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가 유정에게 초콜릿을 받을뿐인 이야기
사일로시빈 2015-02-15 14
"제이 아저씨! 보급품 있어요! 유료지만!"
"장삿속을 보니 벌처스로 이직한 모양이지?"
제이는 가끔 이 경정이 속물의 화신쯤 되는 존재가 아닌지 곰곰히 고민했다.
별로 진지한 고민은 아니었지만 그건 이 여성의 별로 진지하지 못한 인간성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던가.
은이는 언제나처럼 동글동글하니 귀여운 생김새에 짧게 친 멋부리지 않은 단발을 하고 있었는데,
볼 때마다 무언가를 먹거나 침을 흘리며 웅얼거리고 있으니 한결 더 동그랗게 보인다.
그럼에도 기이한 일이지만 살은 찌지 않았다. 이 여성이 차원종을 겨눌 때는 눈매가 짐승처럼 더러워지기 때문에 그럴지도 모르겠다.
제이는 그녀와 같이 임무를 수행할 때면, 특히 위상관통탄을 들고 곁에 서있을 때면 최대한 멀어지려 애썼다.
가끔 젊은 사람들의 광기를 보면서 그는 새삼 세대 차이를 느끼곤 한다.
"에이, 이건 평범한 보급품이 아니란 말씀! 이건, 무려! 초콜릿이라구요!"
"초콜릿을 왜 보급하는거지?"
"모르셨어요? 오늘 발렌타인 데이잖아요! 폭발시켜도 모자랄 녀석들이 초콜릿을 나누며 닭살을 떠는 날이죠."
"그래서?"
"우리 특경대 애들에겐 너무 괴로운 날이니까, 사기진작을 목적으로 상부에서 이렇게 기분이라도 내라고 초콜릿을 주는 거에요."
"호오. 유니온은 올해의 표어가 '쓸데없는 짓을 더 많이하자'였나?"
은이가 호탕하게 웃을 때면 제이는 물개를 떠올리곤 했다. 잘 생각해보면 실은 물개가 아니라 바다사자나 바다코끼리일 수도 있다.
그러고보면 발렌타인 데이라니, 전혀 신경쓰지 않고 있었다.
제이는 어째서 사람들이 9월 21일 세계 평화의 날은 모르면서, 이런 하잘 것 없는 날은 기가 막히게 챙기는지 늘 의문을 가졌다.
또 세계 정신건강의 날은 10월 10일, 세계 수면의 날은 3월 16일이다.
이제 허리 건강의 날이나 건강식품의 날등을 제정하면 세계가 한결 더 건강해질테지만 아무도 그런데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물론 오늘 만든 배즙이 품질이 영 안 좋아서 별로 이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맞춰줄 기분이 아니었던 탓도 있다.
"너무 그러지마세요! 제이 아저씨도 오늘은 쓸쓸한 날일테니 하나 받아가세요!"
"이거 왜 이래. 나 인기많은 사람이야."
"채민우 녀석도 그러더니 아저씨까지 그러시네요. 아, 그거 허세라는 거죠?"
"자신감이란 좋은 표현도 있을텐데."
"실은 저도 아저씨를 위해 초콜릿을 준비했었거든요!"
"호오."
아주 건성으로 대답했지만 은이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
"하지만 아저씨가 너무 안 보이셔서 못 참고 먹어버리고 말았어요!"
"슈뢰딩거의 초콜릿이로군. 배를 열어보기 전까진 초콜릿이 존재하는지 존재하지 않는지 알 수 없는 거야."
"어려운 말씀도 다 하시네. 오늘 기분이 별로 안 좋은거죠?"
"뭐, 그래."
"역시 초콜릿을 못 받아서!"
"...그건 아니지만말야."
"어쩔 수 없네요. 자요."
무척 뽐내는 표정을 지으면서 상자 하나를 건넨다.
주머니에 억지로 찔러넣어주곤 히죽거리는 표정으로 소근소근 귓속말을 건넨다.
"보급품 하나 빼돌려줄게요! 가서 드세요!"
"이거 책임은 내가 나중에 지는거 아닌가."
"그럼 채민우 녀석한테 덤터기 씌울게요! 아, 그리고 그거 이자 붙어요! 화이트데이때는 거하게 쏘세요? 아셨죠?"
영악하게 눈을 찡긋거린다. 과연 속물의 화신이다.
제이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중대한 문제를 하나 알려주기로 했다.
"음. 그러지 뭐. 그나저나 그 친구 저기서 여길 계속 쳐다보고 있었는데말야. 뭐, 아무튼 고마워."
"네? .....으엑! 왜 거기에?!"
인왕이라도 강림한듯 보이는 살기등등한 표정으로 채민우 경감-곧 경정-이 대지를 울리며 박력있게 걸어온다.
은이가 더 이상 다가오면 쏴버린다!라며 어줍잖은 방어진을 펼치는 동안 제이는 유유히 내빼기로 했다.
몇 걸음 걸어 길모퉁이를 돌면서 보급품을 살핀다. 어째선지 클로저 트레이딩 카드가 들어있는 모양이다.
개인적으로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제이는 혹시 누님이 나올까싶어 개봉만 살짝 해보았다.
이후 전혀 모르는 사람이 나와서 실망한 표정으로 주머니에 넣었다. 혹시 모르니 박심현 요원에게 갖다주기로 한다.
"아, 제이 요원. 운이 좋네요. 잠깐 이쪽으로 와보세요."
이번에 말을 건 사람은 정도연 요원으로, 언제나 정중하지만 광기어린 제안을 담담하게 권하는 껄끄러운 과학자기도 하다.
오늘도 차분한 머리 스타일에, 하얀 가운 너머로 봉긋한 언덕을 만드는 보라빛 와이셔츠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커피잔을 들고있던 그녀는 초코바처럼 보이는 제품을 건넸다.
"한번 드셔보세요."
"호오, 발렌타인 선물인가?"
"그렇죠. 아주 과학적인 맛이 날 거에요."
"과학적이란 말을 들으니까 신뢰도가 대폭 떨어지는데. 먹으면 갑자기 졸리거나 팔이 기계로 변하던가 하진 않겠지?"
"그렇진 않아요. 맛은 평범한 초콜릿이거든요."
잠깐..... 맛은?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저 발언은 결코 평범하게 들리지 않는다.
"맛만 평범한가?"
도연이 갸름한 얼굴을 기울이며 언제나처럼 흔들리지 않는 눈동자로 말했다.
"뭐가 문제죠? 물론 우리가 알고있는 초콜릿의 성분은 하나도 없지만요."
"하, 하나도 없다고?"
"그래요. 전혀 다른 화합물들을 조합해서 초콜릿을 만들었으니, 대체품이라고 봐야겠군요."
그는 마른 기침이 터지려는걸 간신히 참았다.
"왜 그런 귀찮은 짓을 하지?""
"초콜릿의 원료가 되는 카카오매스의 공급량이 차원종 출현으로 인해 격감했거든요.
잘 아시는 마가린의 경우도 천연버터를 대체하기 위한 인조버터였죠. 화학자가 개발했고, 생산량은 높고 단가는 싸니까요.
그래서 우리도 새로운 제품을 개발해봤어요. 부작용은 없으니 일단 드셔보세요."
정도연은 입버릇으로 늘 과학이란 말을 달고 살았지만, 지금의 설명만큼은 이례적으로 과학적이었기에 제이는 딱히 반박하지 않았다.
제이는 당장 봉지를 뜯어 가짜초콜릿의 겉면을 살핀 후, 반을 잘라 그녀에게 권했다.
"그쪽도 들라고. 나 혼자 먹기엔 어쩐지 귀해보여서말야."
도연은 하나를 받아들고는, 아주 살짝 미소를 지었다.
"이게 귀하지 않도록 더 연구해야겠군요."
"뭐, 날 개조하는 것보다는 인류에게 보탬이 되는 연구같군."
"여기다가 좀 다른 성분을 첨가해서 전투 중 전력상승에 도움이 되게하는건 어떨까 고려하고 있어요."
"그것도 좋군. 초콜릿 하나 물고 차원종놈들을 때려잡으면 되는건가?"
"그렇게해서라도 좀 더 많은 클로저가 돌아올 수 있다면, 얼마든지 그래야죠."
"난 그러지않아도 잘 돌아올거야. 너무 걱정말라고."
도연은 팔짱을 낀 채로 살짝 입술을 벌렸다가, 이후 꽃봉오리가 벌어지듯 슬며시 입가를 올렸다.
"꼭 그래주세요."
이후 초콜릿을 입에 넣고는 뒤돌아 걸어가버린다. 제이는 어깨를 으쓱인 후 생각보다 수확이 있다고 생각했다.
신경도 쓰지않던 발렌타인 데이에 여성에게 초콜릿을 무려 두 개나 받았다. 꽤 훌륭한 성적이다.
다시 걷다보니 이번에는 캐롤리엘을 발견했다.
타이트하게 허벅지를 죄는 스커트와 달리 단추가 제법 불성실한 와이셔츠를 입은 그녀는 그 미모와 특이한 머리스타일로 이름이 높았다.
레몬색의 머리카락은 걸을 때마다 딸랑딸랑 소리를 낼 것같고, 눈동자는 꼭 벌꿀 단지를 위에서 내려다보는듯 달콤한 색이다.
그녀는 특경대, 유니온의 직원, 클로저 요원들을 가리지 않고 초콜릿을 돌리고 있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헤실거리는 표정으로 초콜릿을 받아갔지만, 귀가 밝은 제이는 덧붙이는 말들을 놓치지 않았다.
"사소한 부작용이 있지만 먹으면 반드시 기분이 좋아질거에요!"
혹은,
"먹고나서 꼭 결과...아니, 감상을 알려주세요!"
저것은 해로운 약이다. 그는 본능적으로 위협을 감지하고 백스텝으로 공간을 탈출했다.
이제보니 딱히 남자가 아니라도 임상데이터를 모으는데는 별로 문제가 없는 모양이다.
그는 공짜 좋아하는 유리가 제발 저걸 받지않았기를 빌었다.
유니온 지부가 과학적인 인조초콜릿, 유료로 보급되는 우정초콜릿, 사소한 부작용이 있는 수상한 초콜릿등으로 혼란스러웠기에,
제이는 빨리 건물 밖으로 빠져나가 거나 대기실로 돌아가는 것중 어떤게 현명한 선택일지를 고민했다.
그러고보면 대기실에선 지금쯤 아이들이 풋풋하게 초콜릿을 가지고 핑크빛 풍경을 연출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청춘을 방해하고 싶은 마음은 없기에 건물 밖으로 나가 걷기로한다.
재킷 안주머니에 저절로 손이 갔지만 곧 지금은 담배를 피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손을 다시 주머니에 찔러넣었다.
"아, 제이 아저씨! 아니...아니지... 요원님? 어르신? 사장님? 음...."
"그 수많은 호칭 중에 오빠란 말은 없는건가?"
어쩐지 욱해서 뒤돌아봤더니 눈에 익숙한 포장마차가 보인다.
여우네라고 일필휘지로 써진 이 노란 포장마차는 한때 특경대의 배를 채워주던 든든한 아군이다.
여전히 휴학 중인 소영은 선이 가느다란 예쁜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이 여대생은 스타일도 성격도 좋아서, 지나가는 남학생들이나 직장인들에게 인기가 좋은 모양이다.
그와는 별개로 본인의 요리실력도 나쁘지 않았기에 착실히 등록금을 벌고있었다.
"포장마차도 발렌타인 특수를 누리나?"
"시장에 따라서 변하는 거죠! 저는 매운 맛을 주로 만드는데, 아무래도 매운걸 못 먹는 분들한텐 다른 걸 권해야하거든요."
"음."
"그래서 나온 신메뉴! 짜잔! 와플이에요!"
"나중에는 아주 카페라도 차리겠군 그래."
"음. 유니온에서 잘리면 그러려구요."
"취직하기도 전에 실직할 생각을 하고있군."
그녀가 와플기계에 반죽을 넣자 곧 고소한 냄새가 났다. 누구라도 한번쯤 쳐다볼만한 맛좋은 냄새다.
"이번에 새로 장만했는데, 팔만한지 한번 맛 좀 봐주세요."
"나야 좋지. 설마 돈 내야하나? 난 아직 카드빚도 다 못 갚았는데."
"당연히 서비스죠! 그리고 여기 비장의 무기가 있다구요."
"잼이잖아."
"모르세요? 이건 악마의 잼이라고 부르는 그 마약초콜릿이라구요!"
"마약이라고? 진짜 마약은 아니겠지?"
소영이 눈을 게슴츠레 뜨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그래서 아저씨가 아저씨 소리를 듣는 거에요."
"직구가 맵군 그래."
"이건 단 맛으로 명성이 높아서, 와플에 발라먹지 않아도 상자째로 사고 막 숟가락으로 퍼먹는데도 멈출 수가 없데요."
"난 단 거 별로 안 좋아해. 기름진 것도 별로야."
"왜 저한테 입맛을 설명하세요! 그런건 아내될 분한테나 말하세요."
"자넨 내 입맛을 알아줬으면 해서."
손사레를 치며 웃던 소영은 그 말을 듣고 난처한 미소를 지으며 후드를 붙잡고 끌어내려 눈을 가린다.
"원래 남자는 여자가 만들어주면 다 맛있게 먹어줘야하지 않나요?"
"그래서 맛있게 먹으려고 기다리고 있잖아."
"흐응. 자, 드세요."
"고마워."
"어때요?"
"달아. 평범하게 와플 맛이군."
"맛있다고 해주셔야죠!"
"다들 맛있다고 해줄 거야."
고개를 숙인채 머리 끝을 만지작거리던 그녀가 약간 망설인 후 힘차게 말한다.
"........흐응. 뭐, 발렌타인은 이걸로 끝내죠!"
"그게 발렌타인 초콜릿이었나? 받았으니 화이트데이 때는 내가 건강차를 대접하지."
"뭐에요! 저도 평범하게 초콜릿으로 주세요!"
그녀가 웃을 때면 어쩐지 눈물점이 더 눈에 잘 들어왔다. 피부가 하얗기에 더욱 그런 탓도 있을 것이다.
조금 더 잡담을 떨고싶었지만 손님이 왔기에 그만두고 작별을 고했다.
소영은 끝까지 절대로 건강차는 안된다며 까탈스런 입맛을 고집했다.
사람들이 걷는 거리를 순찰하듯 빙 돌아 평화를 만끽한 후, 산책을 끝내고 대기실로 돌아가기로 한다.
걷다보니 제이는 익숙한 뒷모습을 발견한다. 곱게 빗은 짙은 갈색 머리카락과 푸른 코트 아래 가느다란 발목에 눈이 간다.
굽이 높은 힐까지 신어서 마치 사슴을 연상케하는 각선미다. 약간 걸음을 빨리해 은근슬쩍 곁에서 보폭을 맞춘다.
"깜짝이야. 하루종일 어디를 돌아다니시는 거에요 제이씨?"
유정이 황당한 표정으로 옆머리를 쓸어넘긴다. 아무렇지 않은척 그녀가 들고있던 서류뭉치를 뺏어들었다.
"하루종일 날 찾아다녔나보군?"
가벼운 잽을 얼굴을 붉히며 매섭게 튕겨낸다.
"그, 그럴리가 있나요?! 쓸데없는 소리 하지마세요."
"유정씨 그거 알아? 오늘이 발렌타인 데이라던데."
"흐응, 그래세요?"
"모르는 모양인데, 발렌타인은 여성이 남성에게 초콜릿을 선물해주는 날이야."
"그렇군요. 어쩌죠? 전 저언혀 몰랐네요?"
어쩐지 심통이 난 말투로 사무실에 들어서더니 책상에 서류를 찍어누르듯 내려놓는다.
이후 휴지를 뽑아들고는 눈을 흘기면서 다가와 입가를 문질렀다.
제이가 놀라서 굳은 채로 서있자 피식하고 미소를 한쪽으로만 흘려보낸다.
"잔뜩 드시고오셔선 달라고 해도 국물도 없거든요?"
그러고보면 아까 먹었던 초콜릿은 잼이었지.
이 나이 먹고 아직도 먹을 걸 입에 묻히고 다닌다는게 조금 부끄러워 애써 부정해본다.
"유정씨가 주지 않아서 불쌍하게 얻어먹고 다닌 거라고."
"흐응, 그러셨어요? 불쌍해서 어쩌나? 그럼 마저 얻어먹고 오시죠?"
"아 섭섭하게 왜 그래.정작 받고싶은 사람에게 못 받으면 노 카운트라고. 설마 질투하는건가?"
"지, 질투요? 착각하지 말아주실래요?"
기가 찬다는듯 대답하고는 책상에 살짝 걸터앉은 채 팔짱을 끼고 노려본다.
"뭐 인기도 많으셔서 전 전혀 필요없지 않나요?"
"왜 유정씨가 필요가 없어."
"됐어요."
"그럼 뇌물로 내가 아까 받은 보급용 초콜릿을 줄게."
"필요없거든요?"
"너무 그러지말라고. 살면서 오늘 초콜릿을 제일 많이 받았으니까말야."
"...........그래서, 누구한테 받았어요?"
"그게 중요한가? 다들 불쌍한 사람한테 선의로 적선한건데 혹시나 찾아가서 따지진말라고."
"누, 누가 제이씨 때문에 굳이 그런... 아, 아니에요. 신경쓰지 마세요."
흐뭇하게 미소짓고 있자니 책상을 빙 돌아서 서류뭉치 사이로 고개를 숨긴 그녀가 우물쭈물 적갈색 눈동자를 치켜뜬다.
"......제이씨가 표정이 너무 괘씸해서 고민이에요."
"뭘 고민해. 유정씨한테 받으면 내가 무전으로 자랑하고 다닐건데."
"그게 고민이라는 거에요! 좀 쓸데없는 짓 좀 하지마세요!"
조금 더 망설이던 유정은 품 속에서 잘 포장된 쿠키를 내민다.
리본을 예쁘게 묶은 초코 쿠키였는데, 투명한 봉지 바닥에는 부서진 별 모퉁이와 부스러기가 보인다.
아마 하루종일 품에 넣고 다녔을 것이다.
"자요. 어서 받아요."
"좀 탔군."
"이, 일부러 태운 거거든요?! 쓴 거 좋아하시니까 실컷 드시라구요."
"난 건강한걸 좋아하는 거야. 지금 뜯어도 되나?"
"....안돼요. 먹고 놀릴려고 그러죠? 집에 가서 혼자 드세요."
"하루종일 주인을 못 찾아서 쿠키도 외로웠을텐데말야. 괜찮아, 안 놀릴게."
봉지를 뜯으니 버터향과 섞인 초코향이 났다. 단단한 표면을 혀끝에서 굴리니 약간 쓴 맛이 묻어났다.
제이는 자신이 생각하기에 괜찮아보일 미소를 지으면서, 담담하게 감사를 전했다.
"아주 맛이 좋네. 고마워 유정씨."
"........됐어요. 그, 그건 언제나 제이씨가 수고하시니까, 가끔 좀 단 것도 좀 드시라고 드리는 거니까요."
유정이 우물쭈물 입으로 세모꼴을 만들면서 솔직하지 못한 말을 한다. 제이가 다시 웃으며 답했다.
"뭐 나만 받으면 미안한데. 껴안아주기라도 하면 되나?"
"에?! 노, 놀리지 마세요! 자꾸 그러면 신고할 거에요!"
"그래서 이거 만든다고 손도 다치고 그랬어?"
"제가 왜 제이씨 때문에 굳이... 그... 이, 이건 그냥 어제 바느질하다가 그런 거에요!"
반창고를 붙인 손을 주머니에 찔러넣으며 툴툴거리던 그녀가 고갯짓으로 말한다.
"받으셨으니 됐죠? 이제 나가서 일 보세요."
제이는 지금 일이 없다고 대꾸하려다가, 관두고 유정에게 다가가 손을 붙잡았다.
깜짝 놀란 그녀가 흐물흐물한 입으로 조형되지 못한 단어를 흘렸지만, 제이는 신경쓰지 않고 그녀를 끌어당겼다.
품에 안긴 유정은 잠깐 버둥거렸지만, 이내 가슴에 고개를 묻고는 손을 마주잡았다.
제이가 속삭이듯 말했다.
"정말 고마운데, 난 아무거나 잘 먹으니까. 다음에는 그러지말고 싼 걸로 사줘."
"흥....다음에는 안 줄 건데요? 빨리 놔주세요. 누가 보면 어쩌려고 그러세요?"
"뭐 보여줘도 나쁘지 않잖아."
".......바보. 파스냄새 나요."
".......박하향인데."
너무 어처구니 없어서 유정은 풀어진 표정으로 미소를 지었다.
마치 박하꽃이 만개한 것처럼 하얀 미소라, 제이는 무심코 그녀를 쓰다듬을 뻔했다.
"어쩌라구요."
"후, 이제야 웃어주는군."
"오늘 제대로 면도했어요?"
"그새 좀 자랐나봐. 그나저나, 이제 이 상태로 데이트나 갈까?"
"데이트는 무슨! 이제 그만 놔주세요 **씨."
"저번에 동물원 가고싶다며."
"그게 제이씨랑 무슨 상관이죠? 저 혼자 갈 거거든요?"
"그럼 나도 따라가야겠군."
"스토커로 신고해버릴 거에요?"
둘이 전혀 험악하지 않은 분위기로 싸우는 동안 데이비드는 서류를 하나 챙기러 들어왔다가,
표정변화 하나없이 조용히 문을 닫았다. 은페엄폐의 달인 못지않은 귀신같은 몸놀림이었다.
다음날 "그래서, 동물원은 언제쯤 갈 생각인가?"하고 놀림받았을때 유정은 죽을만큼 부끄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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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하렘인척 하지만 제이유정물이었던 이상한 글입니다. 제이유정은 공식입니다!
발렌타인 특집인데 이상하게 바빠서 쓰는게 늦어졌네요. 하지만 하루 정도는 오차범위일 거야!
세하쪽도 발렌타인 이벤트는 엄청난 수라장이었을듯 하지만, 그런 내용은 다른 분들이 잔뜩 써주셨겠지요!
안심입니다!
그나저나 아저씨 개그는 어떻게 쳐야하는지 도저히 모르겠군요.
제이를 주인공으로 하려면 아저씨 개그를 연마해야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