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 조각글 모음집(+공지)

루이벨라 2018-11-30 5

1. [암광파이] 꽃잎 점을 보기 위해 버려진 꽃잎을, 다시 주우려고 하는 이는 없다.

 

  “좋아한다...”

 

  다소곳하게 앉아 있는 어느 소녀의 옆에는 무참하게 깨져 있는 얼음 조각들이 산을 쌓고 있었다. 신기하게도 소녀가 열심히 잎 하나하나를 떼어내는 꽃도 얼음으로 이루어진 꽃이었다. 하긴 이 빙하들 사이에서 정상적으로 꽃이 필 일은 없었다. 그럼에도 소녀가 즐겨하는 놀이는 꽃잎 점이었다. 점을 보는 주제는 다양할 법도 한데, 소녀가 항상 치는 점은 사랑에 대한 점이었다.

    

  “싫어...한다.”

 

  소녀는 마지막 꽃잎을 떼었다. 이번 점도 싫어한다라는 결과가 나왔다. 소녀는 혹시 남아있는 꽃잎이 없는지 이리저리 살펴보았지만, 꽃은 얼음으로 이루어진 술만 남아있을 뿐이었다.

 

  소녀는 신경질적으로 벌거숭이가 된 꽃을 버렸다. 소녀의 옆에서 만들어지던 얼음 탑은 할 일이 끝난 꽃들의 안식처였던 것이다. 소녀는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두 손을 모아, 얼음 결정을 세공해가며 또 한 송이의 꽃을 만들기 시작했다. 꽃을 미리 몇 개 만들어놓고 한꺼번에 해도 될 터인데, 소녀는 꽃 한 송이만을 만들고, 그 꽃이 할 일을 끝내면 그제야 다시 새로운 꽃을 만들었다.

 

  그래서 저런 단순한 행동만 반복하는 관측자는 이렇게 생각했다.

 

  ‘연비 나쁜 일이라니까.’

 

  그리고 또 한 가지. 관측자는 소녀가 저 꽃을 만들 때마다 열과 성을 다 하는 걸 알게 되었다. 금방 똑 따내어서 옆에다가 버려질 꽃잎 하나하나 정성스레 만드는 것도 참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저 잠깐의 유희일 뿐인 꽃 하나를 만드는데도 저렇게 정성을 다 하는지 모르겠네.’

 

  어쩌면 소녀에게는 자신의 사랑을 확인하기 위한 개체인 꽃을 만드는 것에서부터 그분을 향한 사랑을 표현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관측자는 한숨을 쉬었다.

 

  ‘그런데 저 정성에 비해 결과는 항상 싫어한다, 로 나오지.’

 

  그 이유를 관측자는 알고 있었다. 소녀는 항상 꽃을 만들 때, 짝수 개의 잎을 가진 꽃을 만들었다. 그러니 항상 결과는 똑같이 싫어한다는 쪽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소녀는 그 사실을 모르는 듯 했다. 알고는 있지만 그냥 무시하는 걸까? 둘 다일지도. 하지만 관측자는 그 사실을 부러 소녀에게 말할 생각은 없었다. 관측자라는 호칭에 걸맞게 자신은 그저 소녀를 관찰하기 위해 있는 존재였으니까.

 

  그냥 저 햄스터가 쳇바퀴를 도는 듯한, 단순한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뿐이다.

 

 

 

 

 

2. [소드&걸스 파이, 세하] 검의 의미

 

  몽환세계에서 돌아온 파이는 오랜만에 마시는 독일 외각의 공기에 마음이 놓였다. 2의 고향과도 같은 곳이니, 돌아온 것에 뿌듯함을 느끼는 당연했다.

 

  자신들이 나가 있던 사이, 저마다 할 일이 있었는지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외출 상태였다. 모처럼 돌아왔는데 아는 이를 별로 마주치지 못하여 파이는 아쉬움이 들었다.

 

  그렇게 복도를 거닐고 있는데, 계단에 앉아서 열심히 게임에 열중하는 세하를 발견했다. 사람이 그리웠던 참이라 파이는 큰 소리로 세하를 불렀다.

 

  “안녕하세요! 이세하 요원님!”

  “? , 파이 씨!”

 

  세하 또한 오랜만에 돌아온 동료에게 경의를 표했다. 파이는 항상 세하가 뽐내는 게임 테크닉에 감탄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세하가 게임을 하는 걸 이리 가끔씩 옆에서 구경을 한다. 그럴 때마다 세하는 파이에게 조작법 등도 알려주었다.

 

  한창 게임에 빠져 있던 파이는 문득 세하의 옆에 건블레이드가 놓여 있는 걸 발견했다. 몽환세계에서 이런 질문을 했었다. 여러분에게 은 어떤 의미입니까, 라고. 그리고 바이올렛과 유리는 저마다 아주 멋진 대답을 해주었다. 세하 또한 검을 쓰는 사람이었기에 궁금증이 생겨났다. 파이가 물었다.

 

  “이세하 씨에게는 검은 어떤 의미입니까?”

  “? 갑자기 무슨......”

 

  파이의 질문의 출처가 자신의 옆에 있던 파트너였다는 걸 알아챈 세하는 잠시 고민했다.

 

  “깊게 생각해본 적은 없는데...전 지금의 저라고 생각해요.”

  “좀 자세히 물어봐도 될까요?”

  “그냥 별거 아니에요. 전 어렸을 때 좋은 기억이 별로 없어요. 항상 이런 칙칙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살게 되는 걸까, 라고 생각을 했는데...”

 

  건블레이드를 쥐게 되면서, 정확히는 <검은양> 팀을 만나게 되면서 바뀌었다. 색깔이 하나둘씩 선명하게 찍혀가기 시작했다.

 

  “전 지금도 팀원들에게 고마워요. 힘든 일이 없던 건 아니지만, 그만큼 좋은 일도 많이 있었으니.”

  “세하 씨에게도 그 검은 미래군요.”

  “미래? , 그렇게 되나요? 하긴 전 지금 팀원들하고 같이 있는 미래를 그리고 싶으니까요.”

 

  역시 강인한 사람이다. 파이는 세하를 그렇게 평했다.

 

 

 

 

 

3. [몽환세계 쌍둥이] 오만하고 경솔한 자매

 

 도그라는 오만하다. 자신이 마그라보다 훨씬 우위에 있다고 항상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거 하나만으로 오만하다고 바로 결론지을 순 없지만...동생인 마그라를 좋게 생각은 하지만, 그거와 그거는 별개였다. 자신이 마그라보다 더 모든 면에서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건 늘상 변함이 없었다.

 

  그와 반대로 마그라는 경솔했다. 도그라는 항상 자신한테 이런다는 편견을 단 한 번도 의심하지 않는 경솔함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도그라의 행동은 대부분 정해져 있었지만, 가끔씩 다른 행동을 할 때도 있었다. 그런데도 마그라는 자신의 뜻을 관철할 의향은 별로 없어했다.

 

  오만하고 경솔하다. D백작이 가장 좋아한다는 인간의 부분이라고 했다.

 

  ‘오만과...경솔?’

 

  볼프강은 잠깐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저런 비슷한 제목의 고전 문학이 하나 있던 거 같은데...D백작은 인간 공부를 고전부터 시작하는 걸까? 이 고상한 오페라 극장 취향을 보면 그런 거 같았다.

 

  볼프강은 문득 깨달아버렸다. 자기도 D백작이 좋아하다는 그 부분을 잠깐이지만, 그런 감정이 들었다.

 

  ‘나 참...나도 경솔하게 결론 지어버렸잖아.’

 

  볼프강은 혀를 찼다.

         

 

 

 

 

4. [사냥터지기 1분대] 거울을 싫어합니다

 

  “선배도 안경을 썼습니까?”

  “, 시력 고정용이야. 가끔씩 책 읽을 때만 쓰는데. ? 혹시 내 또 다른 모습에 반하기라도...”

  “택도 없는 소리 하지 마십쇼.”

 

  파이는 정색했다. 볼프강은 그러거나 말거나 자기가 읽던 책이나 마저 읽었다. 오만과 편견이라는 책이었다. 파이가 말했다.

 

  “전 사실 안경 쓴 사람이 싫습니다.”

  “넌 원래부터 날 그리 안 좋아했잖아. 내가 이제 와서 안경을 쓴다 한들 그게 달라질...”

  “그냥 싫습니다.”

 

  단호하게 말하는 파이를 볼프강은 놀란 듯이 바라보았다. 안경을 쓴 사람이 싫다니 하릴없이 볼프강은 읽던 책을 덮고, 안경을 벗었다. 여전히 뚱한 표정의 파이를 향해 볼프강이 물었다.

 

  “네 동생 때문이야?”

  “...”

  “이런 말 하는 거 나도 원치는 않지만...”

  “저랑 슈에는 쌍둥이니까요.”

 

  파이는 볼프강의 말을 잘라먹었다. 예전에 파이 또한 볼프강처럼 시력 고정용으로 안경을 처방받은 적이 있다. 그래서 안경을 쓰고서 우연히 거울을 바라보았을 때는...

 

  ...심장이 멈춰버리는 줄 알았다.

 

  “쌍둥이니까 얼굴 생김새도 같죠. 목소리도 같죠. 그래서 제가 조금이나마 슈에처럼 안경을 쓰고, 붉은색 옷을 입으면...”

 

  그 애가 자꾸 떠올라요. 그와 함께 내가 한 일의 업 또한. 그래서 파이가 치료용이라고 해도 안경을 극구 만류하고, 굳이 파란색 옷을 고집하는 것도 그 이유였다. 그냥 슈에 자체를 떠올리게 하는 것들을 피하고 싶었다.

 

  그렇기에 파이에게 있어서는 자신의 생김새는 정말 최악의 조건을 타고난 것이다. 그래서 세수를 할 때라거나 머리를 빗을 때에도 파이는 거울을 잘 ** 않았다. 굳이 필요하다고 하면 유리창에 비춰진 희미한 자신의 인영을 바라볼 뿐이다. 선명한 자신의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았다.

 

  “파트너, ...”

  “죄송해요. 괜한 푸념이네요. 이런 거 별로 재미없는 이야기인데...”

  “왜 그런 거에 재미를 따져?! 애초에 그건 함부로 평해서도 안 된다고!”

 

  볼프강은 화를 잠시 추스르더니, 마저 읽고 있던 책을 읽기 시작했다. 안경은 쓰지 않았다. 그 모습에 파이는 중얼거렸다.

 

  “선배...”

  “괜찮아질 거야.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말이 이것밖엔 없지만...”

  “...”

 

  고맙습니다. 이 말을 할까 했지만 관두었다. 쑥스러운 탓이었다. 대신 이 말을 했다.

 

  “선배, 안경 쓰고 독서해도 됩니다.”

  “그래? 알았다.”

 

  볼프강은 안경을 다시 썼다. 파이는 그 모습을 보며 옅게 웃었다.






[작가의 말]

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 요즘 바빠서 길게는 못 쓰고, 조각글을 자주 쓴 걸 올려봅니다.(파이 조각글이 많은 이유는 파이 소드걸스 스토리를 감명깊게 봐서 그렇습니다)

공지가 하나 있다고 했는데요. 아실 분들은 아시겠지만 올해 12월 23일에 클로저스 온리전이 열리는데, 부스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선입금을 받는 건 제가 참가한 소설 회지뿐이며, 팬시 굿즈는 현장에서 소량 판매로만 이루어집니다.


부스 인포 : https://ppoonnzz.tistory.com/3

소설회지 선입금 폼 : http://naver.me/GsezHpHW


2024-10-24 23:21:21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