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지다(20)

건삼군 2018-11-28 0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역시, 고백은 오르막길 이라고 생각한다. 고백하는 게 아무리 어려워도 한번 하고 나면 일단 마음속이 시원해지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감할 것이다. 게다가 고백 후에는 연인과의 사이가 꽤나 가까워질 것이다. 물론 롤러코스터의 내리막길 급으로 쉬워지지는 않겠지만 말이지.

 

참고로, 지금 어째서 내가 이런 뜬금없는 소리를 하고있냐면... 

 

나타,  벌려봐. ~”

 

아니,  혼자서도 먹을  있거든?”

 

그래도~ ~”

 

바로  앞에서 사귄지 얼마 되지도 않은  커플의 염장질을 보고 있기 떄문이다


얼마  까지만 해도 나타에게 선뜻 다가가지 못하던 분위기를 띄우던 소영누나도 고백 이후에는 더욱 적극적으로 나타에게 붙기 시작하였고 이렇게 매일마다 나타의 집에 찾아와 거의 살다싶이 한다.

 

“... 잊혀진 바람에 대화조차 제대로 못하는데...”

 

꽁냥거리는 둘을 보며 이를  물고는 그렇게 중얼거리자 이내 나타가 어이없다는 듯이 나를 향해 바라보며 쌤통이다는 듯이 말했다.

 

, 너도 범생이랑 사귀기 시작했을  엄청 눈꼴시리게 염장질을 해댔거든?”

 

“...내가 그랬나?”

 

그랬다. 아주 그냥 헤벌레 해져가지고는 다른 사람들 보는 앞에서 서로 껴안거나 애정행각을 벌이는 것을 볼수밖에 없던  심정을 이제야 조금 알겠냐?”

 

그런 나타의 말에 할말이 없어진 나는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 나타와 소영누나를 위해 자리를 비켜주었다. , 사실은 다른 볼일이 있어서 그런거지만.

 

그렇게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코트를 챙겨입고는 현관으로 다가가 신발을 신었다.

 

 이세하,  어디가냐?”

 

잠시 갈데가 있어서. 해지기 전까지는 돌아올게.”

 

이왕이면 돌아오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오기로 라도 돌아올 테니까  깨라.”

 

나가려는 내게 말을  나타와 잠시 가벼운 농담을 주고받은 나는 그대로 집을 나와 거리를 걷기 시작하였다. 정처없이 돌아다니는 것은 아니다. 오늘은 볼일이 있기 떄문에 집을 나온 것이다.

 

볼일이라고 해도 대단한 것은 아니다. 그저 옷이 부족해서 옷을 사기위해 나오기도  것이기 때문에 나는 거리의 옷가게를 돌아다니며 필요한 옷들을 고르기 시작하였다.

 

나는 그다지 옷에 신경을 쓰는 편이 아니기 때문에 그냥 보기에 무난하면 장땡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랬기에 옷을 고르는데는 5분이면 충분하였을터이다...

 

이세하씨?”

 

? 그때 갑자기 들아왔던 사람!”

 

하지만 옷을 고르다 마주친 슬비와 서유리 때문에 5분이라는  예상시간은 깨어졌다.

 

그런데 어째서 매번 밖에 나올때마다 이렇게 아는 사람들하고 만나게 되는거지? 내가  인간자석이라도 되나? 어떻데 이렇게 마주치게 되는 건데?

 

“...운명이란   같은거 구만...”

 

?”

 

아무것도 아닙니다.”

 

혼자서 잠시 얄궂은 운명에 대해 조용히 불평하자 슬비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의문을 표했지만 나는 그것을 그렇게 대충 얼버무리고는 귀찮은 일에 휘말리기 전에 어서 자리를 뜰려고 하였다.

 

하지만 그렇게 자리를 이탈하려던 나를 발빠른 서유리가 막아서며  특유의 활발함으로 몰아붙였다.

 

혹시 우리 슬비랑 아는사이세요? 둘이 만난지 얼마나 됬어요? 둘이 사궈요? 나이는 어떻게...”

 

서유리. 거기까지만 . 이세하씨가 불편해 하잖아.”

 

순간 가관총 같은 속도로 질문을 받은 나는 잠시 당황하며 어쩔줄 몰라했지만 다행히도 슬비가 서유리를 제지한 덕분에 나는 질문공세를 피할수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마주치게 됬네요 이세하씨. 우연인지 아니면 의도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하지만 슬비도 결코 나를 위해서 서유리를 제지한 것은 아닌 모양이다. 아무래도 내게 질문을 하기위해서 서유리를 제지한  같은데... 일단 우연인건 사실이니 우연이라고 말하자.

 

우연인데요.”

 

우연? 두번, 아니 세번이나? 그것  대단한 ‘우연이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아주그냥 4번째로 만나는 날에는 스토커로 고소당하겠어? 나는 정말 아무것도 잘못한게 없는데 말이야.

 

하지만 어쩌리랴. 슬비가 나를 기억하지 못하는 한은  그저 수상한 사람 A 뿐인데.

 

“...어쩌면 운명이라는 거지같은게 같잖지도 않은 장난을 치고있나보죠.”

 

?”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래. 운명이라는 놈의 성격은 대체 어떻게 생겨먹었는지 참말로 궁금하다. 소중한 사람를 뺏어간 것도 모자라서 돌려주는  하면서 어중간하게 돌려주고는  해보라는 듯이 계속해서 이어줄려고 하고있어.

 

하지만 결국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일종의 도피중 하나다. 원망할 것이 없는 내가 어덯게든 사실을 받아들이기 위해 유일하게 원망할수 있는 세상이나 운명따위를 원망하는 것이다. 그렇게 원망한다 해도 바뀌는게 없다는  누구보다도  알고있을텐데 말이다.

 

이성과 감정은  까다로운 것이다. 아무리 이성적으로 받아들여도 감정이란 성가신 것이 항상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을 방해한다. 그리고 아무리 감성적으로 생각한다 해도 이성이라는 차가운 것이 아픈 현실을 억지로 생각나게한다.

 

“..세하씨. 이세하씨!”

 

“...? 뭐죠?”

 

잠시 그런 운명같은 형체도 없는 것을 원망하던 내게 슬비가 날카롭게  소리로 말하며 혼자 생각에 빠져있던  현실로 되돌렸다. 대체 무엇 떄문에  부른걸까 생각하며 슬비의 말을 기다리던 나는 이어지는 슬비의 예상치 못한 말을 듣게되었다.

 

보아하니 옷을 고르시던  같은데, 도와드릴까요?”

 

,  혼자서도...”

 

같이 옷을 고르는 것을 도와주겠다는 예상치 못한 말을 들은탓에 어정쩡하게 대답하며 거절을 하려던 나는 갑자기  등뒤를 밀기 시작한 서유리의 행동에 놀라 그만 말을 끝맞치지 못하였다.

 

에이~ 그러시지 말고 슬비랑 같이 천천히 옷이나 한번 골라보세요~   사람을 위해 빠져있을 테니까~”

 

유리야!  정말 이 사람 이랑 그런 사이가 아니라니까!”

 

그렇게 말하면서 얼굴이 빨개지는 슬비도  귀엽다니까~”

 

 정말!”

 

그럼  이만 갈게~”

 

질풍노도와도 같이 상황을 휘말고는 그렇게 짧은 한마디와 함께 자리를 비킨 서유리의 모습을 보며 잠시 멍하니 있던 슬비이지만 이내 한숨을 내쉬며 나를 향해 고개를 돌리고는 내게 말을 걸었다.

 

죄송해요.  친구가 많이 활발한 성격이라서...”

 

아닙니다. 괜찮아요.”

 

 천하의 서유리가 이정도로 끝낸것만 해도 어디인가. 게다가 ,  이대로 슬비랑 같이 옷을 고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저랑 같이 옷을 고르실 거에요?”

 

, ... 일단 도와주시면 고맙긴 한데...”

 

그럼 지금까지 골라온  옷들,  원래 있던 자리로 갔다 놓으세요.”

 

아니,   옷도 꽤나 마음에...”

 

......”

 

차갑디 차가운 슬비의 한마디에 결국 꼬리를 내린 나는 할수없이 내가 골랐던 옷들을 전부 원래 있던 자리로 갔다 놓았다. 그나저나 목티가 뭐가 나쁘다는 거야?  편하기만 하고 좋던데.

 

아무래도 목티를 마음에 들어하신  같은데 아무리 그래도 같은 디자인의 목티를 3벌이나 사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게 3벌정도 사놓으면 빨래하고 정리할  편한....”

 

그걸 말이라고 하는거에요? 절대로 안돼요. 정말이지... 돈이 아까워 정말... 제가 같이 다니는 한은 절대로 대충 고르지 않을 거니까 그렇게 아세요.”

 

“....”

 

그렇게 같은 옷을 3벌이나 사는것에 대해서 슬비에게 혼난 나는 진지하게  옷을 고르기 시작하는 그녀를 보며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옷을 고르는게 뭐라고 저렇게 진지하게 임하는 그녀의 모습이 사랑스러워서, 그리고 애틋해서. 나는 그렇게 그녀의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후로  1시간 동안이나 슬비가 골라준 옷들을 하나하나 입어보며 확인한 탓에 힘이 빠졌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Hainsman님의 작품을 허락을 맡고 대신 업로드한 것입니다 

2024-10-24 23:21:19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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