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C.U.B.E (5)
건삼군 2018-10-28 0
클로저에게 있어서 죽음은 항상 가까이 존재한다. 임무를 나갔던 클로저가 예상치 못한 차원 변곡률에 의해 사망하는 것은 매우 흔한 일이고 차원종과 싸우는것 자체가 언제 어디서 목숨이 날아갈지 모르는 행위다.
지금까지 우리들은 수많은 일들을 겪으며 많은것들을 봐왔다. 강남이 불바다로 변했을 떄, 국제공항이 테러리스트 들에게 점령당했을 떄, 램스키퍼가 불시착 했을 떄, 그리고 뉴옥이 난장판으로 변했을 떄. 그 수많은 광경속에서 나는 사람들이 다치고 죽는것을 보았다.
하지만 그 수많은 일들을 겪고서도 우리들은 살아남았다. 죽음이 코앞까지 다가온적도 있었지만 우리는 결국 살아남았다. 그 탓일까, 나는 지금껏 잊어버리고 있었다.
죽음은 언제나 우리들의 곁에 존재했다는 것을.
죽음이 가장 먼저 집어 삼킨것은 제이 아저씨였다. 그동안 우리들을 격려해 주고, 가르쳐 주고, 그리고 보호해 주시던 아저씨가 떠났다.
그 다음은 미스틸이였다. 항상 밝은 분위기와 얼굴로 팀을 밝게 비췄던 어린 아이는 그 존재떄문에 폭주하다가 결국 우리들의 손에 의해 그 빛을 잃었다.
“...가야해.”
“뭐?”
먼저 떠나간 아저씨와 미스틸을 떠올리던 중, 이슬비가 미스틸의 시신을 살며시 바닥에 눞히고는 나지막하게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그녀의 눈시울은 붉었고 요원복에는 그녀의 것이 아닌 피가 묻어있었지만 그녀는 흔들리지 않는 표정으로 말하며 서있었다. 하지만 그 표정에서 무언가 익숙한 감정을 느낀건 기분탓일까.
“이곳에 있으면 위험해. 일단 기술자를 찾은 다음 이곳에서 나가야...”
그녀는 단말기를 확인하며 말했지만 문장을 끝내지 못했다. 왜냐하면 내가 거칠게 그녀의 옷깃을 잡으며 소리쳤기 떄문이다.
“그놈의 기술자는 이제 그만 집어치워!! 지금 상황이 어떤지 모르겠어? 임무는 이미 실패했어! 요원들은 죽었고 기술자는 행방불명이야, 게다가 아저씨랑 미스틸이 이 임무 하나떄문에 죽었다고!!”
기술자. 그 단어 하나가 자책감으로 뒤덮혀 있던 내 분노를 일꺠웠다.
물론 내가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없다는것은 알고있다. 제이 아저씨와 미스틸, 어떻게 보면 그 둘의 죽음은 내 탓이다.
계속해서 머릿속 한 구석에서 한가지의 생각이 떠나가질 않는다.
만약 내가 유리의 어꺠를 매고 좀더 강하고 빠르게 달렸다면 아저씨는 희생되지 않았을까...
아니면 만약 내가 분노에 몸을 맡기고 괴생명체에게 뛰어들지 않았다면 미스틸의 생명을 앗아가지 않고 제압할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계속해서 내 머릿속을 맴돌고 있었다.
그래. 모두 내 탓이다. 난 이슬비에게 이렇게 화낼 자격조차 없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엉망진창으로 뒤덮힌 감정이 나를 집어 삼킬것만 같았다.
“잘 들어 이슬비. 그 기술자를 구한다고 하자, 어떻게 할건데? 우리는 그 기술자가 어디에 있는지도 몰라. 게다가 지금 사방에 왠 괴생명체들이 나돌아 다니고 있고. 그 기술자를 구출하기 위해서 우리중에 누가 희생될까? 너? 나?”
“그럼 너는 이대로 우리들끼리 여기서 나가자는 말이야?! 이세하, 만약 우리끼리만 이곳에서 빠져나가면 아저씨하고 미스틸의 죽음이 뭐가되는데?”
내가 흥분한채 큰 소리로 말하며 이슬비의 팔을 강하게 붙잡았지만 이슬비는 내 팔을 거칠게 뿌리치며 똑같이 흥분하며 어떠한 감정이 서려있는 눈으로 나를 바라본채 그렇게 되물었다.
저 눈은 본적이 있다. 이슬비의 눈은 폐허가 되었던 뉴옥에서 내가 클론들의 진실을 알았을때 거울로 바라본 내 눈과 똑같았다. 분노, 그리고 복수감이 서려있는 그런 눈빛이였다.
그래. 이슬비는 지금 말로는 기술자를 구한다고 하는것 같지만 그녀의 눈빛은 오로직 복수감으로 가득했다.
“...이슬비, 너 설마 그 정**를 검은형체랑 싸울려고?”
“!”
정곡인가 보다. 예상치 못한 내 질문에 굳은 표정을 지은 이슬비는 잠시 경직한채 서있었지만 이내 대답없이 뒤를 돌아보고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분리장치로 갈거야. 준비됐으면 따라와.”
그렇게 말하며 걸어가는 그녀의 자그마한 등이 더욱 작아 보였던 것은 기분 탓... 이였을 것이다.
-----------------------------------------------------------
걷고 또 걸었다. 그리고 그렇게 걸어가며 생각했다.
대체 이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 구출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이곳으로 들어온 우리들의 임무는 사방에 깔린 괴생명체와 이 모든것의 원인으로 보이는 정체불명의 검은형체에 의해 어느새 탈출임무로 바뀌버렸다. 이미 우리들 중에서 제이 아저씨와 미스틸테인이 희생됬고 언제 어디서 또 검은형체가 공작을 부릴지 모른다.
상황은 최악이였다. 연이은 동료들의 죽음에 나와 이슬비는 점점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게 되었고 서유리는 자신의 손으로 미스틸테인을 죽인것 때문에 그 활발했던 감정들이 모두 죽어버린듯 조용했었다.
게다가 나와 이슬비는 아까처럼 계속해서 의견 불일치로 인해 서로 사이가 나빠져가고 있었고 우리는 그런 위태한 상황속에서 어떻게든 이동해 분리장치가 위치한 건물까지 도착했다. 건물안에 들어서자 이슬비는 차가운 목소리로 나와 서유리에게 주위를 주기 시작했다.
“일단 주변을 경계하면서 분리장치를 찾아야 해. 아까처럼 갑자기 돌발상황이 발생할수도 있으니까 서로 붙어서 다니도록 해.”
“...찾은 다음에는?”
그녀의 말이 끝나자 나는 힘없이 물었다. 그러자 이슬비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숨을 깊게 들이쉬고는 대답했다.
“너희먼저 현실세계로 나가도록 해. 난 여기에 남아서 기술자를 찾아볼게.”
“장난해...? 너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해? 혼자서 남겠다니, 너 미쳤어?”
“나라도 남아서 기술자를 찾을거야. 무슨일이 있어도 클로저로써의 의무를...”
“헛소리 하지마. 넌 그냥 놈에게 복수를 하고싶은것 뿐이잖아.”
“이세하. 그게 네가 할 소리야? 아까 생각도 없이 감정에 휘말려 혼자서 돌격한건 너잖아.”
점점 서로에게 언성이 높아지며 막말을 하기 바로 직전까지 간 순간, 서유리가 차갑게 나와 이슬비 사이에 끼어들었다.
“둘다 그만해.”
너무나도 차갑게 느껴진 목소리에 놀란 나와 이슬비는 서로 할말을 잃고 그대로 말싸움을 그쳤다. 그렇게 서로 침묵한채 결국 앞으로 나아가기로 한 우리는 건물의 커다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건물은 생긴것으로 봐서는 연구소로 보였다. 커다란 문을 열고 들어가자 여러 금속 감지기가 들어선 입구와 함께 2층으로 이어진 커다란 계단이 이질적인 새하얀 대리석으로 이루어진 벽과 함께 보였었다. 하지만 그런 새하얀 대리석과 계단에는 사방에 피가 묻어있었고 주변은 역시나 난장판이였다.
일단 서둘러 단말기를 꺼내 확인한 우리는 신호가 지하에서 나오고 있다는 것을 꺠달았고 신호에 다가가기 위해 지하로 통하는 통로를 찾아 나서기 위해 발걸음을 내딛었다. 그러자 머리가 깨질듯한 고통과 함께 또다시 목소리가 들려왔다.
[모두 죽음을 통해 구원받으리라.]
그런 짧막한 목소리가 끝나자 두통이 사라졌고 나는 머리를 붙잡은체 말을 내뱉었다.
“아까부터 저 빌어먹을 목소리는 대체 무슨 개소리를 하고있는거야..!”
대체 목소리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리고 왜 자꾸 죽음이 구원이라는 등 개소리를 지껄이는걸까. 그렇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 나는 잠시 의문을 품었지만 짐작가는것이 없어 포기하고는 뒤를 돌아보고는 경악했다.
“...뭐야?”
아까까지만 해도 내 뒤에 있던 이슬비와 서유리가 보이지 않는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새하얗던 대리석도, 금속 탐지기도, 심지어 내가 직접 열고 들어왔던 문조차 보이지 않았다. 대신, 희미한 촛불로 둘러쌓인 탁 틔인 장소에서 없어야 할 사람이 보였다.
...드디어 내가 **걸까. 미스틸과 제이 아저씨가 내 앞에 피투성이가 된체 서있었다.
-동생, 왜 약속을 지키지 않았지?
-형, 왜 저를 죽게 내버려 둔거에요?
아니야, 나는...!
-너 혼자 살려고 했어?
-그런 이기적인 생각을 한거에요?
아니야... 나는...
-아니라고? 그럼...
같이죽어야지
섬뜩한 목소리와 함께 그렇게 말한 미스틸과 아저씨가 사라지자 갑작스레 어디에선가 금속이 긁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키이이잉 거리는 불쾌한 소리에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바라보자 그곳에는 팔다리와 머리를 흉측하게 불로 지진채 이어붙인듯한 괴생명체가 바로 내 앞에 서있었다.
괴생명체와 내 눈이 마주친 순간, 놀랄틈도 없이 녀석이 갈퀴같은 손으로 내 목을 움켜쥐었다.
“커, 커헉..!”
숨이 막히는 소리와 함께 들어올려진 나는 최대한 몸부림치며 어떻게든 벗어나려고 했지만 녀석의 손은 꿈적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녀석은 소름끼치게 웃으며 피가묻어있는 날카롭게 회전하는 톱날을 천천히 내 얼굴을 향해 갖다 대었다.
죽는다, 나는 생각과 함께 엄첨난 공포감이 밀려왔고 나는 그런 공포 앞에서도 어떻게든 살려고 버둥거리며 손을 힘겹게 움직여 건 블레이드를 쥐었다. 하지만 목을 죄인탓에 숨이 막혀와 손가락을 움직이는것 조차 힘이 들었고 톱날은 점점 내게 가까워지고 있었다.
...손이 안 움직인다. 나 이대로 죽는건가...?
“세하야!”
결국 포기하고 눈을 감은체 죽음을 기다리려고 한 순간, 날카롭게 외쳐진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갑작스럽게 들려온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 나는 건 블레이드를 힘겹게 녀석의 복부에 갖다대어 겨눈 후 방아쇠를 당겼고, 푸른 화염이 폭발함과 동시에 녀석은 그림자가 사라지듯이 없어졌다.
괴생명체 뿐만이 아니였다. 주변을 둘러보니 새하얀 대리석과 계단, 그리고 긴 흑발을 지닌 소녀와 분홍빛 머리칼을 지닌 소녀가 나를 흔들며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어지럼증을 느끼며 몸을 일으킨 나는 방금 전 까지만 해도 느끼고있던 공포를 애써 떨쳐내며 물었다.
“...대체 뭐야?”
약간 쉰 목소리로 묻자 이슬비가 황당하단 듯이 되물었다.
“뭐야, 라니. 그건 내가 묻고싶은 거야! 갑자기 쓰러지더니 왜 비명을 지르고 그런건데?”
“... 아마 말해도 못믿을걸...”
제이 아저씨랑 미스틸테인이 날 원망하고 괴생명체가 날 죽이려고 했다고 해봤자 분위기만 더 악화시킬 뿐이겠지. 게다가 가뜩이나 서유리는 제이 아저씨하고 미스틸테인의 죽음이 자신의 탓이라고 생각하고 있을테고...
[또 다시 죽음을 거부했군. 그렇다면 죽음이 아닌 절망을 느끼도록.]
잠시 말을 얼버무리며 서유리에 대해서 걱정을 하고있던 와중 다시한번 목소리가 울려퍼지며 들려왔다. 이번에는 나만이 아니라 이슬비와 서유리도 들었는지 다들 무기를 꺼낸체 주변을 최대한 경계하고 있었고 나도 동시에 건 블레이드를 꽉 쥐어 잡으며 도신에 위상력을 불어넣었다.
그렇게 녀석의 목소리에 바짝 긴장한체 경계하던 중, 녀석이 다시한번 그 검은형체의 모습을 드러내었다.
녀석의 모습을 보자 마음의 한구석에서 파도가 밀려오듯이 분노가 마음을 집어삼키며 몸이 본능적으로 달려들 준비를 했지만 그보다 먼저 녀석에게 달려든 것은 이슬비였다. 웜홀을 생성해 눈 깜짝할새에 녀석의 코앞에 도달한 이슬비는 지체없이 영거리에서 비트를 전자가속시켜 음속으로 발사해 녀석의 형체를 거칠게 궤뚫었다. 비트의 속도가 음속을 돌파한 탓에 작은 소닉붐이 일어나며 굉음을 내었지만 이슬비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지하철을 이어서 녀석에게 꼬라 박았다.
그렇게 이슬비는 여러 공격을 거칠게 녀석에게 퍼부으며 몰아부쳤고 나는 그것을 지켜보며 꺠달았다.
지금 이슬비는 아까의 나랑 똑같이 행동하고 있다. 자신의 몸을 돌** 않은체 분노에 몸을 맡기고 그저 할수 있는 모든 공격을 퍼부으며 복수만을 생각하고 있는것이다. 하지만 먼저 지치는 쪽은 이슬비다. 지금껏 우리가 수많은 공격을 퍼부었어도 검은 형체는 그저 사라질 뿐 그 존재 자체가 없어지지는 않았다. 즉, 저 모습은 그저 더미일 뿐이다.
“이슬비! 그만둬!”
저대로 가다가는 이슬비 또한 위험해 빠질것이 뻔했기에 나는 이슬비에게 외치며 그녀를 제지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슬비는 들리지 않는듯 했고 그탓에 계속해서 공격을 감행하기만 했다. 그러나 이슬비는 한꺼번에 너무 많은 위상력을 사용해 공격을 감행한 탓에 힘이 바닥난 것인지 결국 비틀거리며 공격을 멈추었다.
허나, 검은형체는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았고 이내 그림자를 일렁거리며 모습을 바꾸었다. 바꾼 모습은 내가 모르는 어떤 성인여자의 모습이였다. 그게 녀석의 본모습일 것이라고 생각한 나는 건 블레이드를 겨눠 공파탄을 발포하려고 했지만 이슬비가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린 한마디에 동작을 멈추었다.
“...엄마...?”
---------------------------------------------
Hainsman님의 작품을 허락을 맡고 대신 업로드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