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프파이] 클로저에게 사랑은 어려워 #01
루이벨라 2018-11-24 5
※ 볼프파이 기반
※ 『오타쿠에게 사랑은 어려워』 패러디
※ 중편 예정
※ 개인적인 캐릭터 해석 多
※ 전편 : http://closers.nexon.com/board/16777337/13850/
#01. 처음으로 맞이하는 하루
“재리...인생이라는 건 뭘까.”
“갑자기 무슨 소리에요, 볼프.”
“그냥 내 인생의 앞날이 캄캄하다고 문득 느껴져서 말이야.”
“또 휴가 못 간다고 불평하는 거예요?”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다...볼프강은 어제 뜬눈으로 밤샘을 했다시피 했다. 어제 파이한테 했던 말을 반납할 수가 없어서. 이래서 말이 싫었다. 말은 함부로 내뱉어도 결코 다시 주워 담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희망을 걸어보는 건, 파이가 어제 술에 취해 있었다는 것이었다. 술김에 들은 것이니, 볼프강은 제발 파이가 필름이 끊기기를 바랐다. 제발, 제발!
루나와 소마는 저기압 상태로 식탁에 계속 얼굴을 파묻은 볼프강을 이상하다는 듯이 계속 쳐다보았지만, 재리처럼 휴가를 못 가서 불평하는 거라 생각해 각자 자신의 아침식사에 몰두했다.
그 때, 차분한 저음의 어느 목소리가 인사를 건넸다.
“모두들 좋은 아침입니다.”
“...!”
“좋은 아침이에요, 파이 선생님!”
호랑이도 제발하면 온다더니 때마침 파이가 식당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소마는 양손을 붕붕- 흔들어가며 선생님을 반겼다. 파이는 마침 비어있던 자리에 앉았는데, 하필이면 볼프강의 바로 옆자리였다.
파이가 의자를 끌어 앉는 소리가 나자, 볼프강은 그제야 고개를 들어 파이를 힐끗 보았다. 파이의 표정은 평상시와 다름없이 차분했다. 재리가 해준 오믈렛을 잔뜩 기대하는 것이 약간 비치는 것 외에는.
볼프강은 한숨을 쉬며 손바닥으로 자신의 얼굴을 으그러뜨렸다. 어찌나 얼굴을 많이 보았는지 이제는 파이의 생각이 대강이나마 알 수 있는 경지에까지 이르렀다. 자신이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이걸 자각하니까 너무 비참하기도 하다. 그렇게 자신만의 생각에 빠져있던 지라 볼프강은 파이가 어느 틈엔가 자신을 빤히 보고 있다는 걸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리고 그 시선을 볼프강이 알아챘을 때에는 파이는 자신의 오른손을 높게 들어 올리고 있었다.
‘저건 또 무슨 의미야...?’
볼프강은 그 뒤는 마저 생각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짝-!!
파이는 갑자기 볼프강의 왼쪽 뺨을 경쾌한 소리가 나게 때렸다.
“...”
“...”
분위기는 갑자기 싸늘해졌다. 루나는 먹고 있던 베이컨을 주르륵 흘렸고, 소마는 흥미진진한 얼굴로 – 팝콘을 왕창 뜯는 듯이! - 두 사람을 번갈아보고 있었다. 볼프강은 갑자기 맞은 뺨이었지만, 이상하게 화를 낼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도 그럴게, 지난밤에 찔린(?) 것이 많았기에.
그러나 파이는 천진하게 손바닥을 천천히 뺨에서 떼더니, 천연덕스럽게 손바닥을 가리키며 말했다.
“모기가 있어서 말이죠. 보세요, 여기 모기.”
“...”
진짜, 모기였다. 이런 계절에도 모기가 있구나...싶어졌다. 볼프강은 얼얼한 뺨을 어루만졌다. 그래도 참만 다행이라고 생각도 했다.
‘화나서 때린 줄 알았네...’
자신의 무례함에 화나서 화풀이한 것, 혹은 대차게 거절한 것보다는 덜 비참하니까.
아, 진짜 어젯밤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게 아닐까?! 희망이 조금씩 샘솟는다. 그러면 조금 일이 편해지게 된다. 아니, 모든 일을 다 기억하지 말라는 법은 없지. 적어도, 적어도 자신이 사귀자고 했던 부분만 기억이 나지 않으면 된다!
볼프강이 죽어라 주기도문을 외우는 틈에 파이에게 마침 노릇하게 구워진 오믈렛이 대령되었다. 파이는 재리의 요리 솜씨를 칭찬하며 맛있게 먹었다. 평소랑 다름없는 파이가 분명했다. 어제, 그제, 심지어 일주일 전의 파이와 별반 차이가 없다.
그래! 어제의 일은 나만 부끄러워지는 흑역사로 남으면 되는 거다! 고백은 무산되었다! 기쁘기도 하지! 와, 그런데 기분이 한껏 나아져야 하는데 왜 이렇게 비참한 기분만 드는 거지!? 볼프강은 참 아리송했다.
그래서 자기를 부르는 파이의 목소리를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선배.”
“...”
“선배?”
“...”
대꾸가 없이 멍하니 자기 생각만 하는 볼프강에게 파이는 다시 한 번 큰소리로 불렀다.
“선배!!”
“뭐, 뭐야?! 갑자기 그렇게 소리를 지르고...”
“선배야 말로 절 계속 무시하고 계시지 않으셨습니까?”
아, 그런 거야?! 루나와 소마의 눈치를 보니 그런 듯 했다. 변명을 하려는데 파이가 말을 잘라먹었다.
“또 보나마나 농땡이 부릴 생각이나 하고 있으셨겠죠.”
“어이, 내 이미지가 언제부터 그렇게 굳어졌냐?”
“처음부터 그랬습니다. 그게 싫으시면 성실히 일에 집중하면 되는 일이 아닙니까!”
아, 그래 평소랑 다름없는 파트너다. 다행이다. 이제 고백은 물 건너 간 거야! 피눈물이 나지만 그냥 겸허히 받아들이기로 했다.
“아침부터 두 분 다 기운차시군요.”
“앨리스! 어서 와요!”
마침, 앨리스 또한 식당에 모습을 드러냈다. 파이의 나 모르쇠 태도에 안심을 한 나머지 볼프강은 미처 복병이 있다는 걸 인지하지 못했다.
앨리스가 파이에게 물었다.
“그러고 보니 파이 요원님, 속은 좀 괜찮으신가요?”
“네!? 소, 속이라뇨!?”
잔뜩 당황한 기색의 파이를 보자 볼프강은 설마 싶었다. 거기다가 아예 쐐기를 박는 앨리스의 그 다음 말.
“어제 술에 잔뜩 취하셔서 볼프강 요원님이 방까지 데려다 주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정말 무슨 일이 있으셨나요? 잠꼬대로 선배랑 내기를 했다 뭐...그런 이야기를 하시던데.”
“아...아! 그, 그건!”
파이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그걸 보고 볼프강은 촉이 왔다. 어이...너 설마...
앨리스는 제 추론을 열심히 내뱉을 뿐이었다.
“설마 볼프강 요원님이랑 술내기를 하신 겁니까? 저 사람 내기에 일일이 대꾸하지 않아도 됩니다. 우선적으로 요원님의 몸 상태가 우선이니까요.”
듣다 못한 볼프강이 반박했다.
“저기 앨리스...당신한테도 내 이미지가 언제 그렇게 잡힌 거야?”
“계속 보아왔던 결과입니다. 자기 자신을 탓하도록 하시죠, 볼프강 슈나이더 요원님.”
“크윽. 당신도 이 생활 몇 년 하다보면 저절로 이렇게 된다고.”
파이와 똑같은 말을 한다. 마음의 상처로다. 파이는 그 틈을 타서 서둘러 아침 식사를 마치더니 방으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저, 저는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파이 선생님, 어디 편찮으세요? 얼굴에 식은땀이...”
“아, 괜찮습니다, 루나 양! 그냥...그냥 오한이 나서요!”
“오한이라뇨! 그게 얼마나 심각한 증상인데! 진짜 볼프 쌤 때문에 파이 쌤 술병 난거 아니에요!? 볼프 쌤이 책임지세요!”
아뇨, 소마 양...이건 술병이 아니라, 그저...계속 볼프강의 옆에 있다가는 자기가 살이 다 떨려서 피하려고 하는 것뿐이었다. 모르는 척 하자, 라고 다짐을 했던 것도 초반에만 괜찮았지, 자꾸 볼프강의 얼굴을 볼 때마다 그 말이 맴돈다.
-그럼...너 나랑 연애해볼래?
-너 나랑 연애해볼래?
-나랑 연애해볼래?
-연애...
‘끄아아아아아아---!!!’
볼프강은 저리도 태연 – 파이의 시선으로 보기엔 – 한데 자기만 저리 뒤숭숭한 게 이상했다. 그리고 먼저 내기(?)를 건 볼프강은 정작 평상시와 다름이 없었다. 혹시나 해서 운을 떠보았지만 자기만 이상하다.
오한이라는 둥, 술병이라는 둥...자기 탓에 아픈 것 같다는 말에 볼프강은 앞선 서운함 따위 싹 사라지고, 걱정하는 마음이 우선적으로 나타났다. 방으로 돌아가기 위해 일어선 파이에게 다가가서 진심으로 걱정 어린 말을 꺼내는 것에서 그걸 알 수 있었다.
“괜찮아, 파트너?”
“...”
“진짜로 괜찮냐?”
어, 얼굴이 너무 가깝습니다! 도저히 선배 얼굴을 어떻게 봐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아, 저기...그만 좀 다가와 주시겠어요?! 지금 선배 얼굴 자체로도 신경이 쓰여서...
이 말이 입가에서만 뱅뱅 돌던 파이는 그런 수줍음과는 다르게 다소 과격하게 말했다.
“서, 선배 얼굴 꼴 보기 싫습니다!”
“...”
“이, 이만 가보겠습니다!”
파이는 그 말을 끝으로 쌩- 하고 도망쳐버렸다. 파이에게 향하던 조심스러운 손은 무안해져버렸다.
중계석에 있던 두 말썽쟁이들은 팝콘을 아주 그냥 와그작와그작...
“오! 볼프 쌤이 한 방 먹었어!”
“소마...그런 말 하는 거 아니야...”
“그치만, 그치만! 볼프 쌤 지금 얼굴 엄청 상처받은 표정이라고!”
소마의 일침에 볼프강은 퓨즈가 끊겼다.
그래...진짜 상처받았다...저 말에 상처 안 받을 리가 없잖아! 하물며 좋아하는 사람에게! 그것도 어제 고백을 했는데 저런 반응이면!!!
“...”
“...”
분명 볼프강은 마음의 소리로 외친 거 같은데, 일동이 부산스럽게 조용해졌다. 재리와 앨리스는 ‘지금 자기가 들은 것이 무엇이냐’ 라는 표정이고, 루나는 ‘어쩜 그런 일이...!’ 라며 통촉하고 있고, 소마는 ‘그럴 줄 알았다’ 며 소악마와도 같이 웃고 있고...
볼프강은 “잠깐!” 을 외쳤다. 그리고 이 자리에 있는 4명에게 물었다.
“설마...방금 내가 소리 내어서 말한 거야?”
끄덕끄덕- 그리고 4명은 솔직하게 대답했다.
볼프강은 생각했다. 아, 인생 진짜 망했다,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