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me Paradox(17)

건삼군 2019-01-01 0

 인생은, 전부  그런 식이였다.

 

그런데...

 

 

 

[과연 그랬을까?]

 

눈앞에서  째려보고 있는 푸른 머리를 지닌 소녀의 표정이 뇌리를 스친다.

 

, 이세리!!  뭐하는 짓이야!! 나중에 집에 가서 우리 엄마한테 같이 쌍으로 먼지나도록 혼나고 싶어?!”

 

소녀의 말이  정신을 때리듯이 들려오며 수많은 기억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생일 파티에는,  푸른 머리의 소녀, 그리고 그녀의 가족, 그리고 다른 분들이 부모님의 자리를 대신해서 참석해 주었었다.

 

내가 잘못하면, 주변의 어른들이 나를 꾸짖어 주셨고.

내가 괴롭힘을 당하면 나타샤가  나서서 나를 도와주었고.

내가 울면, 항상 주변 사람들이 나를 달래주며 배려하였다.

 

학부모 참관 수업에는 없는 부모님을 대신해서 바쁘신 소영 아줌마, 혹은 제이 삼촌이 찾아왔었고.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입학하던 날은, 다들 나를 찾아와 축하해 주었다.

 

그리고  항상, 나는 그렇게  곁에 있어주는 사람들을 보고 부모님의 모습을 찾으며 그리워 하였다.

 

뭐야...”

 

주변의 열기보다 뜨겁게 느껴지는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린다.

 

... 혼자가 아니였잖아...”

 

기억났다.

 

 혼자가 아니였다.

 

부모님을 원망하는 것도 아니였다.

 

처음에는 그저 그리움 뿐이였다.

 

다시 보고싶다는, 단순한 그리움.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지날수록, 그리움이라는 감정은 점점 변질되어 갔다.

 

수많은 힘든 일들을 겪으며,  뒤로 하고 떠난 부모님을 원망하는 것은. 어찌보면 아직 아이에 불과한 내게 당연하게 일어난 일이였을지도 모른다.

 

물론, 아주 원망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어쨰서  떠났냐고, 물어볼 수만 있다면 항상 물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감정보다는, 다시 보고 싶다는 그리움이 더욱  짙었다.

 

그리고 그런 감정들 사이에서 방황하며 지내고 있던 와중,  어쩌다가 과거로 나타샤와 함께 오게 되었고, 평범한 일상들을 경험하며 점점 미래를 바꾸는 것에 집착을 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결국 집착은....

 

잠깐만, 그런데 어째서  아빠만을 원망했던 거지?

 

문득 궁금증이 가득한 질문을 내게 스스로 던진  순간, 기분 나쁜 목소리가  비웃으며 울려퍼졌다.

 

-늦었다.  몸은 이미 내가 지배하고 있다.

 

“!!”

 

방금  까지만 해도 들려오던 나랑 비슷한 여자의 목소리가 갑자기 말투를 바꾸며 악마같은 목소리로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팔이 제멋대로 움직이며 푸른 화염덩어리를 응축한 채로 눈앞의 나타샤, 나타 아저씨, 그리고 아빠에게 겨눈다.

 

, ... ... , 도망...”

 

소중한 사람들을  손으로 죽인다는 공포감에 떨리는 목소리를 간신히 내뱉으며 어떻게든 몸을 움직이려고 해보았지만 들리지 않는지 나타샤, 나타 아저씨는 가만히 서있은 채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이내 손에 응축되어 있던 거대한 푸른 화염 덩어리가 거칠게 폭주하며  손을 벋어나려고 하였다.

 

눈을 질끈 감는다.

 

폭발음이 들려와 귀를 강타하였지만, 어쨰서인지 충격은 느껴지지 않았다.

 

“...?”

 

영문을 모른  눈을 살며시  앞을 바라보자,  앞에는 아빠가  껴안은 채로 서있었다.

 

깜짝 놀라 나도 모르게 발버둥 치며 벗어나려고 하였지만, 아빠의 팔은 끄떡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내 계속해서 바둥거리던 내게 아빠는 아이를 다루듯, 살며시 등을 토닥거려 주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가만히 있어. 아파.”

 

어째서 일까, 갑자기 눈물이 소리없이 흘러내리기 시작하였다.

 

소리없이 흘러내리던 눈물은 이내 오열을 자아내며 주변에 울러 퍼졌고, 얼마 가지 않아 나는  오열이  입에서 나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그렇게 울고있던 나를 달래주고 있던 아빠는 갑자기 내가 손에 쥐고있던 팬던트를 어루어 만진 후에 나지막하게 말했다.

 

**. 매피스토.”

 

“?”

 

순간 아빠가 누구에게 말한 걸까 의문을 품으며 눈물에 의해 흐릿하게 보이는 시야를 아빠의 얼굴로 옮기자 다시한번 기분 나쁘게 달콤한 악마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무언가 익숙하다고 느끼긴 했지만... 인간, 네놈의 자식이였나.

 

꺼지라고 했을텐데.”

 

-...

 

 무엇보다도 날카롭게 울려퍼지는 아빠의 목소리에, 악마의 기척은 말없이 사라졌다.

 

 팬던트... 누구한테서 받은거야?”

 

그렇게 악마가 물러가자 아빠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팬던트를 바라보며 내게 물었다.

 

“...제이 삼촌이 준건데... .”

 

지금껏 아빠에게 반말을 써오다가 어째서 갑자기 존댓말을 하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어설프게 존댓말을 쓰며 아빠의 질문에 대답했다.

 

“...그래. 이게 뭔지는 알아?”

 

아니... .”

 

사실  팬던트, 슬비 부모님의 유품이야.  개가 소중하게 품에 지니고 다니는  궁금해서 물어본 적이 있거든.”

 

...”

 

아마 그게,  매피스토로 부터 조금 지켜준  같은데.”

 

내가 항상 지니고 다니던 팬던트가 엄마 것이라는 사실을   순간, 그제서야 어쨰서 내가 목소리에 현혹되었을  아빠에게만 원망과 증오를 느꼈는지 이해가 되었다. 팬던트가 아마 일종의 부적 비슷한 역활을 했던 거겠지. 그런데 이게 엄마꺼 라서 아빠에 관한것만 원망하게 ,  그런거겠지. 게다가 이것 덕분에 완전히 정신을 놓지 않았던 것 같고...

 

그런 사실을 깨달은 나는 팬던트를 부드럽게 만지며 목에 걸었다.

 

잠깐, 그런데 아빠는 괜찮아?! 아까 분명...”

 

괜찮아. 게임하면 나아.”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 ! 지금 당장 병원에 !”

 

“....”

 

아빠의 헛소리에 발끈한 나는 화를 내며 아빠를 꾸짖었고 그에 아빠는 혀를 차며 아쉽다는 태도를 보였다. 아니,  아빠놈이...

 

아무튼, 일단 그렇게 아빠와의 대화가 일단락 되자 마치 나타샤가 기다렸다는 듯이 내게 달려들어 딱밤을 떄리기 시작하며 화를 내기 시작했다.

 

! 이세리! ,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갑자기 꼭지가 돌아가지고는 다짜고짜 공격이나 날리고 말이야!!”

 

, 미안...”

 

그리고, 아까 , 내말 씹었지?”

 

? ? 아니, 내가 그랬... 었나?”

 

그랬거든? 사람 말을 씹어? 네가 한번 씹히는 기분이 어떤지 느껴보고 싶어?!”

 

, 아니... 사양할게...”

 

 후로 계속해서 쏫아지는 나타샤의 잔소리 비스무레한 말에 압도된 나는 무어라 제대로 말하지 못하고 어물거리며 꼼짝없이 나타샤의 말이 끝날  까지 기다려야 했다.

 

참고로 나타샤의 잔소리 아닌 잔소리가 끝날  까지,  입꼬리가 올라가 있었다는 사실은 비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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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머리의 소녀가, 사방이 녹아내린 듯한 풍경을 하고있는 거리에서 흑발에 포니테일을 하고있는 소녀에게 이것저것 잔소리를 하던 와중,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푸른 머리의 소년이 흑발의 소년에게 작게 말하기 시작하였다.

 

“..., 이세하. 이제야  녀석이  너하고 범생이 딸인지 알겠다.”

 

?”

 

일단 범생이를 닮마서 쓸데없는 소리가 많고, 동시에  닮마서 얼빵하네.”

 

시비터냐?  아까 내가 했던 , 아직도 마음에 두고 있던거냐. 유치하게 정말...”

 

“...일어나. 한판 붙자.”

 

 부상자거든?”

 

“...**.”

 

서로 그렇게 까칠한 말들을 나누는 소년 소녀들. 그리고 그런 그들을 비추듯, 어느새 그친 비구름 사이로 따스한 햇살이 내려왔다.

 

, 무지개다.”

 

“...정말이네.”

 

방금전에 있었던 일들을 잊은듯이, 맑게 개기 시작한 하늘에서, 가지각색을 지닌 빛들이 반원을 그리며 하늘 사이로 펼쳐졌다.

 

웃는 얼굴로 서로 투닥거리며 다투고 있는 그들을 말리듯이.


Hainsman님의 작품을 허락을 맡고 대신 업로드한 것입니다

2024-10-24 23:21:46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