가롭지 않단 말야."


하고 클로저가 대답했습니다. 그는 또 말하기를


"이번에 강화로 무기를 깨먹어서 새 무기가 필요해.

또 새로 강화에 쓸 돈도 있어야겠고 튜닝에 쓸 돈도 있어야겠고 하여튼 돈이 필요하단 말야.

어쨌든 너 나에게 무기를 하나 마련해 줄 수 없니? 나에게는 그게 제일 급한데."


용이 말했습니다.


"짐의 무기를 줄 수는 없다.

하지만 짐의 구슬을 가져가서 데사를 만들지 그러느냐.

그나마 그대가 취할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이 아니냐."




그리하여 클로저는 용의 구슬을 떼어내서는 데사를 만들러 가지고 갔습니다.


그래서 용은 행복했습니다.




그러나 떠나간 클로저는 오랜 세월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그가 돌아오자 용은 하도 기뻐서 거의 말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어서오거라, 인간."


용은 속삭였습니다.


"짐과 여흥을 즐기자꾸나."


"...더 이상은 신지역에서 버틸 수가 없어."


클로저가 말했습니다.


"아무래도 여기에서 충분히 돈을 벌고 가야겠어.

너 내게 목돈을 마련해 줄 수 없겠니?"


"...늘 그랬듯이,"


용이 말했습니다.


"짐의 구슬을 가져가거라. 그러면 그대는 돈을 벌 수 있고...


그리고 행복해질 수 있겠지."




그리하여 클로저는 또 용의 구슬을 가져가서

목돈을 벌고 멀리 떠나 버렸습니다.


그래서 용은 행복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진심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오랜 세월이 지난 뒤에 클로저가 다시 돌아왔습니다.


"인간이여, 미안하구나. 이제는 그대에게 줄 것이 아무 것도 없다... 경험치도 없고."


"이미 만렙을 찍은 지 오래되었어."


클로저가 말했습니다.


"...혹시 이전처럼 무기를 깨먹어서..."


"내가 지금 들고 있는 무기는 폼인 것 같냐."


클로저가 말했습니다.


"...그러면 강화비를 벌려고..."


"강화는 지를 만큼 질렀어."


클로저가 말했습니다.


"...미안하구나."


용은 한숨을 지었습니다.


"무언가 그대에게 주었으면 좋겠다만...


하지만 짐이 줄만한 것이라곤 아무 것도 없다.


짐은 다만 잔당들만도 못한 구지역 보스일 뿐이야, 미안하네..."



"...이제 내게 필요한 건 별로 없어.


간만에 손쉽게 후드려 팰 대상이 있었으면 좋겠어.


난 몹시 심심해."


클로저가 말했습니다.


"...건방진 소리를 하는구나."


용은 안간힘을 다해 녹슨 검을 빼어들면서 말했습니다.


"그 동안 오냐오냐 해줬더니 못 본 사이에 인간 주제에 많이 컸구나.


인간이여, 전력을 다해서 덤비도록 해라. 짐의 구슬을 빼앗아 보거라."


또다시 만렙이 되어버린 클로저는 시키는 대로 했습니다.




그래서 용은 행복했습니다.

2024-10-24 22:23:27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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