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me Paradox(19)
건삼군 2019-01-01 0
“다른 사람을 이해하기란 원래 그 무엇보다도 어려운 법이잖니. 가족, 그것도 아빠와 자식이라면 더더욱 그렇고.”
“그건 그렇지만... 그런데, 오히려 가족사이라면 더 이해하기 쉽지 않나요?”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니?”
“그야... 서로를 더욱 잘 알고있고, 더 가깝고...”
“오히려 그렇게 떄문에 어려운거란다. 서로를 더 잘 알고있기 때문에, 더 가깝기 떄문에 이해했다고 착각하는거지. 정작 아무것도 서로 모른 채로 말이야.”
부드러운 목소리로 타이르듯이 말하는 할머니의 말이, 어째서인가 꼭 경험해본 사람의 말처럼 느껴지는 것은 기분탓일까.
“나도 세하랑 서로 다툰적이 있단다. 지금의 너와 세하처럼 말이야.”
“...무엇 떄문에요?”
“별 것 아닌 이유였어. 난 그저 세하에 대해서 착각을 했었고, 그것 떄문에 세하는 화를 냈었지. 그리고 난 깨달은거야. 부모는 자식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식은 부모를 이해하지 못한다는걸.”
“...”
“하지만, 그러면 뭐 어떄서?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서 서로를 증오하고 원망하고 싫어할 이유같은건 없잖니? 어차피 다른사람의 마음속은 그 사람 본인만 아는건데 말이지.”
“...”
“난 아직도 가끔식 세하를 이해하지 못한다? 웃기지 않니? 엄마가 되어서는 자식을 이해하지 못한다니.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해하려는 것을 포기할 수는 없잖니. 계속해서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지. 그러면 언젠가는, 조금이라도, 모래알 만큼이라도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니까.”
“이해하려 노력한다...”
할머니가 하신 말을 되세기며 생각에 빠진 난 뭔가, 답답했던 마음속 무언가가 풀어지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자! 그럼 이제 늦었으니까 자야지. 어서 일어나서 침대로 가렴. 내일은 좀 일찍 일어나야 될테니까.”
소파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피시고는 그렇게 말하는 할머니를 향해 고개를 끄덕거린 나는 할머니를 따라 안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누웠다. 2인용 침대였기에 나와 할머니가 자기에는 전혀 공간이 부족하지 않았지만, 침대에 눕자마자 돌연히 날 껴안으신 할머니의 행동에 밤 내내 숨을 쉬지 못하는게 아닌지 걱정한 나. 하지만 다행히도 날 껴안으신 할머니의 팔은 아까 느꼈던 그 괴력이 아닌, 부드러운 손길이 느껴지는 따스함이였다.
그런 다른 누군가의 따스한 팔에 안겨서 자는 것은, 매우 오랫만이였다.
너무나도 따스하고, 안정이되어서, 나도 모르게 눈이 감긴 채로 잠이드는 감각은 마치...
어린시절로 돌아가는 듯한 느낌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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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기계장치들이 한가득 복잡하게 놓여져있는 곳에서, 나와 나타샤, 그리고 짧은 시간동안 함께했던 많은 사람들이 서로 작별인사를 나누며 이별을 앞두고 있었다.
이른 아침부터 일어나 간단하게 아침밥을 차려먹고 바로 이곳, 플레인게이트 라고 불리는 장소로 아빠와 함께 온 나는 먼저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과 함께 마지막 대화를 나누며 기술자들이 준비를 끝마치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유리이모는 나이에 맞지 않게 아이처럼 훌쩍거리며 나타샤와 나를 번갈아가면서 끌어안았고, 나타 아저씨는 투덜거리면서도 나타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피식 웃으셨고, 제이 삼촌과 유정 이모는 그런 우리들을 바라보며 미소를 짓고있었다.
“준비됐습니다.”
분명 몇분밖에 되지 않았을텐데 길게 느껴졌던 작별시간이 드디어 끝나자 나와 나타샤는 기술자들의 말에 따라 기계앞에 섰다.
그렇게 기계앞에 서자, 아빠가 내게 가까이 다가와서 머리를 헝클어지도록 험하게 쓰다듬었다.
“뭐하는거야!”
“인사야. 작별인사.”
헝클어진 머리에서 아빠의 손을 떄어네 항의하자 아빠는 웃으며 그렇게 둘러대었고, 이내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내게 건내주었다.
“이건...”
“내 게임기야. 미래에선 아마 보기 힘들테니까 기념품이라 생각하고 가져가.”
“...구려.”
“시꺼.”
그렇게 말을 나눈 뒤, 서로 웃으며 마주 본 나와 아빠는 이내 1분 이내에 가동된다는 기술자들의 말을 듣고, 서로 마지막 인사를 나누기 위해 입을 열었다.
“저기, 클로저, 그만 두기를 바랬어.”
“미안하네. 고집쎈 아빠여서.”
“아하하... 뭐, 이젠 괜찮아. 그래도 이렇게라도 엄마 아빠를 다시 볼 수 있었으니까.”
“그래... 그럼, 이제 작별이네.”
“응.”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서있던 기술자가 아빠보고 물러나라고 말한것과 동시에 기계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작동하기 시작하였다.
기계가 작동하기 바로 직전이라는 것을 깨달은 나는 한발치 물러난 곳에서 나와 나타샤를 지켜보고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내 옆에 서있던 나타샤가 내게 물었다.
“넌 이걸로 괜찮은거야?”
“응.”
“그러냐... 그러면 됐지만 뭐... 그나저나 돌아가면 엄마한테 뭐라고 설명해야하지?”
“그냥 있는 그대로 말해보는게 어떄?”
“그러면 퍽이나 믿겠다.”
“혹시나 모르잖아? 아줌마는 의외로 그런쪽을 믿으시니까.”
“그렇긴 하지.”
그렇게 대답하며 웃은 나타샤는 이내 기지개를 피고는 시원하게 소리쳤다.
“아~ 재밌었다!!”
시원하게 웃으며 소리친 나타샤를 본 나는 밝게 웃으며 똑같이 기지개를 피었다. 그리고 이내, 기계가 작동하며 눈이 부실정도로 밝게 빛나기 시작하였고, 얼마안가 어지러움과 함께 시야를 하얀색으로 물들였다.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감각을 느끼며 눈을 감은 나는, 과거에 와서 보냈던 짧은 시간들을 되돌려 보며 만족했다.
행복한 나날들이였다고 되뇌이며.
Hainsman님의 작품을 허락을 맡고 대신 업로드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