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미래, 그리고 너 (8) -바뀌다

건삼군 2018-11-06 0

꿈과도 같은 기억들이 머리속을 스쳐지나가며 나를 깨웠다.

 

맞다 불기둥속에서 탈출하다가 기절했었지...

 

새삼스레 자신이  엄청난 불기둥속에서 살아나왔다는 곳을 자각한 나는 새하얗던 요원복의 군데군데가 그을린것을 자각하며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곳곳에 보이지 않는 화상을 입었는지 군데군데가 쓰라리며 아파오기 시작했다.

 

예상치 못한 고통에 얼굴을 찡그리며 몸의 균형을 잃은 나는 꼴사납게 다시 바닥으로 쓰러졌다.

 

이렇게 아프다고 쓰러져 있을 때가 아닌데...”

 

그렇게 잔뜩 힘이 빠진 목소리로 중얼거린 나는 다시한번 몸을 일으키기 위해 움직이지 말라고 호소하는 듯이 느껴오는 고통을 무시하며 안간힘을 다해 다시  발로 일어나 앞으로 나아가었다.

 

누구도 구원받지 못할 무의미한 싸움을 멈추기 위해서.

 

딱히 뾰족한 방안이 있는것은 아니다하지만 한가지는 확실히 알고있다.

 

가만히 있는다면 분명 나는 후회하게 될것이라는 것을.

 

한발짝한발짝앞으로 내딛는다그걸 몇번정도 반복하자 검으로 살의를 가지고 서로를 죽이려 하고있는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둘중에서 어느쪽이 이기고 있냐고 묻는다면 누가 보더라도 확실하게 칠흑의 갑주를 입고있는 남자가 이기고 았다고 대답할수 있다.

 

힘도실력도기술도모든것이 백발의 남자가 우위에 서있었다.

 

그럼에도 이세하는 그의 공격을 가까스로 막아내거나 피하며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듯 버티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버티는것도  이상은 한계였는지 이세하는 결국 내려쳐지는 그의 검을 버텨내지 못하고  블레이드를 놓치며 바닥으로 넘어졌다.

 

체크메이트다.”

 

넘어진 이세하에게 그가 검을 겨누며 그렇게 나지막하게 말하였다그리고는 그는 이세하의 목을 내리치려는듯 검을 위로 치켜들었다.

 

하지만 검이 내리쳐지는것 보다 빠르게내가 그의 앞을 가로막으며 끼어들었다베일것을 각오 하며.

 

그러자 그는 내리쳐지는 검이  몸에 닿기 일보직전에 멈추었다.

 

비켜라안그러면 너까지 베어버릴거다.”

 

아니 나를 벨수 없어.”

 

무엇을 근거로 그렇게 장담할수 있지?”

 

그야 내가 아는 이세하는 다시는 누군가를 죽이는것을 무엇보다도 싫어할테니까.”

 

비키라는 그의 말에 나는 비키지 않겠노라고 쐐기를 박으며 물러서지 않은채 그에게 그렇게 대답했다그러자 그는 표정을 일그러뜨리더니 이내 더욱 낮아진 목소리로 차갑게 말했다.

 

비켜라마지막 경고다.”

 

하지만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치의 발걸음조차 움직이지 않은채 그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분명 다른 방법이 있을거야.”

 

그러자 그는 잠시 고개를 숙이더니 **듯이 혼자서 웃기 시작했다.

 

다른 방법이라고아무것도 모른채 그렇게 말하는군.”

 

아니알고있어너에게 무슨일이 있었는지어떤 일들을 겪었는지나는 알고있어.”

 

그래나는 그가 어떤 일들을 겪었는지 알고있다.

 

소중한 사람들을 되살리기 위해서 바친것이 있었다.

일상을 되찾기 위해 발버둥친적이 있었다.

소중한것들을 자신의 손으로 부순탓에 절망에 빠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리지 않은 희망이라는 저주가 그에게 남아있었다.

 

과거를 바꾸기 위해 자신을 죽인다 정말 바보야?”

 

“...”

 

 열심히 노력했어물론 결과가 결코 바라던것이 아니였지만  충분히 노력했다고!”

 

“...”

 

 잘못이 아니야그런 일들이 일어났던것은  잘못이 아니라고그런데 모든걸 혼자서 떠안고서는 자신을 죽인다는 바보같은 생각을 하는건데!”

 

“...”

 

몇천 번의 시간을 반복하며수만 번의 죽음을 경험하며무한과도 같은 결과를 마주보며조금이라도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보자는 생각을 해본적은 있어!?”

 

이렇게 화를 내면 안된다는것 쯤은 나도  알고있다.

 

하지만 눈앞의  바보를 보니 도저히 참을수가 없었다.

 

포기하지 않고 소중한 사람들을 모두 구하려는 그의 모습이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다잘못된것은 그의 방법이다.

 

대체  그렇게 자신의 가치를 돌보듯이 여기는건데너의 그런 사고방식무엇하나 이해할수가 없어납득이 가질 않는다고!”

 

눈물이 눈앞을 가리고 머리끝까지 감정이 치밀어 올라와서 이성적으로 생각을 할수가 없었다할수있는 거라고는 그저눈앞에 서있는 비틀어져버린 그의 모습을 보며 그에게그리고 그를 도와주지 않은 나를 포함한 주변인물들에게 화를 내는것밖에는 할수가 없었다.

 

“...할말은 그게 다인가다했으면 그만 거기서 비키도록.”

 

싫어비키지 않을거야.”

 

마지막이다비켜라.”

 

말했잖아싫다고.”.

 

비켜.”

 

싫어

 

비키라고!!”

 

계속해서 비키라는 그의 말을 거절하며 비키지 않자 그의 인내심이 한계에 달했는지 그는 얼음과도 같았던 표정을 분노로 물들이며 나를 향해 검을 겨누고는 붉은 불꽃덩어리를 날렸다허나  불꽃 덩러리는 나에게 닿지 않고 바로  옆으로 스쳐 지나갔다.

 

말했잖아너는  해칠수 없다고.”

 

방금꺼는 경고다다음번에는 빗나갈 일이 없을거다.”

 

그래?”

 

딱히 내게 있어서 그가 나를 해치지 않을거라는 확실한 근거따윈 없다다음공격은 정말로 빗나가지 않고  목숨을 앗아갈지도 모른다하지만 그런건 아무래도 좋다왜냐하면 나는 그가 아직 옛날의 모습을   황폐해진 마음속 어딘가에 간직하고 있다고 믿고있디 때문이다.

 

그렇기에 나는 물러나지 않는다 대신그를 향해 한걸음한걸음을 확실하게 내딛으며 나아간다.

 

그렇게 한발짝을 내딛자  다시 불꽃이 나를 향해 날아왔다그러나 이번에도불꽃은 나를 맞히지 못한체  옆에있던 나무에 명중하고는  폭발을 일으켰다.

 

두번쨰 발걸음을 내딛자 붉은 화염이  옆을 스치며 흩날렸다.

 

새번째 발걸음을 내딛었을 때는 그의 검이  목에 닿기 직전에 멈추었다.

 

거기서 멈춰라 이상 다가온다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내번쨰 발걸음을 내딛었다그리고 내딛는 동시에나는 바로 코앞에 서있던 그를 향해 부드럽게 손을 내밀고는 그대로 그릴 살포시 아이를 안듯 껴안았다그리고 그의 귀에 이렇게 속삭였다.

 

그만하자네가 겪었던 일들을 나는 알고있어꿈속에서 봤거든물론 너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노력했는데도 불구하고 결과가 바라던것과  반대였기는 했지만그게  잘못이라고 생각하는거는 그만 두면 안되겠니?”

 

“...”

 

열심히 했잖아이제는 그만 자신을 용서해도 괜찮지 않을까?”


Hainsman님의 작품을 허락을 맡고 대신 업로드한 것입니다

2024-10-24 23:21:03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