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비 개편 기도하는 소설

더세븐스원 2018-10-25 11

김유정은 눈앞의 서류를 두고 생각에 잠겼다. 말해야할까? 그 아이의 성실함은 누구보다도 김유정 본인이 제일 잘 알고 있었다. 무엇보다 아직 어린 아이를 전장에 내보내면서 이 정도 지원도 해줄 수 없다, 라고 어른의 사정을 들이밀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건 좀. 하지만 저 아이는 세상을 구한 클로저팀의 일원인데. 하지만 이건 좀.


손끝으로 책상을 톡톡 두드리던 김유정은, 정말로 급격히 술이 당겼다. 한 잔 하고 나면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후우, 한숨을 쉬고 그녀는 각오를 다졌다.


*


"스킬을.. 쓰지 말라고요..?"


이게 무슨 소리람. 이슬비는 정식으로 승급을 마친 특수요원이었다. 공식적으로 모든 리미터가 해제된 그녀에게 갑자기 몇몇 스킬을 사용하지 말라니, 마른 하늘에 날벼락과 같은 소리다. 다른 이들이 이런 조치를 받았다는 것은 아카데미 시절에도, 지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김유정이 건네준 서류에는 그녀가 사용을 자제해야할 스킬들ㅡ구체적으로 그녀의 주력기들이ㅡ의 목록이 나열돼있었다. 버스 폭격, 위성 낙하, 지하철 직격까지. 무엇 하나 빠짐 없이 결전기급의 스킬들이다.


"지금까지 문제 없었잖아요? 납득할 수 없습니다. 갑자기 왜..!"


"진정하렴, 슬비야."


김유정은 달래는듯한 목소리로, 조곤조곤 말을 시작했다. 나도 최대한 막아보려고 했는데.. 라며 운을 뗀 김유정 본인도 꽤나 답답한 듯하여, 이슬비는 우선 신뢰하는 제 상사의 말을 얌전히 들어보기로 결정했다.


".. 그래서야."


이슬비는 멍하니 김유정을 응시했다. 이슬비의 스킬에 금지령이 내린 이유는, 다른 무엇도 아닌 '비용'이었다. 운석을 끌어오려해도 사실 별 지나가는 것도 없어서인지 매번 유니온 소유의 위성을 차원종에게 때려박고, 공공기물인 버스를 때려박고, 이젠 하다하다 지하철까지 날려버리니 더는 커버해줄 수 없다는 것이 유니온의 입장이었다. 차원종과 목숨을 걸고 싸우는 클로저에게 이 정도 지원도 해줄 수 없나 싶지만, 공교롭게도 현재 김유정과 그녀가 이끄는 검은양 팀은 유니온의 비리 문제로 상부와 사이가 좋지 않았다. 아니, 솔직하게 말해 세계를 구한지 얼마 되지 않은 영웅들이 아니었다면 진작 치워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마 비용은 핑계겠지.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힘들어, 슬비야. 버스든 지하철이든 상부의 지원품이라고 볼 수 있으니까."


"네.. 이해했어요, 언니. 하지만 주력기가 없는 상태에서는 아무래도 전력이 급감합니다. 앞으로의 싸움에서도 불리해질거예요. 리더인 제가 제대로 해내지 못해선 안 돼요."


"그래서 말인데, 슬비 너만 괜찮다면, 새로운 스킬을 익혀** 않겠니?"


"네?"


김유정은 예의 그 스킬에 관한 서류들을 옆으로 치워버리곤 얌전히 기다리던 다른 종이 뭉치를 슬비에게 내밀었다. 염동력은 비교적 흔하게 나타나는 류의 위상력이어서, 다른 것들보다 압도적으로 자료가 많았다. 김유정은 바쁜 와중에도 반쯤 밤을 세우고, 영상팀의 박심현 요원에게까지 협력을 얻어, 이슬비가 사용할만한 염동력 관련 스킬들을 추려내 문서화했다.


"트레이너 씨도 염동력을 사용하시니까, 조언을 구해도 좋을거야. 슬비 네가 원한다면 얼마든지 지도해주겠다고 하셨어."


"유정 언니.."


이슬비는 빠르게, 그리고 꼼꼼하게 제 손에 들린 문서를 훑어봤다. 한 번에 결정할만한 것은 아니었다. 어느 것이 그녀와 잘 맞을지, 혹은 맞지 않을지, 사용할 수 있을지 없을지조차 읽는 것만으로는 판단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서에서 느껴지는 김유정의 정성은 일말의 불안까지도 사르르 녹게 하는듯했다.


"알겠어요, 언니. 해볼게요."


이슬비 본인이 생각하기에도, 개인 임무가 아닌 팀원과의 출동에서 언급된 광범위 스킬들은 위험한 경우가 많았다. 위성이고 지하철이고 버스고 불러내는 것은 문제가 없었지만 시간이 오래 걸렸고, 그 사이에 다른 팀원들이 그녀를 커버해줘야했다. 요즘에 와서는 재빠른 적도 많아 빗맞는 경우도 꽤나 많이 늘었다. 한 번 등록된 스킬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으니, 오히려 기회일지도 몰랐다. 그녀는 더욱 강해져야했고, 강해지고 싶었다. 검은양팀의 리더로서, 늑대개팀의 동료로서.



.......


컨셉이면 비용 고려도 하고 문제점 직시도 하고 그러면 안 될까요. 우리 슬비 좀 개편해주세요. 주위에 이제 볼프도 있고 지강 트레이너도 있는데 염동력 사용자인 슬비가 많이 배우고 많이 강해져야하지 않을까요...... 이 게시판은 처음 써보는데 하다하다 화나서 몇 자 끄적이고 갑니다. 제이 밸패 보고 반쯤 혼 빠져서 적은거라 쪽팔림이 도를 넘으면 지워집니다.


2024-10-24 23:20:58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