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지다(18)

건삼군 2018-11-21 0

 이슬비 라고 해요. 나이는 24. 직업은...”

 

클로저. 맞죠?”

 

자신을 소개하던 그녀의 말을 끊으며 대답하자 슬비는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정신을 차리고는 놀랐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어떻게 알았어요?”

 

“...나타가 말해줬거든요. 게다가 그런 분홍색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드물기도 하고요.”

 

사실 그런게 아니지만 달리 뭐라고 설명할  있는것이 아니였기에 대충 그렇게 둘러댄 나는 어느샌가 설거지를 끝내고 부엌에서 나온채 어딘가 창백한 얼굴을 하고있는 소영누나를 보고는 소영누나가 나타를 찾으려고 두리번 거리고 있는 거라고 생각하고는 소영누나에게 말을 걸었다.

 

나타라면 화장실에 있어요.”

 

“...그래요? 그럼 나타한테 일이 생겨서 먼저 가겠다고 전해주세요.”

 

. 그런데 무슨  있나요?”

 

 저리 얼굴이 창백해 보이는 거지?  못볼거라도 봤나?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럼 이만...”

 

안색이 안좋아 보이길래 안부를 물어보았지만 소영누나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짧막하게 대답하고는 무언가에 쫓기듯이 집을 나갔다.

 

뭐야? 여우여자는 어디갔어?”

 

방금 나가셨어.”

 

그렇게 소영누나가 나간지 얼마되지 않아서 화장실에서 나온 나타는 나를 바라보며 소영누나에 대해서 물어보았고 나는 그렇게 짧막하게 대답하였다. 그나저나, 아무래도 무언가를 숨기시는  같았는데...

 

잠시 소영누나가 보여준 수상한 행동에 대해 생각해 보았지만 짐작가는 것은 없었다. 아니, 잠깐만. 소영누나가 보고 충격을 받는 것이라면 하나 짐작가는  있잖아.

 

, 나타.  병원 진단서 어디에다 놨어?”

 

? 그거라면 부엌 어딘가에다 쳐박아 놨는데?”

 

...역시나 그런건가. 소영누나는 방금 전까지만 해도 부엌에서 설거지를 하고있었으니 이것저것 정리하다가 병원 진단서를 발견한거겠지. 정말이지... 그런거는  들키지 않을 장소에 놨두라고...

 

나타. 아무래도 소영누나가  병원 진단서를   같은데.”

 

?!   자식, 말한거냐?!”

 

아니거든! 따지고 보면 니가 진단서를 아무데다가 놓으니까 들킨거 아니냐!”

 

그런건 아무래도 좋아! 그래서, 여우여자가 뭐라고 말했는데?!”

 

아무말도 안했어. 그냥 볼일이 있다면서 창백한 얼굴로 급하게 나갔어.”

 

**!”

 

그렇게 소영누나에 관한것을 말하자 나타는 평소보다 더욱 흥분하며 소영누나를 찾으러 밖으로 뛰쳐 나갔고 이내 나도 옷을 챙겨입고는 나갈 준비를 하였다. 그러나 나가기 일보직전에 슬비가  팔을 붙잡으며 물어왔다.

 

무슨일이에요? 진단서라니, 그거랑 소영언니랑 무슨 상관인데요?”

 

“...나타의 병원 진단서에요. 시한부 5년이 적혀져있는.”

 

슬비의 질문에 그렇게 답하자 슬비의 표정이 일그러지며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납득했는지 다시 표정을 원래대로 고친  서둘러 코트를 입으며 나에게 외쳤다.

 

나도 도울게요! 빨리 소영언니를 찾아요!”

 

그렇게 해서 슬비와 같이 소영누나를 찾게  나와 슬비는 마을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소영누나를 찾았지만 어디를 갔는지 도저히 찾을수가 없었다. 편의점에도, 새로열은 가게에도,  어디에도 소영누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대체 어딜 간거야...”

 

이리저리 돌아다닌 탓에 차가워진 손을 비비며 그렇게 중얼거린 나는 이내 소영누나가 갈만한 곳이  한군데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강남 GGV...”

 

?”

 

강남 GGV. 소영누나가 처음으로 차렸던 포장마차가 있던 곳이자 나타가 소영누나를 처음 만난 장소. 그리고, 검은양 팀이 처음으로 만나고 같이 임무를 수행했던 장소.

 

강남 GGV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꺠달은  순간, 나는 시간을 지체하지 않기 위해 그대로 다리에 위상력을 실어 크게 도약하며 강남 GGV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슬비도 나를 뒤따라 싸이킥 무브로 따라오며 내게 다가와 역시나 그랬다는 듯이 말했다.

 

그쪽, 역시 위상능력자 였네요. 아까 나타랑 나이프로 티격태격 할 때 알아보긴 했지만.

 

, ... 일단은요.”

 

그런건 됐고, 당신, 소영언니가 강남 GGV 있을거라는 생각은 어떻게 한거에요?”

 

 장소가 나타가 처음으로 소영누나를 만난 장소니까, .”

 

그러니까 그걸 당신이 어떻게 아냐고요?”

 

아차... 맞다. 슬비에게 있어서 나는 만난지 얼마 되지도 않은 타인이지...

 

순간 어떻게 얼버무려야 할지 고민하며 한눈을  나지만 어느새 강남 GGV 도착한 탓에 나는 간신히 관심을 돌릴수가 있었다. 앞으로는 조심하도록 하자. 쓸데없이 이것저것 말했다가는 다들 이상하게 생각할 테니까.

 

일단 강남 GGV 도착한 나와 슬비는 서둘러 소영누나를 찾기위해 주변을 둘러보려 했지만 그럴 필요도 없이 소영누나는 항상 작은 포장마차를 운영하던  곳에 서있었다.

 

의외로 간단하게 소영누나를 찾은 나와 슬비는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갔지만 이내 소영누나가 나지막하게 말한 한마디에 발걸음을 멈추었다.

 

나타를 처음 만난 장소가 바로  곳이였어.”

 

소영누나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아무도 없는 한산한 거리에 울려 퍼졌다. 한떄  거리는 특경대에 의하여 봉쇄되고 갑작스레 강남에 출현한 차원종들을 처리하기 위해 임시거처로 사용되었지만 지금에 와서는 그저 평범한 하나의 거리일 뿐이였다.

 

처음 만났을떄 나타한테 어묵을 줬었어. 그런데 아주 맜있게 먹더라고. 마치 어린애처럼...”

 

-이거 뭐야? 이렇게 맜있는게 있었단 말이야?!

 

나타는 항상 까칠한  하며 상냥했어. 잠깐이지만 내가 나타를 잊어버렸을 떄도.”

 

-...어묵 있으면 내놔.

 

그런데 기적처럼 나는 다시 나타를 기억할수 있었어.”

 

- 니가 미안하다고 하는건데? 그런건 됐고 나중에 어묵이나 만들어줘.

 

그런데... 그런데.... 어째서...  헤어져야  날이 이렇게나 빨리 찾아오는거야...?”

 

계속해서 침착함을 유지하던 소영누나의 목소리가 끝내 눈물로 번지며 흐트러졌다.

 

지금 소영누나가 느끼고있을 감정을 나는 이해한다.

 

병원에서 의사에게 슬비가 3달밖에 살지 못한다고 들었던 그때의 기분은, 마치 세상에서 멀어지는 듯한 기분이였다. 모든것이 거짓이라고 도피하게 되고, 모든것이 의미가 없게 느껴지기 시작하는, 그런 느낌이였다.

 

역시 세상은 가혹하다. 이렇게 항상 사람들의 행복을 어느샌가 앗아간다. 아무리 행복하도 따뜻한 만남이 있어도, 세상은 그것을 차갑고 슬프게 부숴버린다. 우리같은 사람들은 행복이라는 것을 누릴 가치조차 없다는 것일까. 그저 평범하고 조용히 사랑하고 있는 사람과 늙어가고 싶다는게 그렇게 용납할수 없는 일일까?


소영누나의 마음을 나는 이해한다. 하지만 이해한다 하더라도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없었다. 그야 당연하다. 내가 직접 경험해 보았기에, 이해하기에, 그렇기 때문에 아무 말도 해줄 수 없는 것이다. 내가 어떤 말을 하든 소영누나의 마음을 위로해 줄 수는 없을테니까. 모두의 위로가 나에게 전혀 와 닿지 않았던 것처럼.


Hainsman님의 작품을 허락을 맡고 대신 업로드한 것입니다 

2024-10-24 23:21:16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