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지다(7)
건삼군 2018-11-11 1
“잠깐! 거기 멈춰! 경찰이 올떄까지 꼼짝말고!”
그렇게 달려서 집을 나가는 나에게 그녀가 소리치며 염동력으로 나를 끌어당겼지만 나는 나를 끌어당기는 힘을 억지로 저항하고는 그대로 온 힘을 다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녀가 뭐라고 내게 소리쳤지만 그 말은 가파른 숨을 내쉬며 뛰고있는 내게 닿지 않았다.
**듯이 달려가며 향한곳은 검은양 팀의 임무 대기실이였다. 하지만 대기실은 차를 타고 가도 10분정도 걸렸기에 나는 이내 다리에 힘을 집중에 단숨에 도약했다. 일명 싸이킥 무브라고 불리는 이 도약법은 임무지역을 이동할떄나 쓰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그런건 안중에도 없다.
평소의 싸이킥 무브를 할떄보다 몇배는 더 높고 빠르게 움직인 탓일까, 숨이 가파오고 목이 따가웠지만 나는 계속해서 쉬지않고 움직였다. 다행히도 엄마같은 사람한테서 태어난 지라 넘치는게 위상력이라 힘이 바닥나는 일은 없었다.
그렇게 쉬지않고 도약하며 움직인지 몇분이 흘렀을까, 어느새 나는 대기실 바로 앞에 도착해 있었다. 평소 같았다면 그대로 정문으로 들어가 요원증을 보여주고 엘레베이터를 타서 몇층정도를 올라 가야하지만 나는 그 절차를 싸그리 무시한 채 그대로 대기실이 위치한 층의 열려있는 창문을 향해 도약해 단숨에 올라갔다.
도약해 올라간 창문 근처에서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고 있던 사람이 단숨에 위상력으로 도약해 약 5층정도나 되는 높이를 올라온 날 보고 마시고 있던 커피잔을 떨어뜨리는 사람을 뒤로한 채 나는 그대로 대기실이 있는 곳까지 달려가 문을 부수다 싶이 열며 들어갔다.
평소같았다면 유리, 미스틸, 제이 아저씨가 왜 그리 난폭하게 들어오느냐, 혹은 어서와라 하는 말들이 나를 맞이 했겠지만 나를 맞이 하는것은 그런것이 아닌 당혹스런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팀원들이였다.
“어... 저기, 무슨 볼일 이라도..?”
잠시 멍하게 그들을 바라보는 나를 이상하게 여겼는지 이내 유리가 의문스런 말투로 질문을 던져왔다. 마치 내가 누구냐고 물어보듯이.
“아... 죄송합니다. 제가 잘못 찾아왔나봐요...”
뭐라고 달리 말할수가 없었다. 그저 내가 할수 있던것은 나를 모르는 그들에게 사과하며 얼버무리고는 그곳을 잽싸게 빠져나오는 것 뿐이였다.
모든게 당혹 스러웠다.
더 이상 만날수 없었던 그녀가 내 앞에 돌아온것, 그리고 가족이라고 해도 문제가 없을만큼 가까웠던 팀원들 조차 나를 잊어버렸다. 마치 처음부터 나라는 인간이 존재하지 않았단 듯이.
아니야, 분명 나를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 있을꺼야.
그래. 분명 석봉이는 나를 기억할거야.
그렇게 실말같은 희망을 품으며 나는 그대로 스마트폰을 주머니에서 꺼내 석봉이의 연락처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석봉아! 난데!”
“네? 저기... 누구시죠? 모르는 번호인데...”
모르는 번호다, 라는 그 한마디에 나는 도망치듯 통화를 끊고는 이내 내 연락처에 저장되어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거나 직접 찾아갔다.
“누구세요?”
“보이스 피싱?”
“전화 잘못 거신것 같은데요.”
“잘못 찾아오셨습니다.”
그러나 그 누구도, 나를 기억하지 못하였다.
언제나 싫을 정도로 나에게 들러붙으시던 엄마도, 늘 현장지원을 나오시던 송은이 누나도, 그 누구도 나라는 존재를 잊어버린 채 나를 기억하지 못했다.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내가 생각할수 있는 주변인물들에게 찾아가며 확인한 것 떄문일까, 아니면 모두가 나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충격감 떄문일까, 결국 지쳐버린 나는 어느새 돌아오게 된 나와 슬비의 집 문앞에 주저앉아 이미 깜깜해진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뭔가 허무한 기분이다. 분명 소원대로 잃어버렸던 그녀가 다시 돌아왔는데도 내 마음속에는 여전히 먹구름이 껴있는 기분이다.
딱히 그녀가 나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 떄문에 그런것은 아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이대로 그녀가 나를 잊고 살아간다 해도 그녀가 행복한 하다면 이걸로도 괜찮다. 그런데, 왜 이렇게 답답한 기분이 드는걸까?
“왜 그리 답답한지 궁금하나 젊은이?”
“!!”
갑작스럽게 옆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놀란 나는 화들급 거리며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그러자 그 곳에는 어제 보았던 그 노인이 내 옆에 앉아 술병을 들이키고 있었다.
“소원이 들어져서 많이 놀랐나? 그런데 소원이 들어졌는데도 자네는 여전히 어제의 그 꿀꿀한 표정이구만.”
“...영감님은 대체 누굽니까?”
“나? 나야 그저 떠돌아 다니며 세상을 오랫동안 살아온 술을 좋아하는 늙은이지.”
“...”
“그리 쨰려볼것 없네. 나는 그저 자네의 소원을 들어준 것 뿐이니까.”
소원을 들어준 것 뿐이다, 라고는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닐것이다.
“아무도 저를 기억하지 못하더군요.”
“그야 그대로 자네의 소원을 들어주면 자네가 영원히 꺠닿지 못할것 같으니까 그런 ‘제한’ 을 건 것이라네.”
“...깨닿지 못한다고요?”
“그래. 나는 말일세, 자네가 생각하는 것 보다 오랜 세월을 살아왔다네. 그렇게 오랫동안 살다보니 곤란한 사람들이 보이더군, 마침 할것도 없겠다 싶어 나는 그들을 도와주며 질문을 건냈지. 하지만 그들 대부분은 대답은 고사하고 질문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더군.”
대체 이 영감님은 무슨 소리를 하고계신 것일까.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오랜 세월을 살아왔다니, 게다가 할것이 없어 곤란한 사람들을 도와주며 질문을 건냈다니, 대체 그게 다 무슨 소리일까? 이 영감님은 무슨 신이라도 된다는 건가?
“지금 필시 자네는 내가 누구인지 고민하고 있겠지. 신인가, 하고 말이야.”
“!!”
“그리 놀라워 하지 말게나. 그냥 대충 찍어본거니. 아무래도 맞은것 같긴 한가보군.”
“네 뭐... 그래서, 영감님은 신이십니까?”
“신같은건 아니라네. 나는 그저 자네들이 ‘위상력’ 이라고 부르는 힘의 근원을 이 세계에 불러온 장본인이지.”
잠깐, 방금 뭐라고... 위상력의 근원을 이 세계에 불러왔다고? 근원이라면 분명...
“지고의... 원반.”
“그래, 그것을 찾아낸 머리에 피도 안마른 어리석은 자들은 그렇게 부르더구만. 이름한번 참 거창하게 짓고 말이여. 지고의 원반이라니, 차라리 프리즈비가 훨 나은 이름이겠구만.”
그래서, 눈앞의 이 할아버지가 지고의 원반을 이쪽 세계로 가져온 장본이시라고? 아니, 그것보다 애초에 지고의 원반은 분명 문명이라는게 생겨나기 전부터 이 세계에 있었을 텐데... 그렇다면 뭐야, 이 영감님은 수천년, 혹은 수만년을 살았다는 거야?
“뭘 그리 놀란 눈을 하나? 내가 수천살에 비하면 젊어보이는게 그리 놀랍나?”
“아니.. 수천살정도 되면 젊거나 늙었다는걸 따지는게 의미가 없는데요...”
“자네말이 맞긴 하지. 이제는 내가 몇살인지도 정확하게 모르겠구먼... 뭐, 아무튼 내가 건낸 질문의 대답을 잘 찾아보게나.”
그렇게 말하신 영감님은 이내 떠나려는듯 자리에서 일어나셨다.
“잠깐...! 질문이라니, 애초에 질문이 뭔데요?!”
“그것을 찾아내는것 또한 자네의 몫이지.”
대체 뭐가 내 몫이라는 걸까. 대체 대답을 찾으라는게 무슨 뜻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는 커녕 감조차 잡지 못하겠다.
“인생이란 가느다란 실로 이루어진 엉키고 섥힌 실뭉치며 그 엉킨 실들 사이에 이루어진 매듭을 운명이라 하지. 그렇다면 그 매듭을 푼다는거야 말로, 자네가 찾아야 할 대답이 아니겠나?”
잠시 영감님이 한 말에 의미를 이해하지 못해 멍하게 있던 나는 금세 정신을 차리고는 멀어져 나는 영감님을 붙잡으려 했지만 그보다 빠르게 영감님의 모습은 안개처럼 사라져있었다.
Hainsman님의 작품을 허락을 맡고 대신 업로드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