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allel World> - 1화
초코파이가나파이애플파이 2018-11-10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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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양, 늑대개, 사냥터지기, 이 3팀은 우여곡절 끝에 진정한 흑막이었던 유니온의 총창 [미하일 폰 키스크]를 심판하였다.
또한 미하일이 내통하고 있던 고위급 차원종들의 **를 저지한 뒤 미하일에게 협력한 [닥터 호프만]과 그의 연인인 [메리], 그 외에도 온갖 반인륜적인 악행을 일삼던 유니온의 여러 관계자들에게도 그 죄에 합당하는 강력한 처벌을 주면서 겉은 깨끗했으나 속은 더럽기 그지 없었던 유니온은 이제 이전과는 달리 진정으로 인류의 평화를 위해 헌신하는 집단으로 탈바꿈 되어가고 있었다.
그로부터 약 1년 후...
<서기 2021년, 지구>
<한국, 신서울>
"그쪽으로 갔어!"
"알았어."
(콰앙-!)
"흐음, 이걸로 끝났나?"
검은 머리의 영롱한 노란색의 눈동자를 가진 한 소년이 등에 매고 있는 건블레이드를 굳이 사용하지 않고 손에서 작은 화염탄을 날려 자신이 있는 쪽으로 달려오는 차원종 한 마리를 한순간에 불태워 쓰러트렸다. 그러고는 품 속에서 게임기를 꺼내들어 만지작거렸다.
그 소년의 이름은 [이세하], 올해로 19세가 되는 고등학생 3학년이면서도 현재는 정예 중의 정예인 팀이 된 검은양 팀의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클로저... 이지만 임무 도중에 자주 게임기를 만지작거리는 탓에 팀의 리더인 소녀에게 항상 잔소리를 듣기 일쑤였다.
평소에는 그런 모습을 보이는 덜떨어진 클로저라는 인식을 받기 쉬웠으나 실상은 달랐다. 흑막인 총장, 그리고 그와 내통하던 고위급 차원종들의 **를 저지하는 역경을 헤쳐나오면서 자신의 모든 잠재력을 개화, 그리고 한계를 뛰어넘으면서 자연스럽게 차원전쟁 시절부터 최강의 클로저라 불리우는 자신의 어머니인 알파퀸 서지수를 뛰어넘는 강자가 되어 있었다. 즉, 현재로써는 누구도 견줄 자가 없을 정도의 최강의 클로저이다.
아무튼 그런 이세하라도 쩔쩔매는 상대가 있었으니...
"세하 너! 내가 임무 도중에는 게임 좀 그만 하라고 했었지?!"
"아니, 이건... 어차피 차원종들은 다 정리했잖아? 그 후에 하는 건데 좀 봐주..."
"안 돼!"
"윽..."
허리까지 내려오는 분홍색 머리에 맑은 하늘색 눈동자를 가진 소녀가 염동력으로 이세하의 게임기를 빼앗으며 잔소리를 늘어놓기 시작하였다. 그 소녀의 이름은 [이슬비], 이세하와 마찬가지로 같은 고등학교에 다니는 고등학생 3학년임과 동시에 검은양 팀의 리더를 맡고 있는 귀여운 소녀였다.
"헤헤, 두 사람은 오늘도 사이가 참 좋네?"
"아예 그냥 사귀지 그래?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데."
"어라? 세하 형이랑 슬비 누나는 서로 사귀고 있는 거 아니었나요?"
그 뒤를 이어서 검은양 팀의 나머지 멤버 3명이 이세하와 이슬비가 있는 장소에 합류하였다. 윤기가 흐르는 장발의 검은색 머리에 쾌활한 성격을 가진 소녀 서유리, 백발에 누가봐도 수상해 보일 법한 노란색 선글라스의 남자 제이(J), 마지막으로 은발의 다소곳하고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소년 미스틸테인, 이 3명은 각자 이세하와 이슬비가 서로 티격태격하고 있는 상황에 짧게 한 마디씩 던졌다.
"사, 사귀다뇨?!"
"그, 그런 농담은 함부로 하지 말아주세요, 제이 씨!"
그 두 사람은 함께 얼굴을 붉히며 3명이 던진 (반쯤 농담이 섞인)말을 강하게 부정하였다. 이러한 두 사람의 모습은 누가 봐도 연인 사이처럼 보였지만, 정작 그 두 사람은 자각하지 못 하는 모양이었다.
아무튼 그렇게 검은양 팀은 임무를 마치고 신서울에 있는 유니온 총본부로 복귀하였다.
이전의 사건들을 겪으면서 유니온의 총본부는 미국의 뉴욕에서 한국의 신서울로 위치를 옮겼고, 검은양팀은 그 총본부를 거점으로 하여 틈틈이 출몰하는 차원종들을 섬멸하는 역할을 맡고 있었다.
"다들 돌아왔구나, 수고했어."
복귀한 검은양 팀들을 맞아준 것은 그들의 관리요원인 [김유정]이었다. 허나 관리요원이면서도 그녀는 지금까지 검은양 팀의 관리요원으로써 세운 공적 덕분에 빠른 속도로 지위가 올라갔고, 현재는 유니온의 한 주축을 지탱하는 고위 간부의 지위까지 올라간 상태였다. 그런 지위까지 올라갔음에도 그녀는 평소에 검은양 팀의 관리요원으로써도 활동하고 있었다. 이러한 점에서 그녀는 검은양 팀의 멤버들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지 잘 알 수 있었다.
"그리 큰 임무는 아니었으니 따로 보고할 필요는 없고 오늘은 각자 돌아가서 푹 쉬렴."
"네, 유정 언니."
그렇게 하루 일과를 끝마친 검은양 팀은 해산하고 각자 해산하여 집으로 돌아갔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이세하는 뭔가를 깜빡했는지 갑자기 발걸음을 돌려 근처에 있는 백화점으로 들어갔다. 이세하가 왜 갑자기 백화점으로 들어갔는지 그 이유는 금방 알 수 있었다.
"후우, 오늘이 새로운 게임 발매일인 걸 그만 깜빡하고 돌아갈 뻔했네. 이런 건 빨리 구매해서 플레이를 해줘야지."
그러고는 기왕 백화점에 들린 겸 저녁 반찬거리를 사야겠다고 생각한 이세하는 백화점에 있는 장바구니를 들고 식료품 코너가 있는 층으로 갔다. 식료품 코너에 도착하여 이것저것 반찬거리를 담고 있던 와중에 이세하는 항상 보는 익숙한 얼굴과 마주쳤다.
"응? 슬비?"
자신과 똑같이 식료품 코너에서 장보기를 하고 있었던 이슬비였다. 이슬비도 이세하를 보고 살짝 놀라고는 다시 평소와 같은 모습으로 점잖게 말을 하였다.
"세하 네가 여긴 무슨 일로 온 거야?"
"꼭 그런 식으로 물어야겠냐... 그냥 새로 나온 게임 사러 온 김에 저녁 반찬거리를 사고 있는 참이었어. 보아하니 슬비 너도 저녁 반찬거리를 사러 온 모양이네?"
"뭐, 그렇지..."
"... 너 어디 아파? 어째 기운이 없어 보이는데?"
"어? 그렇게 보여?"
이세하의 말에 약간 당황한 기색을 보이는 이슬비였다. 이슬비는 조금씩 우물쭈물하는가 싶다가 짧게 한숨을 쉬고는 왜 자신이 기운이 없어 보이는 것인지 그 이유를 이세하에게 짧게 얘기해주었다.
"실은 오늘이 부모님의 제삿날이거든. 부모님이 돌아가신지 몇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이 날만 되면 나도 모르게 침울해져."
"아, 미안..."
이세하는 괜한 말을 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미안하다고 말하였다. 이슬비는 고개를 한 번 가로저으며 온화한 미소를 띠며 괜찮다고 말하였다.
"아니야, 괜찮아. 그냥 내가 아직도 익숙해지지 못한 것 뿐이니까. 그렇게 신경 써주지 않아도 돼."
'그렇게 말하니까 더 신경 쓰인단 말이지...'
"아무튼 그래서 제삿상을 준비해야 하니까 이렇게 식료품들을 사러 온 거야. 제사를 지내는 사람이 나밖에 없으니까 그렇게 많이 준비하지는 못 하겠지만."
"뭐? 혼자서?"
"응, 부모님의 가족은 나밖에 없으니까."
'그러고 보니 다른 가족들은 없다고 했었지...'
이에 이세하는 잠깐 생각을 하는가 싶다가 생각을 끝마치고는 이슬비에게 말하였다.
"혹시 괜찮다면 내가 도와줘도 될까?"
"?"
"아, 그냥 별 뜻은 없고 혼자 하는 게 힘들지 않을까 해서 그냥 준비하는 것만 도와주겠다는 거야."
"그렇게 해준다면 나야 고맙긴 하지만... 너도 집에 가서 저녁 준비를 해야 하는 거 아냐?"
"조금 늦는 거야 괜찮아."
'엄마한테 왜 이리 늦었냐고 잔소리를 들을 것 같긴 하지만.'
선뜻 도와주겠다는 이세하의 말에 이슬비는 잠시 동안 고민하다가
"... 응, 알았어. 그럼 오늘만 부탁할게."
이세하의 제안에 응하고 남은 식료품들을 구매한 뒤, 이슬비는 이세하와 함께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이슬비의 집에 들어서자 혼자 사는 집치고는 꽤나 넓었던데다 조금이지만 호화롭게 보이기까지 하였다. 그 이유는 부모님과 함께 가족끼리 살던 집 그대로여서 넓은 것이었고, 이슬비의 부모님은 단 한 명밖에 없는 딸을 위해 안락하고 호화롭게 집을 꾸며줬기 때문이었다. 비록 그 부모님은 이미 이슬비의 곁을 떠난 상태였지만, 이슬비는 그 집을 옛날 그 상태 그대로 유지하면서 생활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래서 집이 혼자 살기에 넓었고, 청렴하며 검소한 이슬비의 성격과는 크게 어울리지 않게 호화로웠던 것이었다.
이세하는 이러한 사실을 이슬비의 집에 들어서면서 어렴풋이 눈치를 채기라도 한 것처럼 집안의 모습에 대해서는 따로 입을 열지 않았다.
"자, 그럼 바로 시작할까?"
"아, 그래."
간단히 손을 씻은 뒤 이슬비는 곧장 백화점에서 사들고 온 식료품들을 꺼내고 제삿상에 내놓을 음식들을 만들기 시작하였다. 그것도 보통 가정에서 음식을 준비하는 것과는 확연히 다르게, 염동력을 이용해 양손으로 정밀히 각종 조리 기구들을 다루며 평균적인 속도보다 2배 이상은 더 빠른 속도로 음식을 만들어갔다.
'이거 내가 도와줄 것도 없는 거 아냐...?'
이러한 광경에 괜히 도와준다고 했나 싶은 생각을 한 이세하였지만 일단은 도와주겠다고 했으니 자기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음식을 만들어갔다. 집에서 어머니 대신 자신이 식사를 준비해와서 그런지 왠만한 주부만큼이나 능숙한 실력으로 음식들을 차례차례 만들었다. 이런 이세하의 모습에 이슬비도 상당히 감탄스러워 하는 듯하였다.
그렇게 제삿상에 내놓을 음식들을 만드는 와중에 이세하가 대뜸 이슬비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다. 예전부터 계속 혼자서 부모님의 제사를 지내왔던 것이냐고. 그 질문에 이슬비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부모님의 제사를 지내기 시작한 건 중학생이 되고 나서였어. 유령이라던지 그런 비과학적인 건 믿지 않았었지만, 그래도 만약 정말로 영혼이라는 게 있으면 이렇게라도 해서 돌아가신 부모님을 챙겨드리고 싶었거든. 그런 마음에서 부모님의 제사를 지내게 되었어."
"그렇구나."
'겉으로 티내지는 않고 있지만 혼자였으니 많이 쓸쓸했겠지?'
어머니는 바쁜 일 때문에 자주 집을 비우고, 아버지는 자신이 태어나기 전에 죽었다고 하여 혼자였을 때가 많았던 이세하는 그런 이슬비의 마음을 어느 정도 깊게 공감할 수 있었다. 그런 생각을 하니 이세하는 이슬비의 처지를 안타깝게 여겼다.
이런저런 짧은 대화를 이어가며 어느샌가 제삿상에 내놓을 음식들의 준비를 모두 끝마치게 되었다. 이슬비는 사용한 조리 기구들을 깨끗이 정돈한 후 이세하에게 제삿상 준비를 도와줘서 고맙다고 하였다.
"아니 뭘, 나는 한 것도 별로 없는데. 그럼 다 했으니까 나도 이제 돌아가볼께."
도와줄 것을 다 도와줬으니 이제 이슬비의 집에서 나서려고 할 때, 이슬비가 한 손으로 이세하의 옷깃을 붙잡고 다소곳한 목소리로 이세하에게 부탁하듯이 말하였다.
"혹시 너만 괜찮다면 같이 부모님의 제사를 지내주지 않을래...?"
"뭐? 간단히 지내는 거라면 상관은 없지만... 그 이전에 왜 그런 부탁을?"
"난 어릴 때부터 친구가 없었어. 그래서 부모님도 이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하시기도 했지. 그러니까 만약 부모님이 보고 계신다면 나도 이제는 친구가 있다는 것을 보여드려서 안심 시켜드리고 싶어."
'친구인가... 왠지 슬비한테 그런 말을 들으니까 적응이 잘 안 돼네. 그래도 이렇게까지 부탁하는데 응해줘야겠지? 사정도 딱하고.'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알았어."
결국 이세하는 제삿상 준비를 도와주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이슬비와 같이 제사를 지내게 되었다. 이세하는 자신의 집에서는 제사를 지내지 않기 때문에 마냥 이슬비의 옆에서 가만히 있을 뿐이었지만 말이다. 아무튼 이슬비는 제사를 지내면서 마음속으로 부모님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말하고 있었다.
'보시다시피 제겐 이렇게 친구도 생겼어요. 물론 그 밖에도 신뢰할 수 있는 동료들도 있고요. 그래서 지금은 외롭지 않아요. 그러니 엄마, 아빠... 그쪽에서도 편히 쉬세요.'
"... 끝났어."
"응? 아, 그래? 생각보다 빨리 끝났네."
"제삿상 준비를 도와주고 내 부탁까지 들어줘서 고마워, 세하야."
"아니 뭘... 나는 한 것도 별로 없는데. 그럼 이제 정말로 돌아가볼께."
그런데 이번에도 또 이슬비는 돌아가려는 이세하의 옷깃을 붙잡아 멈춰세웠다. 이세하는 '또 뭐지?'라고 마음속으로 말하고는 뒤돌아서 이슬비에게 또 왜 그러느냐고 물었다.
이슬비는 조금씩 말을 더듬거리며 입을 열었다.
"그, 그러니까... 저녁이라도 같이 먹지 않을래...?"
"... 뭐?"
"아, 아니! 그러니까... 그래, 제삿상의 음식이 혼자 다 처리하기에는 조금 많아서 같이 먹어주면 어떨까 하고... 별 다른 뜻은 없어!"
'내가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우으으...'
이슬비 본인도 황당한 모양이었는지 창피한 마음에 얼굴이 약간 붉혀졌다. 이세하는 그런 이슬비의 모습을 뚫어져라 바라보다가 문득 자신이 했던 한 게임 속 상황을 떠올렸다.
게임 속에서는 한 소녀가 자신과 가깝게 지내는 소년에게 밥이라도 같이 먹자고 말을 건넨 것이었다. 그 후에는 서로 식사를 하면서 점점 마음이 이끌리다가 사귀게 되었다는... 어디에나 존재하는 흔해빠진 부류의 전개였다. 그런데 그것이 지금 완전히 똑같은 상황으로, 그것도 자신에게 일어난 것이었다.
'설마... 아니겠지?'
"으음, 하지만 나 이제 집으로 가서 저녁 준비를 해야 하는데... 조금 늦었고..."
"... 그래, 역시 안 되겠지? 오래 붙잡아놓는 건 싫을 테니까..."
"싫다고 말한 적은 없는데..."
"그럼 같이 먹어주는 거야?"
"엥? 잠깐, 얘기가 왜 그렇게 되는..."
"금방 준비할 테니까 식탁 앞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어! 알았지?"
이세하의 말을 듣지 못 했는지 아니면 들었는데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렸는지 이슬비는 제삿상에 올렸던 몇몇의 음식들을 식탁 위에 올려놨다. 이세하는 반강제적으로 이슬비의 저녁 식사 시간에 함께 어울리게 되어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이렇게까지 해놓은 상태에서 그냥 가겠다고 하면 이것대로 곤란할 것 같다고 생각한 이세하는 결국 이슬비의 저녁 식사에 같이 어울려주게 되었다.
그런데 막상 식사를 하는 동안에 두 사람은 아무런 말도 없이 조용히, 그리고 천천히 음식을 먹고 있을 뿐이었다. 이러한 분위기가 계속되자 저녁 식사를 함께 하자고 했던 이슬비 본인도 민망했던 모양인지 뭔가라도 간단히 대화할 이야깃거리를 짜내려고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이슬비보다 먼저 이세하가 입을 열었다.
"너, 나 좋아해?"
"크흡!"
"... 응?"
'내가 뭐라고 했지?'
'내가 뭐라고 했지?'
이세하는 이슬비에게 자신을 좋아하냐고 물었고, 이 말을 들은 이슬비는 깜짝 놀라 입 안에 있는 음식을 잘못 삼키고는 헛구역질을 하였다. 이세하는 그 말을 자기도 모르게 얼떨결히 입 밖으로 튀어나왔던 것이었고, 본인이 무슨 말을 하였는지 모르고 있었다. 다만 어떤 종류의 말을 한 것인지까지는 알아챈 모양인지 이런저런 횡설수설을 늘어놓았다.
그러나 이미 이세하의 말을 똑똑히 들은 이슬비는 이세하가 늘어놓는 횡설수설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고 약간만 붉혀졌던 얼굴은 어느샌가 잘 익은 사과처럼 한껏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 않아..."
"?"
"좋아하는 건지는 아직 잘 모르겠어... 하지만 적어도 싫지는 않아.."
이러한 이슬비의 대답에 두 사람의 사이에는 잠시 동안 짧지만 깊은 정적이 흘렀다. 서로 무슨 말을 해야 하는 것인지 파악하지 못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정적이 흐르는 도중, 이 정적을 깨뜨리고 나온 것은 이세하였다.
"아, 아 참! 그러고 보니 시간이 너무 늦었네! 어서 가서 저녁 준비를 해야겠어! 새로 산 게임도 해야 하고!"
"뭐...?"
"그러니까 난 이만... 응?"
"이... 이...! 이 바보야!"
(우당탕-!)
이슬비는 조금씩 몸을 부들거리는가 싶더니 갑자기 열을 올리며 소리치고는 이세하를 향해 염동력으로 집안의 물건을 이것저것 내던졌다.
"우와아앗!"
이세하는 그걸 또 전부 피하면서 부리나케 이슬비의 집에서 도망쳐나왔다. 도망치는 이세하의 등 뒤로 이슬비가 짧게 소리쳤다.
"빨리 가버려, 이 바보! 멍청이!"
그러고는 문을 '쾅-!'하고 닫아버리고는 식탁에 아직 남아있는 음식을 치우지조차 않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몸을 던졌다.
'바보...!'
************
<같은 시각>
<부산, 부산항>
부산에 있는 한 항구의 불빛이 닿지 않는 어두운 곳에서 삐죽삐죽한 하늘색 머리에 양손에는 서로 이어져 있는 쿠크리를 든 한 소년이 양손의 쿠크리를 현란하게 흔들면서 한 남자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그 남자는 겁에 잔뜩 질린 모습으로 그 소년에게서 도망치려 하였지만 아무리 뿌리쳐보려고 해도 그 소년을 따돌릴 수 없었다.
"어이어이, 어딜 그렇게 내뺄려고 한 거냐? 설마 도망칠 수 있다고 생각한 거냐? 정말로?"
"제, 제발 목숨만은!"
"걱정하지 말라고, 머저리. 산채로 끌고 와라 했으니 목숨까지는 빼앗지 않을 테니까. 다만, 죽이지 말라고만 했지 그 외에 하지 말라고 한 건 없거든. 크하하!"
"히이익...!"
"... 쯧, 기절했나? 이거야 원, 괴롭히는 맛도 없겠군."
그 소년의 이름은 [나타], 1년 전 검은양, 사냥터지기 팀과 함께 활약하며 공을 세웠던 '전' 벌처스의 특수 처리부대인 늑대개 팀의 일원이었다. 현재 늑대개 팀은 대외적으로도 이름이 알려지게 된 팀이 되었지만 예전처럼 마찬가지로 뒷세계에서 발생하는 범죄 사건을 해결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팀이었다.
"요즘 세상이란 건 평화고 나발이고 너무 지루해서 탈이야. 뭔가 재미난 일이라도 벌였으면 좋겠... 음?"
기절한 남자를 짐짝처럼 어깨에 들쳐메고 발걸음을 돌려 가려던 찰나, 갑자기 나타의 뒤에서 사람 크기 정도의 차원문이 열리고 있었다.
이에 나타는 어깨에 들쳐메고 있던 남자를 내팽겨쳐두고는 차원문 안에서 차원종이 나올 것에 대비해 전투 태세에 들어갔다.
'이상하군. 이 부근은 분명 위상변곡률이 낮아서 차원종이 출현할 수 없다고 했을텐데?'
이와 같은 이상한 부분이 마음에 걸렸지만 일단 눈앞에 나타날 것인 차원종을 처리하고 나서 생각해보기로 한 나타는 얼른 차원문에서 차원종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그 차원문에서 나온 것은 차원종이 아니었다.
차원문에서 나온 것은 온 몸에 크고 작은 상처와 화상으로 심한 부상을 입은 한 소녀였다. 그 소녀는 마치 좀비처럼 이리저리 힘없이 비틀거리면서 차원문에서 나와 귓속말 정도의 매우 작은 목소리로 뭐라고 중얼거리고 있었다.
나타는 그 소녀를 잠깐 관찰하더니 무척이나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하였다.
"너는...?!"
전신의 심한 부상 때문에 곧장 알아차리지는 못 하였지만, 나타는 그 소녀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분홍색 머리, 맑은 하늘색 눈동자... 자신이 알고 있는 사람들 중에 그런 외모를 가진 소녀는 딱 한 사람밖에 없었다.
바로 [이슬비]였다.
"네가 왜 차원문에서... 아니, 그보다 그 꼴은 대체 뭐야?! 어이!"
"... 줘..."
"?"
"도와... 줘요... 제... 발..."
그 말을 끝으로 이슬비라고 추정되는 소녀는 의식을 잃고 힘없이 땅바닥에 쓰러졌다.
"**... 이게 대체 뭐야?"
'이 녀석... 정말로 이슬비인가?'
나타는 지금 이 상황이 무엇인지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았지만, 일단 나타는 자세한 사정을 알아내기 위해서라도 그 소녀를 부축해 곧바로 늑대개 팀의 거점으로 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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