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미래, 그리고 너 (1) -마주치다

건삼군 2018-11-06 0

 

꿈을 꾸었다.

 

이상하고도 절망적인 꿈을.

 

피로 가득한 바닥, 쓰러져있는 익숙한 얼굴들.

 

그리고 상처투성이의 몸을 가지고 원망이 가득한 얼굴을 지닌 한 남자.

 

대체 이 꿈은 무엇일까?

 

스스로 속삭이며 생각한 나는 상처투성이의 남자에게 다가갔다.

 

-너는 누구야?

 

남자의 상태를 봐서는 전혀 내 질문에 답할것 같은 분위기가 아니였지만 남자는 내 질문에 입을 열었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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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이슬비, 일어나. 잘거면 집에가서 자. 이런곳에서 ** 말고.”

 

갑작스레 들려온 목소리가 나를 현실로 부르며 깨웠다.

 

어라? 어떻게 된거지? 나는 분명 어떤 남자에게 말을 걸고있던 중이였을 텐데....

 

“여기는?”

 

“-여기는 이라니, 야 정신차려.”

 

상당히 삐딱한 말투가 몽롱했던 내 정신을 일깨운다. 아아... 저 녀석한테 만큼은 저런 소리를 듣고싶지 않은데...

 

“정신차렸으니까 그만해 이세하.”

 

“그래? 방금전 까지만 해도 엄청 얼빠진 얼굴로 주위를 돌아보던데, 너 어젯밤에 드라마 보느라고 밤 센거 아니야?”

 

“내가 너같은줄 아니?”

 

현재 내게 말을 걸며 내 성질을 자극하고 있는 소년의 이름은 이세하, 내게 있어서는 검은양팀에서 가장 말을 듣지 않는 문제아 이자 동시에 가장 중요한 포지션인 팀의 전위를 맏고있는 스트라이커다. 뭐, 그 외에도 이상하게 마음이 끌리는 듯한 느낌이 들게하는 소년이기도 하지만.... 라니, 나 지금 뭘 생각하고 있는거니?

 

아무튼, 다시 대화에 집중하기로 하자.

 

“그나저나 너도 일하다가 자는 경우가 있나보네? 평소에는 엄청 깐깐하면서...”

 

“나는 적어도 너처럼 대놓고 게임을 하지는 않아.”

 

“야, 나도 요즘은 임무중에 게임 않하거든?”

 

“게임하지 않는게 아니라 못하는 거겠지.”

 

내가 저 애의 목숨이나 다름없는 게임기를 압수했으니까 말이야. 대체 어떻게 하면 그렇게 임무중에서 꺼낼정도로 게임을 좋아하는거지? 질리지 않나?

 

“야 이슬비. 말나온김에 잘됐다. 게임기 돌려줘.”

 

기다렸다는 듯이 나에게 게임기를 요구하는 이세하. 처음부터 게임기라는 말을 하지 않을걸 그랬다.

 

“안 돼. 제발 게임은 집에가서 해줄래? 솔직히 말해서 절제가 안되는것도 아니잖아?”

 

그렇다. 이세하는 항상 게임만 해대는 구제불능인 인간이지만 마음만 먹으면 절제를 확실히 할수있는 이상한 게임 폐인이다. 그 절제를 확실히 하는떄가 항상 목숨이 위협받거나 진지해지지 안으면 않되는 떄라는게 문제지.

 

“야, 게임이라는 거는 하지 못할때 하는게 가장 기분 좋은거라고. 드라마도 그럴거 아니야?”

 

“내가 너랑 같은줄 아니?”

 

하지 못할떄 하는게 기분 좋은거라고? 그렇게 중독자 냄새가 팍팍 나는 소리좀 그만 둬 줄래? 어디가서 그런 소리를 했다가는 오해받기 십상이잖아. 게다가 오해받으면 또 내가 나서서 그걸 풀어야 하고... 그러면 또 사람들은 내가 재만 감싼다고 오해를 하고...

 

일단 한가지 확실하게 해두자. 나에게 있어서 이세하는 그저 말성꾸러기인 팀의 멤버다.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알파ㅋ... 선배님은 나를 계속해서 며느리로 삼고싶으 시다고 하시기는 하지만 나는 그럴 생각이 없다. 그야 확실히 이세하는 꽤나 잘생겼고 할때는 확실히 하고 남을 배려해 줄수 있는 착한 남자이긴 하지만... 항상 게임 타령하는 걸 보면 그저 한숨밖에 나오질 않는다. 만약 재가 게임을 그만 둔다면 그나마 연심이라는 감정이 조금이라도 나올텐데...하지만 그거는 해가 서쪽에서 뜰법한, 그래. 불가능한 이야기다.

 

“야 이슬비. 그래도 오늘 안으로는 돌려줄거지?”

 

“네 태도를 보고 생각해 볼게.”

 

“...알았어... 아무튼 게임기 이야기는 됐고, 너 요즘 피곤하나봐? 일좀 쉬면서 하지 그래?”

 

“피곤... 이라...”

 

이세하 재는 왜 저렇게 이상하게 촉이 날카로운지 몰라... 연애 이야기같은 거에는 완전 둔하면서 말이야...

 

일단 말하자면 요즘 내가 피로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은 이세하의 생각대로이다. 하지만 그 이유는 내가 일을 쉬지않고 해서가 아니다.

 

“일떄문에 피곤한거는 아니야. 단지...”

 

“단지..?”

 

“...이상한 꿈을 계속해서 꾸게되서 그런거야.”

 

“무슨 꿈인데? 펭귄이랑 같이 자는 꿈?”

 

“...너 대체 나를 뭘로 보고있는 거니?”

 

“펭귄을 사랑하는 십대의 깐깐한 대장님?”

 

“아니야! 하여튼간에.... 아무튼, 그런 행복할거 같은 꿈은 아니였어.”

 

“그럼 무슨 꿈이였는데?”

 

“...별로 말하고싶지 않은 꿈이야.”

 

“...야, 그러지 말고 그냥 말해주라. 괜시리 더 궁금해 지잖냐...”

 

왠일이래니? 저 이세하가 게임 이외에 관심을 보이다니, 재가 드디어 철이 들려는 건가? 그렇다면 말하지 못할것도...

 

-차원종 출현, 차원종 출현, 지금 현재 대기중인 요원들은 모두 현장으로 출동하시기 바랍니다.

 

“차원종들이 정말... 최근에 좀 잠잠하다 했더니만...”

 

갑작스레 울린 경보를 듣고서는 불평을 부리며 귀찮다듯이 말하는 이세하였지만 이내 이어지는 안내음이 그의 귀찮음을 단숨에 지워버렸다.

 

-다수의 A급 차원종 출현. 정식요원 이상의 요원들은 모두 현장에 출동하여 지시에 따라주시길 바랍니다.

 

“A급, 이라고...?”

 

A급. 차원문 억제기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면 절대로 출현할수 없는 개체이다. 대체 무슨일이 벌여진걸까?

 

뇌리에 스쳐 지나간 불안한 느낌과 함께 나는 서둘러 이세하와 함께 현장으로 향했다.

 

그 앞에 기다리고 있는것이 무엇인지 모른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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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 도착하니 상황은 거의 절망적, 이라고 할수밖에 없었다.

 

휴일이라서 그런지 현장에는 매우 적은 수의 요원들만이 모여서 간신히 차원종들을 저지하고 있었고 그중에서 특수요원은 오로지 나와 이세하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물론 차원종들이 압도적으로 많은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직 민간인들의 대피가 아직 끝나지 않았었다.

 

“거기 특수요원 두분, 빨리 민간인 대피를 도와주세요!”

 

잠시 아수라장이 된 상황속에서 무엇을 먼저 시작해야할지 무아지경에 빠져있던 와중, 현장 오퍼레이터로 보이는 남성이 나와 이세하에게 지시를 내렸다. 갑작스럽게 들은탓에 잠시 당황하기는 했었지만 이내 금새 정신을 차린 나는 보이는 민간인들을 모두 염동력으로 감싸 보호하며 들어올렸다. 다행히도 민간인들은 대부분이 한 곳에 모여있었기에 그들을 염동력으로 들어올리는 것은 그렇게 힘든 일이 아니였다.

 

“이세하, 내가 민간인들을 구할테니까 너는 가서 차원종들을 처리하는것을 도와!”

 

“알았어!”

 

한치의 틈도 없이 대답한 이세하. 그를 보니 그저 웃음이 나왔다. 평소에는 귀찮다거나 게임을 해**다 등등의 갔같은 이유를 대며 대충대충하는 척 하는 그가 저렇게 진지해져서는 바로 내 말에 대답하다니, 좀처럼 보기 힘든 모습이다.

 

“정말이지, 문제아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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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현장에 돌입한지 얼마나의 시간이 흘렀을까, 어느새 대부분의 민간인 구출작업은 끝나기 직전이였다. 허나,

 

차원종들의 수는 도무지 줄어들 기세를 보이지 않았다.

 

구출작업을 진행하며 이따금 이세하쪽을 바라보며 그가 대부분의 차원종들을 신속히 처리하는것을 보며 조금 안심하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원종들은 끝도없이 밀려왔다.

 

“C구역, 지원을 요청합니다!”

 

“알았어! 금방 특수요원 한명을 보낼게!”

 

“B구역이 밀리기 직전입니다!”

 

사방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대부분의 목소리는 지원을 요청하는 목소리였지만 그 수많은 목소리에 비해서 지원을 갈수 있는 인원은 거의 제로에 가까웠다.

 

지원이 없다면 나라도 가서 도와야겠다고 생각한 나는 서둘러 민간인의 구출을 끝내고 나머지는 다른 요원들에게 맏긴채 이세하가 있는곳으로 향했지만 그런다고 해서 크게 바뀌는것은 없었다. 그저 차원종 한두마리가 1, 2초 빨리 사라지냐, 아니냐의 차이였다.

 

사방에 푸른화염들이 흩날리고 반쯤 파괴된 버스, 지하철들이 떨어지며 차원종들을 저지했지만 나도, 이세하도, 수없이 몰려오는 차원종들을 계속해서 상대할수는 없었다.

 

“꺅!”

 

그렇게 점점 지쳐가던 와중, 내 시야에서 벗어난 차원종 한마리가 나를 뒤에서 급습에 자세를 무너뜨리고는 나를 덮쳤다.

 

갑작스런 급습에 당황한 나는 그만 손에 들고있던 나이프를 놓치고 그대로 땅에 넘어졌다.

 

“이슬비!”

 

땅에 넘어짐과 동시에 소년이 푸르게 불타고있는 무기를 붙잡은채 내게 달려들며 내 이름을 불렀지만 소년은 물어지듯이 달려드는 다른 차원종들에 의해 나에게 다가올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다가오지 못하는 그를 비웃듯이 바라보던 차원종은 이내 내게 다가와 들고있던 흉악한 둔기를 나를향해 내리쳤다.

 

역시 꿈을 꿨을때 좀 더 조심해야 했었어.

 

속으로 뒤늦게 후회하며 나는 내리쳐지는 죽음을 앞에두고 힘없이 눈을 감았다. 적어도 죽는것은 드라마 속 주인공 답게 죽어보자고 생각하며. 하지만, 둔기에 의해 느껴지는 충격은 없었다.

“헤?”

 

왜 그런걸까 생각하며 눈을 떠본 나는 짧고도 요상한 목소리를 내뱉었다.

 

왜냐하면 꿈속에서 보았던 백발의 남자가 내 앞에 서있는채로 차원종을 칠흑의 검으로 궤뚫었기 때문이다.

 

꿈에서 보았을때는 어두워서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지금 선명하게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칠흑의 갑옷, 새하얀 머리카락, 모든것을 포기한듯한 보라색 눈동자.

 

분명 꿈속에서를 제외하고 처음보는 얼굴일 것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익숙한 느낌이 드는것일까.

 

반쯤 넋을 놓고 방금 전까지만 해도 죽을 뻔했다는걸 잊어버린채 나는 골똘히 눈앞의 남자에 대해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던 와중 내게 다급하게 소리치며 달려온 소년의 모습에 나는 눈앞의 남자에 대해 잠시 생각을 미루었다.

 

“이슬비! 다친데는 없어?”

 

“어... 응. 일단 없어.”

 

“그래? 다행이다... 그런데, 이녀석은 누구야?”

 

“나도 몰라.”

 

꿈속에서 본적이 있긴 하지만 알고있는 사람은 아니다. 아니, 애초에 꿈속에서만 보았던 남자가 누군지 알수있을리가 없다. 하지만 일단 내 목숨을 구해준 사람이니 정중하게 감사를 표하자.

 

“어, 저기... 구해주셔서...”

 

그렇게 감사의 인사를 표하며 말하던 나는 순간 입을 다물수 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눈앞의 남자가 이세하에게 순간적으로 검을 휘두르며 위협을 가했기 때문이다.

 

“우왔!!”

 

갑자기 휘둘러진 검에 다행히도 이세하는 간신히 건 블레이드를 손에 잡고는 공격을 막아내었지만 눈앞의 남자는 이세하를 향한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대체 무슨...”

 

그저 멍하게 바라보며 바보같은 목소리로 중얼거릴수 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내 목숨을 구했던 남자가 이세하를 갑자기 공격하는 이유를 알수도 없거니와 어째서 남자의 힘이 묘하게 익숙한 것인지 알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가지는 확실했다.

 

나는 이 남자를 알고있다는 것을.

 

“칫, 터져라!”

 

계속해서 방어하기에 급급하던 이세하가 기합과 함께 압축된 폭발을 일으켰다. 그 충격에 주변에 돌풍이 불며 칠흑의 갑옷을 입은 남자의 몸을 밀어내었지만 동시에 이세하도 밀어내었다.

 

잠시 밀려난 탓에 몸의 밸런스를 잃은 남자는 칠흑의 검은 바닥에 꽂으며 자세를 지탱하더니 이내 조용히 읆주렸다.

 

“...터져라.”

 

그리고 그 조용한 목소리와 동시에 아까보다도 몇배는 큰 압축폭발이 일어났다.

 

“으악!”

 

엄청난 양의 위상력이 방출되며 붉은 불꽃과 함께 나와 이세하를 밀어내었다. 다행이도 폭발의 방향은 나를 향하지 않았기에 나는 그저 밀려나는것으로 끝났지만 이세하는 달랐다. 어떻게든 위상력으로 폭발을 상쇄한것 같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세하는 돌풍에 의해 거의 내동댕이 쳐지듯이 뒤로 날아갔다. 방금그거는 분명...!

 

“이세하!”

 

뒤로 힘없이 날려지는 이세하를 보고는 그의 이름을 외치며 앞으로 달려나간 나는 그대로 정체불명의 남자가 또다시 공격하지 못하게 중력장을 생성해 발을 묶었다.

 

그러나 발을 묶는것도 그저 수 초 뿐이였다. 남자는 이내 아무렇지도 않게 중력장을 힘으로 꺠뜨렸고 뒤로 내동댕이쳐진채 바닥에 누워있는 이세하를 향해 검을 겨누었다.

 

대체 무엇을 할 생각인가, 라고 순간 생각하였지만 어딘가 겹쳐보이는 익숙한 남자의 모습이 그 의문을 날려버렸다.

 

“그럴수가...”

 

닮맜다. 마치 쌍둥이 처럼.

 

그렇다. 남자의 모습은 머리색과 눈동자색을 제외하면 이세하와 거의 똑같이 생겼다. 대체 어떻게 그럴수가 있는걸까?혹시 형상복제자 인건가? 아니 그럴리가, 형상복제자가 저렇게 어마어마한 힘을 지니고 있을리가 없다.

 

“거기! 괜찮습니까 요원님?!”

 

그렇게 눈앞에 보여진 남자의 모습에 순간 집중을 잃고 생각에 빠졌던 순간, 근처에서 특경대원들이 몰려오는게 보였다.

 

순간 오면 안된다고 생각하며 입을 열려던 나는 어느새 눈앞의 남자가 모습을 감춘것을 보고는 반쯤 열었던 입을 다물었다.

 

그 후로 특경대원들이 다가와 사정을 묻고는 나와 이세하의 몸에 난 잔상처와 부상들을 치료하며 우리를 본부까지 대려다 줬다. 다행이도 이세하의 상처는 그렇게 크지 않았고 작전에서 나온 사망자는 단 한명도 없었다. 부상자가 몇명 있기는 했지만 지금 현재 대부분의 의무요원들이 현장에서 부상자들을 치료하고 있기에 괜찮을 것이다.

 

그렇게 복잡스러웠던 하루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온 그날 밤, 나는 다시 꿈속으로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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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insman님의 작품을 허락을 맡고 대신 업로드한 것입니다

2024-10-24 23:21:01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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