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지다(8)
건삼군 2018-11-11 0
“...대체 나보고 뭘 어쩌라는 거야...”
이미 떠나간 영감님을 향해 불평을 해보았지만 그런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는 일은 없었다.
예상치 못하게 이루어진 기적, 그리고 그와 동시에 잊혀진 나의 존재. 아무래도 영감님의 말대로 그 듣지도 못한 ‘질문’ 이라는 거의 대답을 찾아야 이 모든 일들이 이해가 가는것일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보다도 잠잘곳을 찾아야 하는게 우선인데...
지갑에는 고작 5천원 짜리 지폐 두장과 아마 쓸수없는 신용카드 하나 밖에 들어있지 않고 내 집은 나를 기억하지 못하는 아내 때문에 들어가지 못한다. 뭐, 아내라고 해봤자 결혼한지 몇달밖에 되지 않았기에 아내라기 보다는 여자친구 같이 느껴지지만 말이다. 게다가... 제대로된 결혼생활을 하지도 못했고.
확실히 지금의 나에게 있어서는 평범한 결혼 생활이라는게 무엇인지 잘 와닿질 않는다. 그런것을 경험한적도 없는데다 결혼생활이라고 생각해서 기억나는 것은 하루하루가 미칠것 처럼 슬프고 힘들었던 거 밖에 없다.
지금도 아직 생생하다. 병실의 하얀 침대위에 조금이라도 만진다면 시들어버린 꽃처럼 바스라질 것 같은 그녀의 위태로운 모습이 아직도 눈을 감으면 선명히 보인다.
...역시 이런 생각은 그만두자.
벌써 몇변인지도 모르는 말을 속으로 반복하며 생각을 억지로 떨쳐내며 조용히 하늘을 바라본 순간, 갑자기 내가 기대고있던 문이 열리며 나를 뒤로 넘어뜨렸다.
갑작스러웠던 탓에 몸의 중심을 잡을 틈도 없이 뒤로 발라당 쓰러지자 위를 바라보게된 내 눈에는 분홍색 장발에 가벼운 운동복 차림을 하고있는 그녀가 황당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게 비춰지고 있었다.
나를 매우 황당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본 그 순간, 아픈 그리움이 내 마음을휘감았던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역시 나는 너에게서 멀어져야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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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insman님의 작품을 허락을 맡고 대신 업로드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