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하레비아 단편) 구원
firsteve 2018-10-15 3
그는 지옥에 떨어졌다.
영웅이라는 이름으로 이세하는 추락했다.
추락하는 그 날부터 이세하는 꿈에서 그녀를 보았다.
“안녕….당신을 좋아했어요, 세하님. 부디…..행복하세요. 저 같은 건 잊고 행복해지시길….빌게요.”
깨어날 수 없는, 돌이킬 수 없는 사실이 그를 괴롭혔다.
유니온이라는 이름의 악마에게서 그녀를 지키지 못했다.
정의라는 이름의 악마로 떨어져, 누구보다 상냥한 그녀를 죽였다.
그것이 그의 악몽이었다.
그런 그의 마음을 모르는 사람들은 그를 보고 영웅으로 떠받들었다.
그 순간….그의 눈에 이채가 스쳤다.
마지막 도박을 해봐야겠어….
그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어디론가로 몸을 이끌고 달려갔다.
그가 다다른 곳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용의 전당이었다.
“아, 이세하 요원님. 여긴 어쩐 일로….”
“신경 쓸 일 없습니다. 지금 용의 전당을 쓰겠습니다.”
“네? 하…하지만 이건 상부의 허가를….”
“특수요원이자 영웅인 제가 허락 받을 필요가 있을까요?”
낮고 조용히 울리는 그의 목소리에 특경대원이 움찔하고 길을 비켰다.
18살의 그였다면 이렇게까지 바뀌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25살이 될 때까지 부러지고 부서지고 망가지며 그리고 자신의 가장 소중한 사람을 베어가며 추락한 지 오래였다.
이윽고 용의 전당의 한가운데까지 들어간 그가 조용히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레비아….조금만 기다려…..금방….구하러 갈게.”
레비아의 이마에 붙어있던 부적을 손에 쥔 그가 조용히 그것을 앞으로 내밀었다.
“용의 왕좌를 계승하기 위해 왔다. 나에게 자격이 있음을 판단하라.”
세하의 말에 용의 전당이 괴음을 내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용을 죽인 자인가….계승하기에는 모든 조건이 충족되는군. 하지만 왜 이제와서 계승하는가, 작은 자여.”
“그건 네가 상관할 게 아닐 텐데?”
울려오는 목소리에 날카롭게 대꾸하는 그의 말에 울리던 목소리가 조용히 물었다.
“네가 원하는 건…..우리의 수치이자 우리의 비밀병기를 구하는 것인가….. 우스운 이야기이군.”
“**라. 길게 시간을 끈다면 이 용의 전당을 부숴서라도 힘을 취하겠어.”
“크큭….좋다. 하지만, 명심해라. 작은 자여. 네가 용이 되고 그것을 구하기 위해서는 과거로 가야 한다는 것과 너의 존재를 걸
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게 무슨 의미지?”
“다시 말하자면, 네가 과거로 가는 순간, 이 세상에는 [이세하]라는 인물은 존재하지 않는다. 즉….네 녀석은 죽으면 아무도 널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죽는 순간 끝이라는 건가…..쓰레기 게임인 것도 정도가 있어야지……2회차인데 원코인인가….”
세하가 머리를 긁적거리더니 조용히 물었다.
“…..구할 확률은 있는 건가?”
“네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그건 [인간]이 아니다. 그리고 너 또한…그렇게 될 것이다.”
“레비아는 [인간]이야. 누구보다 순수한 [인간]이다.”
세하의 눈에 광기가 보이자, 목소리가 웃음을 지었다.
“좋다. 광기 어린 작은 용이여. 어디 한 번 발버둥쳐보게나. 그것을 구한다는 것이 얼마나 일그러진 일인지 몸으로 느끼고 절망
하고 죽거라.”
목소리가 끊어짐과 동시에 엄청난 양의 힘이 그에게 몰려들었다.
뼈가 부서졌다가 다시 재구성되기를 반복했다.
위상력이 뒤엉키면서 내장을 부쉈지만 곧바로 최적화된 몸으로 재구성되었다.
비명조차 못 지를 만큼 강렬한 고통에 세하는 정신을 잃을 것 같았다.
그러나, 그는 스스로 상처를 내어가며 의식을 이어갔다.
그녀를 구해야해.
마음에 잊지 말아야 할 단 한 가지를 새겼다.
레비아를 구한다.
사랑하는 연인을 위해서.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자신의 눈 앞에서 자신의 검에 죽은 연인을 위해.
그는 용의 전당뿐만 아니라 용의 영역 전체의 힘을 끌어 모으기 시작했다.
더 이상 끌어 모을 힘조차 없어지자 영역들이 급격하게 붕괴하기 시작했다.
“광기에 젖은 용이여….그대가 가는 길은 결코 행복하지 않을 것이다. 너는 저주받았고, 절망할 것이고, 절대로 행복을 맞이하지 못하리라….”
목소리가 옅어지며 사라지자 세하가 입 안에 고인 피를 뱉어내며 중얼거렸다.
“구원은 바라지도 않아. 구원 받아야 할 사람은…..따로 있으니까….”
그리고는 그는 손을 천천히 앞으로 뻗으며 이 세상에서의 마지막 말을 내뱉었다.
“자, 구원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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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기억의 첫번째는 어느 연구실이었습니다.
그 때의 말은 제가 아직 인간의 말을 배우기 전이었기에, 자세히 기억하지 못하지만 어렴풋이 기억나는 것은 재미있어보이는
실험체라는 소리였습니다.
그 후 저는 여러가지 실험과 테스트들을 거치며 여기까지 왔습니다.
깨어난지 13년이나 되었는데 전 아직 바깥세상이라는 것을 잘 모릅니다.
한 번씩 들어오는 새가 저의 유일한 친구입니다.
전 언제쯤이면 밖을 볼 수 있는 걸까요.
궁금합니다.
바깥에는 저와 같은 분이 있을까요?
하지만 지금은 만나면 안됩니다.
왜냐하면….제 안에서 계속 무언가가 계속 소리를 지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두렵습니다.
제 안의 무언가가 너무나 두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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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가 그가 기억하는 그녀의 과거였다.
실험실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녀에게 물어보았지만,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알지 않으시는 편이 좋아요 라고 말했다.
“세하님한테는…..나쁜 모습을 보여드리기 싫으니까요.”
상냥한 그녀의 말에 그는 물어보는 것을 그만뒀었다.
“그 때 조금 미움 받더라도 물어 봐둘 걸 그랬네…..그랬다면 이런 식으로 하나하나 박살낼 필요는 없었을 것 같은데.”
세하가 자신의 뒤에서 불타는 연구소를 보며 중얼거렸다.
무고한 일반인이 있는 연구소는 건드리지 않았다.
그건 그가 그녀에게 당당하기 위한 마지노선이었다.
그녀는 인간과 사이 좋게 지내고 싶어했으니까.
이번 연구소도 그렇기에 악마적인 실험을 하던 연구소였다.
하지만 이번에도 그녀는 없었다.
그러다 문득 떠오른 생각에 세하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섞여버린 위상력을 서서히 퍼트렸다.
나비 모양이 된 자신의 위상력을 하늘로 띄우자, 나비가 어느 한 방향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역시 예상대로인가.
그녀의 위상력 또한 어떠한 면에서는 용의 일족이다.
그렇다면 용이 된 자신의 위상력이 그것을 추적할 수 있을까 하고 시험삼아 해본 것이었지만….의외로 효과가 있었다.
그나저나 약간 예상 외였어….시간대가 어긋나게 도착하다니…..
원래의 목표는 그녀가 폭주하는 날, 그녀를 막고 그녀를 구출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왜인지 하필이면 그녀가 폭주한 날보다 며칠이나 빠르게 도착해버렸다.
이 시절의 그녀에 대해서는 그도 들은 게 없었기에 조금은 걱정이 되었다.
“후우…지금은 다른 생각하지 말자. 지금은…..레비아를 구하는 게 먼저야.”
그가 자신의 머릿속에 끊임없이 떠오르는 생각을 지우려는 듯 고개를 젓고는 벌써 멀리까지 날아간 나비를 쫓아가기 시작했다.
제발 늦지 않아야 할 텐데.
그녀가 가진 후회가 얼마나 깊은지 겪어본 그는 그것만을 생각하며 나비를 쫓아갔다.
폭주해서 겨우 제정신이 들었을 때, 자신이 무슨 짓을 한 지 알았을 때, 그녀는 스스로의 행동을 후회하고 절망했었으니까.
그것으로 인해 평생을 속죄해야 한다며 살다가 결국 정의라는 이름 아래에 처벌 당했으니까.
그 순간, 앞을 날아가던 나비의 속도가 급격하게 빨라졌다.
아니, 정확히는 [빨려 들어간다]에 가까운 속도였다.
늦었나….
분명했다.
지금 나비가 가고 있는 방향에서 느껴지는 무시무시한 기백에 세하가 혀를 차고는 다리에 힘을 모았다.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다리에 위상력을 감고 달려 도착한 곳에는 이미 경비를 비롯한 사람들의 흔적이 없었다.
서둘러 느껴지는 위상력을 나침반 삼아 연구실까지 뛰어내려간 세하가 발견한 것은…..피투성이가 된 그녀였다.
“크으으……”
주변에 널린 것들과 그녀의 모습으로 보아서는 상당히 늦은 듯 보였다.
“처리대원들은 다 죽었나…..이건 못 바꾸나…..하아…..”
세하가 중얼거리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조금 어린 모습이었지만 분명 그가 사랑하는 그녀의 모습이었다.
세상에서 제일 상냥하고 먹을 것을 좋아하던 순진한 그녀였다.
하지만 지금 그녀의 모습은 괴물이었다.
“레비아. 그만해. 널 괴롭히는 사람은 없어. 그러니까 그만둬.”
“크으으….인간….인간….죽인다….죽어…..죽어!!!!”
공기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그녀가 날아오자, 세하가 그녀의 주먹을 받아내고는 어이없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역시 그렇게 쉽게는 안 풀리나….정말이지….2회차라고 처음부터 난이도 너무 올리는 거 아니냐!!!”
날아들어오는 그녀의 공격을 그대로 받아친 세하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다시 밀고 들어오는 그녀의 모습에 쓴웃음을 지었
다.
***….이쪽은 진심으로 때릴 수가 없다고….되도록이면 상처 없이 제압하고 싶은데….
평소에 쓰던 지팡이도 기본적으로 사용하던 스킬조차 쓰지 않고 오직 신체능력으로 밀어붙이는 짐승 같은 공격이지만 공격 하
나하나는 꽤나 묵직했다.
벌써부터 힘을 쓰면 뒤에 문제 될 것 같지만 이대로는 해결이 안될 테니….해결한 후에 생각하자.
세하가 건블레이드를 소환해 그녀를 날려버리자, 레비아가 그를 노려봤다.
“그런 눈으로 ** 마라고….아무리 네가 날 몰라도 난 널 안단 말이다.”
건블레이드를 땅에 톡톡 찍던 세하가 그녀를 바라보고는 중얼거렸다.
“미안. 좀 아플 거야.”
순간, 그의 모습이 그녀의 눈 앞에 나타나더니 건블레이드에서 기이할 정도의 열기가 몰아쳤다.
폭령검 전소 최대출력.
현재 그가 가진 건블레이드가 버틸 수 있는 최대의 출력이 그녀에게 작렬했다.
터질 때마다 공간마저 일그러질 정도의 파괴력에 날뛰던 그녀 또한 저항하지 못한 채 바닥을 굴렀다.
“크으…..”
바닥을 구르던 그녀가 비틀비틀 일어나 그에게 다시금 덤벼들었다.
“후우….이것까지는 하고 싶지 않았는데…”
달려드는 그녀를 붙잡은 그가 그녀의 머리에 붙어있는 부적을 떼어내며 중얼거렸다.
“…..복종하라, 짐승이여.”
용이 되면서 머리에 강제로 새겨진 용의 권위로 그녀에게 명하자, 그녀가 비명을 질렀다.
“크으….아….아파….아파요…..잘못했어요…..살려주세요….”
살려달라고 외치는 그녀의 말에 그는 더욱 강하게 그녀를 끌어안았다.
“괜찮아. 조금만 참아….곧 끝날 거야….”
아픔에 그녀가 세하의 팔을 마구 할퀴었지만 그는 괜찮다는 듯 그녀를 꼭 껴안았다.
이내, 고통이 가시자, 방대하게 뿜어져나오던 레비아의 위상력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동시에 정신을 잃은 그녀를 세하가 가지고 온 담요로 감싸주며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많이 안 다치고 끝나서 다행이다….이제 돌아가기만 하면…..”
세하가 돌아가기 위해 고개를 돌린 순간, 복도 끝에서 느껴지는 거대한 위상력에 주먹을 쥐었다.
“…..정말이지, 예나 지금이나 눈치 더럽게 없어…..”
뚜벅뚜벅 걸어오던 사람이 빛이 들어오는 자리에까지 나타나자 세하가 건블레이드를 들고 일어섰다.
“처음 뵙겠소. 그 쪽이 연구소를 박살내고 다닌다는 테러리스트인가?”
“그렇지. 이 여자애한테 볼 일이 좀 있어서.”
“6번 실험체인가…..차원종을 여자애라고 부르다니….취향이 참으로 독특하군.”
“글쎄…..내 눈에는 완전한 여자** 보이는데 말이지….트레이너.”
세하의 말에 트레이너가 눈가를 움찔했다.
“나를….알고 있나?”
“당신은 모르지. 나는 알고. 뭐.....그냥 한 때 같은 적을 두고 싸웠던 사람이라고 생각해.”
“그런 적당한 말로 넘어갈 거라고 생각하는 거냐.”
트레이너의 몸에서 위상력이 뿜어져나오자 세하가 입가를 올리며 중얼거렸다.
“틀린 말은 아니라고, 차원전쟁의 주역 나으리. 당신이 모든 걸 포기하고 벌쳐스에 들어온 것처럼 나도 무언가를 위해 세상을
버리고 들어온 것 뿐이야.”
“차원전쟁과 내 뒷이야기까지 알다니….점점 더 수상해지는군. 얌전히 실험체를 돌려주고 항복하도록.”
“난 당신의 제자가 아니라고. 뭣하면…..덤벼보던가. 벌쳐스의 개한테 질만큼 약하진 않아.”
세하가 다시 한 번 몸에서 위상력을 이끌어내자, 대기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큰일인데…..아까 전에 레비아한테 받은 데미지랑 소모된 게 아직 회복되지 않았어….게다가….무기까지 상태가 안 좋아….단
기전으로 끝내고 도망가야겠어.
느껴지는 기백에 트레이너가 미소를 지었다.
“무서운 기백이군…..더더욱 궁금해졌어. 당신을 붙잡고 길게 이야기해보도록 하지.”
묵직한 목소리와 다르게 순식간에 좁혀온 트레이너의 주먹에 세하가 무릎으로 그의 주먹을 차 올렸다.
하지만 예상과 다르게 서로 상쇄되어버린 힘에 세하가 어이없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인간 맞냐….아무리 그래도 방어가 너무 탄탄하잖아…..”
“그건 내가 할 말이다. 어떻게 무릎이 박살 나지 않은 거지? 적어도 나와 부딪혀서 아무렇지 않은 사람은 내가 알기로는 딱 한
사람뿐인데.”
“….알파퀸이지? 그 사람?”
“그것까지 알다니….도대체 정체가 뭐냐.”
“개가 그걸 알 필요 있을까?!”
세하가 이번엔 위상력을 두른 채로 그의 주먹에 정면으로 맞서자, 엄청난 충격파가 두 사람을 밀어냈다.
돌아오기 전까지 저 남자한테 내가 몇 번이나 덤볐더라….
상쇄와 회피를 반복하며 그가 생각했다.
레비아가 죽고 나서 그에게 덤벼들었다.
실패하고, 무너지고, 제압당하면서도, 그럼에도 그에게 덤벼들어 돌아오기 직전엔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겨우겨우 그 사람을
제압했었다.
이윽고 다시 한 번 상쇄로 인한 충격파로 두 사람이 떨어지자, 트레이너가 그를 보았다.
“아까부터 쭉 생각했지만…..너는 내 공격방식을 아는 듯 하군.”
“그야 당신을 이기려고 온갖 생각을 다하고 노력했으니까.”
숨이 차 올랐다.
더 이상 여유부리면서 싸울 상대가 아니었다.
레비아와의 전투로 많이 소모된 몸이었지만, 적어도 이 시간대의 그에게는 이길 힘 정도는 있었다.
“무언가를 아는 눈치니 거칠더라도 제압하겠다.”
트레이너가 주먹에 힘을 모은 채 달려오자, 세하가 웃음을 지었다.
“역시 그걸로 나오는 건가….그럼 나는….이거다.”
세하가 건블레이드로 단 하나의 기술을 사용했다.
그것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이자 그녀가 가장 사랑했던 기술.
“별빛에 잠겨라.”
유성검을.
강렬한 충돌음과 충격파가 연구소를 가루로 만들어갔지만 두 사람의 공방은 여전히 이어졌다.
“역시 당신은 대단해…..이대로는 우리 둘 다 호각일 것 같은데?”
“크음…호각이면 더 밀면 되는 거다.”
“멋져. 언제나 그렇듯이 당신은 망설임이 없어. 그럼 나도 당신이 내게 했던 조언처럼 망설이지 않을게!”
세하가 한 손을 뒤로 빼며 그를 향해 말했다.
“죽지 않겠지만 죽을 만큼 아플 거야. 당신을 잡기 위한 내 전력이야.”
순간 그의 손에 너무나도 칠흑같이 어두운 검이 나타났다.
그 검의 등장과 위압감에 트레이너가 한순간 시선을 빼앗겼다.
그리고 그것은….그의 공격이 튕겨나는 결과로 이어졌다.
“지옥에 봅시다. 아저씨!”
세하의 검이 그의 몸통에 커다란 폭발을 일으키며 그를 날려버리자, 세하 또한 반동으로 레비아가 있는 복도로 굴러갔다.
“쿨럭쿨럭…..진짜 괴물이라니까….라스트 보스도 아닌데 왜 이렇게 센 거야….”
울컥울컥 올라오는 피를 연신 닦으며 레비아를 안아 든 세하가 트레이너를 지나쳐 가려는 순간,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크윽….거기 서라….나는 아직….끝나지….”
꺾이지 않는 트레이너의 의지에 세하가 그를 돌아봤다.
“적당히 하라고. 그러다가 나중에 되면 당신은 또다시 자신의 동료를 잃을 거니까.”
“무슨 소리냐…..나에겐….동료 따윈….”
“나중에 한 번 느껴봐. 당신이랑 비슷한 처지인 사람들을 데리고 군인놀이 할 때 내 말을 기억하고 있으라고. 그 녀석들은…..
적어도 당신의 가족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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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후….
신서울의 한 버려진 주택가에 도착한 세하가 건물들을 보고는 중얼거렸다.
여기라면 안전하겠지.
세하가 레비아를 바닥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은 채 건물들을 향해 손을 뻗었다.
가루가 되며 서서히 내려앉던 건물들이 세하의 손짓에 다시금 형태를 갖추기 위해 움직였다.
이윽고 완성된 그것은 마당이 있는 거대한 저택이었다.
“후우…..이 정도면 되려나…..역시나 아무리 용의 힘을 가졌다고 해도 그 둘을 연속으로 상대하는건 지금 내 몸으로는 무리였
나……
전이한 후 마땅한 회복이나 수면도 없이 용의 일족이 준비한 최종병기와 싸우고 인류에서 두 번째로 강하다고 취급받는 남자와
연이어 붙었다.
게다가 돌아와서는 건물을 재구성해 원하는 집으로까지 만들었다.
곧 쓰러져도 이해가 되는 몸이었지만 그는 조용히 그녀를 다시 들고 집 안으로 들어섰다.
그 때, 기절해있던 레비아가 눈꺼풀을 힘겹게 밀어 올리며 깨어났다.
“아……저기……누구신가요?”
“깼어? 잠시만 있어. 금방 내려줄게.”
그녀를 임시로 만든 침대에 앉힌 그가 그녀와 눈높이를 맞추었다.
“안녕.”
“아…안녕하세요…..그….그런데….여긴 어딘가요? 새로운 실험실인가요?”
“아니야. 실험실이 아니라, 너랑 내가 살 집이야.”
“집….인가요? 그럼 여기가….바깥세상인 건가요?어떻게….”
그녀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문득 떠오른 자신의 행동에 비명을 질렀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피투성이의 기억에 그녀가 절규하며 무너지려하자, 세하가 그녀를 끌어안았다.
“괜찮아. 괜찮아. 넌 잘못되지 않았어. 잘못된 건 그 사람들이야.”
“하지만….하지만….저는….사람들을 죽였어요….그건….속죄해야해요.”
속죄. 그녀의 행동원리. 그가 정말로 듣고 싶지 않았던 말.
그것이 그녀의 입에서 나왔다.
“그럼 어떻게 속죄할 건데?”
“…..모르겠어요.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어요…..”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그럼 나랑 같이 방법을 찾자. 네가 속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 사랑 받을 방법도”
“제게…..사랑 받을…..그런 권리가 있을까요….”
“있어. 너는 인간의 마음을 가졌으니까.”
그가 그녀를 품에 꼭 껴안았다.
“괜찮아. 이제부터 내가 널 지켜줄게. 그러니까 무서워하지마. 내가 곁에 있을게.”
토닥이는 그의 손길에 그녀가 결국 눈물을 흘렸다.
“고맙습니다….고맙습니다…..”
한참동안 고맙다는 말을 하며 그의 품에 안겨있던 그녀가 품에서 몸을 떼자, 세하가 웃음을 지었다.
“좋아. 그럼 우선은 뭘 먹으면서 이야기 할까?너는 뭐가 좋아?”
“저….저는 아무거나 먹을 수 있어요….”
레비아가 흘긋흘긋 보며 말하자, 세하가 그녀에게 다가와 조심스럽게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저…저기…..그나저나….그 쪽 분을 제가 뭐라고 불러야하나요?”
“아….그러고 보니 나 아직 이름을 말 안 해줬구나. 내 이름은 이세하야. 너는?”
“제….제게 이름은 없어요. 지금까지 6번 실험체라고 불렸고요….”
“그럼 내가 이름을 지어줘도 될까?”
세하의 말에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자, 미소를 지었다.
“그럼 네 이름은 레비아로 하자.”
“좋아요. 잘 부탁드릴게요. 이세하 님.”
“나도 잘 부탁해. 레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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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안녕하세요. firsteve입니다.
이번 편은 다크한 걸 보다가 문득 생각나서 만든 내용입니다.(짧죠?)
언제나 2편이 나올지도….또는 아닐지도….모르는 그런 애매한 단편입니다 히히….
다음편은 확실하게 볼프소마로 돌아올 것 같네요. 이미 작업에 착수해서 ㅋㅋㅋ
아무튼 오늘도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외전 보내드렸는데 다들 잘 읽으셨나 모르겠네요.(댓글에 반응이 한 분만 있으니 전제적인 평가는 어떨 지 궁금합
니다 히히….)
어찌되었든 어느 쪽이든 재미있게 보셨기를 바라며 저는 다시 좋은 글로 돌아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상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firsteve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