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미래, 그리고 너 (4) -알아버리다
건삼군 2018-11-06 0
“나는 여기에 자주오거든?”
자주온다고? 재한테도 이런 어른스러운 취미가 있었나?
“그건 꽤나 충격적인 사실이네. 나는 네가 게임방이나 게임스토가 같은데 이외에는 흥미가 없는줄 알았거든.”
“야... 나도 가끔은 커피를 마시거나 차를 마시며 기분전환을 하거든?”
“그래? 그럼 다행이네. 난 분명 네가 게임 이외에는 눈독하나 안들이는줄 알았거든.”
“대체 네 눈에는 내가 뭘로 보이는 거냐...”
그렇게 가벼운 대화가 잠시 지나간 후 이세하는 아무렇지도 않게 내 바로 앞자리에 앉아 나를 마주보았다. 잠시 아무말도 없이 나를 계속 자리에서 앉은채로 쳐다보기에 무슨 할 말이라도 있는줄 안 나는 그가 입을 열기를 기다렸지만 그는 입을 여는 대신 시선을 창가로 돌리고는 창밖을 내다보며 아까 같은 자리에 앉아있던 또 다른 자신이 내뱉었던 말을 다시한번 말했다.
“평화롭네....”
아까의 그가 앉았던 자리에서 똑같은 소리를 하는 그를 보고있자니 왠지모르게 웃음이 밀려왔다.
“뭐야, 왜 웃어?”
“아니 그냥. 역시 겉모습이 변해도 너는 너라는 사실이 세삼스럽게 느껴져서.”
“...뭔소리여.”
“글쎄, 과연 무슨 소리일까.”
나를 이상하다듯이 쳐다보는 그를 보며 나는 질문을 장난스럽게 넘기며 그와함께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창밖은 바라보기 시작한지 몇분이 지났을까, 지금껏 말이없던 그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저기... 이슬비. 너 혹시 어제 만났던 그 녀석의 정체에 관해서 짐작가는거 있어?”
갑자기 찌르듯이 들려온 그의 질문에 나는 순간 고민하였다. 진실을 말해줄 것인지, 아니면 진실을 숨기고는 그가 언젠가 직접 알게되게 할것인지.
내가 선택한것은 후자였다. 지금 내가 말해준다면 저 바보는 말도 없이 혼자서 미래에서 온 자신과 싸우러 갈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분명 둘중 하나는 필연적으로 목숨을 잃을것이다. 나는 그런것을 바라지 않는다.
“미안. 나도 그다지 아는건 없어.”
“그래... 그럼 됐어. 내가 한 말은 잊어줘.”
내가 말한 거짓 대답에 이세하는 고개를 살며히 끄덕이며 그렇게 말했다.
그 후로 우리는 잠시 카페에 앉은 체로 이것저것 이야기를 나누며 해가 한참을 그곳에서 시간을 보냈다. 나중에 해가 지기 시작해서야 시간이 이렇게 되었다는 것을 안 우리는 서둘러 계산을 하고는 같이 나란히 집으로 향했다. 일단 집의 방향이 같기에 필연적으로 같은 길을 걸을수 밖에 없지만 나는 그것을 지나치게 의식하여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얼굴이 붉게 변한 것을 숨기려고 했다는 것은 비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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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insman님의 작품을 허락을 맡고 대신 업로드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