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힘을 준다면 탕수육은 타버리기 떄문에 힘조절이 매우 중요하게 작용하는 방법이지만 일단 이렇게 한다면 탕수육이 눅눅해지는 일 없이 탕수육을 다시 따뜻하게 덥힐 수가 있다. 뭐, 이러라고 가지게 된 위상력이 아닐테지만 뭘 부수는거 이외에는 써먹을데도 없는 힘이다. 이렇게라도 써먹어야지.

“태우기만 해봐, 아주그냥 곤죽으로 만들어주마.”

“말시키지마. 정신 사나워.”

그렇게 탕수육을 위상력으로 가열하기 시작한지 얼마나 지났을까, 이만하면 충분하다고 판단한 나는 탕수육에서 손을 떼고는 먹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소영누나와 나타도 따라서 먹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나타 친구분, 슬비랑은 대체 어떤 사이세요?”

“네? 그냥 알고 지내는 사이.... 겠죠?”

먹다가 갑작스럽게 소영누나에게 그런 질문을 받은 나는 잠시 당황하여 어쩌다 그렇게 의문형으로 대답하였지만 소영누나는 개의치 않다는 듯이 넘기며 말을 이어갔다.

“두 사람, 꽤 잘 어울려요. 한번 그냥 사귀어보는게 어떄요?”

이어지는 소영누나의 말에, 나는 대답할 수가 없었다.

다시한번 보고싶다, 계속해서 그녀의 곁에 있고싶다, 그것이 바로 내 소망이였다. 하지만 정작 그 소망이 이루어졌는데도 불구하고 그녀를 볼 떄마다 너무나도 괴롭고 아파서 견디지 못할 것 같은 순간이 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괴롭고, 살이 찢기는 것 처럼 아픈 그런 순간이.

그런데 어째서 계속해서 그녀의 곁에 있고싶은 것 일까? 어쨰서일까.

-인생이란 가느다란 실로 이루어진 엉키고 섥힌 실뭉치며 그 엉킨 실들 사이에 이루어진 매듭을 운명이라 하지. 그렇다면 그 매듭을 푼다는거야 말로, 자네가 찾아야 할 대답이 아니겠나?

왠지 모르게 영감님이 했었던 말이 머리속에서 울려 퍼짐과 동시에 나는 깨달았다.

머무르는 것과 떠나가는 것, 둘 중 어느것을 선택할지 정하는 것이 바로 내게 주어진 질문이라는 것을.

정말이지, 짖굳은 질문이다.

어느쪽이든 순탄하게 끝나지 않을거라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선택을 해**다.

[띵동]

소영누나의 말에 탕수육을 젓가락으로 집어 입안으로 밀어넣고 씹으며 조용히 생각하던 나는 갑자기 들려온 초인종 소리에 자리에서 일어나 현관문을 열기위해 발걸음을 움직였다.

현관에 다가간 나는 그대로 현관문을 가볍게 열었고 그러자 보이는 것은 매우 익숙한 슬비의 모습이였다.

“....”

순간 말문이 막혀 멍하게 있던 나는 재빨리 어쨰서 슬비가 여기까지 찾아왔는지에 대한 이유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설마 비밀번호를 어떻게 알았냐고 끈질기게 물어보기 위해 여기까지 찾아온 건 아니겠지? 에이... 아무리 그래도 그거 하나 물어볼려고.... 아니야, 슬비라면 충분히 그럴만도 한데...

“여기요 이세하씨. 아침에 놓고간거.”

여러가지 생각과 함께 만일 슬비가 비밀번호에 대해서 물어본다면 어떻게 변명할 것인지 머리를 풀가동시켜 생각하던 중, 슬비가 먼저 내 지갑을 건내며 입을 열었다.

아, 맞다. 지갑을 잃어버렸었지. 설마 했는데 슬비집에 떨어뜨리고 왔을 줄이야...

순간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슬비가 건넨 내 지갑을 조심스럽게 건네받은 나는 지갑안을 열어 내용물이 모두 들어있는지 확인하였다. 다행히도 지갑안에서 사라진 것은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눈에 띄게 신경쓰여 보이는 것이 한가지 있었다.

...내가 이 사진을 카드를 넣어두는 곳에다 넣어놨었나?

지갑속의 나와 슬비의 사진이, 내가 기억하는 위치와 다른 곳에 놓여져 있었다.

그걸 꺠닿자 순간 마음이 철컹 내리앉은 나는 조심스러운 눈빛으로 슬비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슬비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무슨 문제가 있냐는 듯 바라보았고 나는 혹시나 나와 슬비가 함께 찍은 사진을 나에대한 기억을 잃어버린 지금의 슬비가 보았는지 가슴을 졸이며 물어보았다.

“저기... 혹시... 지갑 안, 보셨나요..?”

딱 봐도 당황한 티가 나는 말투로 그렇게 묻자 슬비는 미소를 보이며 대답하였다.

“네. 별 것 없던데요. 문제라도?”

“아, 아니요. 그냥 궁금해서...”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며 내 질문에 즉답을 하는 슬비를 보아하니 다행이도 사진에 대해서는 들키지 않았다고 생각하며 속으로 안심한 나는 그렇게 말을 얼버무리며 지갑을 주머니에 넣고는 슬비에게 지갑을 가져다 주어서 고맙다는 인사를 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아니, 열려고 했다. 하지만 그보다 한발 앞서, 슬비가 먼저 말을 꺼냈다.

“사진. 봤어요.”

“!!!”

그런 짧막한 슬비의 한마디에 너무 놀라 몸이 굳은 채 경악한 나는 그대로 슬비의 얼굴을 바라보며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만약 지금 이 순간 슬비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었는지 알 수 있다면 어떻게라도 입을 열 수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슬비의 얼굴은 그녀의 앞머리에 의한 그림자로 인해 보이지 않았다. 그떄문에, 나는 말을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는 채로 그저 그녀의 말을 듣는 것 밖에는 할 수가 없었다.

“말해 주실래요? 어떻게 된건지. 어쨰서 내가 그 사진 속에 있는건지. 당신은 대체 누구인지.”

“그건....”

-하지만 그녀가 자네를 다시 기억하게 된다면 대가가 치뤄졌다고 할 수 없지. 즉, 자네가 그녀의 곁에 있을 수록 그녀는 위험하다는 거지.”

너무나도 직설적인 슬비의 질문과 함께 영감님이 했던 말이 머릿속을 맴도는 바람에 나는 말을 흐리는 것 밖에는 할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내가 누군지, 그리고 그 사진이 무엇인지 말한다면, 그녀는... 또 다시 나를 떠나갈 테니까.

“...말해줄 수 없는 건가요?”

“...네.”

어떻게 말할 수가 있겠는가. 말한다면 네가 사라진다는 것을 알고있는 내가 어떻게 말할 수가 있을까. 내가 할 수 있는것은 그저 질문에 대답하지 않은 채 침묵하는 것 뿐이다. 그래야지 네가 사라지지 않으니까.

“...그렇군요. 죄송했어요. 지갑을 멋대로 열어본거, 그리고 대답하기 힘든 질문을 한거. 미안해요. 제가 너무 멋대로 굴었네요.”

“...사과하실 필요는...”

“아니요. 잘못한건 제쪽이 맞으니까 사과는 받아주세요.”

“...”

순간 정적이 나와 슬비의 사이에 흘렀다.

미안한건 내쪽인 상황에서 사과를 받는 다는 건, 이렇게나 받아들이기 힘든 거였구나. 이런 거를, 나는 네가 병실에 누워있던 때, 수 없이도 반복해 너를 불편하게 만들었던 거구나.

이 모든 일들이 일어나기 전, 슬비가 병실에 입원해 있었을 때 나는 그녀를 볼 떄 마다 미안하다는 말을 반복했었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야 그 말들이 얼마나 그녀의 마음을 힘들게 했었는지 꺠달을 수가 있었다.

“그냥 이제부터 서로 거리를 두죠. 그쪽은 그대로 이상한 남자 A로, 그리고 난 까칠한 여자 A로. 만나는 것도 그냥 어쩌다 한번씩 만나는 거로.”

“...”

“여전히 대답하지 못하네요. 당신은, 처음부터 그렇게 제대로 대답해 주는게 하나도 없네요.”

“...미안합니다.”

“미안할 것 없어요. 그럼 이제 됐어요. 전 이만, 다음에 언젠가 우연히 만나게 된다면... 그때는 서로 털털하게 이야기 하도록 해요. 그동안 숨겨왔던 것들 모두.”

“...”

“잘 있어요, 이세하씨.”

그녀가 말을 끝마침과 함께 그녀는 발걸음을 뒤로 돌리고는 떠나갔다.

순간 내 손이 떠나가는 그녀를 반사적으로 잡으려고 하였지만 나는 반대쪽 손으로 그것을 억누르며 그만 두었다.

그래. 어차피 처음부터 떠나갈 생각이었잖아. 잘됀거야.

이렇게 헤어지는 것이 나에게도, 그녀에게도 좋은 것이다. 함께 붙어있어 보았자 그녀가 사라질 확률이 올라갈 뿐이다. 그리고, 나는 절대로 다시는 그녀가 내 곁을, 세상을 떠나가는 경험을, 그 슬픔을, 느끼고 싶지 않다. 그리고 그녀 또한, 이대로 헤어진다면 평범하게 삶을 살아갈 수 있다.

그런데, 어째서 내 손은 이렇게나 멀어지는 그녀를 잡고싶어 하는 것일까.

멋대로 그녀를 붙잡으려는 내 손을 막기 위해, 나는 손톱이 살에 파고들 정도로 주먹을 쎄게 쥐었다. 그 탓에 손에서는 붉은 피가 흘러나왔지만 그런 감각조차, 이 알 수 없는 마음을 잊어버리기에는 부족했다.

잊혀지는 쪽이 아닌 잊어버리는 쪽이 되고 싶었다.

잊어버린다면 아무런 고통도, 슬픔도 복잡한 마음도 없이 편할 테니까. 그러기에 나는 잊어버릴 수 있다면 몇번이고 잊어버리고자 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이 설명할 수 없는 마음, 슬픈 기억, 그리고 괴로운 추억은 무슨 짓을 해도 잊어버릴 수가 없다.

나는, 그녀를 다시 보고 싶다는 소원을... 빌지 말았어야 했다. 

Hainsman님의 작품을 허락을 맡고 대신 업로드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