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퍼레이션 나인 -제7화- [서울을 위협하는 검은 그림자.]
호시미야라이린 2015-02-15 1
세하와 유리의 데이트 같지가 않은 데이트를 고층 빌딩의 옥상에서 감시하고 있는 정나혜는 매우 불쾌한 반응이다. 왜 자기가 저런 것들의 연애를 감시해야만 하냐는 거다. 둘을 방해하는 요소가 나타났을 때에 신속히 처리하라는 것이 사야의 명령이라지만 왠지 너무하다. 그런데 저 멀리서 검은색 차량 몇 대가 지나가는 모습이 스코프에 잡힌다. 뭔가 싶어서 쳐다보니 아무리 보더라도 고급 차량이다. ‘방탄철판(防彈鐵板)’ 으로 덕지덕지 붙인 느낌의 차량. 그러니까 방탄차량이라 부르는 것이 맞을는지 모르겠다. 나혜가 왠지 저기가 좀 수상쩍어서 저곳을 주시한다. 마침 그 때에 사야에게서 무전이 오는데 지금 조준하고 있는 차량들의 행렬을 주시하라는 요청이 들어온다.
“좋았어!”
‘그래서. 저 차량 행렬이 어디로 향하는 거지.’
“글쎄다? 계속 움직이는데?”
‘......마침 잘 됐어. 이번 우리의 목표물이란 정보가 들어와 있으니까.’
“정보?”
‘그래. 인간의 모습으로 위장한 것으로 보이는 차원종이 말이야.’
“......”
‘......63빌딩일 거라 생각했는데, 설마 강남역 근처의 어느 건물일 줄이야. 이번엔 나혜 네가 최대한 잘해야만 한다.’
여러 대의 검은 방탄차량들이 도착한 곳은 강남역에서 약 1,000m 이상의 거리는 떨어진 곳으로 보이는 건물. 나혜가 사용하는 드라구노프 저격총의 사거리에 닿는 거리일까? 만약 닿지가 않는 거리라면 꽤나 곤란하다. 사거리 이내에 있다고 하더라도 생각도 없이 방아쇠를 당겨선 안 되는 법. 강남역 옥상에서 나혜가 저격총에 바이팟이라 부르는 ‘양각대(兩脚臺)’ 라는 것을 차고서 정조준을 하고 있다. 혹시라도 누가 들어올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 문을 굳게 잠그고서 온갖 비품들을 문에 배치해 철저히 막았다. 나혜가 사야의 계속되는 무전을 들으며 지시를 기다리는데, 목표물이 들어간 건물의 옥상을 확인하라고 한다. 스코프로 겨누니 사이가가 있다. 설마 사이가도 참가하는 걸까?
“사이가?”
‘그래. 차량에서 내린 인간형 차원종들이 안으로 들어갔어. 이제 사이가가 처리할 거야.’
“......사이가에게 내 위치를 알렸어.”
‘잘했어. 이제 사이가가 로프를 타고서 창문을 깨고 난입할 거야. 그럼 넌 사이가가 미처 처리하지 못한 자들을 저격해줘.’
“오케이! 사야!”
‘......사이가의 목숨이 걸려있으니 조심하도록 해.’
“맡겨만 주세요!”
잠시 후, 사이가가 로프를 타고서 그 문제의 건물로 난입한다. 당연히 창문을 깨부수고서 들어왔고 그 안에 있던 인간들과 총격전을 벌인다. 자신의 산탄총으로 바로 눈앞에 보이는 자들은 처리했으나 추가로 몰려든 자들은 어려운 모양이다. 총을 전자동으로 맞춘 탓인지 총에서 연기가 보인다. 사이가가 방열장갑을 낀 것을 보면 확연히 알 수가 있는 대목. 어쨌든 나혜는 서둘러서 드라구노프 총을 녀석들에게 조준해 하나씩 하나씩 처리해나간다. 인간의 모습으로 위장한 차원종들이라 그런지 쓰러지자 일반적인 차원종 몬스터의 모습으로 돌아가며 픽픽 쓰러진다. 저격은 이런 식으로 지원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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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혜가 잔존 차원종들을 처리해줘서 빠르게 상황종료 시킬 수가 있었지만, 문제는 이게 전부가 아니란 거다. 갑자기 강남역 전체가 대폭발을 일으키며 무너져 내리는 것. 폭탄테러로 인함인지 아니면 뭘로 인함인지는 모르겠지만 역 전체가 파괴되어 무너질 정도인 것을 보면 그냥 폭약의 정도는 아닐 것이다. 수없이 많은 폭약들의 영향일 거다. 나혜가 이게 뭐야! 라고 소리치자 그녀의 허리춤에 차고 있던 무전기에서 무슨 목소리가 들려온다. 처음엔 러시아어로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이내 한국어로 바뀐다. 그래도 목소리는 사야가 아니란 것과 ‘노어(露語)’ 로 말한 그 문제의 목소리란 것은 분명한 사실.
나혜는 누구냐고 묻자, 자신을 벌써부터 잊어버리면 안 된다고 말한다.
목소리를 잘 들어보면 ‘음성변조(音聲變造)’ 가 아닌 남자 목소리란 것을 알 수가 있다. 무슨 굵은 목소리를 내는 남자. 설마 이번 방해공작을 일으킨 것이 너희들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말하는 남자 목소리. 나혜는 그제야 남자 목소리의 정체를 파악한다. 그녀가 남자 이름을 부르자 이제야 기억이 나는 거냐고 되묻는다. 무슨 짓이냐는 말에 강남역에 있으리라 생각하고서 자폭공격용 차원종들을 인간으로 위장시키고서 대기시켰다는 거. 드라구노프 총으로 사이가를 돕기 위해 지원사격을 했다는 것에서 확신하고서 일제히 터트렸다고 한다. 나혜는 설마 이대로 추락해서 죽는 걸까?
“뭐... 뭐야!?”
‘아아, 내가 그토록 아꼈던 부하. 절대로 넌 이곳에 오지 말았어야 했어. 정나혜.’
“이... 이 목소리... 설마!”
‘그래. 내 이름은 ’마카로프(Makarov)‘ 다. 설마 우리의 계획을 방해하려고 하다니.’
“뭐?!”
‘강남역 옥상에서 저격하다니 잔머리 잘 굴렸군. 하지만 그곳에 있었던 인간들은 모두 내가 준비시킨 ’자폭공격용 차원종‘ 들이다. 그래서 일제히 터트렸지.’
“......!!”
‘처음엔 설마 설마라 생각했지만~ 네가 사이가를 도와 지원사격을 한 것을 보고서 확신했지.’
“뭐?”
‘설마 임무를 잊어버린 건 아니겠지. 정말로 검은양 클로저들과 함께 하겠다는 건가? 흐흐흐.’
“이... 이런! 이대로 나 죽는 거야?!”
‘물론이지. 내 손으로 내 충실했던 부하를 죽여야만 하다니. 하지만 괜찮아. 차원종이 지배하는 세계를 만들기 위해선 당연한 대의니까.’
마카로프란 이름의 남자가 강남역을 폭파시키고서 옥상에 있던 나혜도 함께 추락한다.
임무를 잊어버린 거냐는 말을 했는데, 이 자가 한 말에는 무슨 의미가 있을까? 차원종이 지배하는 세계를 만들기 위해서 자신은 대의를 실행에 옮긴 거다니~ 검은양 클로저를 없애야만 한다니 뭐니란 말을 계속해서 늘어놓는다. 그러다가 마카로프가 마지막에는 러시아어로 ‘잘 죽어라. 내가 가장 아끼던 부하.’ 라고 말해준다. 강남역 옥상에서 추락한 나혜. 아무리 방탄철모를 쓰고 온갖 안전장비를 다 착용했지만 충격이 엄청날 것이다. 신속히 도착한 구급차에 실려 가는 정나혜. 당연히 데이트 같지가 않은 데이트를 하던 세하와 유리도 놀라며 어떻게 된 거냐며 많이 당황하는 기색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