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me Paradox(3)

건삼군 2018-12-20 0

어쩌다 일이 이렇게 된거지...”

 

어느 저녁의 길거리에서, 어딘가를 향해 나란히 같이 걷고있던 소년이  옆에서 그렇게 중얼거리며 자신의 신세를 한탄했다.

 

소년, 아니. 아빠가 어쨰서 저렇게 한숨을 내쉬고 있냐고 묻는다면 이야기는 꽤나 길어진다.

 

일단 영문도 모른채 과거로 오게된 나와 나타샤는 신분이 증명되지 않아 복지시설에 들어가려면 꽤나 서류작업이 많이 필요한 상태였고, 그리고 그렇다고 해서 이대로 보호자도, 머무를 곳도 없이 지낼수도 없는 법이기에 결국 나타샤는 나타 아저씨의 숙소에서, 그리고 나는 아빠의 집에서 지내게  것이다.

 

솔직히 보기만 해도 화가나는 아빠의 얼굴을 당분간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지내야 하는 것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래도 지진에 휘말려 처음으로 이곳에 와서 아빠의 싸다구를 후려갈겼을  보다는 감정이 많이 가라앉은 상태라 그나마 다행이다.

 

, 당분간 아빠랑 같이 지내기로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알고싶기 떄문이다.

 

어쨰서 아빠, 그리고 엄마가  내버려두고 떠나셨는지,  그렇게 클로저일을 중요시 했는지, 그리고 아빠가 어떤 일상을 보냈는지 알고싶다.

 

그냥 묻는건데... 그러니까  어쩌다가 미래에서   ... 이라는 거지?”

 

.”

 

그리고  엄마는 이슬비...”

 

.”

 

, 미래의  이슬비랑 결혼한다는...”

 

맞아.”

 

새삼스럽게 이제와서 그런 질문들을 건네는 아빠에게 그렇게 짧게 대답하자 아빠는 혼이 나간듯한 새파란 표정을 지으며 허공을 쳐다보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아빠는 이내 정신을 차렸는지 고개를 좌우로 흔들고는 내게 또다른 질문을 건넸다.

 

그런데... 어째서 처음 만났을   후려... 아니, 떄린거야?”

 

“...”

 

어쨰서 만나자 마자 떄렸는가, 사실은 나도  모르겠다. 그떄은 순간 욱해서 내가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물론 화가 났긴 했었지만 그떄 내가 느낀 감정이 정말 분노나 원망뿐인지 묻는 다면  아마 대답할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스스로도  모르겠으니까.

 

말하기 싫으면 딱히 말하지 않아도 .”

 

내가 대답을 하지 않자 결국 물어보는 것을 포기한 아빠는 그렇게 내게 말하고는 어느 좋아보이는  앞에서 멈춰서서 문의 비밀번호를 누르고 안으로 들어갔다.

 

뭐해? 들어와.”

 

아니, 집에 왔으면 집에 왔다고 말해달라고...”

 

“... 아까부터 은근히 나한테 반말쓴다? 내가 미래의  아빠라며?”

 

지금은 동갑이잖아. 굳이 존대를  필요가 없는데.”

 

그러냐. , 아무튼 빨리 들어와.”

 

그래서 일단 아빠의 제촉에 결국 집에 들어간 나는 현관에서 신발을 벗자마자 엄청나게 넓은 거실을 보고는 깜짝 놀라 제자리에서 얼어붙었다.

 

뭐야 저거, 거실이야? 거실이 아니라  마당이 있는  같은데... 아니, 신서울에서 이런 주택에 살려면 돈이 엄청나게 들텐데 대체 얼마나 돈이 넘쳐나길레 이런 호화스러운 상류층집에서 사는거야...?

 

참고로 말하자면,  어렸을  부터 나타샤와 소영 아줌마의 집에서 지냈다. 부모님이 사라지시고 얼마 되지않았던 잠깐 동안은 제이 삼촌과 유정 이모의 집에서 머무른 적도 있었지만 두분 모두 바빠서 어렸던  돌봐주실 시간이 없었기에 결국 나는 최종적으로는 소영 아줌마네 집에서 지내게 되었었다.

 

소영 아줌마의 집은 그냥 어디에나 있는 아파트였다. 아파트라고 해도 일단 기본적으로 3LDK 욕실이 2개인 중상층들이 사는 아파트였기 때문에 나에게는 전혀 좁게 느껴지지 않았었다. , 결국 나타샤의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는   작은 아파트로 이사를 갔었지만 그마저도 그렇게 작은 아파트는 아니였다.

 

하지만 지금   앞에 있는 주택의 크기는 마치 재벌들이 사는  같이 호화스럽고도 넓은 곳이다. 이런거, 한번도 직접  적이 없다. 그런데...

 

“...집은 좋아 보이는데 어째서 분위기는 이렇게 서민같은거지...?”

 

그렇다. 집은 금수저들만이 사는 곳인 마냥 좋지만 정작 분위기는 소박하고 풋풋한 서민들의 집같다. 인테리어도 그렇고, 가구들도 그렇고. 대체 ...

 

그야 엄마가 비싼건 엄청 거북해 하시니까 그렇지.”

 

할머니가...?”

 

, 너한테는 할머니인가.  아무튼 엄마는 강연료에  낚이셔서 적어도 1주일간은 돌아오시지 않을테니까 알아둬.”

 

“...그럼 식사나 집안일은...?”

 

그야 당연히 내가하지.”

 

불안해. 아빠가 집안일이나 요리를 잘하는 사람이였나...? 너무 어렸을 떄라서  기억이 않나는데... 혹시 설마 집이 1주일동안 난장판이 되는건 아닌가...? 아니, 그보다도 식사는? 무슨 냉동식품만 먹게되는  아니겠지...

 

참고로 오해할까봐 미리 말해두는건데 집안일이나 요리는 항상 집에서 내가 담당하고있다.”

 

? ?”

 

그야 엄마는 요리치에다 가사능력 제로니까. 솔직히 말하자면 주부로써는 글러먹으셨으면서도 맨날 밥달라고 징징거리시고 할게 없어서 소파에 누워서 TV 보며 빈둥대는게 우리 엄마거든.”

 

“...그런 사람이 진짜로 있긴 있나보네...”

 

 기억속의 할머니는 그저 친절하시고 다정하시고 밝으신 분인데... 설마 그런 면이 있으실 줄이야...

 

아무튼 엄마 이야기는 됐고, 저녁은 라면이면 충분하지?”

 

, .”

 

그럼 간단하게 라면을 ...”

 

[띵동-]

 

귀찮다는 듯한 말투로 그렇게 부엌에서 냄비를 꺼내들며 말하던 아빠는 갑작스럽게 들려온 초인종 소리에 들고있던 냄비를 식탁에 잠시 올려놓고는 현관으로 다가가 인터폰을 확인하였다. 보통이면 인터폰을 확인하고는 문을 열어주거나 집을 잘못 찾아왔다고 말해주며 열어주지 않는게 당연하겠지만 이상하게도 아빠의 반응은 그렇지 않았다. 뭐라고 해야할까, 학교를 째로 PC방에서 놀고있는데 우연찮게 부모님과 마주친듯한 느낌이랄까나...

 

“...라면이나 빨리 끓여야지.”

 

대체 누가 초인종을 눌렀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아빠에게 있어서 껄끄러운 사람이였는지 아빠는 인터폰을 확인하고는 못본척을 하며 다시 부엌으로 돌아가 냄비를 들었다. 대체 누구길래...

 

누구였길래 그렇게 못본척 하는거야?”

 

“...아무도 없었어.”

 

궁금함에 못이겨 아빠에게 물어보자 아빠는 그렇게 대답하고는 식은땀을 흘리며 모르는  냄비에 물을 붓고 가스레인지 위에 올려놓았다. 저거, 100% 거짓말이다.

 

아니, 그러니까 대체 누구길래 그렇게 티가나는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숨기려는 건데?

 

곰곰히 생각하며 다시한번 추궁해 볼까 고민하던 순간, 열쇠로 문을 열리는 듯한 소리가 현관쪽에서 울려퍼지며 누군가가 집안으로 들어왔다. 대체 누구...

 

이세하, 안 열어줘도 들어갈  있으니까 그냥 열어 주는 게 좋다고 했지 않았었니?”


긴 분홍색 머리...

 

 어렸을 적의 일들을 대부분 기억하지 않는다. 물론 기억하고 싶지 않기에 나에게 있어서는 좋은 일이지만 그래도 잊을  없는 것들은 몇가지 있다.

 

그런 잊을  없는 기억들  하나는 울고있는 나를 따뜻하게 감싸 안아주는 분홍색 머리를 지닌 여성의 모습이다. 얼굴은 안개가 진듯 흐리게 기억나지만,  따스했던 손길과 분홍색의 색은 여전히 선명하게 기억난다.

 

왜냐하면 그것이 유일하게 내가 기억하고 있는 엄마의 마지막 모습이니까.

 

 이슬비,  어떻게 들어온거야?!”

 

알파... 선배님이 강연하러 가시기 전에 나한테 직접 비상열쇠를 주셨으니까.”


Hainsman님의 작품을 허락을 맡고 대신 업로드한 것입니다

2024-10-24 23:21:35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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