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모험담 중 일부인 이야기 2-8
한스덱 2018-09-24 0
이 이야기는 실제 게임 스토리와는 상관이 없습니다. 하지만 게임의 스포일러가 있으니 주의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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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익,
텁.
그녀는 분명 고개를 숙인 채 절망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감각은 그런 상황에서도 날카롭게 반응했다. 그녀는 여전히 웅크려 앉아있었고 고개도 숙이고 있었지만, 내가 그녀의 정수리를 노려서 던진 돌멩이를 정확하게 잡아내었다. 차라리 난 그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두 눈은 기분이 상당히 안좋은 자신에게 감히 시비를 건 차원종을 정확하게 노려보고 있었다. 내가 던진 돌은 인화성 물질이 아니었지만, 그녀의 어두컴컴한 마음 속에 분노의 불씨를 피워올리는 데에는 과할 정도로 잘 탔다. 난 이건 다행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여기서 멈추지 않고 휘발유까지 부어버렸다.
난 그녀를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올렸다.
그리고 충격 받았을 게 뻔한 그녀가 쥐고 있던 돌멩이를 가리킨 후, 검지손가락만 까딱거렸다.
내 도발은 당연히 성공이었다. 그녀는 왠만한 일은 웃어넘길 수 있었지만 이건 왠만한 일이 아니었다. 그녀는 자신을 모욕하는 내 무례한 짓거리 때문에 머리 끝까지 화가 난 게 분명했다. 그래서 그녀는 절망을 장작삼아 활활 불타오르는 그 분노를 재앙처럼 쏟아내주기 위해 웅크려 앉았던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고선 재앙 속으로 감히 뛰어들어간 나를 향해 온 힘을 다해서 돌멩이를 던졌다.
툭.
그녀와 나 모두 저 소리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난 저 소리 때문에 경악해버린 건 아니었다.
차원종의 손에 박살나버린 건물 파편으로 그 차원종의 머리를 박살내버릴 괴력을 담아 날아간 그 돌멩이는 땅 바닥을 향해 힘없이 수직으로 떨어져버렸다.
자신이 뭔가 잘못 본 건가 싶어서 땅 바닥에 툭 떨어진 그 돌멩이를 뚫어져라 쳐다보던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내 상태를 확인해보았다. 나 역시 경악에 빠져버린 채 내 왼손의 건틀릿에 박힌 보석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가 나를 향해 온 힘을 다해 돌을 던지기 전까지는 반투명했던 그 보석이 지금은 노란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이게 무슨…”
그녀는 입으로 자신의 경악을 표현했고, 난 그것과 완전히 똑같은 말을 내 마음 속에다가 표현하고 있었다. 그러나 먼저 정신을 차린 건 나였다. 난 내 앞에 떨어진 그 돌멩이를 다시 주웠다. 그리고 난 이번엔 그녀가 돌멩이를 받기 편하도록 밑에서 위로 살짝 띄워서 던졌다.
내 2 번째 송구를 자신도 모르게 정확히 받아낸 그녀는 이게 무슨 마술인지 아직 깨닫지 못한 게 분명했다. 나도 그녀가 단 한 번만에 내 의도를 파악해 줄 거라곤 기대하지 않았다. 난 그런 그녀를 향해 이번에는 도발의 의미가 담기지 않도록, 오른손에 아무 것도 쥐지 않은 상태에서 천천히 던지는 시늉을 해주었다. 그러는 동시에 왼팔을 직각으로 살짝 뻗은 채로 천천히 내렸다 올렸다 했다. 투구의 속도를 줄여달라는 부탁이였다.
절망과 분노를 싸그리 잊어먹어버린 그녀는 내 수신호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한 것 같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내가 그 데드볼에 진짜로 맞아도 1루로 걸어가기는 커녕 응급실에 실려가지도 못할만큼 산산조각나진 않을 속도로 투구했다.
그 돌은 방금 전과는 달리 속도를 유지한 상태로 허공을 날아가고 있었다. 다만, 7 m 도 안넘는 거리를 이동하는 것 치고는 상당히 오래 날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 돌은 지금 그 거리를 한참은 더 넘을만큼 날고 있기 때문이다.
내 앞까지 수평선을 그리며 날아온 그 돌은 이번에는 위쪽으로 방향을 꺾었다. 그러고는 작은 넓이를 가진 원을 허공에다가 끊임없이 그려냈다.
마치 광대가 보여주는 능숙한 솜씨의 저글링보다 더 놀라운 묘기를 구경하게 된 그녀는 진짜 서커스를 관람하는 것보다 더 멍하니 쳐다보았다. 아무리 능수능란한 광대라도 손을 안 쓰고 저글링하는 묘기는 못 보여줄테니까.
나는 저글링을 열심히 돌고 있는 그 돌을 다시 그녀에게 던져줄까 하다가, 지금 내 행동이 서커스와 비슷할 거라는 발상을 떠올렸다. 그래서 그 돌은 계속 저글링을 하라고 시킨 채, 다음 도우미가 되어줄 돌멩이 하나를 내 손 안에 넣었다. 내가 앉은 자리에서 허리를 굽혀서 주울 수 있을만큼 가깝게 떨어져있던 그 돌멩이들은, 3 시간 전에는 내 명령에 맞춰서 편지 진형으로 줄을 섰던 그것들이었다.
내 3번째 송구까지 무사히 받아낸 그녀는 이 행동의 규칙성을 파악한 것 같았다. 그녀는 그 돌멩이를 왼손에 쥐자마자 나를 향해 적당한 속도로 던져주었다.
그 돌도 마찬가지로 저글링을 돌 운명이었다. 난 무대 위에서 열심히 돌고 있던 돌멩이와 방금 무대 위로 입장한 돌멩이가 서로 부딪치지 않게 조심하면서 그 신참에게도 공중제비를 돌라고 지시했다.
내 손에 세 번째로 들어온 돌멩이도 그녀를 향해 네 번째로 날아갔다가, 나에게 네 번째로 날아온 다음, 세 번째로 저글링을 돌고 말았다. 그 모습은 마치 커다란 항성의 주위를 열심히 공전 중인 세 개의 행성을 연상시켰다. 물론 그 세 개의 행성에 영향을 미치는 항성은 눈으로 볼 수 없었지만 말이다.
그리고 저글링 쇼는 그걸로 끝났다. 항성과 마찬가지인 나는 그 행성들을 일시에 정지시켰다. 우두둑 하는 소리와 함께, 그 돌맹이들은 모두 바닥으로 추락했다.
그리고 이 서커스를 끝까지 관람해준 유일한 관객은 박수를 쳐주기 시작했다. 짝짝짝짝짝. 그녀는 환호성까지 지르지는 않았지만 난 차라리 그게 더 나았다. 만약 그녀가 진짜로 환호성을 질렀다면, 난 그녀가 방금 전까지 느꼈던 그 엄청난 절망을 묘기 하나 잠깐 본 걸로 잊어먹을만큼 단순무식한 바보였다고 생각했을테니까.
그리고 그녀는 단순무식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내 생각에는 바보가 맞았다.
그녀는 박수를 치면서 조용히 울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내가 억지로 도발을 걸면서까지 그런 묘기를 보여준 이유를, 절망에 빠져서 괴로워하던 그녀를 억지로나마 위로하기 위해 일부러 준비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지금까지 그녀에게 준 선물들 중에서 그 서커스를 마음 속 깊은 곳까지 와닿을 정도로 소중하게 여기는 게 틀림없었다.
그래서 나는 어쩔 수 없이 멈칫하고 말았다. 그 고요하고 슬펐지만 정말로 아름다웠던, 하지만 내가 실제로 볼 수 없었던 그녀의 모습은, 내가 한참을 망설이다가 겨우 결정을 내려버린 걸 더 크게 후회하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지금 처참하게 후회하고 있는 건 ‘결정’이 아니라 ‘한참을 망설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내 감동스러운 서커스 때문에 울고 있는 그녀는 안타깝게도 두 가지 착각을 하고 있었다.
난 그런 감동스러운 이유 때문에 묘기를 부린 게 절대 아니고, 아직 내 서커스는 끝나지 않았다.
5번째로 날아오는 돌멩이를 또다시 본능적으로 잡아낸 그녀는 당황한 것 같았다. 그래서 아까처럼 나에게 바로 투구하는 대신에 왼손에 든 돌멩이와 나를 번갈아보면서 쳐다보았다. 나는 그런 그녀에게 아무런 신호도 보내주지 않았다.
“다시… 던져 달라는 거야?”
나는 사실 그 의문 마저도 대답해주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랬다간 내가 힘들게 내린 결정은 무의미하게 변하고 말 것이다. 그래서 난 가까스로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그녀는 내 저글링 쇼에 감동하기는 했지만, 대체 왜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건지 이해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그녀는 약간 미심쩍어 하기는 했지만, 흘러나온 눈물을 대충 닦아낸 다음에 내가 지시한 행동대로 일단은 따라주었다.
나에게 5번째로 날아오는 돌멩이는 저글링을 도는 운명을 맞이하지 않았다. 그리고 중요한 정보를 그녀 몰래 여러분께만 살짝 귀띔해 주겠다.
앞으로 나에게 날아오는 돌멩이들은 모두 저글링과는 다른 운명을 맞이할 것이다.
그 돌멩이는 첫 번째와는 비교도 안될만큼 느리게 날아오다가, 이 서커스를 개막한 축포처럼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그리고 그녀는 첫 번째 경악을 뛰어넘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나는 첫 번째와는 다르게 무덤덤했지만 말이다.
5 번째 돌멩이가 자신의 방향을 수직으로 바꿔버린 그 지점에, 빛나는 구체 하나가 떠 있었다.
이미 은은한 빛이 가득차있던 그 동굴 안에서도 유나게 튀어보일 정도로 밝았던 그 구체는 동굴의 구석구석을 비춰주고 있었다. 그래서 평범한 동굴 안 치고는 밝았지만 평범한 동굴 밖 보다는 어두웠던 내 침실은 어두운 동굴 속 탐방을 한참 즐기다가 밖으로 막 나온 것처럼 눈부실 정도로 환하게 밝아졌다.
전혀 예상치 못한 공격 아닌 공격에 당해버린 그녀의 두 눈은, 머리가 반사적으로 왼손에 명령을 내려준 덕분에 겨우 그 빛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나 역시 내가 만들어낸 그 빛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었지만, 내 보물 1호는 자신의 역할을 똑바로 해냈기 때문에 내 두 눈은 내가 시도한 공격에 당하는 바보같은 일에 휘말리지 않았다.
그 구체는 자신의 역할을 무사히 다 마친 다음, 한 순간에 나타난 것처럼 한 순간에 사라져버렸다. 그녀는 그 어떤 광대도 보여줄 수 없을 그 묘기를 내부차원도 아닌 외부차원에서 자신의 두 눈으로 가까스로 지켜본 덕분에 큰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너…?”
그녀는 아마 이쯤에서 내 묘기의 정체를 약간이나마 깨달았을 것이다. 여러분은 대체 이게 뭔 마술인지 정확히 깨닫기가 좀 많이 어렵겠지만 말이다. 그런 그녀와 여러분 모두를 위해, 난 돌멩이 하나를 또다시 일발장전할 준비를 했다.
권총보다 100배는 더 강력한 위력으로 탄약을 쏠 수 있는 그녀의 왼손에 돌멩이가 6번째로 장전되었다. 그녀는 내가 다음으로 보여줄 묘기를 기대하고 있을 거고, 나도 이 시간에선 약간의 재미를 느끼고 있었다. 그녀는 더 이상 미심쩍어하지 않으면서 6 번째로 그 돌멩이를 던질 준비를 했고, 난 그 사이에 그녀를 더욱 깜짝 놀라게 만들어줄 묘기를 부리기 위해 정신을 최대한 집중할 준비를 마쳤다.
이번 묘기는 그녀나 여러분이 아닌 내 입장에서도, 성공적으로 해내기가 묘기와 비슷하게 어려울 정도로 상당히 많은 집중력을 요구하는 것이다.
6번째로 나에게 날아온 돌멩이는 이번에도 힘없이 추락했다. 그리고 그 대신에 튀어나온 건 바로,
‘야!’
야…야…야…
반복된 충격에 간신히 적응했을 그녀의 가슴은 더 큰 충격을 받고 말았나보다. 이 마술을 뛰어넘은 마법을 실현해낸 나 역시 약간의 뿌듯함을 느끼고 있었다. 인간 여성의 성대에서 튀어나온듯한 그 커다란 소리는 동굴 안에서 메아리치다가 천천히 잦아들었다. 나는 너무 놀라서 가쁜 숨을 헉헉거리며 내쉬는 그녀를 위해, 지금이 서커스 공연 중에 마련된 유일한 휴식 시간이라고 유일한 관객에게 침묵으로 알려주었다.
내 서커스는 놀라서 펄쩍 뛰어버린 가슴을 간신히 진정시킨 관객이 돌아온 뒤부터 다시 시작되었다. 그녀는 돌멩이를 계속해서 던졌고, 나는 그런 그녀를 위해 나를 돌팔매질할 돌멩이들을 그녀에게 계속해서 쥐어주었다. 그녀는 자신이 더 이상 묘기를 지켜볼 생각이 없어질 때 까지 내 서커스를 관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