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지다(3)
건삼군 2018-11-11 0
그 뒤로 그녀와 잠시 이것저것 대화를 나누고는 병원에서 잠을 지세우던 평소와 다르게 오랫 만에 집에 돌아온 나는 내일을 위해 간단하게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씹는 것조차 힘들어하는 그녀를 위해 특별히 만든 조그만한 사이즈의 김밥, 겨울이라 다소 쌀쌀한 날씨를 대비한 담요와 손난로, 그리고 그녀가 좋아하는 펭귄이 그려져 있는 도시락 통.
시간이 가는줄 모르고 그렇게 열심히 만들다 보니 어느새 해가 지고 밤이 되어있었다.
어느새 시간이 이렇게 늦었다는 걸 깨달은 나는 준비해둔 것들을 미리 가방안에 넣어놓고는 서둘러 전화를 걸었다. 그러자 잠시 통화가 연결되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동생, 이 밤에 무슨일이야?”
“아, 제이 아저씨. 저 내일 일 좀 빼주실 수 있으세요? 슬비하고 어딜 가기로 해서...”
“아저씨가 아니라.... 됐다, 그나저나 대장하고 어딜 간다고? 대장 몸상태는 어쩔건데?”
“그냥 병원 바로 앞에있는 공원에 가는 것 뿐이에요. 오래있을거도 아니고.”
“그래... 그런거라면 상관없지. 그런데 동생... 그... 괜찮아?”
“네? 뭐... 전 괜찮은데요?”
“그래... 해줄수 있는말이 그거밖에 없네. 미안하다. 이만 끊어라.”
아무래도 아저씨 또한 나와 슬비를 걱정하고 계신 모양이다. 그야 그럴수 밖에 없지. 일이 바쁘신 와중에도 항상 적어도 이틀에 한번씩은 병문안을 하러 오셨으니까. 게다가 누구보다도 동료들을 우리들을 걱정하시는 분들중에 한명이시니까.
통화가 끊어져 계속해서 울리는 신호음을 끄기위해 스마트폰의 화면을 슬라이드하자 그제서야 화면이 꺼지며 주변이 침묵해졌다.
“...그만 잘까.”
내일은 일찍 나갈 생각이니까 지금 자두는게 좋겠지. 혹여나 내일 일어나지 못해서 늦는다면 슬비에게 한소리 들을테니까.
그런 생각과 함께 나는 침대에 힘없이 누운 뒤 눈꺼풀을 억지로 감고는 꿈을 꾸지 않기를 바라며 조용히 잠들었다.
Hainsman님의 작품을 허락을 맡고 대신 업로드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