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allel World> - 2화

초코파이가나파이애플파이 2018-11-12 1

"음? 나타, 생각보다 빨리 복귀했군."

늑대개 팀의 거점에 도착한 나타를 가장 먼저 맞아준 것은 늑대개 팀을 통솔하는 [트레이너]였다.

"그런데 타깃은 어떻게 했지? 생포해와라고 했을텐데?"

"그딴 건 나중에 다른 놈들한테 시켜! 그보다 이걸 보라고."

나타는 부산항에서 만난 이슬비처럼 보이는 수수께끼의 소녀를 땅에 눕히며 트레이너에게 그 소녀를 보여주었다. 이에 트레이너 또한 나타가 그 소녀를 봤을 때와 똑같이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슬비로 추정되는 소녀가 전신 곳곳에 심각한 부상을 입은 채로 의식을 완전히 잃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이에 트레이너는 우선 그 소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자초지종을 알아내기 전에 심각한 부상의 치료를 위해서 거점 근처에 있는 뛰어난 시설을 갖춘 한 병원으로 급히 이송하였다. 그 소녀가 죽게 된다면 자초지종이고 뭐고 아무것도 못 알아낼 것이었기 때문이기에 심문은 그 다음이었다.

그 소녀를 병원으로 이송한 뒤, 트레이너는 급히 김유정에게로 전화를 걸었다.

"늦은 시간이지만 잠시 실례하겠소."

"네, 무슨 일이라도 있으신가요?"

"그렇다고 해야겠지. 아무튼 한 가지 확인해야 할 것이 있소. 지금 이슬비 요원이 부산항에서 심각한 부상을 입은 채 발견되었소. 이에 대해 아는 것 없으시오?"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김유정은 그게 왠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냐는 듯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 트레이너는 그 소녀가 단순히 이슬비와 매우 닯은 타인이거나, 혹은 김유정도 모르는 사이에 이슬비에게 무슨 일이 생겼고 지금 이 부산항에 나타났거나 둘 중 하나라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이를 확실히 확인하기 위해 트레이너는 김유정에게 즉시 이슬비에게 연락을 해보라고 하였고, 김유정은 반신반의 하면서도 일단 트레이너의 말대로 이슬비의 연락처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아, 슬비야. 늦은 시간에 갑자기 전화를 걸어서 미안한데 혹시 너 지금 어디에 있니?"

"네? 전 지금 집에 있는데요?"

"어디 크게 다치거나 하지는 않았고?"

"다치거나 할 일은 없었는데... 갑자기 왜 그런 걸 물어보세요?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가요?"

이슬비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그저 김유정이 갑자기 왜 이런 질문을 던지는 건지 몰라서 고개를 갸우뚱거릴 뿐이었다.

'그렇다면 트레이너 씨가 말한 슬비는 대체 누구지...?'
"미안, 슬비야. 자세한 건 나중에 얘기할게!"

"???"

이슬비는 아무런 일도 없이 집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김유정은 다시 트레이너에게 연락을 걸어 이러한 사실을 그대로 알려주었다. 김유정에게서 그 사실을 들은 트레이너는 나타가 발견하고 데려온 소녀가 그저 놀랄만큼이나 이슬비를 닮은 다른 소녀라 생각하고 일단 이 문제는 내일 정식으로 자세히 보고하겠다고 한 뒤 트레이너는 김유정과의 전화를 끝내고 그 소녀가 이송된 병원으로 몸을 옮겼다.

트레이너가 병원에 도착했을 즈음엔 그 소녀의 치료가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치료를 맡은 의사는 만약 조금만 더 늦었더라면 생명이 위험했을지도 모르겠다며 큰 고비를 넘겼다고 하였다. 그렇게 소녀의 무사함을 확인한 뒤, 트레이너는 곧장 그 소녀가 옮겨진 병실로 들어갔다.

소녀는 몸 이곳저곳에 붕대를 감고 얼굴에는 산소 마스크가 착용된 채 여전히 의식이 의식이 없는 상태였다. 그래서 트레이너는 혹시나 모를 상황에 대비해 병원 쪽에 양해를 구하고 그 소녀가 의식을 되찾을 때까지 상태를 계속 지켜보기로 하였다.

그때부터 대략 10분 정도가 지났을 때, 병실의 문이 열리며 늑대개 팀의 멤버들인 나타, 레비아, 하피, 티나, 바이올렛이 병실 안으로 들어왔다. 맨 먼저 그 소녀를 발견했던 나타를 제외한 4명은 병상에 누워있는 그 소녀를 보고는 처음 이 소녀를 보고는 똑같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였다.

"이, 이슬비 님? 어쩌다가 이렇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사고로 생긴 부상이 아니군. 누군가의 소행인가?"

"그렇다고 해도 슬비 씨를 이렇게까지 만들 수 있는 자가 있다니..."

트레이너는 나타가 괜히 쓸데없이 나머지 4명을 왜 여기에 데리고 왔냐며 나무랐지만 나타는 대충 흘려넘기고는 곧장 본론으로 넘어가서 트레이너에게 물었다. 

"꼰대, 그 녀석 이슬비 맞지? 왜 갑자기 내가 있는 곳에 나타난 건지는 알아냈어?"

"그것에 대해서 말이다만, 이 소녀는 이슬비가 아니다. 이슬비 본인은 지금 자신의 집에 있다고 하더군."

"뭐야? 그럼 이 녀석은 그냥 닮은 녀석이다 이 말이야?"

"그렇게 되겠지. 자세한 사정은 이 소녀가 정신을 차린 뒤에나 알 수 있겠지만 말이다."

"쳇, 결국은 기다려야 한다는 거잖아?"

그렇게 그 소녀가 깨어날 때까지 1시간 정도를 더 기다렸을 때, 소녀는 천천히 눈을 뜨며 의식을 되찾았다. 소녀가 의식을 되찾은 것을 보고 트레이너는 그 소녀에게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

"정신이 들었나?"

"으... 으으... 여긴...?"

눈을 뜬 소녀는 천천히 고개를 움직이며 주변을 살폈다. 그러고는 자신의 눈앞에 있는 트레이너를 보자 실눈처럼 뜨고 있었던 소녀의 두 눈은 서서히 번뜩 뜨이더니 이내 눈물을 쏟아내며 부상의 통증을 잊은 채 트레이너의 품에 껴안기는 것이었다.

예상치 못한 뜻밖의 상황에 트레이너를 포함한 나머지 5명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였다.

트레이너에게 껴안긴 소녀는 흐느끼지만 기쁜 목소리로 트레이너에게만 들릴 정도로 작게 중얼거렸다.

"교관님... 살아계신 교관님이야... 그래... 무사히 도착한 거야...!"

'교관님이라고?'

트레이너가 교관이라고 불렸던 것은 차원전쟁 시절 때 뿐이었다. 그래서 트레이너는 이 소녀가 차원전쟁 시절에 자신의 밑에 있던 병사 중 한 명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었지만 그렇게 생각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일단 그 소녀는 얼핏 보기엔 10대 소녀였다. 차원전쟁이 일어난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19년 전, 그리고 트레이너 본인이 울프백 팀에 속하고 교관이라 불리며 여러 병사들을 육성했을 때가 바로 이 시간대였다. 즉 그 때의 이 소녀는 태어나지 않은 때였거나 혹은 출생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 소녀가 차원전쟁 때 자신의 밑에 있던 병사 중 한 명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이 소녀는 대체 어떻게 트레이너를 알고, 또 트레이너를 교관이라고 부르는 것일까. 게다가 마치 이미 죽은 사람을 다시 보게 된 사람과도 같은 이 반응은 대체 어떻게 된 것이었을까. 그 사정을 알아내기 위해 트레이너는 자신에게 껴안긴 그 소녀를 점잖게 떼어내고 소녀에게 물었다.

"우선 진정하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세히 얘기해주지 않겠나?"

"아, 네. 그러니까 그게... 으윽!?"

얘기를 시작하려던 소녀는 잠시 잊고 있었던 부상의 통증을 다시 호소하기 시작하며 제대로 말을 잇지 못하였다. 의사에 말에 따르면 조금만 늦었어도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었던 상태였다고 했으니 그러한 반응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었다.

"어쩔 수 없지. 우선 회복에 전념해라. 자세한 얘기는 그 이후에 듣도록 할테니."

트레이너는 괜히 억지로 얘기를 하게 만들었다가 부상이 악화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일단은 그 소녀가 충분한 안정을 취하게 된 다음에 자세한 얘기를 듣기로 하였다.

"네... 죄송합니다..."

소녀는 트레이너에게 짧게 죄송하다고 말하고는 다시 몸을 눕히고는 곧 잠에 들었다. 그러한 모습을 보아하니 의식을 되찾은 것도 일시적인 것이었던 모양이다.

다시 시간이 흐르고 하루가 지났다.

이른 아침부터 트레이너는 늑대개 팀 멤버들과 함께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소녀를 옮겨 신서울에 있는 유니온 총본부로 향하였다. 소녀가 깨어났을 때 이 건에 대해서 김유정과 검은양 팀에게도 자세히 알게 해주기 위함이었다.

그렇게 신서울의 유니온 총본부에 도착한 트레이너는 소녀를 데리고 제일 먼저 김유정을 찾았다. 트레이너를 만난 김유정은 트레이너가 지금 데려온 어제 말했던 소녀를 보여주자 역시 크게 놀라는 반응을 보였다.

일단 김유정은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검은양 팀 멤버들에게 곧장 총본부로 와달라는 연락을 보냈다.

잠시 후, 이세하를 제외한 검은양 팀 멤버 4명이 총본부에 도착하였다. 

"응? 세하는?"

"아주머니가 그러시는데 세하 형이 늦게 일어나서 아직 준비를 하고 있는 중이래요. 나중에 온다고는 했어요."

"후우... 뭐, 세하한테는 나중에 따로 얘기해주면 되겠지. 우선 이쪽으로 따라오렴."

김유정은 총본부 내에 있는 의무실로 4명을 안내하였다. 의무실 안에는 미리 도착했었던 트레이너와 늑대개 팀의 멤버들이 있었다.

"오, 사부! 잘 지냈어? 요즘은 다른 곳에서 임무를 하고 있다며?"

"시끄러워, 고깃 덩어리. 잠자코 있기나 해."

"에헴... 얘들아, 우선 이걸 봐주렴."

헛기침을 한 번 하고 김유정은 4명에게 의무실에 있는 병상을 하나 가리켰다. 그 병상 위에는 트레이너가 총본부로 데려왔던 소녀가 여전히 잠에 든 채로 누워 있었다.

"... 어? 이 여자애... 슬비랑 엄청 닮았어!"

"동일인물이라 해도 믿겠는 걸?"

"우와, 세상에는 자신이랑 닮은 사람이 2명 있다고 했었는데 정말이었군요?"

다른 세 사람이 그런 반응을 보일 때 이슬비는 어젯밤에 자신에게 연락하였던 김유정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자신이 지금 어디에 있고 크게 다치지는 않았냐고... 그래서 이슬비는 이에 대해 김유정에게 물었다.

"유정 언니, 설마 어제 연락하셨던 게 이 아이 때문인가요?"

"맞아, 어제는 설명을 제대로 못 해줘서 미안했어. 나도 트레이너 씨에게 갑자기 연락을 받아서 뭐가 뭔지 알 수가 없었거든..."

"... 트레이너 씨, 이 아이는 대체 누군가요?"

"그건..."

그때, 소녀가 조금씩 잠에서 깨어나 어제 잠시 의식을 되찾았을 때와 똑같이 여긴 어디냐고 중얼거리며 주변을 살폈다.

"이제 알 수 있겠지. 이봐, 정신이 드나?"

"아... 교관님... 제가 깜빡 잠에 들었었군요."

'교관?'

소녀가 트레이너를 보며 교관이라고 하자 제이 또한 이를 의아하게 여겼다. 제이는 트레이너와 마찬가지로 차원전쟁 참전자였으며 같은 울프백 팀에서 활약한 동료였으니 그 시절에 트레이너가 교관이라고 불리던 것을 무척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트레이너가 교관이라고 불렸던 때는 그때 뿐이었으니 아직 20살도 채 안 된, 누가 봐도 어린 10대처럼 보이는 소녀가 트레이너를 알고 교관이라고 부르기까지 하니 당연히 의아하게 여길 수밖에 없었다.

일단 그에 대해서는 잠시 뒤로 미뤄두고 지금은 그 소녀의 얘기를 들어보기로 하였다.

"지금은 통증이 심하거나 그렇지는 않나?"

"네, 지금은 괜찮은 것 같아요. 걱정을 끼쳐드려서 죄송합니다."

"그렇다면 다행이군. 그럼 얘기를 들려주겠나. 우선 너는 누구인지 말해주겠나?"

"네? 아..."
'그래, <이 시대>의 교관님이라면 아직 날 모르시겠지...?'

소녀는 잠시 머릿속을 정리하고 트레이너의 질문에 대해 답하기 시작하였다.

"저의 이름은 [이슬비], 이 시대에서 19년 후의 미래에서 왔어요."

"뭐라고?!"

그 소녀의 대답은 충격적이었다. 이름이 똑같은 이슬비였으며, 무엇보다 19년 후의 미래에서 왔다는 것이었다. 이 대답에 모두가 당혹스러워하였지만 트레이너는 진정하고 자신을 이슬비라고 하는 그 소녀에게 다시 자세히 물었다.

"이름이 이슬비라고?"

"네."

"이 시대에서 19년 후의 미래에서 왔다고 했었지. 그렇다면 묻겠는데 네 나이는 지금 몇이지?"

"제가 태어난 건 이 시대에서 1년 후니까... 올해로 19살이네요."

"!!!"

이 말은 믿기 어려운 말이었다. 만약 이 소녀가 이슬비이고 이 시대에서 19년 후의 미래에서 왔다면 이 소녀의 나이는 38세여야 한다. 하지만 본인은 19살이라고 하며 겉보기에도 그만한 나이의 모습으로밖에 안 보였으니, 이 말이 믿기지 않는다는 것은 당연하였다.

"이상하군. 너의 말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슬비의 모습으로 감쪽같이 위장한 뒤에 우릴 속이려고 하는 건가? 만약 그렇다면 마지막이 어설펐군."

"네? 그게 무슨 말씀... 잠깐, 어째서 이 시대의 교관님이 저를 알고 있으신 거죠? 이 시대에 저는 아직 태어나지 않았을텐데...?"

"점점 더 얘기를 복잡하게 만드는군. 그렇다면 이를 보고도 네 말이 거짓말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겠나? 이슬비, 잠시 와보도록."

트레이너는 소녀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하여 더 이상 얼버무리지 못 하도록 하려고 이슬비 본인을 그 소녀에게 보여주었다.

"네가 자칭하는 이슬비는 여기 이 소녀다. 자, 이래도 네 말이 거짓말이 아니라는 건가?"

"어...? 어떻게... 내가 이 시대에 있는 거지...? 말도 안 돼, 그럴 리가... 뭔가 잘못된 건가...? 대체 어떻게 된 거야...?!"

그러자 소녀는 자신이 거짓말을 했다고 자백을 하기는커녕 오히려 눈앞에 있는 이슬비를 보더니 표정이 일그러지면서 곤혹스럽게 알 수 없는 말들을 중얼거렸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히 알 수 있었던 점은 이러한 소녀의 모습에서는 결코 거짓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만약 그렇다면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인걸까.

"... 일단은 얘기를 계속 들어보도록 하지. 판단은 그 후에 하겠다."

"아... 네..."

소녀도 일단은 혼란스러운 마음을 진정시켰고, 트레이너는 다시 소녀에게 질문을 이어나갔다.

"지금은 네가 말한 대로 미래에서 왔다 가정하고, 너는 왜 이 시대로 온 거지?"

"그건...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서였어요."

"도움?"

"최강의 위상능력자라고 하였던 알파퀸 [서지수] 씨에게 저희 시대로 와서 함께 싸워달라고 도움을 요청하러 온 거에요. 저희 시대에서 그 분은 차원전쟁 도중에 피치 못할 사정으로 인해 목숨을 잃으셨기 때문에 이렇게 서지수 씨가 살아계신 과거로 넘어와서 그 분께 도움을 요청하려는 거에요. 이 시대는 차원전쟁이 발발한 시기라서 도움을 받기가 무척 어렵겠지만... 그래도 이런 방법밖에 없었어요...!"

"점점 더 앞뒤가 맞지 않아지는군... 분명히 말하지. 이 시대는 이미 차원전쟁이 끝난 시대다. 그리고 또 하나, 네가 말하는 알파퀸 서지수는 살아있다. 예나 지금이나 기운이 넘치는 상태로 말이지."

"네?! 하, 하지만 분명 제 시대에서의 교관님께서 이미 서지수 씨는 차원전쟁 도중에 목숨을 잃으셨다고...!"

소녀의 말은 도무지 맞는 점이 하나도 없었다. 차원전쟁이 끝난 이 시대를 차원전쟁이 발발한 시대라고 말하지를 않나, 심지어는 차원전쟁 때 차원종들을 학살하는 수준으로 전장을 휩쓸고 다니며 차원전쟁 종결에 큰 공헌을 한 영웅인 서지수가 차원전쟁 도중에 죽었다고 하지를 않나, 하나같이 맞는 말이 없었다.

그렇지만 이 소녀는 결코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 같지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이 말한 것들이 하나도 맞지를 않자 무척이나 당황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으로밖에 안 보였다.

점점 더 복잡하게 꼬여가는 이야기에 모두가 머리를 싸매던 와중에 제이가 입을 열었다.

"저기 말인데, 혹시 이 아이가 과거로 넘어온 게 아니라면?"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거냐, 제이."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이 아이는 분명 19년 후의 미래에서 왔다고 했고 자신은 이 시대에서 1년 후에 태어났다고 했었지? 지금 이 시대에 맞춰보면 도저히 앞뒤가 맞지 않지만 이걸 차원전쟁이 발발한 시기에 맞춰서 생각해본다면 이 아이가 말한 것들은 정확하게 맞아떨어져."

"...!"

제이의 말대로 이 시대에 맞춰서 생각해본다면 소녀가 말한 것들은 앞뒤가 하나도 맞지 않는 그저 허무맹랑한 말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 말을 차원전쟁이 발발했던 시대에 맞춰서 생각해본다면? 소녀는 본인이 올해로 19살이고 19년 후의 미래에서 왔다고 하였으니 차원전쟁이 발발했던 시대인 2002년의 19년 후라면 2021년... 즉 지금 이 시대와 일치하게 된다. 그것 뿐만이 아니라 본인이 태어난 시대는 2002년에서 1년 뒤인 2003년, 그 후로 19년이 흘러 2021년이 되었다고 한다면 19세... 이것 또한 앞뒤가 맞아 떨어진다.

이렇듯 현재 2021년이 아닌 차원전쟁이 발발했던 시대인 2002년에 맞춰서 생각해본다면 소녀가 한 말들이 정확하게 일치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이 소녀는 생김새도 그렇고 나이 또한 똑같은 이슬비와 동일인물이 된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어째서 트레이너를 교관이라고 부르고, 멀쩡히 살아있는 서지수를 차원전쟁 도중에 죽었다고 사실과는 다른 말들을 하는 것일까.

이에 제이는 터무니없지만 지금 상황으로써는 그렇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제시하였다.

"시간을 거슬러서 과거로 온 게 아니라, 우리가 사는 세계와 비슷하지만 엄연히 다른... 이른바 <평행 세계>에서 온 게 아닐까?"

<평행 세계>란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가 아닌 평행선 상에 위치한 또 다른 세계가 있는 이론을 말하는 것이다. 평행 세계들은 서로 비슷한 세계이면서도 동시에 크고 작은 차이점들이 존재한다고 한다. 예를 들어 이 세계처럼 서지수가 차원전쟁에서 죽지 않고 활약해 영웅이 되고 지금도 살아있는 역사를 가진 세계가 있다고 하면, 이 소녀가 말한 것처럼 서지수가 차원전쟁 도중에 사망하였다는 역사를 가진 세계가 존재할 수 있다는 말이었다. 이렇듯 시작점(차원전쟁)은 똑같으나 서로 다른 길(서지수가 살아있는 세계와 죽은 세계)로 나뉘게 된 세계가 따로 존재하는 것이 평행 세계 이론이다.

그래서 이 평행 세계 이론으로 따져봤을 때, 이 소녀... 그러니까 이 또 한 명의 이슬비는 같은 시대이면서도 다른 역사를 가진 또 다른 세계에서 이 세계로 넘어왔다는 말이 된다.

믿기 힘든 사실이었으나 정황을 미뤄봤을 때, 이것 말고는 달리 믿을 방도가 없었다. 이러한 사실에 그 소녀... 다른 세계에서 온 이슬비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본인은 시간을 거슬러서 과거로 왔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도착한 곳은 자신이 있던 세계와 비슷하지만 엄연히 틀린 또 다른 세계였으니... 그래서 이를 어떡하면 좋을지 어쩔 줄 몰라할 뿐이었다.

"이런 큰 실수를 하게 되다니...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아니, 그보다 이러면 어떻게 해야...!"

"뭐뭐, 우선은 진정하라고. 네가 평행 세계에서 왔다는 사실을 알았으니, 일단 하던 얘기부터 마저 끝내는 게 어때? 이후의 일은 그 다음에 생각하자고."

"네, 그럴 수밖에 없겠네요..."

어쨌든 다른 세계에서 온 이슬비의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 다시 원래의 주제로 돌아와서 그녀가 왜 굳이 과거로 가서 서지수에게 도움을 요청하려고까지 한 것인지 그 경위를 듣게 되었다.

"저희 시대... 아니, 저희 세계는 차원전쟁이 일어나고 인류가 위상력을 얻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전황을 뒤집지는 못 했어요. 그나마 인류에게 승리를 가져다 줄 가능성을 가지고 계셨던 서지수 씨는 도중에 목숨을 잃으셨기 때문에 저희 인류는 더욱 더 열세에 몰리게 되었죠... 결국 저희 인류는 패배했고 차원종들에게 지배를 당하게 되었어요."

"그 세계에서 우리 인류는 패배한 거였나... 게다가 차원종들의 지배까지 받게 되었다니, 정말 끔찍하군..."

"... 차원종들의 지배는 약 15년 정도 이어졌어요. 그 동안 인류의 수는 100만 단위까지 급감하게 되었고, 이 상황이 계속 된다면 인류 자체가 멸망하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했죠. 그런데, 어느 날 이상한 일이 생기게 된 거에요."

"이상한 일?"

"네... 갑자기 차원종들이 모든 세력을 단 하루만에 모조리 철수시킨 거에요."

당연히 누구나 이상하다고 여길 수밖에 없었다. 15년 동안 철저하게 인간들은 지배하던 차원종들이 하루만에 지구에서 철수했다는 것이었다. 그 이슬비가 말하길, 당시 차원종들이 모든 걸 내팽겨쳐두고 철수할 만한 이유따위는 없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차원종들은 왜, 어째서 갑자기 단 하루만에 모든 세력을 철수시켰던 것이었을까. 그 해답은 곧 알 수 있었다.

"얼떨결에 인류는 다시 평화를 되찾았어요. 당시에는 차원종들이 그때 왜 아무런 이유도 없이 철수를 한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평화를 되찾았고 차원종들도 몇 달이 지나도 다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게 되었으니 인류에게 있어서 그건 이제 사소한 문제로 바뀌게 된 거였죠. 그렇게 평화 속에서 인류는 다시 폐허가 된 문명을 재건하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그로부터 4년이 지났을 때, 저희들은 그때 차원종들이 왜 모든 세력을 자신들의 세계로 철수시킨 것인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죠..."

"대체 뭐길래?"

"말로는 도저히 형용할 수 없는 초월적인 존재가 자신이 속한 세력들과 함께 지구를 침공해왔어요. 그리고 그들을 통해 깨달았죠. 그때 차원종들이 자신들의 세력을 전부 철수시켰던 이유가 바로 갑작스레 나타난 그 존재에게 대항하기 위해서였다고..."

"뭐...?!"

그 이유는 충격적이었다. 차원종들이 모든 세력을 철수시킨 이유가 그 초월적인 존재에게 대항하기 위해였다면 그 말은 즉 차원종들이 모든 세력을 합해야 겨우 그 존재에게 대항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이후로 2년이 지난 지금 이 존재가 지구를 침공한 것은 차원종들의 세력을 전부 정리하고 그 다음 표적을 지구의 인류로 삼았다는 것이다. 그 증거로 차원전쟁 시절에 틈틈이 모습을 비쳤던 고위급 차원종들이 그 존재에게 완전 복종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어쨌든 인류도 남아있는 위상능력자들을 모아 저항군을 조직하여 대항했지만, 차원종들에게 패배하고 그 뒤에 지배까지 받은 탓에 세력이 과거에 비해서 너무나도 쇠퇴한 인류에게 있어서 그 존재는 도저히 상대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결국 인류는 하루아침에 4년 동안 재건한 문명이 다시 재가 되어버렸고, 인류는 또 한 번 멸망의 위기에 놓이게 된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그 세계에서는 저항군의 리더이자 다른 위상능력자들의 교관으로써 활동하던 트레이너가 목숨을 잃게 되었으며, 그의 오른팔로써 저항군의 한 주축을 맡았던 이슬비는 저항군의 리더 자리를 이어받아 계속해서 대항했지만 속수무책으로 연전연패, 결국에는 과거로 가서 역대 최강의 위상능력자라고 하였던 서지수 및 그 밖의 다른 위상능력자들에게도 도움을 요청해보겠다는 방법까지 생각하게 된 것이었다고 한다.

"사정은 대강 알았어. 하지만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군. 그쪽 세계의 누님... 그러니까 알파퀸은 차원전쟁 도중에 죽었다고 했었지? 그렇다면 도움을 요청하는데 성공했다고 쳐도 모든 차원종들을 굴복시켰다는 그 존재에게 맞서기에는 부족함이 있는 게 아닌가?"

"아뇨, 교관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당시의 서지수 씨는 자신의 아기를 출산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던 때라 그 탓에 힘이 많이 약해진 상태였다고..."

확실히 임산부는 출산 이후 한동안은 원래의 기력을 회복하기 위해 안정을 취하면서 생활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인지 서지수는 출산 직후에는 힘이 눈에 띄게 많이 낮아져서 평소와 같은 활약을 하기가 힘들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리석은 윗사람들이 그런 사정도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계속해서 사지로 몰아넣은 탓에 그만 목숨을 잃게 되신 거라고 하셨어요. 만약 그러지 않고 서지수 씨가 온전히 힘이 회복될 때까지 기다린 후에 전쟁을 이어나갔다면 전쟁은 인류가 이길 수 있었을 거라고도 하셨고. 그러니까 서지수 씨께 도움을 받는 것만이 유일한 희망이에요!"

"하여간 어느 세계나 무능한 윗***들이 문제로군. 아무튼, 사정은 대강 알았고... 그럼 이제부터 어떡할 거지? 다시 원래 세계로 돌아갔다가 이번에는 제대로 과거로 가서 도움을 요청할 거야?"

"그건..."

그 이슬비가 잠시 고민에 빠지게 되는 동안, 갑자기 김유정에게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세요?"

"김유정 의원님!"

"[앨리스 씨]?"

그 전화는 사냥터지기 팀의 오퍼레이터인 [앨리스 와이즈맨]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 앨리스는 무슨 일이 있는 것인지 무척이나 다급한 목소리로 김유정에게 말하였다.

"큰일입니다! 지금 독일 곳곳에서 터무니없이 거대한 차원문이 열리고 그 안에서 무수히 많은 인간형 차원종들이 나타나 도시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뭐라구요?!"

'설마...!'
"저기! 혹시 그 인간형 차원종들에게 꼬리가 달려있냐고 물어봐주시지 않겠어요?"

김유정과 앨리스의 대화내용을 엿들은 그 이슬비는 김유정에게 앨리스를 통해서 그 인간형 차원종들에게 꼬리가 달려있냐고 물어봐달라 하였다. 이에 김유정이 앨리스에게 묻자

"네? 아, 네! 확인 결과, 몇몇 개체를 제외하고는 공통적으로 길고 가느다란 도마뱀 꼬리 같은 게 달려있습니다. 그런데 의원님이 그걸 어떻게?"

앨리스는 그렇다고 답변하였고, 이를 들은 그 이슬비는 공포에 질려 전신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하였다.

"말도 안 돼... 어떻게 그럴 수가..."

"슬비야? 왜 그러는 거니? 도대체 그 차원종들이 뭐길래?!"

"... 저희 세계에서 지구를 침공한 그 존재가 속해있는 세력이에요...!"

"뭐...?"

충격적이게도 꼬리가 달려있는 그 인간형 차원종들은 바로 그 이슬비의 세계에서 지구를 침공한 초월적인 존재가 속해있는 세력들이었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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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해서 2003년 때 태어났으면 2021년에는 18세가 아니냐고 생각하실 분들이 있을지도 몰라서 하는 말이지만, 우리나라는 태어났을 때부터 1세이기 때문에 18세라는 것은 정확히는 만으로 따졌을 때의 나이, 그러니까 2003년에 태어나서 2021년이 되었을 때는 19세가 맞습니다



2024-10-24 23:21:08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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