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하슬비] Heaven

꽃보다소시 2018-09-13 8

밝은 빛에 눈을 떠보았을 땐 아름답고 넓은 들판에 예쁜 길이 펼쳐져 있었다. 푸른 들판에 누워있던 나는 일어나기 싫었던 몸을 억지로 일으켜 세웠다. 지금 내 눈에 보이는 이 풍경은 어느 사진 작가의 그 예쁜 사진속에나 있을법한 그런 아름다운 경치였다. 마치 천국과 같은 그런 풍경.

'난 지금 어디에 있는걸까?'

나도 내가 이곳에 왜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단지 눈을 떳는데 이 곳에서 잠을 청하고 있었을 뿐. 잠시 이 길을 따라 걸어보기로 했다. 

1분정도 아무런 생각 없이 걷다가 뭔가 잊고 있는 것 같았다. 난 왜 이 곳에 혼자 있는지, 누군가를 까먹은 것은 아닌지. 

'아니야. 난 원래 혼자였는걸. 내 옆엔 아무도 없었어.'

"정말로 그렇게 생각해?"

"..!"

갑자기 어디선가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렇지만 내 옆엔 지금 아무도 없다. 

"누구지..?"

다시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나는 뒤를 돌아봤다. 내 뒤에선 무슨 필름이 재생되는 것 같이 뭔가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다른건 다 못봤어도 한 장면은 봤다. 내가 병원 중환자실에 누워있었던 것. 그리고 그 밖에 어떤 남자가 울고 있었다는 것.

그 남자는 누구지..?
그리고 나는 왜 누워있었던거지..?

또 나는 왜 아무것도 기억을 하지 못하는 걸까?

"정말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구나..?"

"..."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곳엔 핑크색 머리에 푸른 눈동자를 지닌 나와 같은 여자가 서있었다.

"... 넌 누구지?"

"난 너야. 또 다른 너의 영혼이지."

"근데.. 그게 뭐..?"

"너가 아무것도 기억을 하지 못하는 것 같아서. 하나 알려줄까? 넌 이미 저 세상에서 죽었어. 지금 넌 새로운 세계에 가는 길이야."

나랑 똑같은 모습을 한 여자는 내 앞에 대놓고 이상한 소리를 해댄다. 내가 죽었다고. 절대 정상적인 머리로는 들어줄 수 없는 소리다. 

"뭐? 내가 왜 죽는데?"

"넌 기억을 못해서 그렇지 차원종과 싸우다가 그 자리에서 죽었어. 지금 넌 아마 저기서 뇌사상태야."

"그렇다면 지금 난 왜 아프지 않는데?"

"네 손이랑 몸을 봐. 내가 한 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그 말이 끝나자 마자 내 몸을 흝어보았다. 아깐 풍경을 바라보느라  발견하지 못했었는데 내 몸은 완전히 상처투성이에 손은 피로 물들어 있었다.

"... 이건..."

"이제 내 말을 믿겠어?"

"그러는 너도 나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잖아. 넌 왜 아무런 상처없이 깨끗한건데?"

"난 여기서 너와 얘기하고 있는 영혼일 뿐이야. 저 세계와는 상관없어."

"난 이미 완전히 죽은거야..?"

"서서히 죽어가고 있으니 눈을 뜨고 일어나는 건 불가능하겠지."

"..."


"차원종한테 심장을 찔렸는데 저렇게 살아있는게 대단하달까?"

"...내가..?"

피투성이인 지금 이 모습으로 저 말을 들으니 오히려 더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난 정말 죽은 것일까?

다시 살 수는 없는걸까...?


갑자기 서서히 눈이 감기기 시작했다. 이대로 나는 죽는걸까?


...



떠지기 싫은 눈이 억지로 떠졌다. 여기는 아까와는 다른 풍경이었다. 사진속에서만 볼 수 있을 것 같던 아름다운 경치는 그대로이지만.

지금 이 순간 머릿속에서 누군가가 확 스쳐지나갔다.

'이세하?'

내 앞에 영상이라도 재생되고 있는 것 같았다. 내 앞에 보이는 세하는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피투성이인 내 손을 잡고 울고 있었다.

'슬비야, 제발 일어나.'

세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난 정말 죽은걸까? 왜 이렇게 된건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냥 내가 피투성이인것만 내 눈으로 보일 뿐. 

내 눈에서 눈물이 나와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역시 저 쪽이 그리워서겠지?

"이제 곧 가야할 시간이야."

나와 똑같이 생겼던 그 여인의 목소리였다. 나는 그 아이에게 물었다.

"나 꼭 지금 가야하는거야?"

"..."

말로 하지 않고 고개만 살짝 끄덕였다. 그녀 역시 슬퍼보이는 얼굴이었다.

"마지막으로 세하 얼굴 보고 가도돼?"

".. 응."

더 이상 손을 뻗어 잡을수도 말을 할 수도 없는 세하였지만 마지막으로 얼굴만이라도 보고싶었다. 이젠 못 보려나? 나중에 너가 이 길을 따라 나처럼 다른 세상으로 온다면 우리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세하야, 나...'

말 해도 듣지도 못하겠지. 그 전엔 그렇게 티를 냈는데. 넌 아마 지금도 내가 널 좋아하는 걸 모를거야. 이 둔탱아.

마지 못해 떠나가면서 마지막 말을 남겼다.

"언젠가 다시만나자, 세하야."

...

슬비가 거의 깨어날 수 없다고 의사선생님 소견이 나왔다. 깨어나더라도 기억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한다. 깨어나는게 기적이라고. 지금 숨을 쉬고 있는 그 자체가 기적이라고.

난 슬비가 깨어나기를 옆에서 계속 기도하고 앉아있다.

"게임만 해서 미안해. 그러니까 일어나.. 일어나서 잔소리해야지."

말도 시켜봤지만 슬비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포기하려고 했지만 그 때 내가 잡고 있던 슬비의 손가락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 슬비야?"

손가락이 움직이고 슬비의 손은 내 얼굴을 향해 뻗었다. 그리고 나의 볼을 스치듯이 만졌다. 나는 슬비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슬비의 눈이 살짝 뜨여진 것 같았고 무언가 말하려고 하는 것 같았지만 손이 떨어지는 동시에 삐-- 소리가 들렸다.

듣기 정말 싫은 소리였다. 

"슬비야..?"

슬비는 이제 아무런 미동도 없었다.

"일어나봐, 일어나서 잔소리해야지.. 야.. 이슬비."

그렇게 식어가는 슬비의 손을 붙잡으며 눈물을 흘렸다. 

단 한번만이라도 너의 목소리가 듣고싶었다.

너는 모르고 있겠지? 좋아해도 좋아한다고 말하지 않고 참고 있었다는 걸. 

"아직 말도 못했는데."

너가 일어나면 해주고싶었어. 좋아한다고. 

너의 목소리 듣고싶었어. 잔소리라도 괜찮았어.

게임기 하지말라고 임무 좀 열심히 하라고 하는 너의 잔소리가 그렇게 그리웠어.

이젠 들을 수가 없구나.

'슬비야. 널 좋아해.'

넌 지금 내 말 듣고있니..?

...

그 여인을 따라 걸어가는 도중 어느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세하의 목소리였다. 

'슬비야 널 좋아해.'

잠시 멈춰섰다. 그리고 뒤를 돌아 울고 있을 세하를 바라보았다. 또 다시 눈물이 흘러내려왔지만 다시 앞을 보고 걸어갔다. 그리고 혼자 중얼거렸다.

"바보야, 이제 말하면 어떡해.."

내 눈은 울고있지만 그 말을 들은 나는 좀더 가볍게 발걸음을 옮길 수 있었다.

"좋아해 세하야."






-- 안녕하세요, 필자입니다. 오랜만에 여기 다시 돌아와보네요.. 저는 사실 고3입니다(?).. 대학 입시 실기를 준비하느라 클저도 몇달동안 쉬고 있는데... 흑.... 고3인데 왜 여기에 있냐구요...? 갑자기 써보고 싶은 글이 생겼는데 몇달동안 글을 안 쓰다가 쓰려니 너무 고된일이더라고요.. 하하 이제 11월 말까지는 여기와 또 바이바이 하겠네요... 갑자기 쓰고 싶어서 날려 쓴 이 글과 짤막한 인사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뭐 입시가 슬퍼서 새드엔딩을 쓴건 아니고요,,,))))))))
2024-10-24 23:20:26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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