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지다-Consequence of Life
건삼군 2018-12-12 0
기구한 인생이였다.
어렸을적의 기억이라고는 고통스러운 실험, 피튀기는 살육전, 그리고 그런 **곳에서 살아남으랴고 처절하게 발버둥치는 그런 더러운 기억들밖에는 없다.
살아남고 살아남는 것이 유일했던 내 삶의 목적. 개처럼 명령받고, 반항하지 못하게 목줄이 채워지고, 남들에게 배신당하는게 대부분이였던게 내 인생이다.
하지만 어느날부턴가 내 삶이 점점 바뀌기 시작하였다.
살아남는게 전부였던 삶이 점점 다른 목적이 생기기 시작하였고 믿을 수 있는 인간들을 얻었으며 개처럼 속박되어있던 자유또한 결국에는 되찾았다. 그리고, 오로직 나 자신이 우선이였던 내 가치관에 내 목숨과 동등한, 혹은 그보다 우선인 녀석이 생겼다.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때 나는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분명 나보다 다른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역겨운 위선따위는 내가 제일 경멸하던 것일텐데, 어쩌다가 내가 그런 위선적인 가치관을 가지게 된 것일까.
어찌보면 그 여자도 보통인 여자가 아니였다.
다른인간들의 기분을 망치고 오로직 속내만 파헤치는 것에 집중된 내 말을 그 여자는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며 악의따윈 없는 미소로 내게 어묵이라는 것을 건네주었다. 어디 그런 인간이 세상에 흔하겠는가.
아무리 날카롭게, 험하게, 적대적이게 대해도 그 여자는 그럴 때마다 나에게 한걸음씩 더욱 가까이 다가왔다.
-그렇게 차갑게 굴지 말고 이거나 먹어봐! 어묵이라고 하는건데 되게 맜있거든!
누군가를 ‘괜찮다' 라고 생각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였다.
그 여자를 만나고 시간이 지나, 여러 사건 때문에 인연이 끊어지고 그 여자가 나를 기억하지 못하게 되었던 때도 있었다.
-어라? 너 누구야? 처음보는 애인데...
하지만 결국 마지막에는, 그 여자는 내게 다시 한번 다가와 내 손을 잡았다.
-잊어버려서 미안해...! 나타...
나는 신도, 기적도, 그리고 운명도 믿지 않는다. 신이 있었다면 진작에 수많은 인간들이 구원받았을 것이고 기적이 있었다면 이 세상은 유토피아가 되어 있었을 것이며 운명이 정해져 있다면 인간들은 꼴사납게 발버둥 칠 이유도 없었을 테니까. 하지만 그때만큼은, 가끔은 기적같은 허황된 것을 믿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많은 일들을 겪고 많은 시간이 흐른 뒤, 나는 그렇게 고대하던 자유를 손에 넣었다.
하지만 그렇게 손에 넣은 자유는 시한부라는 빌어먹을 딱지가 붙어있었다.
그러나 어째서 였을까, 배신감이나 분노는 느껴지지 않았다. 느껴진건 그저 그런건가, 하는 맥빠지는 납득 뿐.
한쪽은 떠나가고 다른 한쪽은 남겨지는게 얼마나 개같은지는 이미 뼈아플 정도로 알고있었다. 그래서 다짐 했었다. 그냥 아는사이 정도의 거리로 유지하자고. 이 이상 가까워져봤자 끝에는 빌어먹을 3류 비극엔딩 밖에는 기다리지 않을테니까.
하지만 어느날 갑작스럽게 나타나 정신나간 것 같은 행동을하며 다가온 동료라고 할 수 있는 카테고리에 속한 녀석 한명이 그런 내 생각을 비틀어놓았다.
-나타, 너 내가 누군지 알아?!
자신이 다른사람에게서 잊혀졌다고 주장하는 황당한 녀석의 말을 그때 믿었던 나도 어지간히 **놈이 아니였나 싶다.
아무튼 그 녀석의 상황은 나와 토나올정도로 비슷하였다. 떠나간 쪽, 그리고 남겨긴 쪽. 잊어버린 쪽, 그리고 잊혀져버린 쪽. 비슷하다 못해 똑같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같았던 녀석의 상황은 내게 한가지 사실을 알려주었다.
거리를 유지한 채 떠나가든, 가까워진 채 떠나가든, 어차피 기다리는 것은 3류 새드엔딩 뿐 이라고. 그러니, 이왕 어떻게하든 똑같을거, 이왕이면 덜 후회되는 쪽을 선택하자고.
그 바보같은 여자는 그런 이기적인 내 선택을 받아주었다.
내게 남아있던 시간은 고작 5년. 추억이라고 부를 수 있는 기억을 만들기에는 너무 짧고 마지막을 후회없이 기다리기에는 너무 긴 시간이었다.
겨울이 지나가고, 봄이 찾아오고, 여름이 머물다가며 가을이 내려오기를 반복한지 어느덧 5번, 짧고도 길었던 5년이 어느새 지나가 있었다.
그 5년동안은 하고싶은 것들을 다 해보며 피로 얼룩진 내 손을 잡아준 그 여자와 함께 보냈었다. 하루하루가 지나갈때마다 마지막이 다가오는 것을 내심 느끼며 최대한 찌질하게 후회하지 않는 마지막을 장식하기 위해 노력해 보았지만 역시, 후회는 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어느새, 마지막의 마지막이 나에게 다가왔다.
쇠약해진 몸에 몇일 남지 않은 삶을 앞두고있던 내게 이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착해빠진 여자는 내게 원하는 것이 있냐고 물었다.
“나타. 원하는거 있어? 뭐든 다 들어줄게.”
웃으면서 아무렇지도 않은 척을 하며 묻는 그녀의 모습을 예전의 나라면 가식적이라고 욕했을테지만 지금은 그저 무언가가 심장을 후벼파는 존재하지 않을 고통이 느껴질 뿐이였다.
“바람을 좀 쐬고싶어.”
원하는게 없냐는 그녀의 질문에 나는 평범하디 병범한 대답을 하였다. 어차피 하고싶은 것들은 이미 대부분 해보았고 원하는 거라곤 그저 시원한 공기와 맑은 하늘을 보는 것 뿐이였다.
“그래... 그럼 요 앞의 공원에 나갈까? 오늘은 때마침 날씨도 좋고.”
내 한숨이 나올정도로 평범한 주문에 그녀는 어딘가 슬픔이 묻어나는 미소를 지으며 나와함께 공원으로 나왔다.
계절은 어느새 가을이여서 낙엽들이 흩날리며 공원의 길가를 덮고있었고 맑은 하늘은 재수사 좋다고 저절로 생각이 들정도로 푸르렀다.
“저기 벤치에 앉을까.”
“그러던지.”
공원에 놓여져있던 낡은 나무벤치를 본 그녀가 그렇게 앉자고 하자 나는 수긍하며 벤치에 다가가 그녀와 함께 앉았다.
“우와, 왠일로 하얀 새들이 저렇게 모여있지?”
“바닥에 먹을거라도 떨어져 있나**. 신기하면 가서 보고 오든가.”
“그럼 말씀대로!”
활기찬 목소리로 대답하며 하얀 새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달려가 언제 가져왔는지 모를 빵 부스러기 들을 새들에게 나눠주는 그녀를 왠지 모르게 희미하게 미소지으며 지켜보던 나는 그동안 성가시게하던 가슴의 고통이 사라지는 것을 느끼며 온몸의 감각들이 점점 옅어지는 것을 깨달았다.
아무래도 질기고 질기던 목숨도 여기까지인가 보다.
일생동안 그렇게 기피하던 죽음이 코앞까지 다가왔음에도 불구하고 두려움은 느껴지지 않았다.
죽음이 다가왔는데도 이렇게 태연히 있을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웃으며 날개짓을 하는 새들사이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며 낙엽이 흩날리는 풍경사이에 서있는 저 여자의... 아니, 소영의 모습 때문일 것이다.
가을일텐데도 따뜻하고 포근하고 편안하다. 그래 이것이 바로... 행복, 이라는 거였던가...
마치 어린 소녀처럼 새들 사이를 겨누고있던 그녀를 벤치에 기대 앉은 채 지켜보며 미소를 띈채 나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의식이 희미해지고 따뜻한 편안함이 온 몸을 감싸기 시작한다.
그렇게 세상에서 멀어져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며 지난 삶의 순간들을 회상해 보았다.
기구했던 인생, 얻은 것 보다 잃었던 것이 많았던 인생, 그리고 누군가를 떠나가야했던 내 인생. 관점만을 본다면 좋다고 할 수 없는 인생이였지만-
“나쁘지않네.”
나에게는 충분히 만족스러운 인생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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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타, 어때? 아까 나 드라마속 여주인공 같았지?”
“.....”
“나타...?”
하얀 날개를 퍼덕이며 날아가는 새들을 뒤로하고 푸른 머리를 지닌 채 벤치에 기대 앉아있는 남성에게 다가간 여성은 그에게 보란듯이 웃으며 말했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뒤늦게 그의 이름을 불러보는 그녀였지만 여전히, 대답은 없었다.
푸른 머리의 소년의, 나타라는 남자의 생명이 기나긴 투쟁 끝에 빛을 다했다는 것을 그녀는 깨달으며 그의 푸른 앞머리를 옆으로 부드럽게 넘겼다. 그러자 긴 앞머리에 가려졌던 그의 자는듯한 얼굴이 모습을 드러내며 보였다.
어딘가, 행복하게 살며시 웃고있는 채로 자고있는 것 같은 그의 얼굴에 그녀는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나지막히 말하였다.
“잘자. 나타.”
눈물이 그녀의 눈가에서 떨어지며 바닥을 적셨다.
조용한 가을의 어느날, 푸른 하늘아래 벤치에서 평안한 모습으로 눈을 감은 나타라는 이름의 소년이 부드러운 표정으로 그렇게 투쟁으로 가득했던 삶을 바람에 휘날리는 낙엽과 함께 조용히 떠나갔다.
마치 만족스러웠다고 고하듯이.
어렸을적의 기억이라고는 고통스러운 실험, 피튀기는 살육전, 그리고 그런 **곳에서 살아남으랴고 처절하게 발버둥치는 그런 더러운 기억들밖에는 없다.
살아남고 살아남는 것이 유일했던 내 삶의 목적. 개처럼 명령받고, 반항하지 못하게 목줄이 채워지고, 남들에게 배신당하는게 대부분이였던게 내 인생이다.
하지만 어느날부턴가 내 삶이 점점 바뀌기 시작하였다.
살아남는게 전부였던 삶이 점점 다른 목적이 생기기 시작하였고 믿을 수 있는 인간들을 얻었으며 개처럼 속박되어있던 자유또한 결국에는 되찾았다. 그리고, 오로직 나 자신이 우선이였던 내 가치관에 내 목숨과 동등한, 혹은 그보다 우선인 녀석이 생겼다.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때 나는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분명 나보다 다른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역겨운 위선따위는 내가 제일 경멸하던 것일텐데, 어쩌다가 내가 그런 위선적인 가치관을 가지게 된 것일까.
어찌보면 그 여자도 보통인 여자가 아니였다.
다른인간들의 기분을 망치고 오로직 속내만 파헤치는 것에 집중된 내 말을 그 여자는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며 악의따윈 없는 미소로 내게 어묵이라는 것을 건네주었다. 어디 그런 인간이 세상에 흔하겠는가.
아무리 날카롭게, 험하게, 적대적이게 대해도 그 여자는 그럴 때마다 나에게 한걸음씩 더욱 가까이 다가왔다.
-그렇게 차갑게 굴지 말고 이거나 먹어봐! 어묵이라고 하는건데 되게 맜있거든!
누군가를 ‘괜찮다' 라고 생각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였다.
그 여자를 만나고 시간이 지나, 여러 사건 때문에 인연이 끊어지고 그 여자가 나를 기억하지 못하게 되었던 때도 있었다.
-어라? 너 누구야? 처음보는 애인데...
하지만 결국 마지막에는, 그 여자는 내게 다시 한번 다가와 내 손을 잡았다.
-잊어버려서 미안해...! 나타...
나는 신도, 기적도, 그리고 운명도 믿지 않는다. 신이 있었다면 진작에 수많은 인간들이 구원받았을 것이고 기적이 있었다면 이 세상은 유토피아가 되어 있었을 것이며 운명이 정해져 있다면 인간들은 꼴사납게 발버둥 칠 이유도 없었을 테니까. 하지만 그때만큼은, 가끔은 기적같은 허황된 것을 믿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많은 일들을 겪고 많은 시간이 흐른 뒤, 나는 그렇게 고대하던 자유를 손에 넣었다.
하지만 그렇게 손에 넣은 자유는 시한부라는 빌어먹을 딱지가 붙어있었다.
그러나 어째서 였을까, 배신감이나 분노는 느껴지지 않았다. 느껴진건 그저 그런건가, 하는 맥빠지는 납득 뿐.
한쪽은 떠나가고 다른 한쪽은 남겨지는게 얼마나 개같은지는 이미 뼈아플 정도로 알고있었다. 그래서 다짐 했었다. 그냥 아는사이 정도의 거리로 유지하자고. 이 이상 가까워져봤자 끝에는 빌어먹을 3류 비극엔딩 밖에는 기다리지 않을테니까.
하지만 어느날 갑작스럽게 나타나 정신나간 것 같은 행동을하며 다가온 동료라고 할 수 있는 카테고리에 속한 녀석 한명이 그런 내 생각을 비틀어놓았다.
-나타, 너 내가 누군지 알아?!
자신이 다른사람에게서 잊혀졌다고 주장하는 황당한 녀석의 말을 그때 믿었던 나도 어지간히 **놈이 아니였나 싶다.
아무튼 그 녀석의 상황은 나와 토나올정도로 비슷하였다. 떠나간 쪽, 그리고 남겨긴 쪽. 잊어버린 쪽, 그리고 잊혀져버린 쪽. 비슷하다 못해 똑같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같았던 녀석의 상황은 내게 한가지 사실을 알려주었다.
거리를 유지한 채 떠나가든, 가까워진 채 떠나가든, 어차피 기다리는 것은 3류 새드엔딩 뿐 이라고. 그러니, 이왕 어떻게하든 똑같을거, 이왕이면 덜 후회되는 쪽을 선택하자고.
그 바보같은 여자는 그런 이기적인 내 선택을 받아주었다.
내게 남아있던 시간은 고작 5년. 추억이라고 부를 수 있는 기억을 만들기에는 너무 짧고 마지막을 후회없이 기다리기에는 너무 긴 시간이었다.
겨울이 지나가고, 봄이 찾아오고, 여름이 머물다가며 가을이 내려오기를 반복한지 어느덧 5번, 짧고도 길었던 5년이 어느새 지나가 있었다.
그 5년동안은 하고싶은 것들을 다 해보며 피로 얼룩진 내 손을 잡아준 그 여자와 함께 보냈었다. 하루하루가 지나갈때마다 마지막이 다가오는 것을 내심 느끼며 최대한 찌질하게 후회하지 않는 마지막을 장식하기 위해 노력해 보았지만 역시, 후회는 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어느새, 마지막의 마지막이 나에게 다가왔다.
쇠약해진 몸에 몇일 남지 않은 삶을 앞두고있던 내게 이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착해빠진 여자는 내게 원하는 것이 있냐고 물었다.
“나타. 원하는거 있어? 뭐든 다 들어줄게.”
웃으면서 아무렇지도 않은 척을 하며 묻는 그녀의 모습을 예전의 나라면 가식적이라고 욕했을테지만 지금은 그저 무언가가 심장을 후벼파는 존재하지 않을 고통이 느껴질 뿐이였다.
“바람을 좀 쐬고싶어.”
원하는게 없냐는 그녀의 질문에 나는 평범하디 병범한 대답을 하였다. 어차피 하고싶은 것들은 이미 대부분 해보았고 원하는 거라곤 그저 시원한 공기와 맑은 하늘을 보는 것 뿐이였다.
“그래... 그럼 요 앞의 공원에 나갈까? 오늘은 때마침 날씨도 좋고.”
내 한숨이 나올정도로 평범한 주문에 그녀는 어딘가 슬픔이 묻어나는 미소를 지으며 나와함께 공원으로 나왔다.
계절은 어느새 가을이여서 낙엽들이 흩날리며 공원의 길가를 덮고있었고 맑은 하늘은 재수사 좋다고 저절로 생각이 들정도로 푸르렀다.
“저기 벤치에 앉을까.”
“그러던지.”
공원에 놓여져있던 낡은 나무벤치를 본 그녀가 그렇게 앉자고 하자 나는 수긍하며 벤치에 다가가 그녀와 함께 앉았다.
“우와, 왠일로 하얀 새들이 저렇게 모여있지?”
“바닥에 먹을거라도 떨어져 있나**. 신기하면 가서 보고 오든가.”
“그럼 말씀대로!”
활기찬 목소리로 대답하며 하얀 새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달려가 언제 가져왔는지 모를 빵 부스러기 들을 새들에게 나눠주는 그녀를 왠지 모르게 희미하게 미소지으며 지켜보던 나는 그동안 성가시게하던 가슴의 고통이 사라지는 것을 느끼며 온몸의 감각들이 점점 옅어지는 것을 깨달았다.
아무래도 질기고 질기던 목숨도 여기까지인가 보다.
일생동안 그렇게 기피하던 죽음이 코앞까지 다가왔음에도 불구하고 두려움은 느껴지지 않았다.
죽음이 다가왔는데도 이렇게 태연히 있을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웃으며 날개짓을 하는 새들사이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며 낙엽이 흩날리는 풍경사이에 서있는 저 여자의... 아니, 소영의 모습 때문일 것이다.
가을일텐데도 따뜻하고 포근하고 편안하다. 그래 이것이 바로... 행복, 이라는 거였던가...
마치 어린 소녀처럼 새들 사이를 겨누고있던 그녀를 벤치에 기대 앉은 채 지켜보며 미소를 띈채 나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의식이 희미해지고 따뜻한 편안함이 온 몸을 감싸기 시작한다.
그렇게 세상에서 멀어져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며 지난 삶의 순간들을 회상해 보았다.
기구했던 인생, 얻은 것 보다 잃었던 것이 많았던 인생, 그리고 누군가를 떠나가야했던 내 인생. 관점만을 본다면 좋다고 할 수 없는 인생이였지만-
“나쁘지않네.”
나에게는 충분히 만족스러운 인생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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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타, 어때? 아까 나 드라마속 여주인공 같았지?”
“.....”
“나타...?”
하얀 날개를 퍼덕이며 날아가는 새들을 뒤로하고 푸른 머리를 지닌 채 벤치에 기대 앉아있는 남성에게 다가간 여성은 그에게 보란듯이 웃으며 말했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뒤늦게 그의 이름을 불러보는 그녀였지만 여전히, 대답은 없었다.
푸른 머리의 소년의, 나타라는 남자의 생명이 기나긴 투쟁 끝에 빛을 다했다는 것을 그녀는 깨달으며 그의 푸른 앞머리를 옆으로 부드럽게 넘겼다. 그러자 긴 앞머리에 가려졌던 그의 자는듯한 얼굴이 모습을 드러내며 보였다.
어딘가, 행복하게 살며시 웃고있는 채로 자고있는 것 같은 그의 얼굴에 그녀는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나지막히 말하였다.
“잘자. 나타.”
눈물이 그녀의 눈가에서 떨어지며 바닥을 적셨다.
조용한 가을의 어느날, 푸른 하늘아래 벤치에서 평안한 모습으로 눈을 감은 나타라는 이름의 소년이 부드러운 표정으로 그렇게 투쟁으로 가득했던 삶을 바람에 휘날리는 낙엽과 함께 조용히 떠나갔다.
마치 만족스러웠다고 고하듯이.
Hainsman님의 작품을 허락을 맡고 대신 업로드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