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지다(25)
건삼군 2018-11-28 0
나다. 사진속 이세하씨와 함께 사진을 찍은 여성의 모습은 바로 나다. 하지만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나는 이세하씨를 만난지 몇일밖에 지나지 않았다. 그 짧은 기간동안 그와 함께 사진을 찍었던 기억은 전혀 없다. 애초에, 나는 아직 이세하씨와 함께 사진을 찍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가 아니다.
있을 수 없는 사실에 떨리는 손으로 사진을 뒤집어 뒷면을 보자 그곳에는 이렇게 쓰여져 있었다.
-나와 세하의 첫 데이트. 이 추억이 영원하도록,
그렇게 쓰여져 있는 글을 읽자 스스로도 이유를 알 수 없는 눈물이 눈에서 조금씩 떨어져 사진의 뒷면을 적셨다.
분명 아무렇지도 않아야 정상일 것이다. 나는 저 사진을 찍은 기억이 없고 눈물을 흘릴 이유조차 기억하지 않는다. 그런데,
어쨰서 이렇게 슬픈 것일까. 어쨰서 눈물이 멈추지 않는 것일까.
오열이 멈추지 않았다. 슬픈 이유조차 알 수가 없다. 하지만 가슴이 조여오듯 아파온다. 너무나도 아파서, 아무런 생각조차 할 수 없을정도로 슬퍼서, 나는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마음속 어딘가각 고장난 것 처럼, 제대로 된 사고를 하지 못한채, 나는 이유도 모른 채 흘러내리는 눈물을 서둘러 닦아내며 심호흡을 하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물이 멈추는 일은 없었다.
“이세하, 대체 당신은 누구인거야...”
사진속의 그를 바라보며 그렇게 스스로 혼잣말을 해보았지만 당연하게도 대답은 없다. 그저 내 울음소리만 주변에 맴돌고 있을 뿐.
그날은, 단 한번도 슬픔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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촤악이다. 그렇게 그냥 얼버무리고 빠져나오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최악이다. 적어도 변명이라도 하고 나왔으면 좋았을 것을...
원래는 쓰러진 슬비를 집에 데려다 놓고 밥을 차린 후 슬비가 일어나기 전에 조용히 빠져나올 생각이였다. 하지만, 예상외로 슬비가 일찍 일어나는 바람에 당황한 나머지 나는 변명조차 하지 못한 채 쫒기듯이 뛰쳐나와 달렸고 어느새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타의 집앞으로 돌아와 있었다.
“...다녀왔어...”
현관문을 힘없이 열고는 한숨이 가득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며 집에 들어갔지만 대답은 없었다. 나타는 아직 자고 있는건가...
원래라면 이 시간에 아침밥을 차려야 하는게 맞지만 이미 슬비의 집에서 밥을 한 탓에 또 다시 한번 밥상을 차려야 하는게 너무 귀찮게 느껴져 난 그대로 소파에 누웠다.
소파에 누운 채로 뭐 할게 없나 생각하며 주위를 둘러보자 현관문에 놓여져 있는 제3인의 신발이 눈에 확 들어왔다.
“...뭐야, 저거 소영누나 신발 아니야?”
순간 확 꺠는 듯한 어퍼컷을 맞은 기분과 함께 놀란 나는 소파에서 일어나 조용히 나타의 방문을 열고 안을 들여다 보았다. 그러자 어제까지만 해도 잘 정돈되어 있던 나타의 방안에 옷과 바지, 그리고 속옷이 바닥에 널부려져 있는게 보였고 흐트러진 침대 시트 위에 나타와 또 하나의 누군가가 이불을 뒤집어 쓴 채 누워있는 것이 보였다.
거기까지 확인한 나는 조용히 방문을 다시 닫은 뒤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이지. 내가 없었다고 아주 그냥 신났었나 보구만...”
만약 내가 어제 예정대로 저녁 늦게 돌아왔었다면 어떤 참사가 벌여졌을지...
그런 생각을 한 나는 하는 수 없이 일단 곤히 자고 있는 둘을 내버려두고 그냥 탕수육이나 시키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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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로 탕수육을 시킨지 몇분이 지나자 초인종 소리와 함께 배달부가 찾아와 따끈따끈한 탕수육을 건네주었고 나는 그것을 감사히 받으며 계산을 하기 위해 주머니에 손을 넣어 지갑을 찾았다.
“...어라? 지갑이 어디갔지?”
주머니를 뒤적거리며 훝어보았지만 어딘가 떨어뜨리고 왔는지 지갑은 손에 잡히지 않았다. 아... 어떻하지...? 이대로라면 계산을 못하는데...
“손님? 저, 무슨 문제라도...”
“아니, 아닙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배달온 직원이 한참이나 주머니를 뒤적거리는 날 보고 이상하게 생각했는지 그렇게 물어오자 나는 당황하며 그렇게 말하고는 서둘러 나타의 방으로 향했다.
보통은 나란히 곱게 침대에서 자고있는 연인사이의 남녀를 나같은 제3자가 깨우면 그건 매우 민폐를 넘어서는 짓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걸 따질 떄가 아니다. 나는 탕수육 시켰고 그에대한 대가로 돈을 내**다. 하지만 돈이 없다면, 이렇게 해서라도 돈을 내**다.
“야, 나타! 너 지갑좀 잠깐 빌려줘라!”
“...아, 뭐야... 무슨일인데... 잠깐, 너! 왜 내 방에 들어온거야!”
갑작스런 부름에 졸린듯한 말투로 대답한 나타는 이내 내가 자신의 방에 들어와 있다는 사실에 놀랐는지 금세 졸음이 가신듯한 말투로 소리쳤다.
“그런건 나중에 따져! 일단 빨리 지갑!”
“그러니까 뭔데!?”
영 시원치 않은 표정을 지으며 캐묻는 나타였지만 그러면서도 나타는 순순히 내게 지갑을 건내주었고 이내 지갑을 받은 나는 잽싸게 현관문으로 달려가 계산을 마치고는 배달원이 문을 닫고 나감과 동시에 힘없이 자리에 주저앉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서, 고작 탕수육 하나때문에 내방에 쳐들어와서 그 난리를 친거냐?!”
“아, 그... 미안.”
“넌 미안하냐? 난 무안하다! 아주 그냥 뻘줌해가지고 지금 침대에서 부끄러워 죽으려고 하는 소영한테 뭐라고 해야할지 감도 않잡힌다!”
“...알았으니까 그만하고 어서 소영누나도 데리고 와서 탕수육이나 먹고 화좀 풀어. 어제 꽤나 힘좀 많이 쓴 것 같은데 체력회복 하야지.”
“**놈아! 그, 그런거 아니거든!”
그 후로 계속해서 아니라고 부정하며 방방 뛰는 나타를 겨우 진정시키고 소영누나를 불러 탕수육을 먹기 시작한 나는 같이 배달온 소스를 찾아내고는 그대로 탕수육에 전부 부어버리려고 하였다. 그러나 그러지 바로 직전, 나타는 소스를 부으려던 내 손을 재빨리 제지하였다.
“이세하. 탕수육은 찍먹이다.”
“부먹이야.”
“찍먹.”
“부먹.”
아니나 다를까, 이제 좀 평화롭게 탕수육을 (부먹으로) 먹을려고 하니까 나타가 찍먹을 주장한다.
하지만, 난 부먹을 양보할 생각은 없다. 왜냐하면 물과 기름, 해와 달, 그리고 양념과 후라이드 처럼 서로 양보할 수 없는게 바로 찍먹과 부먹이기 떄문이다. 그러므로,
먼저 행동하는 쪽이 이기는 거다.
누군가 신호를 한 것 마냥 나타와 내 손이 거의 동시에 움직였다. 나타의 손은 내 손에 들려있던 소스통을 낚아채려고 하였고 내 손은 그런 나타의 손을 멈추려고 하였다. 그렇게 서로의 손이 격돌하기 바로 직전, 하나의 목소리가 우리를 멈춰세웠다.
“그런데, 그냥 반반으로 하면 되지 않아?”
““...”“
소영누나의 핵심을 찌르는 한마디에 나와 나타는 조용히 침묵을 지키다가 이내 서로 천천히 손을 내려놓고는 소스를 반쪽에만 부었다.
“...그런 방법이 있었네...”
“...그러게 말이다...”
소영누나 덕분에 평화롭게 탕수육을 먹는 방법을 찾아낸 우리는 그렇게 조용히 탕수육을 먹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아까 계산할 때랑 방금 전 나타와 (부먹과 찍먹을 두고) 옥신각신 한 탓에 탕수육은 이미 꽤나 차갑게 식은 후였다.
“...그냥 전자레인지에 돌릴까?”
“아서라. 그러면 오히려 더 눅눅해 진다.”
“그러면...”
전자레인지에 돌린다는 선택지를 내놓았지만 나타의 팩트에 반격당한 나는 하는 수 없이 손에 위상력을 집중해 천천히 탕수육을 가열하기 시작하였다.
Hainsman님의 작품을 허락을 맡고 대신 업로드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