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d Line-마지막 선(4)
건삼군 2019-01-10 5
그날은 어딘가 기분이 좋지 않은 날이였다.
갑작스럽게 지령받은 임무, 원인불명으로 끊어진 통신, 무언가 수상쩍은 구조임무. 그 모든 것들이 그날따라 계속해서 날 불안하게 했었지만, 난 그저 기분 탓이라고 생각하고는 아무것도 의심하지 않았고 그 결과, 모든 것을 잃었다.
램스키퍼에 탑승해 작전지역에 도착하자,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던 건 구조임무가 아닌 의도적으로 발사된 유니온의 대공 미사일 이였다. 불시의 기습에 의해 램스키퍼는 동력을 잃고 추락하기 일보 직전 이였지만 유니온의 방공 시스템은 동력을 잃은 램스키퍼에 계속해서 공격을 퍼부었고, 우리는 그렇게 추락하는 램스키퍼에서 탈출하기 위해 비상탈출 장치로 향했지만 그것마저도 기습에 의해 박살난지 오래였다.
도저히 살 가망이 없어보이는 상황에서, 나와 슬비를 제외한 모두가 심각한 부상을 입은 상황속에서, 우리중 가장 연장자인 제이 아저씨가 취한 행동은 나와 슬비를 붙잡고 램스키퍼의 바깥으로 던져버리는 거였다.
아마 아저씨는 이대로 지상으로 추락해도 살 가능성이 있는건 나와 슬비 뿐이라고 판단하시고 그런 행동을 하셨던 것일거다.
그저 ‘살아라' 라는 한마디와 함께 바깥으로 내던져진 나와 슬비는 몇천미터 상공에서 지상으로 추락하였고, 슬비는 추락하는 와중에 최대한 안전하게 착지하기 위해 온 힘을 다했지만, 결국 떨어지고도 살아남은건 나 뿐이였다.
지면으로 추락함과 동시에 운이 나쁘게도 날카로운 램스키퍼의 잔해에서 나온 철골이 슬비의 옆구리를 관통하였고, 서서히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슬비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던것은 그저 옆에서 지켜보는 것 뿐이였다.
“뭘 그리 생각하는거야?”
떠올리고 싶지 않던 기억을 떠올리던 내게, 언제 나타났는지 모를 더스트가 장난감을 보는 듯한 눈빛으로 내게 말을 걸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더스트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 나는 언제쯤 도착할까 확인하기 위해 엘레베이터에 표시된 층수를 확인하였다. 엘레베이터는 71층을 지금 막 지나 72층에 가까워지고 있었고 나는 아직 더 기다려**다는 걸 깨닫고는 엘레베이터의 벽에 몸을 기댔다.
“긴장을 풀지 않는게 좋을걸? 좀 있으면 아마 엘레베이터가 추락할거니까 말이야.”
“뭐?”
더스트의 말을 순간적으로 이해하지 못한 나는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곧이어 엘레베이터를 뒤흔드는 진동을 느끼고는 일순간 추락하는 듯한 부유감을 느끼고는 재빨리 건 블레이드를 엘레베이터의 벽에 꽂았다.
"큭!"
그러자 엘레베이터의 벽을 관통한 건 블레이드가 귀가 찢어지는 듯한 마찰음를 내며 추락하는 엘레베이터를 멈추었고, 나는 그 틈을 타 발로 엘레베이터의 문을 차서 날려버리고 재빨리 건 블레이드를 벽애서 뽑아내 부숴진 엘레베이터의 문틈 사이로 몸을 날렸다.
다행히도 엘레베이터의 문틈 사이로 빠져나온 나는 정확히 몇층인지 모를 바닥에서 미끄러지며 간신히 엘레베이터에서 탈출한 나는 삐걱거리며 항의하는 몸을 무시하고 일어났다.
방금 전 충격으로 부숴저버린 엘레베이터의 입구 옆에 72층 이라고 쓰여져있는 것을 본 나는 건 블레이드를 들어올리고는 주변을 경계하였다.
“...**.”
아니나 다를까, 주변을 둘러보자 대 위상능력자 처리용 안드로이드들이 빼곡히 날 기다리고 있었고 나는 위상력을 전신에 집중하며 전투를 준비했다. 그러자 그것을 적대행위로 받아들였는지, 안드로이드들이 일제히 내게 달려들기 시작했고 나는 반사적으로 건 블레이드를 지면에 내리쳐 거대한 충격파를 일으켰다.
내리친 지면에서 푸른불꽃이 공간을 비틀며 쏫아오르기 시작했고, 주변에 있던 모든 것들을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충격파속으로 끌려들어간 안드로이드들은 연기를 내며 녹아내리기 시작하였고, 이내 작동을 정지하였다.
작동정지한 안드로이드들을 보고 순간 한숨을 돌렸다고 안심하며 뒤를 돌아본 그 순간, 주변의 벽이 부숴지며 나보다 2, 3배는 커다란 몸집을 지닌 수많은 전투형 안드로이드들이 양팔에 달린 미니건과 도끼를 지닌 채 나타났다.
안드로이드들이 공격을 날리기 전에 먼저 돌진해 코앞까지 다가간 나는 푸른화염으로 타오르는 건 블레이드를 회전하며 휘둘렀고, 이어서 건 블레이드를 안드로이드의 장갑을 뚫고 찔러넣어 화염을 불어넣었다.
그러자 거대한 안드로이드의 몸이 팽창하며 터졌고, 나는 그런 안드로이드의 잔해를 방패삼으며 나를 향해 쏫아지는 총알들을 막으며 바로 근처에서 미니건을 사격하고 있던 안드로이드에게 돌진해 응축된 위상력 덩어리를 발포했다.
응축된 위상력 덩어리는 건 블레이드의 포구에서 발사된 후, 열기를 내뿜으며 안드로이드를 향해 날아갔고, 이내 격돌과 동시에 폭발을 일으키며 거대한 화염폭풍을 일으켰다.
그렇게 순식간에 두 개의 안드로이드를 처리했지만, 아직 안드로이드들의 수는 몇 십 개체는 더 있었고, 나는 그런 안드로이드들에게 건 블레이드를 휘두르며 녹이고, 부수고, 날려버렸다. 보통 인간, 혹은 위상 능력자가 상대였다면 기절하거나 전투불능, 혹은 즉사하는 공격들을 안드로이드들에게 날렸지만 기계인 저것들은 고통이나 감정을 느끼지 않는다. 완벽하게 박살나기 전까지는 몸뚱아리가 절단되더라도, 몸의 절반이 날아가더라도 계속해서 움직인다.
난투속에서 총알이 이따금 내 몸을 관통하고 둔기가 날 후려쳐 내동댕이 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계속해서 일어나 무기를 휘둘렀다.
휘두르는 건 블레이드의 앞에서, 수많은 기계들이 부숴졌고, 그것을 영원과도 반복하자 어느샌가 단 하나의 안드로이드만이 내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이미 여기저기가 그을리고 녹아버린 안드로이드는, 지체없이 내게 미니건을 겨눴고, 나는 너무 무리한 탓에 이미 숨쉬기를 거부하고 있는 허파에 억지로 공기를 불어넣으며 돌진했다. 그러자 안드로이드는 즉각적으로 내게 미니건을 발포하였고 엄청난 발사속도로 쏫아지는 총알들중 하나가 내 뺨을 스치고 지나갔다.
총알에 의해 벌집이 되기전에 먼저 안드로이드에게 접근한 나는, 그대로 도약해 안드로이드의 팔에 매달렸고, 안드로이드의 팔에 장착된 미니건을 비틀어 안드로이드 자신에게로 향하게 했다. 그러자 분당 수천발을 쏫아붓는 미니건에서 발사된 총알들이 안드로이드를 찢어**며 귀가 멍멍해질 정도의 총성을 일으켰다.
자기 자신의 무기로 벌집이 된 안드로이드는 맥없이 작동을 멈추며 쓰러졌고, 나는 엉망진창이 된 몸으로 바닥에 쓰러졌다.
몸 여기저기에 구멍이 뚫린 것 같았고, 그 탓에 피를 너무 많이 흘렸는지 눈 앞이 조금씩 어두워진다.
이대로 이렇게 있을 수는 없다고 생각하며 어떻게든 만신창이가 된 몸을 일으켜본 나지만, 죽고싶냐고 항의하는 듯한 고통에 의해 다시 힘없이 쓰러졌다.
“쿨럭!, 커헉....”
수차례 피를 토해내자, 그제서야 내 몸이 누더기나 다름 없다는 것을 깨달은 나는 움직이는 것을 포기하고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피곤하다. 그냥 이대로 눈을 감고 자고싶다.
이대로 자버린다면 영원히 깨어나지 않는 것은 아닐까, 만약 영원히 깨어나지 않는다면 그건 그것대로 좋은게 아닐까, 라고 생각하며 서서히 의식을 잃어가던 나는 마음속으로 속삭였다.
죽는게 더 나았을 텐데, 라고.
Hainsman님의 작품을 허락을 맡고 대신 업로드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