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me Paradox(11)

건삼군 2018-12-26 0

, 아니야! 이건 그냥 지나가다가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어서 그런거지 딱히 인형을 뽑고 싶었다던가 그런게....!”

 

도둑이 제발 지린다고, 성대하게 묻기도 전에 사실을 의도치 않게 털어내버린 엄마. 엄마도 이내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나 본지 말을 멈추며 더욱 빨갛게 변한 얼굴을 숙였다. 그러자 엄마가 자신의 몸으로 가리고 있던 인형뽑기 기계에 내용물이 보였다.

 

각종 다양한 사이즈, 종류의 펭귄 인형이였다.

 

모두가 내용물을 확인하자 유리 이모는 매우 부끄러워 고개를 들지 못하는 엄마를 어떻게든 진정시키려고 하였고 아빠는 엄마의 그런 모습을 힐끔힐끔 쳐다보며 조금 얼굴을 붉혔다.


"...야 이세리, 너네 엄마, 저런 사람이였냐...?"


"..."


내게 귓속말로 그렇게 말한 나타샤의 말에 무언으로 긍정한 나는 한가지 사실을 정정했다.

 

아무래도 엄마는 내가 생각하는  보다 귀여우셨던 분 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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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뒤로, 간신히 진정한 엄마는 우리와 함께 집으로 가는 버스를 같이 타게 되었고 버스 안에서 유리 이모, 그리고 아빠와 이것저것 대화를 나누며 떠들기 시작하였다.

 

그래서 세하가 치사하게 먼지폭풍을 일으켰다니까~?”

 

그러니까 웃지 말았어야지.”

 

“..대체  하고 놀았길래...”

 

 바로 뒷자석에서 간간히 들려오는 세분의 대화 내용을 가만히 들으며 나는 버스 창분에 머리를 기대고는 옆에서  어깨에 기대로 세상 편한듯 자고있는 나타샤를 바라보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말이야, 세리가 미래에서  세하,  딸이라며?”

 

! 서유리!”

 

...? 이세하, 어제는 분명 세리가  친척이라고 말하지 않았어?”

 

“.., 그건... 그야 말하기  그렇잖아... 고딩한테 고딩딸이 있다는 사실말야...”

 

“...하긴. 그렇긴 그렇네.”

 

, 세하야! 그럼  혹시 세리 엄마는 누구인지 알아?”

 

~ 갑자기  치고 들어오는 유리 이모의 질문~ 과연 아빠는 뭐라고 대답할 것인가?

 

“...”

 

. 묵비권을 행사하겠다는데여?

 

설마 슬비 아냐~?”

 

유리야!! 그럴리가 없잖아!”

 

아니아니, 아까 세리가 옷갈아 입은걸 봤는데 분위기가 슬비, 너랑 비슷했는걸~”

 

아니야! 이세하! 대답해봐! 아니지?”

 

“...”

 

오호. 여전히 묵비권을 행사하시는 아빠. 이거, 아무래도 슬슬 증인인 내가 나설 차례인거 같은데...”

 

세리야,  엄마, 슬비 맞지? 그치?”

 

역시나 아빠가 대답을 하지 않자 질문의 대상을 나로 바꾸는 유리 이모. 그리고 그와 동시에 얼굴이 새파래지는 아빠. 아직 대답하지도 않았는데 얼굴이 마치 죽음을 앞두고 있는 사람의 얼굴같다.

 

그런 아빠의 표정을 보자니 재밌어진 나는 이내 아빠가 짓는 입모양을 보고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        릿        ,      .]

 

아빠의 진심어린 협박에 얼어붙은 나는 하는  없이 계속해서 대답을 제촉하는 유리 이모에게 미소로 대답하였고 한숨을 내쉬며 다시 제자리에 앉았다. 그야 얼어붙을 만도 하지. 어제 내가  개고생을 하면서 빛어낸 세이브 데이터인데, 그게 날아가는  피눈물을 흘려도 지켜내야지.

 

! 치사하게 대답하지 않기야~?”

 

.  목숨보다 소중한 세이브 데이터가 걸려있거든요.

 

[다음 역은...]

 

, 여기서 내려야 한다. 그럼 나랑 얘 여기서 내린다.”

 

그래. 잘가.”

 

내일 보자~!”

 

버스의 안내방송이 울리자 아빠는 그렇게 엄마와 유리 이모에게 인사하고는  어깨를 툭툭 치고 내리자고 손짓 하였다. 그러자  고개를 살며시 끄덕이며 버스가 정차함과 동시에 아빠와 함께  버스에서 내려 집을 향해 걷기 시작하였다.

 

바깥은 어느새 해가 완전히 지고 깜깜한 밤하늘이 보이고 있었고 주변에서는 풀벌레들의 소리가 조금씩 들려오며 날이 봄과 여름 사이에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그런 시원하고도 편안하게 느껴지는 밤하늘 아래를 아빠와 같이 나란히 걷고있던 나는 오늘 하루 동안 있었던 일들을 떠올리며 재밌는 하루였다고 생각하였다.

 

역시, 이런게 바로 일상이야. 남의 집에 얹혀살며 부모님 없이 하루하루를 똑같이 지내는건 일상이 아니야.

 

그래. 내가 바라던 것은 바로 이런 일상이다. 부모님,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만나서 웃고,  함 쇼핑하고, 서로 장난도 치는, 그런게 바로 일상인 것이다.

 

 사실을 깨닫자 나는 걷는 것을 멈췄다.

 

 그래?”

 

내가 걸음을 멈추자 아빠는 뒤쳐진 나를 바라보며 그렇게 물었고 나는 이내 아빠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고는 나지막히 말했다.

 

클로저, 그만 .”

 

나지막한 목소리로 조용하던 주변에 울려퍼진 나의  한마디가 밝은 달빛아래 무거운 분위기를 자아내며 아빠의 표정을 찡그리게 만들었다.

 

은은히 들려오던 풀벌레들의 소리도 이내 침묵하며  존재를 감추었다.

한없이 어두운 밤하늘 아래, 그렇게 불편한 분위기가 주변을 감싸었다.

 

마치 고요하던 수면에 작지만 확실한 형태를 지닌 돌맹이를 던진듯이.


Hainsman님의 작품을 허락을 맡고 대신 업로드한 것입니다

2024-10-24 23:21:40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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