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C.U.B.E (6) -End
건삼군 2018-10-28 1
“...엄마...?”
갑자기 나타난 눈앞의 여성에게 떨리는 목소리로 '엄마' 라고 이슬비가 중얼거리자 정체불명의 여성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래, 엄마란다 슬비야.”
순간 내가 잘못 들은줄 알고 이슬비의 표정을 바라보았지만 당황한듯한 여력이 가득한 그녀의 표정이 내가 잘못들은것이 아니라는것을 증명했다. 물론, 저게 진짜 이슬비의 엄마일 리는 없다. 이슬비의 부모님은 그녀가 어릴적에 돌아가셨다고 들었고 게다가 그 돌아가신 부모님이 다른곳도 아닌 이런 미쳐 돌아가는 가상현실속에서 나타날 리가 없다. 그녀의 부모님을 한번도 본적이 없는 나조차 금방 가짜라는걸 알았기에 이슬비가 알아채지 못할 일은 없었지만 그녀의 마음을 혼란스럽게 해 틈을 만드는데에는 충분했다.
“이슬비!!”
이슬비가 잠시 반박하며 틈을 보인 사이에 이슬비의 엄마의 모습을 한 녀석은 순식간에 그녀의 뒤로 다가가 손날을 내리쳐 이슬비를 기절시켰다. 그리고 이슬비가 엄마라고 부른 정체불명의 여성이 그녀를 낚아챔과 동시에 나는 주저없이 뛰어들었다. 저 여성이 이슬비의 부모님이 아니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나는 전력을 다해서 질주했고 위상력을 최대한 끌어올린 검격을 정체불명의 여성을 향해 휘둘렀다. 하지만 검격이 휘둘러짐과 동시에 여성은 이슬비를 방패로 삼듯이 앞에 내세웠고 나는 그 행동에 즉각적으로 반응해 검격을 아슬아슬하게 멈추었다.
온 힘을 다해서 강제로 검격을 멈춘탓에 상대에게 큰 틈을 보이고 만 나를 반겨주는것은 여성의 발차기였다. 의외로 발차기의 위력은 여성의 외견과 같이 평범하다 못해 간지러운 수준이였지만 고등학생인 나는 뒤로 넘어뜨리는거엔 충분한 수준이였다.
잠시 뒤로 밀쳐진 나는 이내 재빨리 자세를 바로잡으며 태세를 잡은 나는 다시한번 돌진하기 위해 위상력을 다리에 집중했지만 어떠한 이변에 의해 돌진을 멈추었다.
여성이 이내 다시한번 그림자를 일렁거리며 모습을 바꾸었던 것이다. 다시 한번 바뀐 여성의 모습은... 내가 잘 알고있는 얼굴이였다. 강남의 침공, 테러리스트의 국제공항 점거, 시베리아의 군수공장, 불타는 뉴옥, 그 모든것을 뒤에서 조종했던 남자. 그리고 분에 넘치는 힘에 우리들의 손에 소멸한 그가 내 앞에 서있었다.
“...데이비드? 어떻게 이곳에...”
예상치 못한 모습에 당황한 나는 반쯤 넋이 나간듯한 말투로 녀석에게 말했다. 하지만 녀석은 내 질문을 무시하고는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마음같아서는 자네들을 지금 당장 죽이고 이슬비요원을 인형으로 만들고 싶지만 참도록 하지. 이슬비 요원을 돌려받고 싶다면 분리장치가 있는곳으로 찾아오게나 이세하군. 살아남는다면 말이지.”
살아남으면? 그게 대체 무슨... 아니, 그 이전에 저인간이 어떻게 이곳에...
녀석의 말에 의문을 느끼며 속으로 그렇게 물은 순간, 녀석이 권총을 꺼내들고는 나를 향해 겨냥했다. 물론 대구경 소총탄에도 멀쩡한 위상능력자인 내가 고작 권총에 죽을리는 없었고 녀석 또한 그 사실을 알고 있었을 터였다. 권총따윈 위상능력자 에게 상처하나 입히지 못한다.
위상관통탄이 아닌 이상에는 말이다.
그 사실을 자각함과 동시에 오한이 온몸을 감싸었다. 본래 위상능력자의 반응속도와 신체능력이라면 총알을 피하는것이 그렇게 어렵지는 않다. 하지만 평소에 맞아도 별 상관없다는 생각이 내 반응 늦추었고 그탓에 발사되는 총알을 피하기에는 너무 늦었었다.
-회피 불가능
[탕! 탕! 탕!]
여러번의 총성과 동시에 발사된 총알은 정확하게 나를 향해 날아가 붉은 피를 흩뿌렸다.
내것이 아닌, 나를 감싼 소녀의 피를.
내 앞을 가로막은 흑발의 소녀가 쓰러지던 그 순간, 모든것이 느려졌다. 마치 영상을 느리게 재생하는것 처럼.
그 찰나의 순간이 지나가고 정신을 차려보니 소녀가 내게 기댄체 쓰러려 있었다. 나를 감싸 총알을 맞은 그녀의 등은 붉게 물들여지고 있었고 내 손에는 내것이 아닌 피가 묻어있었다.
아니야, 아닐거야, 분명 가벼운 상처일거야.
-총상중에 가벼운 상처란게 있나?
분명 스친거일거야.
-그런것 치고는 피가 많은데?
지금이라도 응급처치를 하면 괜찮을거야.
-하는 방법은 알고있어?
수많은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가며 제안을 내놓았지만 나는 눈 앞에서 일어난 일을 받아드릴수 없었다. 아니, 그건 거짓말이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이미 받아드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사실을 믿고싶지 않은것일 뿐일지도 모른다.
“흠, 의도치는 않았지만 자네의 그 얼빠진 표정을 보니 이건 이것대로 괜찮군. 그럼 나는 목적을 달성했으니 이만 물러나도록 하지. 그녀가 연장해준 목숨, 최대한 길게 이어보게.”
그렇게 현실을 회피하며 내 앞에 쓰러져있는 소녀를 보고있는 내게 데이비드는 사무적인 말투로 말하고는 이슬비와 함께 모습을 감췄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어디부터가 잘못된 것일까. 어쨰서 나만 이렇게 멀쩡하게 살아있는 것일까.
빠르게 행동했다면 희생되지 않았을 것이다.
냉정하게 판단했다면 멈출수 있었을 것이다.
진작에 말렸다면 구할수 있었을 것이다.
피할려고 마음만 먹었으면 피할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모든 순간들 중에서, 나는 한번이라도 그렇게 행동하였는가? 아니다. 그렇게 한명씩 한명씩 잃어가면서도 깨닿지 못하고 똑같은 실수를 반복했다.
그래, 이건 모두 내 탓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렇게 뻔뻔하게 살아있다.
“...아니야, 네 잘못이 아니야..”
“!”
자기 자신을 자책하며 자학감에 빠지던 순간, 사라져 버린줄만 알았던 목소리가 들렸다.
“서유리..? 괜찮은 거야?”
“...괜찮지는... 않은것 같아... 눈 앞이 잘 않보여...”
“기다려, 조금만 참아! 금방 분리장치를 찾아서 현실로 보내줄게!”
조금만 더 참으라는 말과 함께 그녀를 업고선 신호가 보내지고 있는곳 까지 이동하려던 순간, 그녀가 고개를 저으며 나를 멈춰 세웠다.
“...그건 힘들것 같아...”
쓰러진 그녀의 주변에는 피가 홍수처럼 흘러져 있었고 그녀의 안색 또한 이미 생기를 잃어가고 있었다.
앞으로 서유리의 생명이 다할떄 까지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될까. 5분? 아니, 그보다 짧을 것이다. 전혀 알고싶지 않은 사실이지만 저주스럽게도 머릿속 한편으로는 이미 서유리가 죽을거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왜 날 감싼거야...”
그런 사실을 꺠달으면서 나는 그녀에게 원망하는 듯한 목소리로 질문했다. 그러자 서유리는 잠시 숨을 가쁘게 들어 마시더니 작지만 결코 약하지 않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번에는 꼭 지키고 싶었어...”
서유리는 그렇게 대답하고는 가쁘게 말을 이어갔다.
“있지... 줄곧 생각했어... 내가 다리를 헛디딘것 때문에, 그리고 더 나은 방안을 구하지 못했던것 떄문에 아저씨랑 테인이가...”
“...아니야, 그건...”
그건 모두 내 탓이다, 라고 말하려던 순간, 서유리가 내 말을 가로막으며 조용히 말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구할수 있었어...””
그동안 계속 모든것은 내 탓이라고 나는 자책해 왔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것은 나뿐만이 아니였던 아니였던 것이다. 그녀는 계속 스스로를 헐뜯고 있었던 것이다. 그야 어쩌면 당연할것이다. 왜냐하면 나와 달리 미스틸과 아저씨의 죽음의 가장 큰 원인은 그녀였기 떄문이다. 그렇기 떄문에 나의 자책감보다 서유리의 자책감이 훨씬 컸을지도 모른다.
정말 바보같은 녀석이다. 평소에도 항상 어딘가 모자랗게 보이던 그녀답게 역시 서유리는 바보였다. 자신을 먼저 생각할 것이지 왜... 나를....
“...왠지 졸려... 죽는다는게... 이런 느낌일까...?”
“...”
“...그런 표정 짓지 마. 세하 너는 웃는게 더 어울려...”
그런 서유리의 말에 나는 최대한 억지로 표정을 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서유리는 잠시 내 얼굴을 보고는 미소를 짓더니 이내 거의 들리지 않는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웃어줘.]
그리고 그녀는 그렇게 속삭인 뒤, 미소를 지으며 마치 자는듯한 얼굴로 눈을 감았다. 금방이라도 건드리면 일어날것만 같은 분위기를 띄운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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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떠보니 사방이 빛으로 덮혀 있었다. 대체 이곳은 어디일까 하고 생각하며 소녀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자 그곳에는 노란 썬글라스를 쓴 남성과 소녀같은 분위기를 띄고있는 어린 소년이 서있는채로 소녀를보며 웃고 있었다.
순간 무언가 말이 나오지 않아 그저 남성과 소년을 바라보고있던 흑발의 소녀는 속으로 생각했다.
혹시 나를 원망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소녀를 불안감에 휩싸이게 만들었다.
하지만, 자신을 보고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는 그들을 보자 불안감이 일순간에 날아갔다. 그리고, 그녀는 그들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달리며 그들에게 다가가자 그 두명은 웃으며 소녀를 맞이하였다.
-수고했어 유리야.
라고 말하며.
그리고 그들의 품에 안김과 동시에 CUBE 시스템은 하나의 신호를 보내며 소녀의 접속을 강제로 끊어버리는 절차를 실행했다.
본래라면 매우 빠르게 실행되었을 절차가 이번만큼은 느리게 실행되었던 것은 오류였을까, 아니면 기적이였을까. 그 사실을 아는자는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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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B.E 시스템 접속자: 2명
-User J: Offline
-User Misteltein: Offline
-User Yuri: Off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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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윽, 큭...!”
물기가 가득한 울음인지 비명인지 모를 소리가 내 입에서 새어 나왔다. 그리고 동시에. 참고있던 눈물들이 눈앞을 가리며 내 뺨을 타고 흘러내려 소녀의 얼굴에 떨어졌다. 잠시 소녀의 얼굴을 바라보았지만 그녀가 깰듯한 기색은 없었다.
그렇게 잠시 주저 앉아있던 나는 흐르는 눈물을 딱지 않은채 자리에서 일어나 살며시 그녀의 시신을 안아 꺠끗한 곳에 옮겨놓았다. 그리고는 주먹을 벽에 온 힘을 다해 날렸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대리석으로 이루어진 벽에 금이 갔지만 그에비해 내 손은 멀쩡했다. 그 사실을 깨닿자 무언가의 분노가 내 이성을 밀어내었다.
분노가 확 쏫구서 오르자 나는 이내 벽을 수차례 내리쳤다. 그러자 수많은 균열과 함께 벽의 일부분이 떨어져 나갔다. 그리고 그제서야 장갑을 낀 내 손에서 붉은 피가 조금씩 흘러나왔다.
“...끝을 내자.”
이제 내게 남은게 무엇이 있을까. 모두 내 곁에서 사라져 버렸다. 모두가 살아남는 기적은 없었고 그 누구도 구할수 없었다. 모든것이 허무했고 의미가 없는듯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구할려고 발버둥쳐야 할게 하나 남아있었다.
그 사실을 자각한 나는 피가 흘러나오는 손을 무시하고 단말기를 꺼내든채 분리장치가 있는곳으로 향했다. 내게 유일하게 남은것을 구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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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장치가 위치한곳을 찾는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그저 신호를 따라가니 Eject Pods 라는 팻말이 붙어있는 커다란 문이 있었고 나는 그 문을 천천히 열었다. 그러자 귀에 거슬리는 금속음과 함께 여러 기계장치들이 내 눈에 띄었다.
“결국 어리석게도 왔군 이세하군. 정말이지, 부디 말해주게나. 모든것을 잃은 심정은 어떤가?”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이 녀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데이비드는 문에서 꽤나 떨어진 곳에 위치한 기계장치 위에 서서 나를 내려다 보고있었다. 내 대답을 기다리는듯 잠시 가만히 있던 녀석이지만 내가 입을 열지 않자 기계장치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동시에, 나는 녀석을 향해 천천히 걸어나아갔다.
“정말이지, 이슬비요원을 천천히 침식시켜 인형으로 만들려고 했는데 이렇게 나를 방해하러 오다니, 자네는 정말 어리석군. 하지만, 한편으로는 기대되는군. 자네가 얼마나 더 절망스런 표정을 지어 나를 즐겁게 해줄지 말이야.”
데이비드는 나를 조롱하듯이 비웃으며 말했지만 나는 녀석의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 그 대신, 한가지 질문을 했다.
“한가지만 물어보자. 어떻게 살아있는거지?”
질문에 큰 의미는 없었다. 그저 의문을 풀고싶었을 뿐이다. 어째서 뉴옥에서 죽었을 녀석이 살아있는지, 그리고 왜 이곳에 있는지. 그저 알고싶었을 뿐이다.
“살아있다, 라. 그건 잘못된 생각이군. 왜냐하면 나는-”
그렇게 녀석은 말을하며 다시한번 그림자가 드리우지듯 모습을 바꿨다. 내가 아주 잘 알고있는 모습으로.
“-죽은적이 없기 때문이야.”
약간의 푸른빛이 도는 은발과 금색 눈동자. 40대라고 생각되지 않을 외모를 가진, 그래.
엄마가 바로 내 앞에 서있었다.
“겉모습은 껍데기에 불과해. 모습따윈-”
녀석은 이번에는 모습을 제이 아자씨로 바꾸며 말을 이어갔다.
“-얼마든지 바꿀수 있기 때문이지.”
그렇게 모습을 바꾼 녀석은 데이비드로 모습을 바꾸며 말을 끝맺었다.
“CUBE시스템의 코어와 기술자의 인격이 섞인 존재, 그게 바로 나다.”
별로 놀랍지는 않았다. 이제와서 녀석이 누군지 알았다고 해서 바뀌는것은 아무것도 없었고 과거를 바꿀수도 없었다.
“자, 그럼 이세하군. 이만 죽어줘야 겠어. 내 힘으로는 너를 죽일수 없다는게 아쉽지만, 그 대신 네가 절망에 빠지는 것을 관람하도록 하지.”
녀석이 노이즈가 낀 목소리와 함께 말하는것과 동시에, 주변이 기계로 가득하던 분리실의 풍경이 바뀌었다. 끈임없는 평지와 언덕이 펼쳐져있는, 눈이 쓸쓸하게 내리고 있는 설원으로. 마치, 그 어떤것도 존재하지 않고 모든 존재를 잃어버린듯한 누군가의 마음이 실체화한 듯한 공간으로.
“어떻게 된거지..? 뭐냐, 왜 이런 절망이라곤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 풍경이 나온거냐...”
갑자기 당황하며 말하는 녀석을 보아하니 아무래도 이 공간은 저 녀석이 의도한것이 아닌것 같았다.
“...뭐, 상관없다. 너는 이곳에서 죽을것이다!”
녀석이 소리치며 손짓을 하는것과 동시에, 하나의 거대한 몸집을 지닌 차원종이 하늘에서 낙하하며 내 앞에 나타났다.
[크워워워!!!]
내 앞을 가로막은 차원종의 정체는 말렉이였다. 나, 그리고 검은양팀이 처음 마주쳤던 A급 차원종이자 아직도 내 기억속에 생생히 떠오르며 가끔 악몽을 꾸게하는 차원종이 내 앞을 가로막았다.
“...비켜.”
하지만 지금은, 공포같은 감정 따위는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분노도, 공포도, 절망감도, 그 무엇하나 느껴지지 않았다.
말렉보다 먼저 움직인건 나였다. 순식간에 녀석의 앞까지 도달한 나는 건 블레이드를 휘두르며 말렉의 다리를 베어내자마자 바로 자세를 바꾸며 녀석의 등에 올라타 건 블레이드를 등에 꽃아넣고선 그대로 녀석의 등을 밝고 달리며 말렉의 살갗을 베어내었다.
[크에에엑!!]
비릿한 냄새와 함께 건 블레이드를 뽑아내자 말렉은 반으로 갈라진 가죽과 함께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너무나도 쉽게 말렉을 처리하자 녀석은 당황했는지 다시한번 손을 휘둘러 또하나의 차원종을 불러내었다.
두번째로 녀석이 소환한 차원종은 아스타로트였다. 한때 강남을 불바다로 만들고 나와 검은양팀을 절망으로 몰아넣었던 S급 차원종인 아스타로트를 소환한것으로 보아서는 아무래도 녀석은 내 기억속에서 이런 차원종들을 불러오는것 같았다. 어떻게 내 머릿속을 들여다 보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코어인지 뭔지의 권한을 사용한거겠지.
S급 차원종. A급 차원종인 말렉이 걸어다니는 재앙이라고 불릴 정도인데 S급은 말 그대로 나라 하나는 멸망시킬수 있는 급이였기 떄문에 녀석이 나같은 클로저 하나를 죽이자고 아스타로트를 불러낸 것은 탁월한 선택, 이라고 하기보다는 과잉반응 이라고 할수 있었다.
하지만, 녀석은 모르고있다.
나, 정확히 말하자면 ‘우리’는 그런 괴물급의 차원종을 이미 한번 쓰러뜨렸다는 것을.
“덤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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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을 차려보니 하얗게 눈으로 덮힌 설원은 어느새 부터인가 차원종의 피로 물들어져 있었다.
게다가 주변에는 차원종의 시체들로 가득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녀석이 계속해서 차원종을 불러내었고 나는 불러내어진 차원종을 계속해서 베었기 떄문이다.
온힘을 다해서 단신으로 아스타로트를 아슬아슬하게 쓰러뜨리자 다음으로 나타난 것은 금빛 장발을 지닌 활잡이였다. 활잡이가 활시위를 당김과 동시에 화살비가 내려쳤지만 나는 그것들을 최대한 피하거나 영격해 치명상만 피하며 활잡이를 쓰러뜨렸다.
활잡이를 쓰러뜨리자 그 다음으로 나타난것은 심연의 악마였다. 거대한 몸집과 뿔을 지닌 악마는 여러가지 환영들을 내게 보여주며 나를 몰아세웠지만 나는 그것들을 무시하고 **듯이 건 블레이드를 휘두르거나 격발하며 공격을 감행하였다. 그러자 심연의 악마는 어쩌다 보니 쓰러졌고 내 몸은 이미 엉망진창이 되기 직전이였지만 적들은 계속해서 내앞에 나타났다.
심연의 여왕, 거대한 미라주개체, 오랜 잠에서 꺠어난 짐승, 배신당한 용들의 군주.
원래대로라면 나혼자 쓰러뜨리기는 커녕 상대하기도 힘든 적들이였지만 다행히도 녀석들은 모두 진짜보다는 많이 약한 상태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전투도중에 몇번이나 죽음의 문턱을 보았고 녀석들을 쓰러뜨리는 대가로 내 몸은 완전히 망가져있었다.
온몸에 감각이 없다.
귀는 섬광탄이라도 맞은듯이 울리고있다.
눈앞이 계속해서 흐려진다.
팔은 돌덩이 처럼 무거웠고 다리는 마치 족쇄라도 박힌듯 움직이지 않았다.
그래. 내 몸상태는 말 그대로 걸어다니는 시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속으로 그렇게 외치며 나는 나를 역겹다는듯이 바라보고있는 데이비드의 모습을 하고있는 녀석을 향해 한걸음씩 앞으로 나아갔다.
녀석의 바로 앞에까지 도착했을때, 녀석은 나를 향해 발차기를 날려 나를 다시 바닥에 쓰러뜨렸다. 몸상태가 멀쩡하다면 그냥 눈감고도 피하거나 오히려 찬쪽을 날려버릴수 있었겠지만 내 몸은 현재 일반인보다 약한 상태였다. 말 그대로 죽기 바로 직전이였으니까.
하지만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한번 일어나 녀석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아까와도 같이 녀석은 나를 발로 차 쓰러뜨렸지만 나는 이번에도 다시 비틀거리며 일어나 녀석을 향해 다시한번 발걸음을 내딛었다. 그러자 녀석은 분노가 느껴지는 목소리로 물었다.
“...왜냐. 왜 그렇게 까지 발버둥 치는거냐.”
“나는 이미 네게 절망을 주기위해 모든것을 빼앗아갔다. 그런데도 왜, 너는 절망하지 않는거냐!! 복수떄문인가? 아니면 그저 발버둥치는 것인가, 이유가 무엇이기에 너는 포기하지 않는거냐!!”
녀석은 그렇게 내게 분노하며 목적을 달성하지 못해 짜증을 부리는 아이처럼 내게 물었다.
대체 나는 왜 이 지경이 될떄까지 싸우고 있는것일까?
지켜볼수 밖에 없었다.
도와주지 못했다.
구해주지 못했다.
주변 사람들을 하나 하나 잃어가면서도 나 자신은 이렇게 부질없이 살아있다. 더 이상 살고싶은 마음은 없었고 그저 모든것을 포기하고 그냥 눈을 감은채 이 세계에서, 현실에서 그냥 조용히 떠나고 싶었다. 목숨을 부지해봤자 의미가 없기에.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내가 싸워야할 이유가 하나 남아있었다. 구하려고 했지만 모든것을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내게 남은 하나가. 평소에 매우 잔소리를 많이하고 가끔은 심하게 다투는, 하지만 미워할수 없는 분홍색 머리를 지닌 작은체구의 소녀가...
“...남았으니까.”
“뭐?”
“아직 지켜야할게 하나 남았으니까.”
그 누구도 지키거나 구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하지못해 마지막 한명이라도 구하기 위해 이 뻔뻔한 목숨을 써버리자.
“불쾌하기 짝이 없군. 절망은 커녕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다니. 흥미가 떨어졌다. 이만 죽어라.”
녀석의 흥미도 이제 떨어졌는지 녀석은 내게 천천히 다가와 위상관통탄이 담겨진 권총을 꺼내들고는 내게 겨누었다.그리고는 사악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무리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다지만 마지막정도는 나를 즐겁게 해주게나.”
그리고는 녀석이 방아쇠를 당김과 동시에 총성이 울려퍼졌다.
“...크아아아악!!!”
하지만 총성이 울려퍼지고 들려온것은 내 목소리가 아닌 녀석의 비명이였다. 그리고 총신에서 연기를 내고있는 권총은 녀석의 손에 들려있는게 아닌, 내 손에 쥐어져있는 권총이였다. 위상력 조절이 서툴던 서유리가 자주 사용하던, 그리고 자주 장난치던, 그녀의 유품이였다.
“아, 안 돼... 아직 인형을 만들지... 못했... 이렇게... 끝날순.... 나는 구원받는게... 아니라...”
총상을 입은 녀석은 바닥에 선혈을 그리며 발버둥치고 있었고 이상한 노이즈를 만들어냄과 동시에 모습이 변하고 있었다.
“... 이게... 죽...음... 이럴 수는.... 컥...”
짧은 단마디의 비명과 함께, 녀석의 목숨이 끊어지자 한때 세상을 뒤집었던 사내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유니온의 로고가 그려진 옷을 입은 한 남성이 대신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아마 저 남자가 바로 기술자 일것이다.
나와 팀원들을 계속해서 몰아넣고 전멸 직전까지 몰아넣었던 존재의 죽음은 어느 이야기에서나 나올만큼 허무했었다. 죽음을 구원이라고 부르며 이 세계를 지옥 그 이상으로 만들어버린 그는 마지막에 무슨 감정을 느꼈을까.
“...이슬비...”
녀석의 죽음, 그리고 어느샌가 원래대로 돌아온 주변의 풍경은 내게 그 어떠한 감정조차 주지 못했다. 왜냐하면 내 정신은 이슬비를 찾는것에 팔려있었기 때문이다.
이슬비를 찾는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녀는 원래는 분리실의 뒤쪽에 위치한 제단 비슷한곳에 누워있었고 마치 깊게 잠든것처럼 눈을 감고있었다.
그리고 자고있는 분홍색의 소녀를 꺠우기 위해 ‘나 왔어,’ 라고 말하며 그녀에게 다가간 순간, 다시한번 세상이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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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러운 소리가 저 멀리에서 들려왔다. 주변에는 푸른나무와 벤치가 놓여져 있었고 하늘은 말 그대로 구름한점 없는 푸른색이였다. 그래, 소위 말하자면 ‘공원’ 이였다.
나무들 저 너머로는 커다란 아파트와 빌딩 몇채가 얼핏 보이고 있었고 사방에는 어린 아이들이 부모님과 함께 소풍을 즐기고 있었다.
이곳은 대체 어디일까? 아직 CUBE시스템 속 인건 확실하다. 왜냐하면 내 몸은 여전히 엉망진창에다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였기 떄문이다. 하지만 이 풍경은 지금까지 보아왔던 지옥과도 다름없던 CUBE시스템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평화로웠다.
-이슬비는 어디에?
이질적인 평화로움 속에서 스스로 물으며 주변을 둘러보자 어딘가 익숙한 느낌이 드는 어린 소녀가 눈에 보였다.
나이는 한 7살정도 될까. 연한 갈색의 머리칼과 눈동자를 지닌 여자아이는 작은 리본을 머리에 달고있었고 부모님으로 보이는 남성과 여성이랑 행복하게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있었다.
그냥 착각인가 생각한 나는 다시 이슬비를 찾으려고 고개를 돌리려고 했지만 여자아이의 곁에 앉아있는 여성의 얼굴을 보고는 이미 어지러운 머리에 망치를 휘두려진듯한 느낌을 받았다.
왜냐하면 여성의 얼굴이, 이슬비가 엄마라고 불렀던 여성의 얼굴과 똑같았기에.
"아주 잘했어 슬비야!"
"아빠! 이거 봐보세요!!"
"하하하, 좀 진정하렴 우리 공주님."
이제야 알겠다. 이곳은 이슬비의 기억속인 것이다. 이 평화로운 일상도, 활기가 넘치는 공원도, 모두 그녀가 부모님을 잃기 전까지 지니고 있던 추억들 인것이다.
“...이슬비, 가자. 구하러 왔어.”
그런 사실들을 꺠달으며 나는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있는 어린시절의 이슬비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그러자 그녀는 잠시 뒤를 돌아 나를 바라보았고 이내 슬픈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미안. 나는 여기에 남고싶어.”
그녀가 말하는것과 동시에 어린시절의 이슬비는 다시 내가 알고있던 긴 벛꽃색 장발을 지닌 소녀로 돌아와있었다. 그리고 이슬비는 이내 말을 이어갔다.
“이곳에서는 행복해질수 있어. 더 이상 만나지 못하는 사람들과도 만날수 있고.”
“이슬비-”
“이곳에 있으면 행복해. 그리고 그리웠던 부모님과 다시 같이 살수있어. 나는 그걸로 충분해.”
도중에 이슬비의 말에 끼어들으려 했지만 이슬비는 그것을 제지하며 그렇게 말했다.
그래. 이슬비의 말이 이해가 간다. 그녀의 가족이 누구였는지, 그리고 어떤 사람이였는지 전혀 모르는 나조차도 웃으며 대화하는 어린 모습의 이슬비를 보면 그녀가 얼마나 행복한지 알수 있었다. 하지만...
“...이건 진짜가 아니야. 이런건 결코 행복이라고 할수 없어.”
“...”
“이슬비. 분명 이곳에 계속 있는다면 추억을 되세기며 행복해질지 몰라. 하지만 그건 그저 도망치는것일 뿐이야.”
현실에서 도망치고 거짓으로 만들어낸 행복은 반드시 그 어딘가가 일그러져 있다. 그 일그러짐은 언젠가 결국 행복을 부숴버리고 사람을 망쳐놓는다.
그렇기에, 아무리 현실이 절망적이여도, 아무리 불행해도 그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니까... 이제 그만하자. 더 이상 현실에서 도망치지마.”
“... 하지만... 이렇게 라도 하지 않으면 난 견딜수 없을거야...”
“알아. 하지만 넌 혼자가 아니야. 앞으로도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분명 절망적인 일들이 많이 있을거야. 하지만, 그런 절망적인 일만큼 행복한 일들도 많이 겪을거야. 그리고 네 주변 사람들은 네가 절망적일때 도와줄거고 행복할때는 기뻐해줄거야. 그러니까-”
“-조금이라도 발버둥 쳐보자.”
“!”
말이 끝나고 이슬비를 바라보자 그녀는 어느샌가 울고있었다. 조금씩 떨어지는 눈방울에 놀란 그녀는 흘러내리는 눈물을 쳐다보았고 이내 손을 움직여 눈을 비볐다. 그리고는 그제서야 자신이 울고있다는 사실을 알아챈듯 눈물을 닦으며 울음기가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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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자, 그녀가 말한 그 한마디와 함께 세상이 다시한번 바뀌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우리는 또다시 수많은 기계장치가 놓여져 있는 곳으로 돌아와 있었다. 다른점이라면 시스템의 코어가 죽은탓인지 주변이 서서히 붕괴되고 있었다. 아마 머지않아 이 세계 자체가 사라지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붕괴현상속에서 대부분이 망가져있는 가운데 유일하게 남아있는 분리장치를 찾았다. 다행히도 수많은 냉동수면장치 처럼 생긴 기계중에 제대로 [분리포드] 라고 적혀있는 기계는 바로 우리 앞에 있었기에 찾는게 어렵지는 않았다. 그리고 분리포드의 뚜껑을 열은 나는 그대로 이슬비의 손을 붙잡고 그녀를 거의 던지듯이 포드속에 밀어넣었다.
“아파... 이세하, 갑자기 뭐하는 짓이야!?”
갑자기 밀쳐진 탓에 성을 내는 이슬비였지만 나는 그런 그녀를 무시하고 그대로 분리포드의 뚜껑을 닫아버렸다. 그리고는 나지막하게 말했다.
“아무래도 같이 갈수는 없을것 같아.”
“...뭐?”
순간 황당하단듯이 말한 그녀는 나를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쳐다보았지만 나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유일하게 남은 분리포드는 그거 하나뿐이야. 나는 같이갈수 없어.”
“하? 잠깐만, 지금 대체...”
“미안.”
같이갈수 없다는 내 한마디에 그녀는 순간 이해가 가지않았는지 얼굴을 찡그리며 의아해 했지만 이내 내 말뜻을 이해하고는 손으로 투명한 분리포드의 뚜껑을 마구잡이로 두드리며 소리쳤다.
“이거 지금당장 열어 이세하!! 같이 발버둥 쳐보자며!! 그러면 약속을 지키라고!!!”
“이미 충분히 발버둥쳤어.”
그래. 나는 이제 내게있어서 마지막으로 남은 것을 구했고 더 이상 발버둥칠 의미따윈 내게 남아있지 않았었다.
“이슬비. 조금은 웃어봐. 마지막으로 얼굴을 보는건데 이왕이면 웃는게 좋잖아.”
“이 나쁜자식!! 이세하, 빨리 이거 열어! 안 열면 널 평생 미워할거니까 열라고!!”
온힘을 다해 포드속에서 나오려던 이슬비지만 나는 그저 포드의 옆에 기댄채 그 행동을 억지로 무시하고는 패널을 조작해 Eject라고 적혀있는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기계적인 음성이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
[Ejection sequence activation in T-minous, 5, 4, 3-(분리절차 시행까지 앞으로 5, 4, 3-)
“이세하!!”
-2
-1
“어...그러니까... 잘가.”
-0. Sequence activated. (분리절차 시행.)
그렇게 마지막을 고하는 기계음성이 울리자 분리포드속에 있던 이슬비는 카운트 다운이 끝남과 함께 사라져있었다. 아마 확실하게 현실세계로 돌아갔을것이다.
라고 속으로 생각하며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붕괴는 어느새 바로 앞까지 진행되어 나를 집어삼킬 준비를 하고 있었고 나는 그걸 눈치채고는 눈을 살며시 감았다. 그리고는 속으로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아... 적어도 웃는모습은 보고싶었는데...
그리고 그와 동시에, 주변의 모든것이 하얗게 물들으며 나를 집어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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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떠보니 나는 또다시 황량한 설원에 서있었다. 죽을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이 세계는 여러모로 복잡한것 같다.
그렇게 속으로 생각하며 나는 눈으로 뒤덮힌 바닥에 쓰러지듯이 눞고는 하늘을 올라다 보았다. 하늘은 여전히 햇빛이 보이지 않은채 조용히 눈송이를 떨어뜨리고 있었고 그런 하늘을 바라보며 나는 졸음과 함께 눈을 감았다. 다행이도 망신창이가 된 몸에서는 더 이상 고통이 느껴지지 않았고 오히려 점점 편안한 기분이 들고있었다.
그저 허무했다. 나를 겨우 움직이고 있던 이슬비의 존재는 이미 이곳에서 사라져 현실로 돌아간지 오래고 내게 있어서는 더 이상 모든것이 의미가 없었다.
이곳에서 더 이상 나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펼쳐진것은 끝이없는 설원이다.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은채 자고싶었다.
그렇게 생각하며 눈을 감고 잠에 빠져드려던 순간, 한줄기의 햇살이 감고있던 내 눈을 비췄다.
갑자기 비춰진 햇살에 다시 눈을 뜬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햇빛이 비추고 있는곳으로 본능적으로 다가갔다. 그러자 그곳에는 눈위에 드러난 자갈길이 두갈래로 나위어져 있었다. 각각의 끝쪽에는 하나의 장면이 보이고 있었다.
오른쪽의 끝에는 나와 이슬비가 나란히 서있다.
왼쪽의 끝에는 나를 제외한 검은양팀의 모두가 나란히 서있다.
마치 어느 한쪽을 고르라듯이 나타난 두가지의 장면을 본 나는 자조적으로 웃으며 중얼거렸다.
“고민할 필요도 없지.”
그렇게 중얼거린 나는 주저없이 왼쪽을 향해 걸어나아갔다. 나는 없지만, 검은양팀의 모두가 살아있는 장면을 향해서.
그리고 이번에야 말로, 모든 감각이 내게서 멀어지며 나를 감싸었다.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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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B.E 시스템 접속자 4명.
User J: Reconnected... Left
User Misteltein: Reconnected... Left
User Yuri: Reconnected... Left
User Selbi: Left
....Core administraion overide -
moving authorization... complete.
User Seha(Administrator): Not responding...
.....
.....
.....
Conn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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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insman님의 작품을 허락을 맡고 대신 업로드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