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속에서(2)

건삼군 2018-10-23 2

“...오늘도 못잤네...”

 

일단 의사의 말에 따라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해보았지만 역시나 잠은 오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냥 주변을 돌아다닐수도 없는것이 베로니카가 나를 거의 24시간 내내 간호하고 있었기 떄문이다. 간호라기 보다는 감시에 가깝지만...

 

혹시나 해서 의사가 처방해준 수면약도 먹어보았지만 머리가 띵해질 뿐 잠은 전혀 오지 않았다. 마치 잠이 들것같이 피곤하긴 한데 정작 잘수 없는 느낌이랄까...

 

결국 또 다시 한번 잠이 오지 않는 밤을 맞이한 나는 저번에 나를 구해준 그 남자에 대해 생각했다. 그냥 보기에는 참 예의가 없다고 밖에 생각할수 없는 남자였지만 왠지 모르게 그 남자가 싫다고 느껴지지는 않았다. 생각해보면 참 웃긴 일이다. 민간인을 구하러 갔다가 오히려 민간인에게 구해지고 그다지 좋은 첫인상이 아니였음에도 호감을 느끼다니... 아무래도 전쟁이 시작한 이후로 평범한 사람 취급을 못받아서 그런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와중, 베로니카가 내 침대에 고개를 기대며 잠에 빠졌다, 아마 그날 이후로 한시도 빠짐없이 날 간호하고 있었으니 많이 피곤했겠지.

 

“미안 베로니카. 잠시 나갔다올게.”

 

이미 자고있는 그녀에게 조용히 속삭이며 나는 몰래 초소를 빠져나왔다. 어차피 침대에 누워있어 봤자 잠은 오지 않기에 나는 바람이라도 쐴겸 전쟁속에서 살아남아 군대의 보호를 받고 있는 민간인 거주지역으로 향했다. 민간인 거주지역은 내가 평상시에도 자주 들리는 곳이다. 상시로 총을 든체로 보초를 서고있는 군인들을 보면 숨이 턱턱 막혀오기에 나는 시간이 날떄마다 민간인 거주지역에서 휴식을 취하고는 했다. 물론 사람들에게 내 모습을 들키면 다들 날 알파퀸이라 부르며 달려들었기에 가급적 몸은 숨기고 다녔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런 한밤중에 잠에들지 않은 사람들은 얼마 없을것이기에 그다지 신경쓰지 않아도 될것이다.

 

그래. 신경쓰지 않아도 될것이였다...

 

“또 만났네.”

 

걷다가 마주친 흑발에 무뚝뚝한 표정을 하고있는 남자. 누군지는 알고있다. 저번에 길거리에 쓰러져있던 날 본부까지 데리고 온 그 남자다. 이렇게 마주칠거라곤 생각도 못했는데...

 

“...지금 시간이 몇시인데 아직도 일어나 있는거야?”

 

약간 어이가 없다는 말투와 함꼐 나는 그 남자에게 말을 걸었다. 뭐, 똑같이 잠 안자고 밖에 나와있는 내가 할말은 아니지만 적어도 이쪽은 잠이 오질 않아서 밖에 나온 것이다.

 

“2년동안 폐허속에서 살아남다 보니 야행성이 된것같아서. 그러는 그쪽은?”

 

“그냥 잠이 안와서 바람좀 쐬러 나온것 뿐이야.”

 

뭐지 이 남자? 아무렇지도 않게 반말을 하고는 은근슬쩍 되묻고 있어. 아니, 그것보다 아직도 내가 누군지 모르는건가? 보통사람 이였으면 보자마자 입을 쩍 벌리고는 싸인이니 뭐니 하며 달려들었을텐데...

“저기, 아직도 내가 누군지 몰라..?”

 

“몰라. 그리고 관심없어.”

 

아, 짜증난다 이 남자. 물론 방금전에 내가 한 말은 그냥 들어보면 꽤나 자뻑이 심한 말이긴 했지만 이 남자의 태도가 왠지 모르게 열받아...

 

“...저기. 아까부터 느끼는건데, 그쪽 몇살이야? 왜 계속 반말이야?”

 

결국 남자의 태도에 살짝 열받은 나는 우리나라 사회의 전통적인 나이로 밀어부치기를 시전했다. 물론 그냥 열받아서 내밷은 말이 아니라 어느정도 내가 저 남자보다 나이가 많다는 확신을 가지고 말한거다. 얼핏 보아하니 저 남자는 아마 고등학생, 혹은 이제 막 대학교에 들어갈 만한 나이이니 분명히 내쪽이 나이가 많을것이다.

 

“그쪽이야말로 왜 자꾸 반말이야? 보아하니 고딩정도 밖에 안되어 보이는구만.”

 

엥? 고딩? 아니, 내가 어딜봐서 고딩인건데? 물론 왠지모르게 기쁘긴 하지만. 아니아니, 잠깐 그런건 제쳐두고 저 남자는 왜 자기가 더 나이가 많다는 듯이 구는건데?

 

“저기, 나 22살 인데. 고등학교 졸업한지는 벌써 몇년은 됐다고,”

 

“22살? 그럼 내가 한살 더 많구만. 뭐, 난 ‘만’23살이거든.”

 

“(만)23 이면 나랑 다를게 없잖아!”

 

“아니아니, 22와 23의 차이는 엄첨나다고?”

 

으아... 이 남자 뭔가 엄첨 뻔뻔해... 너무 뻔뻔해서 짜증이 치밀어 올라...

 

순간 왠지모르게 짜증이 폭발하자 내 주변에 푸른 불꽃이 튀기 시작했다.

 

참아라 서지수. 민간인 상대로 위상력을 쓰려하다니, 영창에서 콩밥먹고싶어? 일단 그냥 차분하게 참는거야. 참은 인자 3개면 살인도 면한다잖아.

 

일단 어떻게든 마음을 가라앉히고 심호흡을 한 나는 다시 그 남자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그 남자는 다시 입을 열었다. 이번에는 또 무슨 짜증나는 소리를 할려고...

 

하지만 남자의 말은 내가 생각했던것과 전혀 다른 것이였다.

 

“...아무래도 자야겠어. 피곤해서 그런지 도꺠비불이 다 보이네...”

 

도꺠비불? 아니, 그런게 있을리가 없잖아. 이 불꽃은 누가봐도 위상력이라고. 대체 뭔 헛소리를 하는거야 이 남자는?

 

“이거 도꺠비불 아닌데.”

 

“...아무래도 그쪽도 자보는게 어때? 나랑 똑같이 헛것을 보고있는것 같은데.”

 

“아니아니, 이거 위상력이거든?”

 

“.......뭐?”

 

“위상력이라고.”

 

뭐야 저 남자. 청각에 문제라도 있나?

 

“당신, 아무래도 이런 난리통에 조현병 같은 정신병을 앓게된것 같은데 심리치료사에게 가보는게 어떄?”

 

“아니, 갑자기 무슨 개풀 뜯어먹는 소리야? 내가 왜 심리치료사에게 가봐야 하는건데?”

 

“아무래도 20대가 되서도 낮지 않은 중2병에 걸린것 같거든. 위상력이라니, 뭐야 그 오글거리는 단어는?”

 

“뭐야, 설마 위상력에 대해서 모르고 있는거야?”

 

“모르고 자시고 들어본적도 없는데. 아무래도 당신, 괴물들이랑 싸우다가 멘탈이 붕괴되서 중2병에 걸린것 같은데.”

 

“아니거든!”

 

“...중증이군. 2년동안 괴물로 가득한 폐허가 된 도시에서 살아남은 나도 정신병에 걸리진 않았는데... 얼마나 험한 꼴을 겪은거야?”

 

“아니라니까! 사람 말좀 들어!”

 

결국 그 이후에 한참동안 위상력하고 차원종에대해 설명을 하게된 나는 말하다 지쳐 땅바닥에 쓰러지듯 앉았다.

 

그 이후로 피곤해진 나 나는 그 남자와 해어져 초소로 돌아왔고 베로니카가 깨지않게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 머릿속으로 계속 그 남자에 대한 생각만 떠올라 어떻게든 머릿속을 비우려고 별짓을 다해보다 어느새 잠에 빠져들었다.

 

그날은 전쟁 이후로 처음으로 악몽을 꾸지 않은 날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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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 지수야!”

 

“아... 5분만 더...”

 

“일어나라고!”

 

아침부터 울려퍼지는 베로니카의 목소리에 갑작스럽게 깬 나는 허둥지둥 침대에서 일어나 주위를 빠르게 둘러보았다. 설마 차원종의 공습인가 싶어 지금 막 일어나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머리를 최대한으로 부팅시킨 나였지만 이내 아무일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쓰러지듯이 다시 침대에 쓰러지듯 누웠다.

 

“일어나!”

 

결국 보다못한 베로니카에게 이불을 빼앗긴 나는 하는수 없이 침대에서 일어나 대충 씻고 소소한 아침을 먹게되었다.

 

“...또 전투식량이야...”

 

전투식량. 통칭 MRE(Meals Ready to Eat) 라고 불리는 이 음식은 전투상황 에서도 간단하게 먹을수 있는 음식이다. 우리팀 교관 말로는 영양가는 골고루 포함되어 있다지만 맛은 그다지 좋지 않기떄문에 클로저나 군인들 사이에서는 매우 인기가 없는 식단이다.

 

하지만 어쩌리랴. 지금 우리는 전쟁중인데 먹을게 있다는것 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따름이다. 현재 대부분의 민간인이나 군인은 심각한 물자난을 격고 있는 상황이라 어쩔수 없는 일이다.

 

일단 먹을수 있다는걸 감사하자고 생각하며 나는 전투식량을 간단히 조리해 먹기 시작했다. 물론 전혀 못먹을 맛은 아니기에 무리없이 먹던 나는 수저를 놓은체 가만히 음식을 바라보고있는 베로니카를 보고 입을 열었다.

 

“왜그래 베로니카? 입맛이 없어?”

 

“아니, 그런게 아니라 그냥 잠시 생각을 하고있었어.”

 

“무슨 생각?”

 

“다른 사람들은 다들 어떻게 지내고있나 해서...”

 

하긴. 지금 최정예부대 라고 할수있는 울프팩팀도 전원이 물자난으로 전투식량을 지급받고있는데 민간인들은 오죽할까. 최악의 경우에는 아예 식량지급이 끊길수도 있다. 현재 각 나라에 위치한 UN군들이 민간인들을 모아 보호하고는 있지만 그게 언제까지 계속될지도 모른다. 앞으로 버틸수 있는게 몇일, 혹은 몇달일지는 아무로 모르는 일이다.

 

얼마전에 들은바로는 유럽이 초거대형 차원종에 의해 붙바다로 변했다고 하고 북미쪽은 현재 모든 물량들을 쏫아 부어 본토를 지키는데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한다. 아직 상황은 최악이라고 할만큼은 아니지만 좋다고 할수도 없는 팽팽한 상황인것이다.

 

“...언제쯤 전쟁이 끝나려나...”

 

암울한 상황을 머릿속에서 정리하며 중얼거리던 나는 어느새 비워져있는 그릇을 확인하고는 식사를 끝마쳤다.

 

베로니카에게 당분간은 작전예정이 없다고 들은 나는 어젯밤에 그 남자때문에 둘러** 못한 민간인 거주지역으로 향했다. 어차피 작전 예정도 없고 하니 오늘도 그냥 민간인 거주지역에서 시간을 때우기로 한것이다.

 

되도록이면 그 남자랑 마주치지 말자고 생각하며 민간인 구역에 들어선 나는 순간 경악했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다들 삐쩍 마른체 돌아다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식량지급이 원활하지 않다고 해도 이렇게 까지 심각하다니...

 

“저기, 식량지급에 무슨 일이라도 있나요?”

 

일단 지나가는 사람을 아무나 한명 붙잡고 물어본 나.

 

“무슨 일이라도 있냐고? 당연히 있지. 벌써 몇일째 동안 식량지급이 안되고 있다고. 원래 수송기로 보급되기로 한 식량들이 수송기가 추락하는 바람에 연기 되었다는군.”

 

질문을 받은 사람은 그렇게 말하고는 까칠하게 다시 갈길을 갔다.

 

그 후로 나는 주변을 돌아다니며 수많은 굶주림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보았다. 얼마나 심각하면 민간인들 사이에서 식량을 구하기 위한 약탈이 번번하게 목격될 정도였다.

 

“음식을 내놔!”

 

“아, 안돼요! 그건 제 가족이 먹울거라고요!”

 

“너만 가족이 있는줄 아냐!”

 

가족의 가장으로 보이는 두명의 남자가 서로 음식을 놓고 싸우던 광경을 보던 나는 결국 보다못해 그 사이에 끼어들어 음식을 빼앗으려던 남자에게 내가 가지고있던 전투식량을 하나 주었다. 그러자 그 남자는 고맙다는 말과 함게 식량을 가지고 돌아갔고 나도 나에게 감사를 표하는 남자를 뒤로하고 그 자리를 떠났다.

 

어쩌다가 세상이 이렇게 변한 것일까. 대체 무엇때문에 차원종들은 우리가 사는 세상을 공격하고 평화를 빼앗아 간것일까.

 

그렇게 생각에 잠겨 거리를 걷던 내게 누군가 부딫쳤다.

 

“아, 죄송합니다.”

 

본능적으로 뒤를 돌아보며 사과를 한 나지만 뒤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순간 뭘 착각한건가 하고 밑을 바라보자 한 어린 여자아이가 길바닥에 넘어진체 울먹이고 있었다.

 

“흐, 흐윽, 우에에에엥!”

 

순간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를 보고 당황한 나는 일단 아이의 울음을 멈추기 위해 말을 걸었다.

 

“미, 미안. 언니가 좀더 조심했어야 했는데...”

 

일단 아이에게 최대한 부드러운 목소리로 미안하다고 하긴 했지만 아이는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하며 안절부절 하고있던 와중 누군가가 아이에게 다가가 초콜릿바를 건네주며 달랬다.

 

“자, 이 초코릿을 먹고 울음 그쳐라.”

 

말투는 영 친절하지 않았지만 부드러운 목소리로 달랜 남자의 말에 울음을 그친 아이는 초콜릿을 먹으며 돌아갔고 아이가 돌아가자 남자는 내게 고개를 돌리며 약간 짜증나는 말투로 말을 걸었다.

 

“애를 울리다니. 역시 고딩이구만.”

 

아... 또 이남자랑 마주쳤다.

 

“고딩이 아니라고 몇번이나 말한것 같은데.”

 

여전히 짜증나는 말투네...

 

“고딩이 아니라도 딱히 부를 이름이 없는데.”

 

“서.지.수. 그게 내 이름이거든? 그건 그렇고 그쪽 이름은 뭔데.”

 

그러고보니까 지금껏 서로 이름을 모르고 지냈네.

 

“이세강. 그게 내 이름인데.”

 

의외로 순순히 이름을 알려주네? 알 필요 없다든지 무시하든지 할줄 알았는데...

 

“그나저나 의외로 애한테 친절하네? 성격을 봐서는 이기주의적인줄 알았는데.”

 

“애들은 싫어하지 않아. 다 큰 놈들은 싫어하지만.”

 

“...로리콘?”

 

“싸우고싶냐.”

 

“싸우면 100%내가 이길텐데?”

 

“민간인인 날 건들이면 그쪽이 골치 아파질텐데.”

 

서로 팽팽하게 신경전을 펼치며 노려보고 있던 나와 이세강. 그렇게 몇분동안 대치 하고 있었을까, 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를 아이들이 어느새 나와 이세강 사이에 모여있었다.

 

“아저씨! 오늘도 먹을거 가져왔어?”

 

“나 과자먹고 싶어!”

 

아이들은 다 하나같이 이세강에게 달려들며 먹을것을 요구했다. 갑작스런 상황에 멍하게 서있던 나는 급히 정신을 차리고 입을열었다.

 

“...너 애들 아빠였어?”

 

“아니거든. 이 애들은 모두 고아거든? 난 그저 애들한테 먹을것들을 줄 뿐이고.”

 

먹을걸 준다고? 이렇게 식량난이 심각한 와중에? 대체 이 남자는 착한건지 아니면 그냥 성격이 꼬여먹은 건지 구분이 안가네...

 

“잠깐, 애들한테 나눠줄 음식은 대체 어디서 난거야? 지금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 배도 못채워서 고생인데 어떻게 애들한테 나눠줄만한 음식을 가지고 있는건데?”

 

“도시에서 루팅해왔는데.”

 

“루, 루팅? 너 도시에 갔다온거야? 그 차원종들이 있는곳을?”

 

이 인간은 겁***를 상실한거야? 미쳤다고 도시를 왔다 갔다 해?

 

“노하우만 알면 쉬워. 그리고 다운타운 구역이 이곳보다 더 식량을 구하기 쉽고.”

 

...무슨 베어 그릴스야? 대체 이 남자는 2년동안 어떤 생활을 해온거야?

 

왠지 평소와 다른 이유로 아파오는 머리를 붙잡으며 한숨을 내쉬는 내게 어느샌가 아이들이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몰려있었다.

 

아... 빨리 여기서 나가...

 

“누나 초능력자? 머리색이 특이해!”

 

“혹시 괴물들이랑 싸워?”

 

“등 뒤에 그 칼은 뭐야?”

 

순식간에 펼쳐진 질문공세에 도망갈 타이밍을 놓친 나는 아이들에게 붙잡힌체 질문에 순순히 대답하는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일일히 아이들의 질문에 대답하던 중, 어떤 아이 한명이 내게 다가와 골치아픈 질문을 했다.

 

“언니 이름은 뭐에요?”

 

“이, 이름? 아... 그건...”

 

앗, 큰일났다... 여기서 이름을 밝히면 순식간에 소문이 퍼질텐데... 일단 가명이라도...

 

“이름은 서지수라던데.”

 

......저거 일부로 말한거지? 그런거지? 저 인간을 그냥 콱...!

 

“서...지수? 아! 알파퀸!”

 

“어? 정말?! 우와! 나 실물로 보는거 처음이야!”

 

“자, 잠깐...”

 

“싸인 해달라 하자!”

 

“나도!”

 

순간 아이들의 눈빛이 바뀌며 나를 바라본것은 기분탓일까. 왠지 느낌이 사냥당하고 있는것 같은데... 그건 그렇고 이세강 저거 웃고있잖아? 있다가 두고 보자...

 

그렇게 이세강을 쨰려보며 벼르고 있던 와중, 싸이렌이 울려 퍼졌다. 고막을 찢을듣한 소리가 울려퍼지자 아이들은 겁에 질렸고 이세강은 그런 아이들을 어떻게든 달래고 있었다. 아마 아이들에게는 너무나도 큰 소리였나 보다. 하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였다.

 

“공습경보! 공습경보! 현재 차원종들이 공습중이니 모두 침착하게 방공호로 대피하기 바랍니다.”

 

공습경보. 그 한마디가 내 귓속에서 무겁게 울려 퍼졌다.

 

공습경보를 들은건 처음이 아니다. 여태껏 수도없이 들어본게 공습경보다. 그런데도 공습경보라는 단어가 내 머릿속에서 무겁게 울려퍼지는 이유는 바로 그 단어가 불러오는 피해 때문이다.

 

2년의 전쟁속에서 공습경보를 받고도 멀쩡한 곳은 단 한군데도 없었다. 운이 좋아 방어에 성공했다 해도 궤멸적인 피해를 입은 지역이 한 두 군데가 아니였고 대부분의 지역들은 방어에 실패하는것이 일상적이였다.

 

현재 내가 있는곳에 위치한 대전광역시의 임시 군부대는 전략적으로는 그다지 중요한 곳이 아니다. 여차해서 차원종들에게 점령당한다 해도 아마 무리없이 다시 탈환할수 있을것이다. 하지만 그게 중요한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 이 구역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마 목숨을 잃을 것이라는 거다.

 

전에 확인해 보았을 때는 이 구역의 민간인 수는 대략 1만명 정도였고 대부분의 인구수는 한군데에 밀집되어 있었다. 어쩌면, 만약 이 지역을 방어하는데 실패한다면 여기있는 모두가 죽을수도 있다.

 

“...싫어.”

 

더 이상 누군가가 내 앞에서 죽는걸 보는것은 사양이다.

 

그렇게 다짐한 나는 내 등에 매고있던 건 블레이드를 꺼내들고선 폭발음들이 들리는 곳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야! 너 지금 어디가는거야!?”

 

왠지모르게 다급한 표정으로 외치는 이세강을 본 나는 최대한 억지로 밝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애들을 데리고 최대한 멀리 대피해! 금방 끝날거야!”

 

그래. 아마 금방 끝날거야...

 

그후로 뒤를 돌아** 않은체 나는 전장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무어라 외치는 그 남자의 목소리를 뒤로한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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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한 막아!”

 

“부상자 발생! 빨리 데리고 가!”

 

폭발음 들리는 곳으로 도착했을 즘에는 이미 상황이 난장판이 된체였다. 사방은 화약냄새와 피비린내로 가득했고 다수의 D급부터 A+급의 차원종이 이미 살육을 벌이기 시작하고 있었다.

 

“사, 살려..!”

 

그런 개판이나 다름없는 와중에 한 군인이 탄약이 바닥난듯한 총을 애처롭게 트룹에게 겨누며 쓰러져 있었다. 트룹은 애처롭게 외치는 병사를 보고 가소롭다는 듯 괴성을 지르며 들고있던 흉기를 병사에게 휘둘렀다.

 

하지만 그 흉기가 병사에게 닿는 일은 없었다. 왜냐하면 그보다 더 빠르게, 내 건 블레이드가 일격으로 트룹을 태워버렸기 떄문이다.

 

그러자 어벙벙한 표정으로 나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는 병사였지만 한가롭게 인사나 듣고있을 상황이 아니였기에 나는 재빨리 이동해 차원종들을 하나 둘씩 베거나 태워버리기 시작했다. 

 

그러던 와중 혼자서 무전기 하나를 발견한 나는 주변에 아무도 없는것을 확인하고는 재빨리 무전기를 주워 교관에게 연락했다.

 

“현재 상황은 어떄?”

 

그러자 약간의 잡음과 함께 거친 교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좋지 않다. 파악된 차원종의 수는 대략 3만정도다. 아마 이대로는 30분도 버티기 힘들거다.”

 

30분. 민간인들이 전부 대피하기에는 너무나도 짧은 시간이다.

 

“...혹시 제공권도 장악당했어?”

 

하늘에 몇개체 정도 보이는 포르네우스 타입의 차원종들을 바라보며 물어본 내 질문에 교관은 의문스럽다는 말투로 대답했다.

 

“아니, 아직 완전히 장악당하지는 않았다. 현재 약 35대의 슬램이글 전투기가 포르네우스 타입을 저지하는 중이다.”

 

“그럼 그중에서 10대정도만 따로 뺄수 있어?”

 

“...아마 가능은 할거다. 하지만 그건 왜...”

 

“화이트팽을 부를거야. 아마 호위 전투기가 필요할테니 말이야.”

 

화이트팽. 울프팩팀의 공중기지로 지급된 유니온의 공중전함. 전쟁이 발발하자 거대한 생체전함으로 투입된 포르네우스 개체들을 상대하기 위해 유니온이 가지고 있는 모든 기술들을 때려박아 제작한 공중전함중 하나 이다.

 

“지수,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알겠지만...”

 

“알았으면 그냥 불러. 이대로 있으면 다 죽을 뿐이잖아.”

 

내가 강하게 재촉하자 교관은 한숨을 내쉬며 무전으로 연락을 취했다.

 

“여기는 울프. 화이트팽은 응답해라.”

 

굵직한 목소리로 무전을 취하자 상대적으로 매우 부드러운 남성의 목소리가 응답했다.

 

“여기는 화이트팽. 들린다 오버. 뭐가 필요한가?”

 

약간 유쾌한 목소리로 대답하는 남자의 이름은 데이비드 리. 울프팩팀의 관리요원이자 유능한 엘리트인 그가 훗날 모든 사건들의 흑막중 하나가 될것이라는걸 나는 그 당시에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지만 그건 먼 미래의 이야기다.

 

“현재 위치의 300m 동서쪽으로 CAS를 요청한다.”

 

CAS. Close Air Support의 약자인 이 단어는 근접항공지원을 뜻한다. 전쟁이 일어나기 전 영화에서 수도없이 들어보았던 이 단어를 들은 데이비드는 약간 당혹스러운 말투로 대답했다.

 

“...꽤나 위험한데 괜찮나? 오버.”

 

“괜찮다. 이대로는 전멸이다. 그러니 어떻게든 최대한 많은 시간을 벌어야지.”

 

“알겠다 오버. 데인저 클로즈에 대비하라.”

 

항공지원의 요청이 허가되자 나는 무전으로 모든 군인들에게 외쳤다.

 

“모두 머리 숙이고 엎드려!”

 

보통 공중항공지원 과는 달리 화이트팽의 항공이원은 차원이 다르다. 보통 항공지원은 요청한 곳에 폭탄을 투하 하는게 다지만 화이트팽은 다르다. 위상변환 엔진을 이용한 위상주포의 위력은 그 어떤 폭탄보다도 강력하다. 대충 어림짐작으로 쏘기만 해도 주변이 평야가 될정도의 위력을 가진 위상주포는 매우 강력한 무기이다. 하지만 위상주포에는 한가지 큰 단점이 존재했다.

 

“데인저 클로즈!”

 

바로 아군 오폭의 가능성이 너무나도 컷다는 것이였다.

 

-콰과과과광!

 

공습경보의 싸이렌 보다도 훨씬 큰 굉음이 귀를 강타했다. 귀가 휴대전화 착신음처럼 울리며 주변이 먼지로 가득한 상황에서 나는 최대한 주변을 파악하며 정신을 붙잡았다. 먼지가 조금 가라앉자 나는 초조한 마음으로 최대한 주변을 둘러보았다.

 

포격요청을 하기 전에 누가 없는지 확인하기는 했지만 혹시나 내가 미처 확인하지 못한 병사가 포격에 휘둘렸을 수도 있다. 만약 그런 병사가 있다면 빨리 찾아내서 구출해야 한다. 아마 이정도 포격에 휘둘렸으면 죽지 않은 것만으로도 기적이니 말이다.

 

만약 휘둘린 병사가 있고 그가 죽어있다면 그건 내 책임일 것이다. 과연 나는 나떄문에 이름모를 병사가 죽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수 있을까...?

 

그런 불안감에 휩싸인 나는 필사적으로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다행히도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하아... 다행이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긴장감이 풀리는 동시에 바닥에 주저앉은 나는 조용히 주변을 바라보았다.

 

이렇게나 난장판인데 의외로 편안하네... 그런데 왜 이렇게 어둡지? 구름이 태양을 가렸나?

 

갑자기 드리우진 그림자에 의문을 가진 나는 하늘을 바라보고는 경악했다.

 

화이트팽의 포격을 여러번 받은 포르네우스 개체가 바로 내 위에 추락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움직이려 하려던 나였지만 그보다 빠르게 들려온 굉음이 날 휘감았다.   그리고 밝은 빛과 함께 나는 몇번인지 모를 어둠속으로 또 다시 한번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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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뭔가 희한한 장소에 서있었다. 내 옆에는 소파와 TV가 놓여져 있었고 부엌으로 보이는 장소에서는 뭔지모를 달그락 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소리에 이끌려 부엌에 다가가던 나는 식탁위에 놓여진 사진을 보고는 표정을 찡그렸다. 왜냐하면 그 사진에는 나와 이세강이라는 남자가 사이좋게 웃으며 서로를 안고 있었기 떄문이다.

 

이거 개꿈인가?

 

방금 전까지만 해도 죽을 지경... 혹은 이미 죽었을지도 모르는데 이런 영문도 모를 개꿈을 꾸고있다니 참 나도 불행하다는 생각을 하며 나는 사진에서 눈을 떼고 달그락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고개를 돌려본 곳에는 한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남자아이가 나를 웃으며 바라보고 있었다. 검은 머리색과 나와같은 금빛 눈동자를 하고있던 소년에게 말을 걸으려던 순간, 주변이 유리처럼 꺠지며 나는 또 다시 끝도 없는 밑으로 떨어지는 동시에 눈을 떳다.

 

“으엣!”

 

영문모를 단마디 비명을 지르며 일어난 나는 갑자기 온몸에 엄습해오는 통증에 얼굴을 찡그리며 내 몸을 확인했다. 머리에는 붕대로 보이는것이 감겨져 있었고 발목에도 똑같이 붕대가 감겨져 있었다.

 

“나 아직도 살아있는건가?”

 

그런 폭발을 맞고도 살아있다니, 정말 괴물이네... 나 인간은 맞는거지?

 

혼자서 자학적이게 중얼거리던 나는 누군가 내 앞에 피워오르고 있는 불 옆에 앉아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분명 날 치료해준 사람이겠구나 싶어 감사하다고 말하려던 순간, 불 앞에 앉자있던 사람과 내 눈이 마주쳤다.

 

누구지 싶어 얼굴을 바라보자 나는 다시 한번 얼굴을 찡그렸다.

 

왜냐하면 날 치료해줬구나 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너무나도 이세강과 똑같은, 이세강의 얼굴이 보였기 때문이다.

 

“...인셉션인가? 꿈에서 깼는데 또 꿈인것 같은데...”

 

“뭐라는거여. 여긴 현실이거든?”

 

저 거슬리는 말투와 묘하게 짜증나는 목소리. 응, 현실이 맞나보네. 아무리 꿈속이라도 저 목소리를 완벽하게 들을수는 없을테니까 말이야. 그런데 왜 저 남자가 붕대를 감은체 누워있는 내 앞에 있는걸까?

 

“...그쪽이 왜 여기있는 거야?”

 

“이런 전투가 끝난지 얼마 안된 장소가 가장 쓸만한게 많이 있는법이라서 말이야.”

 

“한마디로 물건을 루팅하러 왔다 이거지?”

 

“그렇지.”

 

아니 이 남자는 진짜 간이 큰거 아니야? 아직도 차원종들이 득실 거릴수 있는곳을 쓸만한거 몇게 털겠다고 목숨을 걸고 와? 진짜 **거 아니야?

 

속으로 어이없다고 다시한번 생각하는 나였지만 일단 뭐가 어떻게 된건지 물어보는게 먼저였기 때문에 나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이세강에게 물어보았다.

 

“뭐가 어떻게 된거야?”

 

“어떻게 되기는. 그쪽이 엉망진창이 되서 자고있을 동안 군대는 민간인들을 대피시킬 시간을 번 다음에 철수했고 차원종들도 한바탕 날뛰다가 모두 돌아갔지.”

 

“...내가 얼마동안 쓰러져 있었어?”

 

“한 반나절 정도? 처음에는 죽었다 싶어 내버려 둘려고 했는데 갑자기 그쪽이 잠꼬대를 해서 말이야.”

 

“...이 붕대도 그쪽이 한거야?”

 

“일단은. 이래뵈도 2년동안 스스로 수많은 상처를 치료해 왔으니까.”

 

대체 2년동안 뭘하며 지낸건데 저 남자는...

 

참 대단하다 생각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나는 발목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다시 힘없이 바닥에 드러 누웠다. 다시한번 일어나려 해보았지만 결과는 똑같았다.

 

“무리하지 않는게 좋을거야. 발목이 거의 골절 직전인 상활이거든.”

 

손을 불에 쬐이며 무덤덤하게 말한 이세강은 이내 내게 따뜻한 차 한잔을 건네주며 하늘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세상은 말세인데 밤하늘은 참 거지같이 예쁘구만.”

 

그의 말에 무심코 하늘을 바라보자 하늘에는 어느새 별들이 가득했었다. 옛날 같았으면 도시의 네온사인 떄문에 잘 보이지 않을 별들이 아주 선명하게 보이자 나는 속으로 감탄하며 조용히 별들을 바라봤다. 그리고는 웃으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고마워.”

 

전쟁 후 처음으로 진심으로 웃으며 말한 그 한마디에 이세강은 갑자기 고개를 돌리며 내 시선을 피했다. 내가 뭘 잘못말했나...?

 

“...너 앞으로 되도록이면 다른사람들 앞에서 그런 표정 짓지 마라.”

 

“뭐? 내가 무슨표정을 지었는데?”

 

난 그냥 웃은것 뿐인데? 설마 내 웃음이 기분나빴나?

 

“그냥 짓지 마.”

 

그 후로 한참동안 왜냐고 물어본 나지만 결국 그는 대답해주지 않았다. 결국 포기한 나는 피곤한 몸을 추스리기 위해 바닥에 누웠고 모닥불의 따스함을 만끽하며 잠에 빠져들었다. 꿈속에서도 계속 악몽 대신에 그 남자가 나오는 꿈을 꿨지만 그것은 비밀이다.


Hainsman님의 작품을 허락을 맡고 대신 업로드한 것입니다

2024-10-24 23:20:58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