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d Line-마지막 선(3)
건삼군 2019-01-10 1
난전 끝에 참혹하게 죽어버린 클로저들의 시체를 뒤로 하고 비상계단을 통해 윗층으로 올라가자 강철로 이루어진 차단막이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날 막아섰다.
차단막을 지체없이 날려버리려고 건 블레이드를 겨눈 나는 이런 좁은 공간에서 그런 큰 폭발을 일으켰다가는 날아가는 건 나라는 것을 깨닫고는 문을 날려버리는 대신, 다른 길을 찾아보기 위해 문을 열고 계단 바깥으로 나왔다.
이 건물의 최상층은 100층. 내가 현재 있는 곳은 고작 50층. 50층을 더 올라가**다.
이번에는 제대로 작동하는 엘레베이터를 찾기위해 여기저기를 수색하던 나는 VIP전용 이라고 쓰여져 있는 엘레베이터를 발견하였고 곧바로 엘레베이터에 타기위해 버튼을 눌렀다.
“잠깐만요. 거기까지에요.”
버튼을 누르고 엘레베이터가 오기를 기다리던 내게, 누군가가 뒤에서 내게 말을 걸었다. 목소리에 반응해 뒤를 돌아보자, 그곳에는 자신의 몸집보다도 커다란 방패를 들고 서있는 소녀가 있었다.
작은 체구를 지녔지만 그 무엇도 흔들리지 않는 소녀의 눈동자와 익숙한 분홍색 머리칼을 보자, 또 하나의 익숙한 모습이 뇌리를 스쳐 지나가며 잊고 있었던 그녀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제 이름은 루나 아이기스. 항복해 주세요 이세하 선배.”
만난적도 없는데 내 이름과 함께 날 선배라고 부르는 소녀의 모습을 보자 나는 건 블레이드를 들어올림으로써 거부했다. 그러자 소녀는 착찹한 표정으로 방패를 고쳐잡았고 이내 어째서냐는 표정으로 내게 외쳤다.
“완전무결 해야 할 당신이, 대체 왜...! 이런 짓을...”
완전무결 이라는 단어를 듣자 왠지 모르게 헛웃음이 입밖으로 조용하게 나왔다.
“이유같은 건 당연하잖아.”
조용히 헛웃음을 지으며 그렇게 차가운 말을 내뱉자, 자신을 루나라고 소개한 소녀는 날카롭게 다시한번 반발하며 억지를 부리는 아이처럼 말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말로 설득할거라면 포기해.”
소녀의 말을 중간에 자르고는 곧바로 소녀를 향해 돌진해 건 블레이드를 휘두른 나는 그렇게 말하며 소녀를 밀어붙혔다. 당황하며 방패로 내 건 블레이드를 막아낸 소녀는 힘의 차이로 밀리지 않게 재빠르게 내 건 블레이드를 튕겨내었고, 나는 건 블레이드가 튕겨남과 동시에 위상력을 손에 응축해 소녀를 향해 던졌다.
그러자 푸른 화염이 흩날리며 소녀의 방패에 명중에 터졌고, 그 탓에 일어난 연기가 시야를 가리며 흩어졌다.
자욱한 연기속애서 주변을 경계하던 나는 이내 무언가가 바람을 가르며 날아오는 듯한 소리를 듣고 반사적으로 몸을 비틀며 옆으로 피했다. 그러자 종이 한장 차이로 커다란 방패가 내 옆구리를 스치고 지나갔고, 이내 부메랑처럼 다시 날아온 방향으로 돌아가며 내 배후에서 날아왔다.
내 등 뒤에서 날아오는 방패를 피하기에는 너무 늦었기에 나는 재빨리 건 블레이드를 격발시켜 방패를 향해 거대한 압축폭발을 일으킴으로 방패의 궤도를 비틀어버렸다.
귀를 찢는듯한 파열음이 울려퍼지며 위협적인 속도로 날아오던 방패의 궤도를 비틀었고, 그 탓에 방패는 다시한번 종이 한장 차이로 내 옆을 스쳐 지나가며 연기속이서 모습을 드러낸 소녀에게로 돌아갔다.
자신의 키보다 커다란 방패를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내 한 손으로 드는 소녀의 모습을 본 나는 곧바로 이어서 재빠르게 접근해 건 블레이드를 연속으로 휘둘렀다. 그러자 소녀는 내 공격 하나하나를 신중하게 막아내며 내게 빈틈이 생길때마다 분명 맞으면 무사하지 못할 크기의 방패를 내게 휘둘렀고, 나는 그런 반격들을 어찌어찌 피하며 계속해서 소녀를 몰아붙혔다.
하지만 아무리 공격해도 소녀의 방어는 뚫릴 기색조차 보이지 않았고, 이대로 계속해서 공격하면 먼저 지치는건 이쪽이라고 판단한 나는 건 블레이드에 위상력을 집중하며 그대로 바닥에 꽂아넣었다. 그러자 지면에서 푸른화염이 피어오르며 무엇이든 분쇄할 기세로 바닥을 타고 퍼졌다.
갑작스런 발화에 놀란 소녀는 재빨리 뒤로 믈러나며 방어자세를 취했고, 나는 그런 소녀를 향해 공파탄을 수차례 발사했다. 푸른화염으로 이루어진 공파탄이 소녀의 방패에 격돌하며 폭발을 일으켰고, 그런 공파탄들을 아슬아슬하게 막아내던 소녀는 결국 마지막 한발을 버티지 못하고 뒤로 밀려나 넘어졌다.
하지만 넘어졌던 소녀는 재빨리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일어났고, 나는 그런 소녀에게 주저없이 돌진했다.
이걸로 끝났다고 생각하며 마지막 일격을 날리려던 그 순간, 소녀가 기다렸다는 듯이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방패를 천장을 향해 치켜들었다. 그러자 수많은 방패들이 공중에 나타남과 동시에 내 주변에 내리박혀 날 포위했다.
고작 이런 것들로 날 가두려고 하는 걸까, 라고 생각한 나는 돌진을 멈추지 않았지만 갑작스럽게 비춰진 한줄기의 빛이 그런 내 생각을 비웃듯 비춰졌다.
"아리아드네의 왕관."
마치 신화속 왕관처럼 비춰지는 빛을 보자 내 본능이 위험하다고 외치며 경고하였고, 나는 반사적으로 돌진을 멈췄다.
돌진을 멈춘 나는 곧바로 주변을 경계하며 소녀의 모습을 찾았지만 방금 전 까지만 해도 바로 앞에 있던 소녀의 모습이 사라졌다는 것을 깨달은 그 순간, 무언가가 내 팔을 스치고 지나가며 붉은 피를 주변에 흩뿌렸다.
예상치 못한 기습에 곧바로 방어태세를 취한 나였지만, 미처 막아내기도 전에 소녀의 잔상이 보이지 않는 속도로 내 몸을 스쳐지나갔다. 그런 보이지 않는 공격들이 수없이 내게 덤벼들며 선혈을 그렸지만, 그 어느 공격도 내게 치명상을 주지는 않았다.
마치 내가 죽는것을 원하지 않는 듯이.
이내 날 포위하고 있었던 방패들이 사라지고 소녀의 공격이 멈추자, 나는 여기저기에 생긴 상처들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피를 뜨거운 열기로 지혈하고, 건 블레이드를 고쳐잡았다.
“이제 그만하시죠. 당신은 제 방어를 뚫을 수 없어요.”
“정말 그럴까?”
뚫을 수 없을 거라는 소녀의 말에 맞받아치며 나는 건 블레이드에 날이 선 위상력을 감았다. 그러자 건 블레이드가 하얀 빛을 띄기 시작했고 나는 그런 건 블레이드를 들고 소녀를 향해 휘두르기 시작했다.
무엇이든 베어버릴 것 같은 날카로운 빛의 날을 지닌 건 블레이드가 검무를 펼치며 소녀의 방패를 밀어내기 시작했고 나는 그 기세로 계속해서 건 블레이드의 폭발과 참격을 이어나가며 공격했다.
그런 가운데, 계속해서 이어지던 건 블레이드의 참격을 멈춘 나는 마지막으로 소녀를 향해 포격을 날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녀의 방어는 무너지지 않았다.
“그러니까 소용 없다고...”
“아직 안끝났어.”
지금까지 와서도 어떻게든 나를 말려보려는 소녀의 말을 끊은 나는 건 블레이드의 포격 이후에 발생하는 반동을 이용해 공중으로 도약해 소녀를 향해 돌진했다.
마치 하늘에서 떨어지는 유성처럼 소녀에게 돌진한 나는 막을려고 내세운 소녀의 방패를 멀리 날려버리고는 지면에 충돌해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꺄악!”
푸른 유성의 폭발에 의해 단마디의 비명을 지르며 뒤로 날아간 소녀는 이내 벽에 부딫치고는 힘없이 바닥에 쓰러졌고 나는 그렇게 쓰러진 소녀를 바라보며 건 블레이드의 도신에서 피어오르는 불꽃을 바라보았다. 피어오르던 불꽃을 바라보던 나는 이내 바닥에 힘없이 쓰러져있는 소녀를 향해 건 블레이드를 겨눴지만, 언젠가 제이 아저씨가 말했었던 말을 떠올리며 건 블레이드를 거뒀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선은 넘지마.
제이 아저씨의 말을 떠올리며 건 블레이드를 거두자 푸르게 피어오르던 불꽃은 싸움이 끝났단 걸 알아차린 듯, 돌연히 꺼졌고 나는 아직 열기가 가득한 건 블레이드를 손에 든채로 아까의 공격으로 멀리 날아가 바닥에 떨어져있는 소녀의 방패를 바라보았다.
신화 속 에서나 나올법한 모습을 지닌 방패에는 아까 전의 폭발로 인해 여기저기 그을린 상태로 작은 금이 나있었다. 그 정도의 공격을 정면으로 받았으니 당연한 거지만 반대로 생각해 본다면 그 정도의 공격을 정면으로 받아내고도 그을리거나 금이 갔을 뿐이라는 거다. 게다가 주인인 소녀도 확실하게 지켜냈고.
예사롭지 않은 방패의 능력에 속으로 감탄을 한 나는 바닥에 쓰러져있는 소녀를 뒤로 하고 어느새 도착해 있었던 엘레베이터에 올라타려고 하였다.
“어머, 끝내지 않고 그냥 가는거야?”
엘레베이터에 올라타려고 한 그 순간, 익숙한 어린 소녀의 유혹하는 듯한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돌아보기도 전에 목소리의 주인이 더스트라는 걸 알아챈 나는 엘레베이터에 타면서 조용히 대답했다.
“죽일 필요는 없어.”
“뭐야, 이제 와서 죽이는 걸 꺼려 하는 거야? 이미 많은 인간들을 죽였으면서?”
맞는 말이다.
내 손은 이미 피로 더럽혀졌고 지금 와서 다른 이의 피가 하나 쯤 더 묻는다고 하더라도 달라지는 건 없다.
넘지 말아야 할 선은, 이미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넘어버렸고, 이미 지켜야 할 것도, 돌아갈 곳조차 잃어버린 날, 이렇게 까지 움직이게 하는 것은 그저 순수한 복수심 뿐이다. 내게서 모든것을 앗아간 자를 어떻게든 파멸 시키고 말겠다는 집념 하나가, 여기저기 망가져 버린 ‘나' 나는 존재를 어떻게든 지탱하고 있다.
하지만 왠지, 여기서 저 소녀의 목숨을 끊어버린다면 간신히 붙들고 있는 되고있는 ‘나' 라는 존재가 영원히 사라져버릴 것 같았기에, 나는 더스트의 말을 무시하고 엘레베이터로 갈 수 있는 가장 높은 층이자, 이 건물의 최상층인 100층을 눌렀다.그러자 더스트는 다시한번 그 모습을 감추며 먼지처럼 사라졌고 나는 엘레베이터 안에서 이미 지나간 일들을 떠올렸다.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았던 그날의 일들을.
Hainsman님의 작품을 허락을 맡고 대신 업로드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