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지다(15)
건삼군 2018-11-21 0
야 나타. 너 고기 너무 많이 사는거 아니냐?”
“신경 꺼. 어차피 내돈으로 사는거니까.”
“아니 그래도 그렇지 고기가 한가득 이잖아... 야채도 조금 사라고...”
“싫거든? 않그래도 꼰대 때문에 야채에 대한 빌어먹을 기억들이 가득한데.”
어쨰서 마트 한복판에서 고기가 가득 담긴 카트를 몰며 나타와 이렇게 티격태격 말을 주고받냐고 묻는다면 이유는 간단하다. 당분간 나타의 집에서 머무르기로 한 탓에 그 대가로 집안일들은 내가 담당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되서 오늘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집안을 싹다 청소하고 아침밥을 차리던 나는 냉장고가 텅텅 비었다는 것을 깨달았고 집안에는 라면만 한가득 이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물론, 라면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나도 라면을 좋아했던 사람들중 하나니까.
하지만 매일매일을 라면으로 떄운다는 것을 용납하는 사람은 아니다.
그래서, 이렇게 돈을 가지고 있는 나타를 데리고 직접 둘이서 장을 보러 나온 것이다. 뭐, 아까부터 별별 몸에 좋지 않은 식품들만을 고르고 있는 나타를 보자니 괜히 데리고 나온 것 같지만...
그렇게 한숨을 내쉬며 뭐 살만한게 없나 둘러보던 나는 이내 계란이 50% 세일하는 것을 보고는 그대로 계란을 사기 위해 마지막 하나 남은 계란판을 집었다.
그러나, 집은것은 나만이 아니였다.
“저기... 제가 먼저 잡았는데...”
최대한 해맑은 표정을 지으며 계란판을 집은 또 다른 상대에게 미소를 보여준다. 이렇게 한다면 보통은 상대방이 양보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상대방의 얼굴을 본 그 순간, 얼굴이 굳어버렸다.
계란판을 집은 또 다른 손의 주인은 내가 잘 아는 그녀, 슬비였다.
참말로 운도 지지리 없지. 어저께 그렇게 당당하게 다시는 만날일이 없을 거라고 말했는데 이렇게 하루밖에 되지 않아서 다시 만나게 되다니...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녀를 다시 볼수 있게되어서 기뻤다. 분명 다시는 만나지 않을거라고 다짐하였는데도 막상 만나고 보니까 계속 이대로 같이 있고싶다. 결국, 사람의 마음이란 얄팍한 것 이다. 아무리 굳건히 다짐한다 해도 하루 아침에 생각이 흔들리고 만다.
그렇게 그녀와의 만남에 반가움과 동시에 스스로에 대한 경멸감을 느끼며 침묵을 지키고 있던 내게 그녀가 먼저 말을 걸어왔다.
“...어제의 그 **?”
“** 아닙니다.”
“그럼 강도?”
“강도 아닙니다.”
“치한?”
“아니야... 가 아니라 아닙니다.”
진지하게 생각하던 와중에도 **, 강도, 치한, 등등의 여러가지의 호칭으로 나를 부르는 그녀에게 건 반사적으로 답하며 부정한 나는 대체 슬비는 지금의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걸까 생각하였다. 그런데 아무리 기억을 못한다고 해도 그렇지, **하고 치한은 너무한거 아니야?
“야 이세하! 너 이거 카트에 야채가 왜 들어있는 거냐?! 빨랑 안치워?!”
그렇게 갑작스레 마주친 슬비와 대면하며 곰곰히 생각하고 있던 내게 나타가 불같이 달려오며 야채를 카트에서 꺼내면서 따지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이내 나 말고도 슬비 또한 이곳에 있었다는 것을 깨달은 나타는 잠시 따지는 것을 멈추었지만 이내 다시 따지기 시작하였다.
Hainsman님의 작품을 허락을 맡고 대신 업로드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