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allel World> - 4화
초코파이가나파이애플파이 2018-11-17 0
<평행 세계/2021년, 지구>
<'전' 신서울>
시공간 워프 디바이스가 생성한 통로를 건너서 평행 세계에 도착한 클로저들을 반겨준 것은 마치 지옥과도 같은... 아니, 지옥이라면 이런 곳이다 라고 말해도 될 정도의 참혹하기 그지 없는 살풍경이었다. 황폐화 되어 평범한 생명체들은 도무지 제대로 살아갈 수 없을 법한 대지, 문명의 남아있는 잔재라고 할 수 있는 건 조금씩 보이는 산산히 부서져 있는 건물 파편들 뿐,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끔찍했던 것은 곳곳에 온전하다고 할 수 있는 것들은 단 하나도 없이 널부러져 있는 인간들의 시체들이었다. 평범한 클로저들은 물론이고, 차원전쟁을 경험한 적이 있었던 몇몇 노련한 클로저들 또한 이러한 풍경을 바라보는 것이 무척이나 고되게 느껴지고 있었다.
"끔찍하군, 차원전쟁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고..."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심한 상황이었군."
심지어 차원전쟁 당시의 베테랑 중에 베테랑이었던 제이나 트레이너조차도 자신들이 겪었던 차원전쟁 시절보다도 더욱 심하다고 평가할 정도였으니 이 세계의 인간들이 얼마나 힘들게 버티고 있었는지는 더 이상 안 봐도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그러는 와중에 그 이슬비는 주변의 풍경, 그리고 곳곳에 널부러져 있는 인간들의 시체를 보고는 조금씩 동공이 흔들리며 그 시체들에게 다가가더니
"거... 짓말... 현우야... 성태야..."
그 시체들에게 처음 듣는 이름들을 중얼거리며 흐느껴 울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다, 그 시체들은 자신이 평행 세계로 넘어가기 전까지 계속 함께 싸우고 있었던 저항군의 몇몇 동료들이었던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그들은 자신이 저쪽 세계로 넘어가 있는 동안에 이슬비와 재회하지 못하고 적들과 싸우던 와중에 결국 목숨을 잃고 이곳에 싸늘한 시체로 남아있게 된 것이었다.
"흐윽... 으... 으아아아아!!!"
그 이슬비가 여태껏 무너지지 않고 계속 버티며 싸울 수 있었던 것은 아직 자신들의 소중한 동료들이 남아서 함께 싸울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자신이 다시 이 세계로 돌아오는 사이에 자신과 가장 가깝게 지내며 동고동락을 함께 해왔던 대부분의 동료들은 자신이 돌아왔을 때 반갑게 다녀왔느냐고 맞이해주는 것이 아닌, 참혹한 모습으로 어떠한 말도 건네줄 수 없는 차가운 시체로 맞이해주게 된 것이었으니... 그 이슬비는 결국 슬픔을 견뎌내지 못 하고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향해 오열을 토해냈다.
이런 모습을 보고 있던 클로저들은 그저 안타까워하며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때일수록 정신 바짝 차려야 해."
그러던 와중에 이슬비가 곁으로 다가와 이 세계의 자신인 그 이슬비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하였다.
"나는 너랑 다른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에 이 기분을 잘 알 수는 없어. 하지만 이것만큼은 알아. 동료들의 죽음에 그저 슬퍼하고만 있기보다 동료들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정신을 놓지 말고 힘을 내야 해. 분명 너의 동료들도 그걸 바라고 있을 거야.
"... 그래, 그 말이 맞아...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어...!"
한순간은 가장 가까웠던 동료들의 시체를 눈앞에서 보고 무너져 내릴 뻔했지만, 또 하나의 자신의 말에 무너져 내릴 뻔한 정신을 다시 부여잡을 수 있었다.
"고마워, 덕분에 정신을 차렸어."
그리고 그 이슬비는 클로저들에게 이 주변에 있는 자신의 동료들의 시신을 안장하는 것을 도와주지 않겠냐고 부탁하였다. 물론 클로저들은 하나 같이 자진해서 그녀의 동료들의 시신을 안장하는 것을 도와주었다. 마음 같아서는 정성스레 묻어서 장사를 지내주고 싶었지만, 상황이 상황이었던지라 그러지 못하고 시신들을 한 자리에 모아서 한번에 화장을 하게 되었다.
그 이슬비는 불꽃이 활활 타오르며 조금씩 재가 되어가는 동료들의 시신을 향해 그들의 몫까지 힘내서 꼭 인류를 구원하겠노라고 맹세하였다.
화장이 끝난 뒤,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그 이슬비가 클로저들을 자신이 속한 저항군의 지하 기지로 안내하였다. 언제 당장 그 세력들에게 발견될지 모르는 일이었기 때문에 서둘러서 이동하였다.
도착한 저항군의 지하 기지는 기지가 아니라 간이 대피소라고 해도 될 정도로 하수도를 나름대로 개량했을 뿐인 볼품없고 낡아빠진 곳이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이러한 공간마저도 호텔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만큼 이 세계의 인류는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공간조차 거의 없다는 것이다.
"모두들! 다녀왔어!"
"슬비?"
"돌아왔구나!"
지하 기지에 있는 저항군의 동료들은 자신들의 친구이자 대장인 이슬비를 보고는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그 앞으로 몰려들어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다행이야, 무사히 돌아와서... 얼마나 걱정했다고!"
"어쨌거나 이렇게 돌아왔다는 건 과거에서 도움을 받는 데에 성공했다는 거야? 그럼 그 서지수라는 사람이 왔겠네?"
"... 그보다 이 사람들은 뭐야? 응? ... 어어?! 뭐야, 슬비가 한 사람 더 있어!"
그들은 지하 기지로 안내받아 따라온 클로저들, 그리고 그 사이에 섞여있는 또 한 명의 이슬비를 보고는 깜짝 놀라며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자초지종을 설명해달라고 하였다.
그래서 그 이슬비는 자신이 우연히 과거가 아니라 같은 시간대의 평행 세계로 넘어가게 되었고, 그쪽 세계에서 또 한 명의 자신과 다른 위상능력자인 클로저들을 만나게 된 일, 그리고 그들에게서 도움을 받게 되어 다시 이 세계로 돌아온 일까지의 과정을 설명해주었다.
"굉장하네, 그럼 이 사람들이 전부 우리들을 도와주러 온 위상능력자들이란 말이야?"
"응, 그리고 다들 들으면 놀랄 거야. 저쪽 세계에서는 살아계신 서지수 씨와 교관님께서도 도우러 와주셨어."
"뭐? 그게 정말이야?!"
다른 세계의 위상능력자들이 도우러 와줬다는 사실보다도 더욱 놀라운 사실은 바로 이 세계에서는 이미 죽은 사람인 서지수와 트레이너까지도 그 중에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 사실을 듣고 누구나 할 것 없이 이전까지의 싸움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을 정도로 사기가 충만해졌다. 그만큼 이 세계에서도 서지수는 마찬가지로 누구나 동경하는 전설적인 클로저였고, 트레이너는 저항군의 모두를 하나로 이끌었던 사람이었던 만큼 누구보다도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저항군 일동은 이번에야말로 여태까지 싸워왔던 적들을 몰아낼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라고 믿어 의심치 않고 있었다.
"그럼 다들 들어줘! 우리들은 이제 더 이상 숨어서 도망만 치지 않을거야! 이제는 우리가 그들에게 반격할 차례야!"
이슬비는 저항군의 모든 동료들에게 말하였다. 이 기회를 방아쇠로 삼아 자신들의 모든 것을 쏟아부어 인류의 적인 그 세력을 완전히 몰아내자고. 이에 그들은 이전까지 있었던 싸움들의 상처를 완전히 잊고 당장이라도 싸우러 달려나갈 정도로 전의를 불태웠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알 수 없는 굉음과 함께 땅이 흔들리더니 지하 기지의 천장이 무너져 내렸다. 갑자기 일어난 상황에 모두가 놀라 무너져 내려 지상이 보이게 된 틈새를 통해 위를 올려다 보았다. 저항군의 지하 기지의 천장을 무너트린 것은 바로 적들의 일부 병사들이었다.
"어떻게 여기를...!"
사실 그들 중 첩보원 하나가 클로저들의 그 이슬비의 부탁에 따라 저항군의 시체들을 화장하는 장소 주변을 정찰하다 우연히 이를 발견하고 완전히 기척을 숨기면서 몰래 뒤를 밟아 저항군의 지하 기지가 있는 위치를 알아냈던 것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이번 기회에 자신들의 세력에 계속 저항하는 저항군들을 뿌리채로 뽑아버리겠다 생각하고 기습을 감행했던 것이다.
그들은 즉시 그들을 향해 일제히 공격을 퍼부었다. 그 공격을 막기 위해 두 명의 이슬비는 동시에 염동력으로 만든 결계를 펼쳤다. 둘 다 똑같은 이슬비였기 때문인지 두 사람이 펼친 결계는 서로 찰떡궁합으로 맞물렸고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넓고 튼튼한 결계가 완성되어 그들의 공격을 완벽하게 막아낼 수 있었다.
두 사람이 공격을 막은 후 결계를 거둠과 동시에 볼프강이 자신이 사용하는 무기인 검은 책을 펼쳐 차원종들의 사념으로 무수히 많은 화살들을 만들어 위에 있는 적들을 향해 하나도 빠짐없이 화살들을 쏟아부었다.
"으읏!?"
그런데 볼프강이 발사한 화살들은 전부 빗나갔다. 이에 적들은 볼프강을 비웃으며 기고만장해지면서 다시 공격을 재개하려 하였다.
"바보는 너희들이라고."
"...!"
그러나 볼프강이 발사한 화살들은 빗나간 것이 아니라 일부러 빗맞췄던 것이었다. 그것도 적들이 화살을 피해 한 방향으로 보기좋게끔 모이도록 말이다. 볼프강이 의도한 대로 적들은 화살을 피하면서 한 자리에 빼곡히 모이게 되었고,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은 이세하가 적들을 향해 건블레이드를 휘둘러 닿는 순간 모든 걸 태워버리는 폭염을 날렸다.
적들은 폭염을 피할려고 했으나 볼프강의 화살을 피하면서 전부 한 곳에 빼곡히 모여 있었던 탓에 때맞춰 피하지 못 하였고, 적들은 결국 한순간에 일망타진 당하였다.
"굉장해... 우리들이 항상 애먹는 녀석들을 이렇게나 간단히... 응?"
"으으윽..."
전멸한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적들 중 한 명만이 쉽게 몸을 움직이기 못할 정도의 부상을 입은 상태로 아직 살아남아 있었다. 이는 이세하가 공격을 약간 조절해서 일부러 한 명만을 살려놨던 것이었다. 그를 살려놓은 이유는 적들의 정보를 캘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인간놈들 따위가 감히...! 크윽..."
"쓸데없는 움직임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힘을 조절했다고는 해도 그거 상당히 심각한 부상이라고. 그러니 순순히 묻는 질문에 대답이나 하시지."
"!... 그래, 낮에 복귀했던 녀석들이 말한 [왕자]님과 닮았다는 인간이 있었다고 했는데 그게 바로 네놈이었나... 이렇게 보니 정말로 닮았군."
'이 세계로 오기 전에도 이런 말을 들었었는데...'
"[왕자]라는 녀석은 대체 누굴 말하는 거지?"
"흥, 인간 따위에게 알려줄 이유는 없지. 후후... 그래도 특별히 이것만은 알려주마. 방금 우리 부대가 전멸한 사실을 [왕]께서 알아채시고 얼마 안 되서 몸소 병력을 이끌고 행차하실 것이다. 이미 인간 저항군 놈들이 어디 있는지도 확실하게 알아낸 이상, 이번에야말로 네놈들은 끝장이다! 공포와 절망에 몸부림치고 있어라! 흐하하하하!!!"
(퍼엉-!)
"읏?! 이 녀석, 자폭했어...!"
자신들의 [왕]이 직접 병력을 이끌고 온다는 말을 끝으로 그는 광기어린 웃음과 함께 스스로 자폭하여 흔적도 없이 소멸하였다.
적들의 기습을 막아내긴 했어도 상황은 좋다고 할 수 없었다. 마지막에 자폭한 적의 말이 사실이라면, 얼마 지나지 않아서 적들의 우두머리가 직접 병력을 이끌고 온다고 하였으니까. 그렇다고 해서 그 사이에 지하 기지에 있는 사람들을 모두 다른 장소로 대피시킨다 하더라도 상당수의 일반인들도 있기 때문에 그들이 쳐들어오기 전에 지하 기지에서 멀리 떨어진 장소까지 비전투원 및 이전까지의 전투로 인해 생긴 부상자들을 포함한 전원을 대피시킨다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
결국 지금 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준비를 갖춘 뒤 그들에게 맞서 싸우는 길밖에 없었다. 그런데 저항군은 오히려 그러는 편이 차라리 잘 되었다고 하였다. 왜냐하면 이미 자신들도 한계가 거의 드러난 상황인데다가 도망친다고 해서 그 상황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는 오직 싸워서 승리하는 것만이 인류의 자유를 쟁취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좋아... 그럼 모두들! 그 녀석들이 언제 쳐들어오든 곧바로 싸울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놓는 거야!"
저항군의 리더인 이슬비의 지시에 따라 저항군 및 클로저들은 이에 따라 전투 준비를 서둘렀고, 일부 병력은 지하 기지에 있는 비전투원 및 부상자들을 비교적 떨어진 위치까지 최대한 대피시켰다.
곧 적들이 언제든 쳐들어와도 즉시 대응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가 갖춰졌고 저항군과 클로저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적들이 쳐들어 올 때를 기다렸다.
"......"
"엄마? 어디 아프세요?"
"응? 아니, 난 괜찮은데?"
"왠지 안색이 안 좋으신 것 같아서요. 괜찮으시다면 상관없지만... 정말 괜찮으신 거 맞죠?"
"그럼~ 아주 멀쩡하니까 괜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단다."
'그 적들은 틀림없이... 그리고 내 예상이 맞다면 아까 그 녀석이 말했던 [왕]이라는 녀석은... 아니, 지금은 쓸데없는 일에 신경 끄자. 아직 확실한 것도 아니잖아.'
*********
<같은 시각>
<외부 차원>
"뭐야? 별동대가 전멸했단 말이냐?"
"예, 처음 보는 인간 세력들에 의해서 전멸했다고 합니다. 그 뿐만 아니라 그들과 함께 저항군 놈들이 당장이라도 전투를 시작할 수 있도록 준비까지 끝마친 상태라고 합니다."
'처음 보는 인간 세력들이라... 분명히 낮에 돌아왔던 병사들이 이상한 보고를 했었지. 저항군의 리더라는 인간 소녀를 추적해서 도착한 장소는 우리들이 알고 있는 세계와 달랐다고... 그것과 관련이 있는 건가? 뭐, 어찌됐든 같은 인간 놈들이라면 상관않고 전부 없애버릴 뿐이다.'
"건방진 인간 놈들... 지금까지 미꾸라지처럼 도망치던 것도 이제 끝이다! 이 자리에 있는 자들은 들어라! 이번 기회에 모든 병력을 동원하여 인간 놈들을 하나도 남김없이 멸망시켜 버리는 것이다!"
"예!"
"... 자, 나의 아들이여. 이번에야말로 증오스런 인간 놈들을 전부 없애버리고 네 어머니의 한을 풀어주는 것이다."
"......"
*********
전투 준비를 끝마치고 30분 정도를 기다렸을 때, 갑자기 하늘 위에서 거대한 차원문이 열리기 시작하였다. 그 규모는 1년 전, 아스타로트의 세력이 신서울의 강남을 침공했을 때 열렸던 차원문보다 훨씬 더 거대한 규모였다.
그 차원문에서 대략 수백만에 달하는 차원종들과 거대한 생체전함 수백 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차원종들 중에는 지금까지 몇 번이나 싸워봤던 여러 차원종들이 섞여 있었고, 심지어 그 중에는 고위급 차원종이자 군단장으로써 이전에 원래 세계에서 자신들에게 큰 시련을 안겨주었던 차원종들까지 '일반병사'로 섞여 있었다.
그 압도적으로 많은 수에 저항군과 클로저들은 굳이 세세하게 확인하지 않고도 확신할 수 있었다. 적들이 작정하고 모든 병력을 이끌고 쳐들어왔다는 것을...
"흠, 어떤 인간 놈들인가 했더니 별것 없는 오합지졸들이 아닌가? 굳이 나의 아들이 나설 것도 없겠군. 전원, 저 인간 놈들을 전부 섬멸해라!"
곧 차원종들의 모든 병력은 앞뒤 가리지 않고 일제히 저항군과 클로저들을 향해 공격을 개시하였다. 이에 저항군과 클로저들도 그에 맞서 싸우기 시작하였다.
검은양, 늑대개, 사냥터지기, 이 3팀을 필두로 먼저 클로저들이 앞장 서서 차원종들과 접전을 펼쳤다. 클로저들이 이 세계로 오기 전까지 사냥꾼의 입장에서 인간들을 사냥감처럼 쫓아가서 잡는 것을 반복해왔던 차원종들은 클로저들을 만만히 여기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곧 버릴 수밖에 없게 되었다.
"하앗!"
"쿠에에엑!"
정예 중의 정예로만 구성된 클로저들은 누구 하나 빠질 것 없이 잘 짜여진 훌륭한 연계를 보여주며 차원종들을 상대로 우세함을 보이고 있었다.
"쓸모없는 것들! 비켜라!"
클로저들에게 밀리고 있는 것을 보다 못한 것인지 지휘관급 차원종들과 군단장으로 알고 있는 몇몇의 고위급 차원종이 한꺼번에 덤벼들었다.
그 차원종들이 가세함으로써 클로저들의 기세가 한껏 꺾이는가 싶었지만, 이에 대응하여 검은양, 늑대개, 사냥터지기, 이 3팀이 한 자리에 모여 맞섰다. 제일 먼저 나타가 자신의 위상력을 덧씌운 양손의 쿠크리를 사납게 휘두르며 다짜고짜 달려들었다.
"예전에 네놈들한테는 제법 신세를 졌었지! 캬하하! 이번에도 어디 한 번 놀아보자고!"
나타는 눈 깜짝할 사이에 수십 체의 지휘관급 차원종들의 목을 베어버리고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고위급 차원종들에게까지 덤벼들어 공격을 퍼부어댔다.
"이 하찮은 인간 따위가!"
"그러는 네놈들은 그 하찮은 인간 따위에게 꼴사납게 지는 거야!"
나타를 뒤따라서 다른 멤버들까지 가세하자 나타와 싸우고 있었던 고위급 차원종들은 조금씩 밀리기 시작하였다.
"뭐야, 이 녀석들? 우리가 알고 있던 녀석들보다 약하잖아?"
"오히려 잘됐군요. 이대로 밀어붙이면 그만이니!"
"크으윽!"
전투가 시작되고 약 10분, 전투의 우세함은 눈에 띄게 저항군과 클로저들 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차원종들의 우두머리, [왕]이라고 하는 자는 생체전함 안에서 조금씩 표정을 일그러졌다.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인간들의 저항이 거세다 못해 자신의 세력을 밀어붙이고 있기까지 했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내가 놈들의 힘을 간과하고 있던 모양이군... 그렇다면 이 이상 지체할 필요는 없다! 나의 아들이여, 네 차례다!"
"......"
그가 차원종들 전원에게 한 가지 명령을 내리자 차원종들은 갑자기 전투를 멈추고 각자 생체전함의 내부로 후퇴하였다. 차원종들이 어째서 갑자기 전투를 멈추고 후퇴한 것인지 알 수 없었던 저항군과 클로저들은 이를 의아하게 여길 뿐이었다. 그러던 와중, 생체전함 하나가 천천히 땅으로 내려왔고 생체전함이 입을 열었다.
"뭐지?"
모두가 시선을 집중하고 있을 때, 곧 생체전함의 입 안에서 가벼운 갑옷에 그 겉에는 허름한 옷을 걸친 한 소년이 걸어나왔다. 클로저들은 처음에 왠 인간 소년이 그 안에서 나오는 건지 어리둥절하고 있었지만 저항군들은 그 소년이 모습을 드러냄과 동시에 전의를 완전히 상실한 것처럼 온 몸을 떨면서 공포에 질린 것이었다.
"뭐야? 저 녀석이 뭔데 다들 이렇게 떨어?"
"저 녀석이야... 저 녀석이 내가 말했던 그 녀석이라고!"
놀랍게도 그 소년이 바로 차원종 세력들을 완전히 제압 및 굴복시키고 자신이 속한 세력들과 함께 인간들이 있는 이 지구를 침공해왔다고 하는 '초월적인 존재'였다. 하지만 놀라운 것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잠깐만... 저 녀석..."
"거짓말...!"
그 소년을 자세히 살펴보던 3팀의 멤버들은 모두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단발의 검은 머리와 영롱한 노란색 눈동자... 이러한 외모를 가진 그 소년은 3팀의 멤버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자! 나의 아들 [이세하]여! 눈앞에 있는 인간들을 전부 없애버리는 거다!"
"우오오오오오오오오오!!!!!"
바로 이세하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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