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하얀 까마귀 (자작)

리그렛샤 2018-10-16 1

이런 팀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쓴 자작글입니다. 실제 클로저스의 내용과는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오후 538. 그 날도 어김없이 차원종을 처리하고 있었다.

 

......... 아 진짜 힘들어 죽겠네!”

 

괜스레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불만을 토해**만 아무도 듣지 않는다.

듣는 이도 없거니와, 듣는 차원종도 없다. 그 자리에 서 있는 자는 한 사람 뿐이었으니까.

 

얼마나 더 처리해야 하는 거야...DBS에서 강의 시작할 시간인데...!”

문득 떠올린 강의 시간이 그녀를 더 긴장하게 만들었다. 그렇다, 그녀는 공부가 차원종 보다 훨씬 더 무서웠다. 제 시간에 공부하지 않으면 자기 자신을 질책하고 혼내기 일쑤였다,

 

 

곧바로 차원종의 잔해를 수집하고, 돌아가려는 순간.

 

크오오오!!!”

 

, **.’

 

하필이면 A급이다. 전부 처리한 줄 알았던 차원종 무리들 속에서 아직 우두머리가 남아있던 것이다. A급 차원종의 울부짖음으로 인해 주변에 있던 차원종 무리들이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골치 아프다. 이렇게 되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인데, 그녀는 남은 강의 시간을 맞춰서 갈 수 있을지가 더 걱정이었다. 차원종 잔해 수집을 멈추고 집어넣은 군관검을 다시 꺼내 들었다. 제 시간에 맞출 수 있을까? 고민 할 시간은 없었다. 곧바로 잔챙이들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죽어라!”

 

한을 담은 칼로 조금씩, 조금씩 조무래기들을 베어나갔다. 고통스러운 소리를 내며 쓰러져가는 차원종 무리들을 뒤로한 채, 우두머리 차원종에게 달려갔다. 아무리 그래도 A급인데, 그녀 혼자 처리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우두머리 차원종을 베어내려고 노력했다. 인류의 사명? 연인의 복수? 그딴 거 없었다. 그저 현실에게 지고 싶지 않았다. 클로저는 공무원이지만 그녀는 클로저가 아니었다. 클로저도 아닌 그녀는 왜 그렇게 차원종과 죽을 위기를 넘기며 싸워갔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자신의 친구가 자신과 똑같이 차원종과 싸우고 있었으니까. 소중한 친구가 차원종에게 가족을 잃었으니까. 사랑하는 친구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래서 죽어라고 칼을 휘두르며 차원종과 싸웠다. 여러 생각이 지나가며 칼을 휘두르다 보니까 어느새 피를 흘리며 쓰러져 가고 있었다. 차원종이 아닌 그녀가 말이다.

 

....A급 장난 없네..이거 진짜 위험해...위험해..!”

 

죽을 위기에 처한 그녀가 한 생각은

 

강의 시간 지났다...**...!!!!”

 

 

죽을 위기에 쳐했다는 생각이 아닌 강의 시간을 맞추지 못했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던 그녀였다, 찢어진 살결과 그 위를 흐르는 피를 보며 차원종은 마지막 일격을 날리려고 했다.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으며 이제 끝이겠구나 싶었던 차에,

 

 

피융!

 

크오오오오오!!!!”

 

어디선가 날아온 화살이 차원종의 머리에 명중했다. 차원종은 고통스러워하며 굉음을 내뱉었다. 이어서 두 발, 세 발, 연속으로 날아오는 화살들에 차원종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었다.

 

“...!!!!”

 

화살이 날아온 곳을 바라보니 그 곳에는 어느 여성이 활로 화살을 쏘아대고 있었다. 그녀는 화살에 위상력을 부여해 하늘을 향해 화살을 쏘았다. 그러자 하나의 화살은 수 백 개가 되어 차원종에게 쏟아졌다. 결과는 백발백중. 차원종은 하늘을 향해 울부짖다가 그 자리에 쾅 하고 쓰러졌다. 활을 든 여성은 사이킥무브로 빠르게 이동해 그녀가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

....어떻게 여기에..?”

“...미안.”

?”

“...늦어서..미안.”

 

검은 머리의 여성은 그녀에게 늦어서 미안하다고 사과하며 그녀를 부축했다. 힘겹게 걸어가며 그녀들은 대화를 이어갔다. 어떻게 온 건지에 대해, 그 망할 놈은 뭐하고 네가 왔냐며 말하는 것도, 그리고 고맙다고 말하는 것도. 그녀는 어지러운 상황에서도 소중한 친구에게 할 말이 많았다. 그녀의 친구는 짧지만 간결하게 답을 해주었다. 근처에서 차원종을 사냥하고 있던 차에, 강한 위상력이 느껴져서 왔다고, 그 녀석은 중요한 일을 하고 있어서 본인이 대신 왔다고, 고맙다는 말에는 여전히 미안하다고만 말하는 것도. 활을 왼쪽 어깨에 메고, 오른쪽 어깨는 그녀에게 내어준 여성은 아지트에 도착하자마자 그녀를 치료해주었다. 치료라고 해도, 치유하는 위상력이 없어서 소독약과 붕대로 간단한 것만 해주었을 뿐이었다. 그래도 그녀는 그런 여성에게 또 다시 고맙다고 인사했다.

 

아지트에서 쉬고 있는 동안 그림자가 비췄다. 장비를 검수하고 있던 차에, 장비를 테스트하러 다녀온 한 어른이 다가왔다. 그는 애꾸눈을 하고 있었고, 긴 코트를 입고 있었다. 코트 안에는 여러 종류의 총기가 들어있어서 이동할 때마다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둘 다 무사한가 보군.”

아아. 보시다시피 혜영이가 치료해줘서 조금 살 것 같아요.”

그래. 중요한 전력을 잃으면 골치 아파지니까 말이야.”

중요한 전력에게 맨날 잔해 수집만 시키는 건 너무하지 않나요, 하하.”

“...아직 죽을 때는 안 된 것 같군.”

 

짧은 농담을 끝으로 침묵이 맴돌았다. 침묵을 깬 건 황예지 였다.

 

잠깐, 지금 몇 시지?”

“.....624.”

이런 망할, 강의 시간 끝났겠다!”

곧 죽을 위기에도 그 놈의 강의는..”

이런 위험천만한 일을 하면서 앞날을 생각하는 고등학생에게 강의는 중요한 거라고요!”

남자는 한숨을 쉬며 마음대로 하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는 다시 아지트 밖으로 나가면서 장비를 시험하고 있을 테니, 필요하면 부르라고 했다.

그랬다. 아직 어리디 어린 두 소녀는 그래봤자 고등학교 3학년 밖에 안 된 여자아이들이었다. 다른 고3 학생들처럼 수능을 준비하고 진로에 대해 고민해야 할 나이에 그녀들은 차원종들과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었다. 백발을 한 소녀 황예지는 흑발의 소녀 성혜영에게 투정을 부리면서 상처를 회복하고 있었다. 가끔은 어린애같이 굴고 싶어도 그럴 수 없기에, 서로에게만 정을 나누며 인간관계를 완전히 차단해왔다. 서로를 제외한 다른 인간관계는 필요 없다. 그래야 잃을 게 없어지니까. 잃게 되는 아픔을 겪게 되지 않아도 되니까. 그래서 둘은 소중한 친구가 될 수 있었다. 서로 꽁냥대며 놀고 있었을 때, 또 다시 아지트에 그림자가 비췄다.

 

“...둘 다 어떻게든 살아있는 것 같군.”

! !”

 

소년을 보자마자 황예지는 냅다 달려가서 플라잉 니 킥을 날렸다. 얼굴에 정통으로 가격당한 그는 코피를 흘렸지만 표정하나 바뀌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잔해는 수집하고 왔겠지.”

잔해고 나발이고! 거기에 A급 차원종이 나타나서 하마터면 죽을뻔 했다고! 알아?! 근데 곧 죽을 사람한테 어떻게든 살아있는 것 같군’ ?! 장난하냐, !”

그런 것 치고는 멀쩡해 보이는데.”

뭐라고?!”

 

피부가 차가워질 정도로 차갑게 대하는 이 남자는 마재영’. 이 무리들의 우두머리다. 그는 눈을 감으며 하품을 했다. 그런 태도에 황예지는 질렸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돌렸다. 침묵을 유지한 성혜영은 그에게 다가가서 차원종의 잔해를 전했다. 잔해를 받은 마재영은 이리저리 둘러보더니 잔해가 가득한 곳에 대충 던지고 고개를 돌려 말을 이어갔다.

 

제이먼 씨는 어디에 있지.”

몰라, 밖에서 장비 시험한다고 나갔다,”

.”

 

마재영은 몸을 돌려 제이먼이 있는 곳으로 나갔다. 뒤를 돈 마재영에게 황예지는 욕을 날리며 질색했다. 그런 그녀가 재미있었는지, 성혜영은 조그마한 미소를 지었다.

시간은 오후 712. 어느새 날은 어두워졌고, 주변에는 드럼통 안에 불을 쬐며 장비를 점검하고 있던 제이먼에게 마재영이 다가갔다.

 

장비 손질 입니까.”

그래, 매일 손질하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아서 말이다.”

시민들은 무사합니까.”

곧바로 안내방송을 통해 대피했으니 걱정 마라.”

 

짧은 흰 수염을 만지작거리며 불을 쬐던 중년의 남자 제이먼은 마재영에게 말했다. 기나긴 침묵이 이어졌다. 날은 저물고, 별빛이 그들을 에워쌌다. 먼저 입을 뗀 것은 마재영 이였다.

 

언제 즈음이면... 목표를 이룰 수 있을까요.”

또 그 소리냐, 조바심 내지 말아라고 했잖냐.”

우리의 목표는 단 하나잖습니까. 제게 이 힘이 생긴 건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생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듯합니다.”

그건 그렇지. 그렇지만, 조바심은 냉정함을 잃게 만든다. 때는 반드시 온다. 넌 그 때를 위해 힘을 비축해 놓을 필요가 있어.”

그렇죠....그렇겠죠.”

 

마재영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우리들 하얀 까마귀....그의 목표. ‘데이비드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모인 집단. 평화롭고 이상적인 세상. 그리고 위상력자들의 위상력을 관리하는 것. 그렇기 때문에 제게는 힘이 필요합니다.”

너의 위상력 강제 추출 능력은 언제 봐도 참 대단한 것 같다. 다른 이의 위상력을 강제로 뽑아내어 자신의 위상력으로 바꾸는 힘....또 그 위상력을 나누어 줄 수 있는 능력도.”

 

마재영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힘은 위상력 강제 추출 능력. 타인의 위상력을 강제로 뽑아내어 위상력을 가져갈 수 있을뿐더러, 능력의 대상이 된 자는 위상력 상실증을 겪게 되어 평범함 사람이 되어버리는 능력이다. 또한 위상력을 나누어 줄 수 있는 능력 덕분에, 평범한 사람에게도 위상력을 나누어 주면 위상능력자가 될 수 있다. 그 어디에서도 보고된 적이 없는 능력. 그의 능력은 데이비드 리가 뉴욕에서 지고의 원반을 장악한 후, 검은양과 늑대개 팀에 의해 쓰러졌을 때 나타났다. 데이비드의 연설을 본 마재영은 이 능력이 생긴 후, 자신이 데이비드의 뜻을 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의 연설로 인해 유니온의 실체가 조금씩 벗겨졌고, 사람들은 유니온에 대한 불신이 조금씩 싹트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도 유니온을 신뢰하지 않는 자들의 모임. 하얀색 머리를 휘날리며 언제나 차원종의 시**에 올라 시민들을 지키는 자들. 그것이 하얀 까마귀 팀이다. 하얀 까마귀 팀은 유니온에 속한 조직도 아니고, 벌처스의 소속된 자들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었다. 때로는 시민들을 지키고, 때로는 죽을 위기에 처하기도 하지만 그들은 언제나 승리해왔다. 문제가 있다면, 그들은 입소문을 타면서 사람들 사이에서 유명해지기 시작했는데, 유니온이 이를 모를 리가 없었다. 유니온의 고위 직책을 맡은 자가 하얀 까마귀 팀을 회유할 목적으로 다가온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결국 그들은 유니온의 신뢰를 받으며 동시에 불신을 받는 조직이 되었다. 어쩔 때는 유니온의 위상을 드높이는 명예로운 조직. 어쩔 때는 유니온을 불신하며 그들에게 반기를 드는 싹수가 노란 조직으로 불렸다. 결국 그들은 유니온에 수배령이 내려질 뻔했으나, 시민들의 반대, 여러 기관의 반대로 인하여 수배령은 백지화 되었다. 유니온의 입장에서는 중립을 유지하는 하얀 까마귀 팀이 언젠가 자신들의 자리를 노릴지 몰라 내버려 둘 수 없는 조직이었으나, 사람들의 신뢰와 존경을 받는 하얀 까마귀 팀을 내버려 둘 수밖에 없었다.

 

어느새 날은 새까매지고, 둘은 아지트로 향해 걸어갔다. 아지트에 도착하니 황예지는 중얼거리며 문제집을 풀고 있었고, 성혜영은 장비를 손질하고 있었다. 마재영과 제이먼도 장비를 손질하거나 차원종의 잔해를 정리하며 밤을 샜다. 날이 지나고 해가 지평선을 넘어 올라올 때 즈음에 그들은 잠이 들었다.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이 조직을 이끄는 마재영은 올바른 유니온. 정의로운 유니온을 꿈꾸며 하루를 보냈다.

2024-10-24 23:20:54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